1 00:00:14,400 --> 00:00:17,720 몇 년, 몇 달, 며칠이고 엉킨 걸 풀어보려 했어 2 00:00:17,800 --> 00:00:21,000 방치돼 있던 네 얽히고설킨 신경들 3 00:00:21,080 --> 00:00:24,920 잠 못 이루는 밤 네 얼굴의 베개 자국 4 00:00:25,000 --> 00:00:28,320 난 다 잃었어, 머리카락까지도 그래도 숨을 쉬어보려 애써 5 00:00:28,400 --> 00:00:31,600 넌 어디 가니, 어디 있니 어디로 갈 건지 말해줘 6 00:00:31,680 --> 00:00:34,880 모든 걸 비밀 문 안에 숨겨 혹시 모르니까 7 00:00:34,960 --> 00:00:38,600 넌 어디 가는 거니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8 00:00:39,520 --> 00:00:42,760 넌 더 이상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9 00:00:46,080 --> 00:00:50,720 거울 속에 비친 모습 그건 더는 네가 아니야 10 00:00:53,640 --> 00:00:56,920 난 널 알아볼 수가 없어 11 00:00:57,000 --> 00:01:00,040 수많은 비밀의 삶을 사는 너 12 00:01:00,720 --> 00:01:05,200 난 더 이상 널 알아볼 수가 없어 13 00:01:05,280 --> 00:01:08,680 "잔돈 몇 푼 때문에" 14 00:01:43,920 --> 00:01:46,480 "24시간 응급실" 15 00:02:33,760 --> 00:02:36,240 내출혈은 멈췄어요 16 00:02:36,320 --> 00:02:37,880 다행히 제때 잡았네요 17 00:02:37,960 --> 00:02:41,000 죽기 직전에 너무 늦게 데려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18 00:02:41,080 --> 00:02:43,400 지금은 아무것도 장담 못 해요 19 00:02:43,480 --> 00:02:46,720 수술 마무리하고 깨어나 봐야 알아요 20 00:02:47,760 --> 00:02:50,640 그래도 이제 희망은 가져볼 수 있겠네요 21 00:02:51,760 --> 00:02:54,280 이야기가 끝을 향해 가면 22 00:02:54,360 --> 00:02:55,840 그걸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죠 23 00:02:57,240 --> 00:02:59,000 그냥 느낌이 온다고요 24 00:03:01,400 --> 00:03:03,280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25 00:03:03,360 --> 00:03:07,520 그 대단한 무언극이 막을 내린 8월 오후가 26 00:03:07,600 --> 00:03:09,640 한 20년 전 일 같거든요 27 00:03:12,200 --> 00:03:15,760 토요일 오후에 뭐 해? 워홀 전시회 갈래? 28 00:03:15,840 --> 00:03:18,160 앤디 워홀한테는 관심 없었지만 29 00:03:18,240 --> 00:03:21,440 스메랄다가 남친이랑 헤어져서 다시 기회가 찾아왔었어요 30 00:03:21,520 --> 00:03:25,760 또 탈곡기 같은 놈한테 털리기 전에 잡을 기회요 31 00:03:25,840 --> 00:03:26,880 예전 같으면 이랬겠죠 32 00:03:26,960 --> 00:03:29,200 그래, 나 앤디 워홀 완전 좋아해! 33 00:03:29,280 --> 00:03:31,640 수프 캔 로고 문신도 하려고 했어요 34 00:03:31,720 --> 00:03:33,840 모이라 오르페이랑 비슷한 마릴린 먼로 그림도요 35 00:03:33,920 --> 00:03:35,680 그거 보고 자위 많이 했죠 36 00:03:35,760 --> 00:03:37,400 다른 건 다 내던졌을 거예요 37 00:03:37,480 --> 00:03:40,360 시험, 일, 병원 예약 친구, 여자까지 38 00:03:40,440 --> 00:03:43,040 늘 그렇듯 내 자존감과 연결된 39 00:03:43,120 --> 00:03:45,160 모든 걸 끊어버리고 말했겠죠 40 00:03:45,760 --> 00:03:48,120 당연히 시간 있지 너 가고 싶은 곳 가자! 41 00:03:48,640 --> 00:03:51,680 하지만 난 이를 악물고 말했어요 42 00:03:56,000 --> 00:03:58,600 토요일에 데이트를 할 것 같아 43 00:04:02,640 --> 00:04:05,680 살면서 그 말을 하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44 00:04:05,760 --> 00:04:09,080 엄마한테 대학 안 간다고 말씀드렸을 때보다 더요 45 00:04:09,160 --> 00:04:11,200 그날 지하철 타고 미친 사람처럼 46 00:04:11,280 --> 00:04:13,560 8시간을 왔다 갔다 했죠 47 00:04:13,640 --> 00:04:15,840 왠지 그 말을 하면… 48 00:04:15,920 --> 00:04:18,240 만나는 사람이 있는데… 49 00:04:18,320 --> 00:04:21,560 절대 이뤄지지 않은 근사한 일이 50 00:04:21,640 --> 00:04:23,040 완전히 끝날 것만 같아서요 51 00:04:23,120 --> 00:04:25,640 그래서 가능성으로만 남겨둔 거예요 52 00:04:25,720 --> 00:04:28,440 아예 이뤄지지 않거나 짧게 끝나버린 일처럼 53 00:04:28,520 --> 00:04:30,880 순수한 상태로 놔두려고요 54 00:04:32,320 --> 00:04:34,080 호구들은 그게 문제예요 55 00:04:34,160 --> 00:04:36,480 남들이 자신을 바람맞히고 무시하고 56 00:04:36,560 --> 00:04:39,120 발 매트처럼 마구 밟아대고 57 00:04:39,200 --> 00:04:40,040 함부로 해도… 58 00:04:40,120 --> 00:04:42,360 어쩌지? 파워 필라테스 가야 해 59 00:04:42,440 --> 00:04:44,080 6월 말 발표회 준비 중이거든 60 00:04:44,160 --> 00:04:45,200 그리고… 61 00:04:45,280 --> 00:04:47,920 미안, 수요일이라 '목격자를 찾습니다' 봐야 해 62 00:04:48,000 --> 00:04:49,280 그건 건들지 마라! 63 00:04:49,360 --> 00:04:52,640 그 프로그램 팬들한테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지 64 00:04:52,720 --> 00:04:54,800 그건 모든 시민의 의무야! 65 00:04:54,880 --> 00:04:57,200 알아, 그래도 사람이 데이트 신청을 하면… 66 00:04:57,280 --> 00:05:00,120 조용히 해, 이소타의 마지막 문자가 나오잖아 67 00:05:00,200 --> 00:05:02,800 틱톡에서 만난 13살짜리 애인한테 68 00:05:02,880 --> 00:05:05,200 이구아나를 사주려고 나갔는데 69 00:05:05,280 --> 00:05:08,160 특수 동물 가게에는 안 갔다는 내용이야 70 00:05:08,240 --> 00:05:11,880 아무튼 호구는 거절당해도 그러려니 하며 생각해요 71 00:05:11,960 --> 00:05:13,960 '괜찮아, 다음에 하면 되지' 72 00:05:14,040 --> 00:05:16,920 그런데 내가 선을 그으려고 73 00:05:17,000 --> 00:05:18,160 이렇게 말해야 할 때는… 74 00:05:18,240 --> 00:05:20,520 '아니, 미안한데 못 가' 75 00:05:20,600 --> 00:05:23,360 안 된다고 말하느니 칼로 날 찌르는 게 낫다 싶죠 76 00:05:24,160 --> 00:05:26,320 자꾸만 의심하게 되거든요 77 00:05:26,400 --> 00:05:29,520 드디어 그 사람과 함께할 수 있었는데 78 00:05:29,600 --> 00:05:31,560 그러지 못한 게 내 잘못인 것만 같아 79 00:05:31,640 --> 00:05:34,160 평생 후회하며 살게 될까 봐요 80 00:05:35,280 --> 00:05:37,400 그런데 갑자기 자존감이 끓어올랐는지 81 00:05:37,480 --> 00:05:40,760 날씨가 더워서 호구력 분비샘이 고장 났는지 82 00:05:40,840 --> 00:05:42,480 난 이렇게 덧붙였죠 83 00:05:42,560 --> 00:05:45,040 저기, 나 여자랑 데이트 있어 84 00:05:45,880 --> 00:05:48,480 그렇지, 말했네! 좋, 았, 어! 85 00:05:48,560 --> 00:05:49,760 좋았어! 86 00:05:49,840 --> 00:05:50,920 쟤가 뭐라고 할까? 87 00:05:51,000 --> 00:05:52,360 화내면 어쩌지? 88 00:05:52,440 --> 00:05:53,920 쟤가 질투하면 89 00:05:54,000 --> 00:05:55,560 넌 드디어 말하는 거야 90 00:05:55,640 --> 00:05:57,360 '이제 와서 후회돼?' 91 00:05:57,440 --> 00:06:00,120 '네 기회는 날아갔어 이 근육남은 품절이야' 92 00:06:00,200 --> 00:06:02,360 '종마 사육장으로 갔다고' 93 00:06:04,120 --> 00:06:07,440 진짜 잘됐다, 나중에 얘기해 줘 94 00:06:08,040 --> 00:06:09,800 아니네, 신경도 안 쓴다 95 00:06:09,880 --> 00:06:11,880 정말 신경도 안 썼는지는 모르겠어요 96 00:06:11,960 --> 00:06:14,200 등, 신! 저 등신! 97 00:06:14,280 --> 00:06:15,880 마키아토 주세요 98 00:06:16,400 --> 00:06:18,320 스메랄다가 머리를 쥐어뜯진 않았지만 99 00:06:18,400 --> 00:06:22,960 왠지 내가 보기에는 아주 작고 미묘하게 100 00:06:23,040 --> 00:06:25,280 마음에 금이 간 눈치였거든요 101 00:06:26,920 --> 00:06:29,440 하지만 금 가는 소리를 들을 순 없었죠 102 00:06:29,520 --> 00:06:32,240 스메랄다는 어색한 침묵을 103 00:06:32,320 --> 00:06:33,800 목이 터질 듯 내지르는 소리로 104 00:06:33,880 --> 00:06:36,680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105 00:06:47,600 --> 00:06:49,000 "오전 8시 알람 - 중단" 106 00:07:15,600 --> 00:07:16,760 "알림 없음" 107 00:07:16,840 --> 00:07:18,360 "스타워즈" 108 00:07:23,760 --> 00:07:26,920 우린 여전히 서있어 넌 우릴 이길 수 없어 109 00:07:27,520 --> 00:07:28,680 절대! 110 00:07:32,200 --> 00:07:34,160 그건 왜 하는 거야? 111 00:07:34,880 --> 00:07:35,920 혹시 알아? 112 00:07:36,000 --> 00:07:38,360 칼 맞으면 안 죽으려고 그런다 113 00:07:39,080 --> 00:07:40,920 파인애플이 훨씬 낫지 114 00:07:43,200 --> 00:07:44,560 무슨 소리야? 115 00:07:44,640 --> 00:07:48,440 파인애플 껍질이 더 단단하고 불도 막아줘 116 00:07:48,520 --> 00:07:49,920 그거 팔에 두르면 117 00:07:50,000 --> 00:07:52,760 토치 불에 갖다 대도 화상 안 입을걸 118 00:07:52,840 --> 00:07:55,320 파투르니아가 토치를 들고 오진 않겠지 119 00:07:55,400 --> 00:07:58,360 우리 집에 들르자 갑옷 만들어 놨어 120 00:07:58,440 --> 00:08:02,040 파인애플 갑옷을 만들어 놨다고? 왜? 121 00:08:02,120 --> 00:08:03,560 "파인애플 갑옷" 122 00:08:03,640 --> 00:08:06,560 적이 불을 쓸지도 모르잖아 123 00:08:07,960 --> 00:08:09,920 - 무슨 적? - 난 준비됐어 124 00:08:10,000 --> 00:08:11,880 커피 마실 시간 있어? 125 00:08:11,960 --> 00:08:14,360 얘들아, 다 같이 갈 필요 없어 126 00:08:14,440 --> 00:08:17,880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여행 가는 게 아니잖아 127 00:08:17,960 --> 00:08:21,280 이게 다 나 때문인데 내가 같이 안 가겠냐? 128 00:08:21,360 --> 00:08:22,560 그냥 해본 말이야 129 00:08:22,640 --> 00:08:26,200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네가 안 간다고 했으면 130 00:08:26,280 --> 00:08:28,280 완전 쓰레기라고 생각했을 거야, 염병할 131 00:08:28,360 --> 00:08:30,280 근데 나머지는 올 필요 없어 132 00:08:30,360 --> 00:08:33,560 내 전 남친 문제고 우리 오빠들도 불렀잖아 133 00:08:33,640 --> 00:08:36,560 너무 심하게 할까 봐 나도 가서 말려야겠어 134 00:08:36,640 --> 00:08:38,720 그거 말인데, 할 말이 있어 135 00:08:38,800 --> 00:08:40,800 주먹질 몇 번 정도는 괜찮아 136 00:08:40,880 --> 00:08:44,000 하지만 그 일에 휘말리고 싶진 않아, 알지? 137 00:08:45,760 --> 00:08:46,680 어떤? 138 00:08:46,760 --> 00:08:49,480 그러니까, 설득력이 있어야 하잖아 139 00:08:49,560 --> 00:08:53,720 나중에 설명할 수는 있어야 한다는 거야 140 00:08:53,800 --> 00:08:55,200 누구한테 뭘 설명해? 141 00:08:55,280 --> 00:08:56,320 이론상 그렇다고! 142 00:08:56,400 --> 00:08:57,920 어떻게 말해야 알아듣겠어? 143 00:09:01,760 --> 00:09:04,200 살인에 연루되기 싫다는 거야! 144 00:09:04,280 --> 00:09:05,640 미치겠다, 제로! 145 00:09:05,720 --> 00:09:09,520 문자로 약속 잡고 아침 8시에 광장에서 만나잖아 146 00:09:09,600 --> 00:09:11,560 사람을 죽일 거면 147 00:09:11,640 --> 00:09:13,600 좀 더 신중하게 하지 148 00:09:13,680 --> 00:09:16,400 그러니까 언젠가는 올 거란 말이지? 149 00:09:16,480 --> 00:09:18,880 파투르니아가 내 배를 가르기 전에? 150 00:09:18,960 --> 00:09:20,840 극단적인 건 안 하고? 151 00:09:20,920 --> 00:09:24,400 제로, 오늘은 잔뜩 겁만 주고 152 00:09:24,480 --> 00:09:26,840 살짝 상처만 낼 거야 153 00:09:26,920 --> 00:09:30,360 근데 선은 넘지 않게 내가 말리러 가는 거고 154 00:09:32,240 --> 00:09:34,160 넌 왜 가려는 건지 모르겠다 155 00:09:34,240 --> 00:09:36,760 뭐라고 해야 하나 여자 1명 더 있으면 좋잖아 156 00:09:36,840 --> 00:09:39,120 안 그래도 남자만 득실대는데 157 00:09:39,200 --> 00:09:41,800 이번 회동 때 자매애 좀 보여줘야지 158 00:09:41,880 --> 00:09:43,200 회동 자체는 반대지만 159 00:09:45,520 --> 00:09:47,520 됐다, 너한테는 안 물어볼래 160 00:09:47,600 --> 00:09:51,720 거기서 불났으면 좋겠어 파인애플 무시한 거 사과받게 161 00:09:52,320 --> 00:09:54,560 드라카리스 162 00:10:09,600 --> 00:10:12,680 아주 기나긴 길이었어요 163 00:10:14,600 --> 00:10:15,960 심장이 쿵쾅댔고 164 00:10:16,040 --> 00:10:17,680 내가 계속 걱정하던 일을 165 00:10:17,760 --> 00:10:20,000 아르마딜로가 자꾸 주절거렸죠 166 00:10:20,080 --> 00:10:22,240 카를로랑 에밀리오가 안 오면 어쩌지? 167 00:10:22,320 --> 00:10:24,000 늦잠 자면 어떡해? 168 00:10:24,080 --> 00:10:27,600 파투르니아를 만났는데 칼을 들고 있으면 어쩔 거야? 169 00:10:27,680 --> 00:10:29,560 안 그래도 불안하니까 그만해 170 00:10:29,640 --> 00:10:31,760 그래서 잡지 잔뜩 둘렀잖아 171 00:10:31,840 --> 00:10:34,120 뭐래, 파인애플도 소용없어 172 00:10:34,200 --> 00:10:36,120 그놈은 위쪽을 찔러 이런 데 말이야 173 00:10:36,200 --> 00:10:38,120 목이나 가슴, 엄청 아플걸 174 00:10:38,200 --> 00:10:41,000 차라리 그놈한테 찔리는 게 낫다며 175 00:10:41,080 --> 00:10:43,400 깔끔하게 찌를 거라고 176 00:10:43,480 --> 00:10:44,760 그건 그때 얘기고 177 00:10:45,360 --> 00:10:46,720 그 녀석 입장을 생각해 봐 178 00:10:46,800 --> 00:10:49,480 네가 얼굴에 스프레이 뿌리고 코뼈도 부러뜨리고 179 00:10:49,560 --> 00:10:52,080 - 그놈 여친도 건드렸잖아 - 안 건드렸어! 180 00:10:52,160 --> 00:10:53,560 당사자 생각이 중요하지 181 00:10:53,640 --> 00:10:56,800 게다가 자기가 일하던 가족 사업체에서도 잘렸어 182 00:10:56,880 --> 00:10:57,800 불쌍한 자식 183 00:10:57,880 --> 00:10:59,280 그놈을 편드는 건 아니지만 184 00:10:59,360 --> 00:11:02,960 그런 걸 생각하면 널 찔러도 할 말 없지 185 00:11:03,680 --> 00:11:05,360 난 따질 기운도 없어서 186 00:11:05,440 --> 00:11:08,160 유일한 위안이 되는 생각에만 집중했어요 187 00:11:09,520 --> 00:11:11,640 욕먹을 만한 생각이지만요 188 00:11:13,120 --> 00:11:14,760 난 혼자 죽기 싫어요 189 00:11:15,280 --> 00:11:17,720 혼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생각하시죠? 190 00:11:17,800 --> 00:11:20,000 죽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을 잡아주거나 191 00:11:20,080 --> 00:11:21,680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에요 192 00:11:22,480 --> 00:11:23,880 나만 죽기 싫다는 거죠 193 00:11:23,960 --> 00:11:26,680 다 같이 죽고 싶어요 194 00:11:32,880 --> 00:11:34,760 "제로칼카레의 묘 혼자 짐 지기 싫었다" 195 00:11:34,840 --> 00:11:37,080 내가 죽은 후에 친구들이 살아가는 동안 196 00:11:37,160 --> 00:11:38,680 수많은 일이 일어나겠죠 197 00:11:38,760 --> 00:11:41,520 공룡이 복제되고 외계인이 침공하고 198 00:11:41,600 --> 00:11:43,600 '찬차라' 진행자들이 '셀러브리티 아일랜드'에서 199 00:11:43,680 --> 00:11:45,520 돈을 구걸하는 걸 볼 거예요 200 00:11:45,600 --> 00:11:48,240 내 평생 학수고대했던 모든 일을 201 00:11:48,320 --> 00:11:50,640 나만 못 보게 되는 거라고요 202 00:11:50,720 --> 00:11:53,440 어쨌든 걔들은 나보다 그런 거 볼 자격 없어요 203 00:11:53,520 --> 00:11:54,760 "'목격자를 찾습니다' 예고 끝" 204 00:11:54,840 --> 00:11:56,400 내가 죽을 때 세상도 끝나면 좋겠어요 205 00:11:57,560 --> 00:11:59,480 내 심장의 박동이 멎는 순간 206 00:11:59,560 --> 00:12:02,920 운석이 지구와 충돌해 모든 생명체가 전멸하면 207 00:12:03,000 --> 00:12:05,160 다 같이 죽는 거니까 억울하진 않을 거예요 208 00:12:05,240 --> 00:12:08,280 하지만 그건 이기적인 과대망상이죠 209 00:12:08,360 --> 00:12:12,120 전 인류가 죽길 바랄 만큼 내가 미치진 않았어요 210 00:12:12,200 --> 00:12:14,560 그래서 친구들만 죽는 걸로 타협했죠 211 00:12:16,920 --> 00:12:20,040 누가 나랑 같이 죽을 확률이 제일 높은지 따져보는데 212 00:12:20,120 --> 00:12:23,320 경찰차가 잔뜩 지나가길래 생각했어요 213 00:12:23,400 --> 00:12:25,560 '오늘 무슨 일 터졌나?' 214 00:12:26,520 --> 00:12:29,480 그런데 경찰차들이 다 광장으로 가길래 말했죠 215 00:12:29,560 --> 00:12:31,960 혹시 너희 오빠들이 벌써 끝낸 거 아니야? 216 00:12:33,400 --> 00:12:36,560 스메랄다가 대답 없이 뛰기 시작해서 따라갔는데 217 00:12:36,640 --> 00:12:38,360 사방이 막혀있었어요 218 00:12:38,440 --> 00:12:41,200 사람들이 잔뜩 모여 서로 물었죠 219 00:12:41,280 --> 00:12:43,000 '무슨 일이에요?' 220 00:12:43,080 --> 00:12:45,200 난 갑자기 불안해졌어요 221 00:12:45,280 --> 00:12:48,240 '둘이 무슨 짓을 한 거야? 파투르니아를 죽였나?' 222 00:12:48,320 --> 00:12:51,200 아니면 그 두 사람이 죽었을지도 몰라요! 223 00:12:51,280 --> 00:12:53,520 둘이 자신만만하게 나타났을 때 224 00:12:53,600 --> 00:12:55,200 파투르니아가 찔러버린 거죠 225 00:12:55,280 --> 00:12:56,560 아니면 세코 말대로 226 00:12:56,640 --> 00:12:58,720 토치를 들고 왔는지도 몰라요 227 00:12:58,800 --> 00:13:01,040 그래서 타는 냄새가 났나 봐요! 228 00:13:04,640 --> 00:13:06,600 그런데 고개를 들자 229 00:13:06,680 --> 00:13:07,880 두 사람이 보였는데 230 00:13:07,960 --> 00:13:10,160 그 표정을 보고 소름이 돋았어요 231 00:13:10,240 --> 00:13:13,200 우린 잠시 눈이 마주쳤는데 232 00:13:13,280 --> 00:13:17,320 카를로가 빨리 가자며 세계 공통 신호를 보냈죠 233 00:13:17,400 --> 00:13:19,880 왜죠? 저 둘이 죽인 걸까요? 234 00:13:19,960 --> 00:13:22,120 두 사람은 사라졌고 스메랄다도 안 보여서 235 00:13:22,200 --> 00:13:24,040 대체 어딜 갔나 싶었어요 236 00:13:24,120 --> 00:13:26,200 우리보다 똑똑해서 도망쳤는지도 몰라요 237 00:13:26,280 --> 00:13:27,800 그게 유일한 상책이니까요! 238 00:13:28,880 --> 00:13:30,000 근데 아니었어요 239 00:13:32,080 --> 00:13:35,040 솔직히 이 대목에서는 스메랄다 흉내를 못 내겠어요 240 00:13:35,120 --> 00:13:38,400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피가 얼어붙는 기분이거든요 241 00:14:06,880 --> 00:14:08,160 죽은 것 같아요 242 00:14:11,720 --> 00:14:13,040 제로, 가자 243 00:14:13,840 --> 00:14:15,120 야, 가자니까! 244 00:14:16,560 --> 00:14:17,880 스메랄다가 저기 있잖아 245 00:14:17,960 --> 00:14:20,280 카페로 간다고 메시지 보내 246 00:14:20,360 --> 00:14:21,560 쟤만 두고 갈 순 없… 247 00:14:21,640 --> 00:14:23,480 빨리 가야 해! 248 00:14:25,240 --> 00:14:28,920 난 반쯤 넋이 나가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249 00:14:29,000 --> 00:14:30,560 - 잘 보고 다녀 - 짜증 나게 250 00:14:30,640 --> 00:14:33,960 난 미칠 것만 같아서 정신을 붙잡아야 했어요 251 00:14:34,040 --> 00:14:36,240 그래서 생각했죠 '모든 걸 정리해 보자' 252 00:14:36,320 --> 00:14:37,960 '부검하는 것처럼' 253 00:14:39,200 --> 00:14:40,200 머리를 열고 254 00:14:40,280 --> 00:14:43,120 생각을 전부 꺼내서 테이블에 늘어놓는 거예요 255 00:14:43,200 --> 00:14:44,480 시작합니다 256 00:14:46,240 --> 00:14:48,280 첫 번째는 냉혹한 감정이에요 257 00:14:49,120 --> 00:14:50,600 안도감이요 258 00:14:51,120 --> 00:14:52,520 인정머리 없는 건 알지만 259 00:14:52,600 --> 00:14:54,520 사람이 피를 쏟고 죽어있는데 260 00:14:54,600 --> 00:14:56,720 그래도 안타깝지가 않아요 261 00:14:58,840 --> 00:15:01,800 프로도한테 사우론이 죽어서 슬프냐고 묻는 거랑 똑같죠 262 00:15:01,880 --> 00:15:05,000 어쩌겠어요? 영화 3편에서 날 죽이려고 했잖아요 263 00:15:05,080 --> 00:15:07,760 '불쌍해, 참 착했는데'라며 울기라도 해야 하나요? 264 00:15:07,840 --> 00:15:09,000 내 보물! 265 00:15:09,080 --> 00:15:11,680 어허! 신나서 춤추진 않겠지만 266 00:15:11,760 --> 00:15:14,840 슬퍼하는 척은 못 하죠, 나 참 267 00:15:16,600 --> 00:15:18,080 그리고 공포도 있어요 268 00:15:18,600 --> 00:15:19,880 엄청난 공포요 269 00:15:21,440 --> 00:15:23,160 죽음 270 00:15:23,240 --> 00:15:26,080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거죠 271 00:15:26,160 --> 00:15:29,040 늙어서 죽는 것도 먼 훗날의 일이나 272 00:15:29,120 --> 00:15:31,080 나랑은 상관없는 일 같잖아요 273 00:15:31,160 --> 00:15:33,240 죽음에 대해 거의 생각도 안 해요 274 00:15:33,320 --> 00:15:34,680 죽음을 앞두기 전까지는요 275 00:15:35,280 --> 00:15:36,920 하지만 비명횡사는… 276 00:15:37,000 --> 00:15:39,240 칼에 찔려 죽는 일은… 277 00:15:47,000 --> 00:15:49,720 나한테는 절대 없을 다른 세상 일 같죠 278 00:15:49,800 --> 00:15:51,640 "칼에 찔려 사망 남편에게 목 졸려 사망" 279 00:15:52,520 --> 00:15:54,560 하지만 바로 눈앞의 일이에요 280 00:16:00,240 --> 00:16:03,360 그 몸에 나의 냄새가 남아있고 281 00:16:03,440 --> 00:16:04,880 내게서도 그 녀석 냄새가 나요 282 00:16:06,920 --> 00:16:09,520 서로의 원자와 분자 땀이 섞였으니까요 283 00:16:09,600 --> 00:16:11,120 너 지금 장난 까냐? 284 00:16:11,200 --> 00:16:12,600 그런데 그놈이 죽었어요 285 00:16:12,680 --> 00:16:15,440 날카로운 쇳조각에 286 00:16:15,520 --> 00:16:18,160 난도질당해 찢긴 채로요 287 00:16:20,600 --> 00:16:23,400 부끄러운 감정도 있죠 288 00:16:23,480 --> 00:16:24,880 거기에는 이름 붙이기도 싫어요 289 00:16:24,960 --> 00:16:29,080 절망에 빠진 스메랄다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에요 290 00:16:29,160 --> 00:16:32,480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291 00:16:32,560 --> 00:16:34,120 뭐가 슬퍼서 우는 거야? 292 00:16:34,200 --> 00:16:37,120 널 폭행하던 쓰레기 자식이라더니 293 00:16:37,200 --> 00:16:40,040 '그레이 아나토미'의 데릭이 죽기라도 한 듯 통곡하네 294 00:16:40,120 --> 00:16:41,800 어이가 없다, 정신 차려! 295 00:16:42,640 --> 00:16:43,840 머리로는 이해해요 296 00:16:43,920 --> 00:16:46,320 나한테는 괴물 같은 놈이지만 297 00:16:46,400 --> 00:16:48,880 스메랄다한테는 전혀 달랐겠죠 298 00:16:48,960 --> 00:16:50,520 7년을 함께한 사람인데 299 00:16:50,600 --> 00:16:53,960 처참하게 죽은 걸 봤으니 슬퍼하는 것도 이해는 돼요 300 00:16:55,160 --> 00:16:57,240 당연히 이해되겠지! 301 00:16:57,320 --> 00:16:59,720 알려줘서 참 고맙다 착한 귀뚜라미야 302 00:16:59,800 --> 00:17:03,280 그래도 저 쓰레기 때문에 우는 게 열받아 303 00:17:03,360 --> 00:17:05,760 혹시 화내는 것도 네 허락 받아야 해? 304 00:17:08,000 --> 00:17:09,840 야, 음료수 마실래? 305 00:17:11,080 --> 00:17:13,560 얘들아, 난 그 일이 현실이 아닌 것 같아 306 00:17:14,080 --> 00:17:16,760 맞는 것 같은데 벌써 뉴스에 나왔어 307 00:17:18,120 --> 00:17:19,320 스메랄다는? 308 00:17:19,400 --> 00:17:21,800 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네 309 00:17:22,840 --> 00:17:26,120 너희는 어쩜 그렇게 차분한 건지 모르겠다 310 00:17:26,200 --> 00:17:27,840 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 311 00:17:27,920 --> 00:17:29,360 그게 어떻게 잘된 일이야? 312 00:17:29,440 --> 00:17:32,800 사람이 죽었잖아 결과 자체만 보면… 313 00:17:32,880 --> 00:17:37,240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텐데 굳이 미룰 필요 없잖아 314 00:17:37,840 --> 00:17:41,040 솔직히 삶과 죽음에 대한 세코의 추론이 어디로 이어질지 315 00:17:41,120 --> 00:17:41,960 "세코 경전" 316 00:17:42,040 --> 00:17:43,200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317 00:17:43,280 --> 00:17:46,280 벨이 울려서 물어볼 새도 없었어요 318 00:17:46,360 --> 00:17:47,920 문 닫았어요 319 00:17:48,000 --> 00:17:50,080 진정하셔, 문을 닫았다니? 320 00:17:50,160 --> 00:17:52,680 내 사랑! 내 문자 안 보는 줄 알았어! 321 00:17:52,760 --> 00:17:55,040 사랑하는 우리 여보! 322 00:17:55,120 --> 00:17:56,600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323 00:17:56,680 --> 00:17:58,920 내가 그런 건 아니지만 파투르니아가 죽었어 324 00:17:59,000 --> 00:18:00,800 진짜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325 00:18:00,880 --> 00:18:02,880 근데 타르탈레그라가 이제 돈 안 갚아도 된대! 326 00:18:02,960 --> 00:18:04,920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전해 들은 건데… 327 00:18:05,000 --> 00:18:06,920 여보, 잠깐만, 그만해 328 00:18:07,000 --> 00:18:09,160 미안해, 다시는 당신을 못 볼 줄 알았어 329 00:18:09,240 --> 00:18:11,800 자세히 좀 말해봐 파투르니아가 죽었다니? 330 00:18:11,880 --> 00:18:12,840 누가 죽였는데? 331 00:18:14,360 --> 00:18:16,880 - 잠깐, 저건… - 입 다물어 332 00:18:16,960 --> 00:18:18,440 아직도 칼을 들고 있잖아 333 00:18:18,520 --> 00:18:20,640 통행을 막고 있어, 빨리 가야 해! 334 00:18:20,720 --> 00:18:21,680 이쪽은 봉쇄했습니다 335 00:18:21,760 --> 00:18:23,560 아직도 충격이에요 336 00:18:23,640 --> 00:18:26,320 칼을 든 사람이 누군지 봤거든요 337 00:18:26,400 --> 00:18:29,640 정말 사전적 정의 그대로의 338 00:18:29,720 --> 00:18:31,400 '살인자'를 봤어요 339 00:18:31,480 --> 00:18:34,360 내가 살면서 만난 모든 사람 중에 340 00:18:34,440 --> 00:18:36,320 살인 같은 행위와는 341 00:18:36,400 --> 00:18:39,480 제일 거리가 멀어 보였던 342 00:18:39,560 --> 00:18:41,480 로렌초 몬티니였죠 343 00:18:41,560 --> 00:18:44,560 몬티니… 344 00:18:56,120 --> 00:18:58,160 "24시간 응급실" 345 00:18:59,200 --> 00:19:01,480 여기서 기다려도 돼요? 346 00:19:01,560 --> 00:19:04,680 대기실에 계셔도 되는데 수술실에는 못 들어가요 347 00:19:05,480 --> 00:19:07,280 집에 가서 쉬고 계세요 348 00:19:07,360 --> 00:19:09,560 깨어나면 연락드릴게요 349 00:19:10,240 --> 00:19:12,480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? 350 00:19:12,560 --> 00:19:13,960 줄리오 351 00:19:14,040 --> 00:19:15,640 걔 이름은 줄리오예요 352 00:19:16,720 --> 00:19:19,680 우리가 몬티니를 깊은 구렁텅이에 밀어 넣어서 353 00:19:19,760 --> 00:19:21,320 그런 일을 하게 된 거예요 354 00:19:21,840 --> 00:19:25,800 우린 멧돼지랑 내 문제만 해결하느라 바빠서 355 00:19:25,880 --> 00:19:28,320 몬티니가 우리 눈앞에서 356 00:19:28,400 --> 00:19:30,520 지옥 불구덩이로 빠져들어 가는데도 357 00:19:30,600 --> 00:19:32,320 못 본 척 외면했어요 358 00:19:34,600 --> 00:19:36,800 그러다 결국 몬티니가 지옥이 됐죠 359 00:19:46,640 --> 00:19:48,280 몬티니가 왜 그랬을까? 360 00:19:48,360 --> 00:19:49,920 자기야, 내 말 못 들었어? 361 00:19:50,000 --> 00:19:52,000 타르탈레그라한테 진 빚이 사라졌다니까! 362 00:19:52,080 --> 00:19:54,800 그 정도로 큰 빚은 그냥 사라지지 않아 363 00:19:54,880 --> 00:19:58,480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기적 같다니까! 364 00:20:01,520 --> 00:20:03,760 기적은 성모 마리아가 일으키시는 거고 365 00:20:03,840 --> 00:20:05,640 우린 사업을 하지 366 00:20:07,640 --> 00:20:09,360 그런데 카를리토는 왜 온 거야? 367 00:20:09,440 --> 00:20:11,840 당신 진짜 전혀 몰랐어? 368 00:20:11,920 --> 00:20:13,480 뭘?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369 00:20:13,560 --> 00:20:15,440 궁금하지도 않았어? 370 00:20:15,520 --> 00:20:17,320 타르탈레그라가 그 벵골인한테 371 00:20:17,400 --> 00:20:19,400 이 일의 원흉이 누군지 물어봤을 때 372 00:20:19,480 --> 00:20:22,080 왜 아무도 중개자인 카를리토한테는 373 00:20:22,160 --> 00:20:23,520 돈 내놓으라고 안 했는지 374 00:20:23,600 --> 00:20:26,840 사실 난 궁금했어, 걔들이 카를리토한테 갈 줄 알았는데 375 00:20:26,920 --> 00:20:29,120 이 일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만 관심 있더라고 376 00:20:29,200 --> 00:20:30,120 아니야 377 00:20:30,200 --> 00:20:32,280 물론 그렇긴 한데 빠진 게 있어 378 00:20:32,360 --> 00:20:34,440 카를리토를 찾아가긴 했지 379 00:20:37,760 --> 00:20:38,880 찾아와서 그러더래 380 00:20:38,960 --> 00:20:42,200 너 때문에 계좌가 막혔으니 네가 우리 돈을 돌려줘야겠어 381 00:20:42,280 --> 00:20:43,360 너 운전기사 맞지? 382 00:20:43,440 --> 00:20:44,480 그래서 뭐랬어요? 383 00:20:44,560 --> 00:20:47,680 운전기사는 맞지만 리무진 서비스는 안 한다고요 384 00:20:47,760 --> 00:20:50,640 난 돈 디에고 코코드리토의 전속 기사라고 했죠 385 00:20:50,720 --> 00:20:51,840 네? 386 00:20:53,320 --> 00:20:54,960 드디어 반전이 나오는구나 387 00:20:55,040 --> 00:20:57,280 저 섹시한 쿠바인이 왜 계속 나오나 했는데 388 00:20:57,360 --> 00:20:58,800 잘했어요, 작가 양반들 389 00:20:58,880 --> 00:21:02,600 코코드리토 얘기는 왜 안 나오나 했거든요 390 00:21:04,560 --> 00:21:07,400 "코코드리토" 391 00:21:07,480 --> 00:21:10,000 코코드리토는 타르탈레그라의 경쟁자인데 392 00:21:10,080 --> 00:21:12,920 둘 다 같은 일을 해요 마약 거래, 고리대금업, 갈취요 393 00:21:13,000 --> 00:21:14,360 근데 그쪽이 더 창의적이죠 394 00:21:14,440 --> 00:21:17,160 꽃집이랑 자동차 대리점도 하거든요 395 00:21:17,240 --> 00:21:18,840 하지만 활동 구역이 달라서 396 00:21:18,920 --> 00:21:20,920 경쟁자지만 라이벌은 아니에요 397 00:21:21,000 --> 00:21:22,600 서로 존중하고 398 00:21:22,680 --> 00:21:24,840 상대의 구역을 절대 침범하지 않죠 399 00:21:24,920 --> 00:21:28,040 여우원숭이 친구가 그자들한테 대마초를 사요 400 00:21:28,640 --> 00:21:30,560 그래서 당신을 안 건드렸군요 401 00:21:30,640 --> 00:21:32,600 갱 전쟁을 안 하려고 402 00:21:32,680 --> 00:21:34,720 근데 분위기가 살벌하긴 했어요 403 00:21:34,800 --> 00:21:38,200 파투르니아가 맨날 여기 와서 난동을 부렸잖아 404 00:21:41,600 --> 00:21:44,840 길거리에서 몬티니를 두들겨 패고 난리 쳤는데 405 00:21:44,920 --> 00:21:47,840 그렇게 소란을 피우면 경찰 눈에 띄어서 사업에 안 좋아 406 00:21:50,800 --> 00:21:54,520 그래서 모두를 위한 협상을 했죠 407 00:21:54,600 --> 00:21:56,520 여보, 뭘 한 거야? 408 00:21:56,600 --> 00:21:58,200 우리 빚을 사달라고 했어 409 00:21:58,280 --> 00:22:00,240 그게 무슨 소리야? 410 00:22:00,320 --> 00:22:03,760 그 사람들이 대신 돈 갚고 우리 빚을 넘겨받았어 411 00:22:03,840 --> 00:22:05,080 그게 무슨 말이야? 412 00:22:05,160 --> 00:22:08,240 이제 타르탈레그라가 아니라 코코드리토한테 빚이 생겼다고? 413 00:22:08,320 --> 00:22:11,160 응, 액수는 늘었지만 시간은 조금 더 줬어 414 00:22:11,240 --> 00:22:13,960 설마 그런 큰 빚이 그냥 사라진 줄 알았어? 415 00:22:14,040 --> 00:22:16,880 당신을 사랑하지만 알아듣게 좀 말해줘 416 00:22:16,960 --> 00:22:19,680 - 그래서 얻은 게 뭐야? - 한 달 417 00:22:19,760 --> 00:22:22,520 무슨 한 달? 그동안 뭘 어쩌라고? 418 00:22:22,600 --> 00:22:24,080 말 그대로 한 달이지 419 00:22:25,640 --> 00:22:27,800 그러니까 한 달 벌었다고요? 420 00:22:28,320 --> 00:22:30,960 난 한 달 후에 다시 여기로 와야 한다는 것만 알아요 421 00:22:40,280 --> 00:22:42,440 근데 카를리토는 코코드리토 소속인데 422 00:22:42,520 --> 00:22:45,640 왜 타르탈레그라랑 연결된 벵골인을 끌어들인 걸까? 423 00:22:45,720 --> 00:22:47,560 둘이 무슨 연결고리가 있길래? 424 00:22:47,640 --> 00:22:50,240 카이저 소제 스타일의 커다란 함정이었나 봐 425 00:22:50,320 --> 00:22:52,960 모든 일이 도미노 쓰러지듯 이어지다가 426 00:22:53,040 --> 00:22:56,640 결국 코코드리토가 빚을 사들일 걸 알았던 거지 427 00:22:56,720 --> 00:22:59,200 아니, 두 사람 애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428 00:22:59,280 --> 00:23:04,120 카를리토가 아리안의 부모한테 2천 유로가 필요할 것 같았대 429 00:23:04,720 --> 00:23:06,160 아까 한 말 취소요 430 00:23:06,240 --> 00:23:09,680 현실이라는 각본은 항상 허술하다니까요 431 00:23:09,760 --> 00:23:10,720 성의가 없어요 432 00:23:10,800 --> 00:23:12,880 그래도 한 달은 벌었잖아 433 00:23:12,960 --> 00:23:16,040 방법을 찾을 시간이 좀 더 생겼으니까 최소한… 434 00:23:16,120 --> 00:23:17,320 제로 435 00:23:20,520 --> 00:23:24,000 크리스틴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슬픈 눈으로 마침표를 찍는 듯했죠 436 00:23:24,600 --> 00:23:27,880 끝을 의미하는 마침표요 항소도, 상고도 없었어요 437 00:23:27,960 --> 00:23:29,520 정말 끝이었죠 438 00:23:29,600 --> 00:23:33,240 처음에는 이 일을 끝내는 마침표라고 생각했어요 439 00:23:33,320 --> 00:23:35,600 다 끝났으니까 받아들여야 한다고요 440 00:23:35,680 --> 00:23:37,240 하지만 몇 달 후에 깨달았어요 441 00:23:37,320 --> 00:23:41,000 그때 끝난 건 우리가 40년간 품어왔던 생각이었다는 걸요 442 00:23:41,080 --> 00:23:43,720 우리가 늘 '구니스'처럼 443 00:23:43,800 --> 00:23:46,280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고 444 00:23:46,360 --> 00:23:48,800 모두가 함께하는 한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요 445 00:23:48,880 --> 00:23:50,880 혼자서 세상에 맞서는 일도요 446 00:24:01,280 --> 00:24:02,440 상황 정리 좀 해보자 447 00:24:02,520 --> 00:24:04,000 넌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는데 448 00:24:04,080 --> 00:24:07,000 난 이제 해방이라고 자축하고 있었던 거야? 449 00:24:07,080 --> 00:24:09,000 쟤들은 왜 안 가는 건데? 450 00:24:09,080 --> 00:24:10,760 모르겠어, 어떻게 물어보지? 451 00:24:10,840 --> 00:24:12,920 아이고, 속 터져 죽겠네 452 00:24:16,720 --> 00:24:19,800 저기, 사라, 조심스럽긴 한데… 453 00:24:19,880 --> 00:24:21,640 - 조심 같은 소리 하네 - 가만있어! 454 00:24:21,720 --> 00:24:23,640 혹시 너의 작은 다리를 455 00:24:23,720 --> 00:24:26,640 언제 문 쪽으로 움직일 생각이야? 456 00:24:26,720 --> 00:24:28,160 야, 걱정 마 457 00:24:28,240 --> 00:24:31,240 엄마 집으로 갈 거야 내가 간다니까 좋아하셔 458 00:24:31,320 --> 00:24:33,120 근데 먼저 할 일이 있어 459 00:24:33,200 --> 00:24:35,280 20분 후에 쟤 데리러 올게 460 00:24:35,360 --> 00:24:38,400 스메랄다한테 할 말 있으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461 00:24:38,480 --> 00:24:39,800 간다, 안녕 462 00:24:44,680 --> 00:24:48,000 안 돼, 쟤 미쳤나 봐 진짜 쟤 말대로 할 거야? 463 00:24:48,080 --> 00:24:50,600 -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- 뭐겠어? 464 00:24:50,680 --> 00:24:52,320 그놈이 죽었으니까 뛰어들라는 거잖아 465 00:24:52,400 --> 00:24:53,840 이제 네 차례라고 466 00:24:53,920 --> 00:24:55,680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467 00:24:55,760 --> 00:24:57,440 당연히 아니지! 468 00:24:57,520 --> 00:25:00,200 이런 짓을 하기에 적당한 때란 없어! 469 00:25:00,280 --> 00:25:02,960 뛰어들라니? 여기가 아리차 다리야? 470 00:25:03,040 --> 00:25:04,480 이건 진지한 문제라고 471 00:25:04,560 --> 00:25:06,560 시간을 두고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 해! 472 00:25:06,640 --> 00:25:08,000 - 맞아 - 옳지 473 00:25:08,080 --> 00:25:10,400 데이트하면서 상황을 보는 거야 474 00:25:10,480 --> 00:25:13,440 감정에 너무 매몰돼서 성급하게 관계를 정립하지 말고 475 00:25:13,520 --> 00:25:16,120 서서히 그 상황에 적응하면서 476 00:25:16,200 --> 00:25:18,760 7~8년 정도 지나서 익숙해진 다음 477 00:25:18,840 --> 00:25:21,480 여전히 서로 잘 지내고 있으면 478 00:25:21,560 --> 00:25:23,720 분위기를 잘 보고 이렇게 말하는 거야 479 00:25:23,800 --> 00:25:27,560 '우리 겉으로 보면 사귀는 사이 같다' 480 00:25:27,640 --> 00:25:30,600 근데 그건 순간일 뿐 미리 계획하면 안 돼 481 00:25:31,520 --> 00:25:33,280 그때부터 사귀는 거지 482 00:25:33,360 --> 00:25:34,960 그때 헤어지는 거야 483 00:25:35,040 --> 00:25:36,320 방금 시작했는데? 484 00:25:36,400 --> 00:25:38,480 아니지, 7년 동안 간 봤잖아 485 00:25:38,560 --> 00:25:40,720 그쯤 되면 한 사람은 지겨워져 486 00:25:40,800 --> 00:25:41,880 뭐라고 하지? 487 00:25:41,960 --> 00:25:44,440 가서 시치미 떼고 농담 좀 해 488 00:25:44,520 --> 00:25:47,880 쟤 20분 후면 가잖아 순식간에 꺼질 거라고 489 00:25:55,960 --> 00:25:57,120 안녕 490 00:26:00,800 --> 00:26:03,720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491 00:26:04,520 --> 00:26:06,280 괜찮냐는 말은 바보 같고 492 00:26:08,400 --> 00:26:09,840 아무 말 안 해도 돼 493 00:26:09,920 --> 00:26:12,560 며칠 동안 너한테 고마웠던 건 나잖아 494 00:26:12,640 --> 00:26:14,440 넌 그동안 엄청 괴로웠겠지만 495 00:26:14,520 --> 00:26:17,320 난 네 덕에 다른 세상을 봤어 496 00:26:17,400 --> 00:26:19,800 처음으로 날 정말 아끼는 사람이랑 497 00:26:19,880 --> 00:26:22,320 평범하게 지내봤으니까 498 00:26:24,200 --> 00:26:27,520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랑 사는 삶에 499 00:26:27,600 --> 00:26:29,440 너무 익숙해져 있었나 봐 500 00:26:29,520 --> 00:26:32,760 그래, 그날 널 안 붙잡아서 미안해 501 00:26:32,840 --> 00:26:34,880 네가 가길 바랐던 건 아닌데 502 00:26:34,960 --> 00:26:36,360 난 이런 걸 잘 못해 503 00:26:36,440 --> 00:26:39,240 네가 싫어서가 아니야 그 반대지, 그런데… 504 00:26:39,320 --> 00:26:43,560 저기, 너랑 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야, 알았지? 505 00:26:43,640 --> 00:26:47,600 내가 7년을 만난 사람이 오늘 칼에 찔려 죽었잖아 506 00:26:49,320 --> 00:26:51,800 지금은 정착할 심정이 아니야 507 00:26:52,960 --> 00:26:53,840 맞아 508 00:26:53,920 --> 00:26:56,160 그 녀석이 죽은 걸 계속 까먹네 509 00:26:56,240 --> 00:26:57,880 머리에 입력이 안 돼 510 00:26:58,400 --> 00:27:00,640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511 00:27:00,720 --> 00:27:03,480 네 덕에 좋은 시간을 경험했다는 거지 512 00:27:03,560 --> 00:27:06,680 알아, 그냥 내가 널 좀 더 보호해 주거나 513 00:27:06,760 --> 00:27:08,480 보답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어 514 00:27:08,560 --> 00:27:11,240 너도 내가 목 졸릴 때 구해줬잖아 515 00:27:11,320 --> 00:27:14,760 난 평생 누가 날 보호해 주길 바란 적 없어 516 00:27:14,840 --> 00:27:17,360 너 싸움 잘하는 터프한 남자들 좋아했잖아 517 00:27:17,440 --> 00:27:18,640 솔직히 말해서 518 00:27:18,720 --> 00:27:20,720 그런 남자들을 이길 수가 없더라 519 00:27:21,320 --> 00:27:23,080 하여간 바보 같긴 520 00:27:23,160 --> 00:27:25,360 난 나 좋다는 사람을 좋아한 거야 521 00:27:25,440 --> 00:27:27,800 날 원하는 게 확실한 사람 522 00:27:27,880 --> 00:27:29,960 너한테는 늘 내가 다가가야 했거든 523 00:27:30,040 --> 00:27:32,000 넌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서 절대 먼저 안 나섰잖아 524 00:27:32,080 --> 00:27:33,560 다른 사람들은 그걸 이해 못 해서 525 00:27:33,640 --> 00:27:35,840 바보처럼 보일 위험을 감수하거든 526 00:27:35,920 --> 00:27:36,840 난 말하고 싶었죠 527 00:27:36,920 --> 00:27:39,600 '아니야, 난 너만 돌아오면' 528 00:27:39,680 --> 00:27:40,960 '다 내팽개칠 준비가 돼있었어' 529 00:27:41,040 --> 00:27:42,560 그때 아르마딜로가 530 00:27:42,640 --> 00:27:44,480 내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어요 531 00:27:44,560 --> 00:27:45,760 대답하지 마, 영상이 있어 532 00:27:45,840 --> 00:27:48,640 죄송합니다 질의를 잠시 중단해 주세요 533 00:27:54,600 --> 00:27:55,840 상관없어, 제로 534 00:27:55,920 --> 00:27:58,240 지금은 그런 얘기 할 때도 아니고 535 00:28:19,800 --> 00:28:22,160 어떻게 됐어? 한다던 건 했어? 536 00:28:24,040 --> 00:28:27,240 응, 어떤 할아버지가 안 비켜서 좀 걸렸어 537 00:28:27,320 --> 00:28:30,960 무슨 예의의 수호자처럼 계속 그 자리에 있더라고 538 00:28:32,120 --> 00:28:35,800 사실 그 글귀 때문에 항상 불안했어 539 00:28:35,880 --> 00:28:37,920 꼭 종신형 같았거든 540 00:28:40,400 --> 00:28:41,480 지금 게 더 좋아 541 00:28:48,760 --> 00:28:53,680 "영원히 혜성처럼 있어도 될까?" 542 00:29:07,160 --> 00:29:10,760 "그라치에 로마 고속도로" 543 00:29:36,880 --> 00:29:39,200 그 후로 며칠간은 이상하게 시간이 멈춘 듯했어요 544 00:29:39,280 --> 00:29:41,040 통화 기록도 있고 545 00:29:41,120 --> 00:29:42,320 스메랄다의 오빠들도 있고 546 00:29:42,400 --> 00:29:45,200 우리가 조심성 없이 내뱉은 말도 많은데 547 00:29:45,280 --> 00:29:48,800 정말 우리를 조사하러 아무도 안 올까요? 548 00:29:48,880 --> 00:29:50,920 그런데 정말 아무도 안 왔어요 549 00:29:51,000 --> 00:29:53,960 평생 횡포를 부렸던 전설의 파투르니아 550 00:29:54,040 --> 00:29:57,040 적어도 3세대의 아이들에게 악몽이었던 인물은 551 00:29:57,120 --> 00:30:00,440 '로마 뉴스' 한쪽 면에 오타 난 이름으로 실렸고 552 00:30:00,520 --> 00:30:02,160 삐뚤어진 글씨로 벽에 남았죠 553 00:30:02,240 --> 00:30:05,000 처음에 거길 지나갈 때는 화가 났어요 554 00:30:05,080 --> 00:30:06,120 '리더는 개뿔' 그랬죠 555 00:30:06,200 --> 00:30:07,320 "안녕, 마시모 훌륭한 리더!" 556 00:30:07,400 --> 00:30:10,160 여자들 폭행하고 애들 괴롭힌 놈이니까요 557 00:30:10,240 --> 00:30:13,760 하지만 로마 거리 이름에 쓰인 정치인들이나 전사들은 558 00:30:13,840 --> 00:30:14,680 "바바 베카리스가" 559 00:30:14,760 --> 00:30:16,280 전부 사람들한테 폭탄을 던지고 560 00:30:16,360 --> 00:30:19,360 가족들, 남녀, 아이들을 죽인 사람들이지만 561 00:30:19,440 --> 00:30:21,640 그 사람들 명판을 아무도 떼지 않죠 562 00:30:21,720 --> 00:30:24,960 파투르니아 이름만 없애면 좀 차별적이니까 563 00:30:25,040 --> 00:30:27,440 그냥 낙서를 그대로 뒀어요 564 00:30:27,960 --> 00:30:30,440 그러다 우린 차츰 잊었고 565 00:30:30,520 --> 00:30:32,880 그 낙서는 거리의 풍경에 묻혀버렸죠 566 00:30:39,240 --> 00:30:41,040 우리를 위해서 한 게 아니라는 거 알아 567 00:30:41,120 --> 00:30:44,480 너 자신을 위해서 한 건지 어쩔 수 없었던 건지는 몰라 568 00:30:44,560 --> 00:30:45,960 하지만 네가 거기 있는 건 569 00:30:46,040 --> 00:30:48,960 의도가 아니라 사실만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야 570 00:30:49,640 --> 00:30:51,080 하지만 다른 사실도 있어 571 00:30:51,160 --> 00:30:55,240 재판에서 다루진 않았지만 똑같이 중요한 사실이지 572 00:30:55,320 --> 00:30:58,480 예를 들면 우리가 말 그대로 여기서 573 00:30:58,560 --> 00:31:01,440 계속 우리 삶을 살아가면서 574 00:31:01,520 --> 00:31:04,880 다투고 불안해하고 웃을 수 있는 건 575 00:31:04,960 --> 00:31:06,200 네 덕분이라는 거 576 00:31:06,280 --> 00:31:08,960 우린 네 덕에 계속 살아가지만 577 00:31:09,040 --> 00:31:10,440 넌 그 대가를 치르고 있어 578 00:31:10,520 --> 00:31:13,400 우린 그럴 자격도 없잖아 오히려 그 반대지 579 00:31:13,480 --> 00:31:15,440 그동안 너한테 해준 것도 없고 580 00:31:15,520 --> 00:31:17,760 너도 우리한테 빚진 게 없는데 581 00:31:17,840 --> 00:31:19,600 넌 우리한테 모든 걸 줬어 582 00:31:22,840 --> 00:31:25,600 우리 할머니는 평생 성녀 루치아께 감사하셨어 583 00:31:25,680 --> 00:31:28,640 출산 중에 죽을 뻔했는데 성녀님이 살려줬다고 믿으셨지 584 00:31:28,720 --> 00:31:31,760 누구나 하늘에 자신만의 성인이 있다면서 585 00:31:31,840 --> 00:31:34,920 건강하게 살아있는 걸 매일 감사해야 한다고 586 00:31:35,000 --> 00:31:38,400 그때는 흘려들었는데 할머니 말씀이 맞았어 587 00:31:39,000 --> 00:31:42,240 하지만 우리의 성인은 하늘이 아니라 이 땅에 있어 588 00:31:42,320 --> 00:31:46,000 이 세상에서 가장 지옥 같은 곳에 589 00:31:56,600 --> 00:31:57,960 몬티니는 어때요? 590 00:31:58,040 --> 00:32:00,040 잘 있어, 지난번보다 낫네 591 00:32:00,120 --> 00:32:01,680 살도 좀 쪘고 592 00:32:02,400 --> 00:32:04,320 편지는 받았대요? 593 00:32:04,400 --> 00:32:05,920 응, 감동했다더라 594 00:32:06,000 --> 00:32:09,560 답장 쓰겠대, 네 주소 썼지? 595 00:32:09,640 --> 00:32:11,160 네, 밑에 써놨어요 596 00:32:12,360 --> 00:32:13,720 사진은 주셨어요? 597 00:32:13,800 --> 00:32:15,000 응, 너한테 고맙대 598 00:32:15,080 --> 00:32:17,640 걔가 그걸 제일 걱정했거든 599 00:32:19,520 --> 00:32:22,000 나 혼자서는 못 키우는 거 아니까 600 00:32:22,080 --> 00:32:23,920 그래도 너랑 잘 있으니 좋지 601 00:32:29,480 --> 00:32:32,440 너도 멀리 가는데 태워다 줘서 고맙다 602 00:32:32,520 --> 00:32:33,840 아니에요, 시간 있어요 603 00:32:33,920 --> 00:32:36,240 금방 올 거고요 사흘 후에 돌아와요 604 00:32:36,320 --> 00:32:37,680 저 돌아오면 얘기할까요? 605 00:32:37,760 --> 00:32:40,640 그래, 조심하면서 여행 다녀 606 00:32:40,720 --> 00:32:42,200 틈틈이 쉬기도 하고 607 00:32:42,280 --> 00:32:43,560 안녕, 줄리오 608 00:32:43,640 --> 00:32:45,880 - 뭐 하나 여쭤봐도 돼요? - 그래 609 00:32:45,960 --> 00:32:47,640 얘 이름이 왜 줄리오예요? 610 00:32:47,720 --> 00:32:49,240 흔한 개 이름은 아닌데 611 00:32:49,840 --> 00:32:50,760 잘 봐 612 00:32:53,320 --> 00:32:54,640 누구 닮았어? 613 00:32:54,720 --> 00:32:56,120 잘 모르겠는데요 614 00:32:56,200 --> 00:33:00,280 이탈리아 정치인 중에 최고의 미남을 닮았잖아! 615 00:33:00,360 --> 00:33:04,160 글쎄요, 루텔리인가? 잘생기긴 했는데 이름이… 616 00:33:04,240 --> 00:33:06,600 줄리오 안드레오티! 617 00:33:06,680 --> 00:33:08,080 총리님? 618 00:33:08,680 --> 00:33:10,600 총리님! 619 00:33:24,720 --> 00:33:27,640 그 꼴통 설득 못 했지? 620 00:33:28,160 --> 00:33:29,440 방법이 없더라 621 00:33:30,560 --> 00:33:32,400 애가 있으니 어쩌겠어 622 00:33:32,480 --> 00:33:35,600 불쌍한 애 엄마한테 맡기고 사흘이나 집 비울 수 없겠지 623 00:33:35,680 --> 00:33:36,800 그러니까 624 00:33:36,880 --> 00:33:37,840 맞아요 625 00:33:37,920 --> 00:33:40,360 우린 늘 세코에 대해서는 626 00:33:40,440 --> 00:33:42,320 이런 거창한 이유를 찾아서 627 00:33:42,400 --> 00:33:44,480 그 녀석 행동을 합리화해요 628 00:33:44,560 --> 00:33:46,360 본인은 애 얘기 안 하는데 629 00:33:46,440 --> 00:33:48,720 우리 마음 편하려고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630 00:33:48,800 --> 00:33:49,720 "상습 결석 사유: 육아" 631 00:33:49,800 --> 00:33:53,440 사실 세코한테 다른 말도 했는데 632 00:33:53,520 --> 00:33:57,280 작별 인사 직전에 한 말은 사라한테 말하기 싫었어요 633 00:33:57,360 --> 00:33:59,280 우리도 이제 마흔이니까 634 00:33:59,360 --> 00:34:02,840 성숙한 어른답게 터놓고 얘기하자 싶어서 635 00:34:02,920 --> 00:34:04,040 이렇게 말했거든요 636 00:34:04,120 --> 00:34:07,120 넌 나쁜 새끼야 애 낳아서 다 망쳤어 637 00:34:07,200 --> 00:34:11,200 이제 아무것도 같이 못 하잖아 네가 우리 우정을 박살 냈다고 638 00:34:11,280 --> 00:34:12,840 세코도 유치하게 대답했어요 639 00:34:12,920 --> 00:34:14,160 왜 나한테 지랄이야? 640 00:34:14,240 --> 00:34:17,280 네가 먼저 만화책이랑 넷플릭스 때문에 바빴잖아 641 00:34:17,360 --> 00:34:18,840 우정을 박살 낸 건 너지 642 00:34:18,920 --> 00:34:21,320 내가 애 생겨서 달라진 건 없어 643 00:34:21,920 --> 00:34:25,480 참고로 이건 원망하거나 서운해하는 말투가 아니에요 644 00:34:25,560 --> 00:34:27,840 세코의 무미건조한 원래 말투죠 645 00:34:31,640 --> 00:34:34,480 하지만 그 말에 작은 틈이 열렸고 646 00:34:34,560 --> 00:34:36,600 그 사이로 몇 년 동안 647 00:34:36,680 --> 00:34:40,200 일에 매여 정신없던 내 모습이 보였어요 648 00:34:40,280 --> 00:34:43,200 - 좋은 일, 나쁜 일 전부요 - 코바니 날씨는 어땠나요? 649 00:34:43,280 --> 00:34:46,600 그리고 그 자리에 세코는 전혀 없었죠 650 00:34:47,280 --> 00:34:49,920 내 오랜 친구들은 하나도 없었어요 651 00:34:50,000 --> 00:34:53,440 나에게는 친구들한테 내줄 시간과 여유가 없었으니까요 652 00:34:53,520 --> 00:34:56,640 아니면 이게 내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한 653 00:34:56,720 --> 00:34:59,680 거창한 변명일지도 모르죠 654 00:34:59,760 --> 00:35:01,000 그리고 궁금했어요 655 00:35:01,080 --> 00:35:05,200 우리가 소원해진 사이에 세코는 뭘 하고 있었을까요? 656 00:35:05,280 --> 00:35:07,440 물론 안 봐도 뻔해요 657 00:35:07,520 --> 00:35:08,720 포커를 쳤겠죠 658 00:35:08,800 --> 00:35:10,880 섹스도 했으니까 아이가 생겼을 거고요 659 00:35:10,960 --> 00:35:13,520 하지만 그 온갖 생각 뒤에 숨겨진 660 00:35:13,600 --> 00:35:15,360 끔찍한 사실을 언뜻 깨달았고 661 00:35:15,440 --> 00:35:17,600 나의 견고한 합리화 시스템이 662 00:35:17,680 --> 00:35:20,480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어요 663 00:35:21,440 --> 00:35:23,160 먹구름이 보이면 잠시 멈추고 664 00:35:23,240 --> 00:35:25,760 그걸 분석하고 파헤치고 들여다봐 665 00:35:25,840 --> 00:35:28,920 저런 먹구름은 너의 내면을 보여주거든 666 00:35:29,400 --> 00:35:30,800 그렇게 성장하는 거야 667 00:35:30,880 --> 00:35:33,440 네 문제를 인정하고 남한테 말할 수 있을 만큼 668 00:35:33,520 --> 00:35:35,240 성숙해졌을 때 말이지 669 00:35:36,800 --> 00:35:38,720 그래서 용기를 내 말했죠 670 00:35:38,800 --> 00:35:40,440 지랄 말고 꺼져! 671 00:35:40,520 --> 00:35:41,520 잘했어 672 00:35:42,200 --> 00:35:43,240 너나 꺼져 673 00:35:43,320 --> 00:35:44,480 너랑 네 엄마도 674 00:36:05,920 --> 00:36:09,280 그나저나 넌 어떻게 지내는 거야? 675 00:36:09,360 --> 00:36:10,400 잘 지내 676 00:36:10,480 --> 00:36:12,240 근데 엄마랑 사는 게 쉽진 않아 677 00:36:12,320 --> 00:36:14,800 요만큼만 선 넘으면 뉴스에 나갈 것 같거든 678 00:36:14,880 --> 00:36:16,680 스텔라랑 살 때도 잘 버텼잖아 679 00:36:16,760 --> 00:36:18,120 나 50유로 잃었다 680 00:36:18,200 --> 00:36:20,120 너희가 일주일 안에 화해한다는 데 걸었거든 681 00:36:20,200 --> 00:36:21,040 "세코: 돈 내놔" 682 00:36:21,120 --> 00:36:23,200 나도 돈 걸었는데 잃었어 683 00:36:23,280 --> 00:36:26,000 6개월 지났으니까 이제 악순환을 끊었네 684 00:36:28,440 --> 00:36:30,640 끊기는 무슨 685 00:36:30,720 --> 00:36:33,040 아무래도 내 머리가 문제인가 봐 686 00:36:33,120 --> 00:36:34,680 6개월이나 연락을 안 했는데 687 00:36:34,760 --> 00:36:37,760 아직도 마음 한편으로는 헤어졌다는 생각이 안 들어 688 00:36:37,840 --> 00:36:40,920 그냥 당분간 시간을 갖고 689 00:36:41,000 --> 00:36:42,520 연락을 안 하는 것만 같아 690 00:36:42,600 --> 00:36:44,640 근데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691 00:36:44,720 --> 00:36:47,680 스텔라한테 말하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어 692 00:36:48,200 --> 00:36:50,160 처음에는 그러는 게 정상이겠지 693 00:36:50,240 --> 00:36:52,240 모든 일을 머리에 저장해 놓고 694 00:36:52,320 --> 00:36:54,840 업데이트까지 하는 게 정상인가? 695 00:36:54,920 --> 00:36:58,120 스텔라를 다시 만나면 하나도 안 빼놓고 696 00:36:58,200 --> 00:36:59,720 다 말해주고 싶거든 697 00:36:59,800 --> 00:37:01,240 그건 잘 모르겠지만 698 00:37:01,320 --> 00:37:03,520 연락 안 하는 건 잘하는 거야 699 00:37:03,600 --> 00:37:05,920 난 밤마다 거울을 보면서 말해 700 00:37:06,000 --> 00:37:08,000 '잘했어, 오늘도 잘 참았어' 701 00:37:08,080 --> 00:37:09,480 무슨 약쟁이처럼 702 00:37:09,560 --> 00:37:11,280 근데 걔 생각은 항상 해 703 00:37:11,360 --> 00:37:14,640 안 쓸 때도 돌아가는 백그라운드 앱 같다니까 704 00:37:14,720 --> 00:37:16,440 최악이 뭔지 알아? 705 00:37:16,520 --> 00:37:18,760 아니, 지금도 충분히 심각한 것 같은데 706 00:37:18,840 --> 00:37:20,240 별로 알고 싶지 않다 707 00:37:20,320 --> 00:37:22,720 다 나한테 달렸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708 00:37:22,800 --> 00:37:24,520 언젠가 내가 전화를 걸면 709 00:37:24,600 --> 00:37:27,080 스텔라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710 00:37:27,160 --> 00:37:30,760 걔가 자기 인생을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을 안 해 711 00:37:30,840 --> 00:37:33,240 다른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갖고… 712 00:37:34,360 --> 00:37:36,200 지금은 그런 생각 하지 말자 713 00:37:36,280 --> 00:37:39,440 어차피 나라에서 입양 허가 안 나올 거야 714 00:37:39,520 --> 00:37:40,560 진짜? 715 00:37:40,640 --> 00:37:44,400 내 전 여친의 행복을 막아줄 파시스트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716 00:38:08,800 --> 00:38:10,920 너무 장거리 여행인데 얘 괜찮나? 717 00:38:11,000 --> 00:38:12,520 얘는 걷지도 않았잖아 718 00:38:12,600 --> 00:38:14,520 먹고 싸기만 했고 719 00:38:14,600 --> 00:38:15,840 이제 잘 거야 720 00:38:15,920 --> 00:38:17,240 얘도 자기 삶이 있어 721 00:38:46,480 --> 00:38:50,240 20m 후에 목적지가 왼쪽에 있습니다 722 00:38:54,960 --> 00:38:56,400 "토르티야 2유로" 723 00:39:12,920 --> 00:39:14,920 세코한테 사진 보내 724 00:39:15,440 --> 00:39:17,320 잠깐만, 동영상 찍을게 725 00:39:17,400 --> 00:39:19,320 이 나쁜 새끼, 너도 좀 오지! 726 00:39:19,400 --> 00:39:21,520 그 자식이 잘도 오겠다 727 00:39:21,600 --> 00:39:24,320 자기야, 맥주 하나만 더 갖다줄래? 728 00:39:25,640 --> 00:39:26,560 어때? 729 00:39:26,640 --> 00:39:28,800 누가 너 찾으러 안 왔지? 730 00:39:28,880 --> 00:39:31,920 아침마다 오늘 올까 봐 걱정하고 731 00:39:32,000 --> 00:39:34,800 밤마다 오늘 안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732 00:39:34,880 --> 00:39:38,080 차라리 오는 게 낫겠어 이렇게 마음 졸이면서 사느니… 733 00:39:38,160 --> 00:39:41,600 녹음 중이니까 그놈들 오면 틀어줄게 734 00:39:41,680 --> 00:39:44,120 '손톱 뽑기 전에 잠깐만 기다려 줄래요?' 735 00:39:44,200 --> 00:39:46,440 '녹음한 거 들려주려고요' 736 00:39:46,520 --> 00:39:47,440 차라리 오는 게 낫겠어 737 00:39:47,520 --> 00:39:50,360 그 얘기는 됐고 스메랄다랑은 어때? 738 00:39:50,440 --> 00:39:51,680 스메랄다가 뭐? 739 00:39:51,760 --> 00:39:52,720 왜 이러셔 740 00:39:52,800 --> 00:39:55,080 너 섹스 좀 하라고 누구는 감옥까지 갔는데 741 00:39:55,160 --> 00:39:56,560 시간 낭비를 하네 742 00:39:56,640 --> 00:39:58,240 꺼져, 이 자식아 743 00:39:58,320 --> 00:40:00,800 진짜야? 다시 안 만났어? 744 00:40:02,520 --> 00:40:05,120 데보라 어린이를 찾습니다 745 00:40:05,200 --> 00:40:09,280 우고 할아버지가 조 스핏 앞에서 손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746 00:40:09,360 --> 00:40:11,560 데보라 어린이를 찾습니다 747 00:40:11,640 --> 00:40:14,840 우고 할아버지가 조 스핏 앞에서 손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748 00:40:20,160 --> 00:40:21,560 줄리오! 749 00:40:21,640 --> 00:40:24,520 어허, 다른 개랑 싸우지 마! 750 00:40:24,600 --> 00:40:26,160 너 개 키워? 751 00:40:26,240 --> 00:40:28,040 세계 종말이라도 왔나? 752 00:40:28,120 --> 00:40:30,080 어라, 멍텅구리잖아! 753 00:40:30,160 --> 00:40:31,360 줄리오, 그만해! 754 00:40:31,440 --> 00:40:33,120 스키오코, 하지 마! 755 00:40:33,200 --> 00:40:36,320 그 불쌍한 게 무슨 죄를 지어서 네 개가 된 거야? 756 00:40:36,400 --> 00:40:38,400 전생에 프리프케였나? 757 00:40:38,480 --> 00:40:40,840 - 누구? - 프리프케, 나치 말이야 758 00:40:40,920 --> 00:40:42,560 아르데아티네 학살범 있잖아 759 00:40:42,640 --> 00:40:45,080 너답지 않게 공산주의의 기본을 모르네 760 00:40:45,160 --> 00:40:47,680 얘 짖는 소리 때문에 안 들려! 761 00:40:47,760 --> 00:40:49,120 어떻게 지내? 762 00:40:49,200 --> 00:40:52,120 - 잘 지내지 - 염병할 763 00:40:52,200 --> 00:40:55,240 너무 뭐라고 하지 마 금방 진정할 거야 764 00:40:55,320 --> 00:40:57,760 아니, 너한테 한 말이야 765 00:40:57,840 --> 00:41:00,840 '잘 지내지'라니? 잘난 척이 심하네 766 00:41:00,920 --> 00:41:04,160 난 잘 못 지낼 수도 있는데 그렇게 엔도르핀을 뿜어야겠어? 767 00:41:04,240 --> 00:41:05,880 너 요즘 안 좋아? 768 00:41:05,960 --> 00:41:08,600 몰라, 그냥 한 말이야 769 00:41:08,680 --> 00:41:11,480 그럼 내 엔도르핀 맞고 괜히 심통 부리지 마 770 00:41:11,560 --> 00:41:13,960 걔가 너 닮아서 그렇게 짖나 보다 771 00:41:14,040 --> 00:41:17,240 이렇게 말하는 건가 봐 '아빠, 나도 심통 부릴 수 있어' 772 00:41:17,320 --> 00:41:19,680 징그럽게 무슨 '아빠'야? 773 00:41:19,760 --> 00:41:21,920 됐다, 이제 안 짖네 774 00:41:22,000 --> 00:41:23,640 다시 해볼까? 775 00:41:33,160 --> 00:41:34,080 줄리오! 776 00:41:34,160 --> 00:41:35,080 줄리오, 이리 와! 777 00:41:35,160 --> 00:41:37,800 스키오코, 그만해! 778 00:41:38,760 --> 00:41:39,800 안 되겠다 779 00:41:39,880 --> 00:41:40,920 원수가 따로 없네 780 00:41:41,000 --> 00:41:43,200 싸움 붙일 거 아니면 가야겠어 781 00:41:43,840 --> 00:41:46,720 쇼핑몰 말고 공원 가서 뛰어놀게 하지 782 00:41:46,800 --> 00:41:48,320 뭔 상관이에요? 783 00:41:48,400 --> 00:41:51,200 부처 닮은 당신 애나 공원에 데려가요 784 00:41:53,360 --> 00:41:55,160 - 저거 예쁘지? - 응 785 00:41:55,680 --> 00:41:57,520 나중에 개들 집에 두고 한번 보자 786 00:41:58,120 --> 00:42:01,760 만나지도 않을 거면서 빈말은 787 00:42:01,840 --> 00:42:04,440 이번에는 꼭 만나자, 약속해 788 00:42:04,520 --> 00:42:07,080 맨날 약속만 하잖아 789 00:42:07,160 --> 00:42:08,960 진짜 약속한다니까! 790 00:42:09,040 --> 00:42:11,000 두고 봐, 깜짝 놀랄걸 791 00:42:11,080 --> 00:42:12,800 아빠, 이 책 읽어줘요 792 00:42:12,880 --> 00:42:15,640 아들, 아빠 중요한 얘기 중이야 793 00:42:15,720 --> 00:42:19,160 제로 삼촌이 여자랑 잤는지 듣고 나면 바로 읽어줄게 794 00:42:20,320 --> 00:42:21,600 뭐 읽어주는 거야? 795 00:42:21,680 --> 00:42:24,120 매일 밤 이것만 읽어줘 796 00:42:24,200 --> 00:42:26,560 그게 정상이라는데 말이 돼? 797 00:42:26,640 --> 00:42:28,880 어떻게 똑같은 이야기를 798 00:42:28,960 --> 00:42:30,480 맨날 듣고 싶어 하는 거야? 799 00:42:30,560 --> 00:42:32,400 '시계태엽 오렌지'의 루도비코 요법 같아! 800 00:42:32,480 --> 00:42:35,240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거나 광기가 들렸나 봐 801 00:42:35,840 --> 00:42:37,880 네가 좀 읽어줘 삼촌 노릇 한번 해라 802 00:42:39,200 --> 00:42:41,640 '아기 돼지 삼 형제'? 너 미쳤어? 803 00:42:41,720 --> 00:42:44,760 애들한테 부동산 투기를 가르치고 있네 804 00:42:45,360 --> 00:42:46,520 그 책 알아요? 805 00:42:46,600 --> 00:42:47,760 알지, 완전 구려 806 00:42:47,840 --> 00:42:50,240 똑똑한 돼지가 늑대랑 한통속이야 807 00:42:50,320 --> 00:42:53,640 생각해 봐, 히피 돼지 둘이 짚이랑 나무로 집을 지었는데 808 00:42:53,720 --> 00:42:55,400 늑대가 집을 부숴버려서 809 00:42:55,480 --> 00:42:58,840 돌로 집 짓는 부동산 업자 돼지한테 가잖아 810 00:42:58,920 --> 00:43:02,040 걔가 히피 돼지들한테 엄마 돈 날렸다고 비난하면서 811 00:43:02,120 --> 00:43:04,640 그 둘한테 집 팔아 번 돈을 늑대랑 반씩 나눠 갖지 812 00:43:04,720 --> 00:43:05,680 아니에요! 813 00:43:05,760 --> 00:43:08,720 지미는 신중해서 돌로 집 지은 거예요 814 00:43:08,800 --> 00:43:11,040 퍽이나, 정신 좀 차려! 815 00:43:11,120 --> 00:43:14,320 그림 형제 버전에서 걔 이름이 지미 칼타지로네야 816 00:43:14,400 --> 00:43:18,120 풍선 달린 집에 사는 노인을 길거리로 내쫓는 나쁜 놈이라고 817 00:43:19,680 --> 00:43:22,200 우리 집 부순 늑대가 818 00:43:22,280 --> 00:43:26,040 삼촌 집도 부숴서 여기 살러 온 거예요? 819 00:43:26,120 --> 00:43:28,360 이게 네 얘기라고 했어? 820 00:43:28,440 --> 00:43:29,600 크리스틴이 그랬지 821 00:43:29,680 --> 00:43:31,760 돼지 나오는 이야기에 감정 이입을 잘하거든 822 00:43:31,840 --> 00:43:33,640 돼지가 과소평가됐다나 823 00:43:33,720 --> 00:43:36,120 나도 공감해 롤 모델이 페파피그나 824 00:43:36,200 --> 00:43:38,440 꼬마 돼지 베이브밖에 없으니까 아쉽지 825 00:43:38,520 --> 00:43:40,040 '머펫 쇼'에 나오는 돼지랑 826 00:43:40,120 --> 00:43:42,360 쉿, 그 여자 얘기 꺼내면 크리스틴이랑 싸움 나 827 00:43:45,000 --> 00:43:46,160 어쨌든 아니야 828 00:43:46,240 --> 00:43:48,520 너희 보러 이 외딴곳까지 온 거지 829 00:43:48,600 --> 00:43:50,440 난 집 있어, 이틀만 있다 갈 거야 830 00:43:50,520 --> 00:43:52,920 돌로 지은 집이에요? 831 00:43:53,000 --> 00:43:54,760 처음에는 생각했죠 '내가 어떻게 알아?' 832 00:43:54,840 --> 00:43:57,440 '80년대 건물이니까 콘크리트로 지었겠지' 833 00:43:57,520 --> 00:43:59,920 '측량 기사라도 되려고?' 834 00:44:00,000 --> 00:44:01,280 그러다 문득 깨달았어요 835 00:44:01,360 --> 00:44:03,720 아마 3살짜리 눈에는 836 00:44:03,800 --> 00:44:05,960 우리가 대단한 어른으로 보일지도 몰라요 837 00:44:06,040 --> 00:44:09,240 우리도 어릴 때 40살 어른을 그렇게 봤거든요 838 00:44:09,320 --> 00:44:11,600 꼭 돌로 지은 집에 살았을 것만 같았죠 839 00:44:11,680 --> 00:44:14,800 어른들이 돌처럼 단단해 보였어요 840 00:44:14,880 --> 00:44:16,160 얘도 그런가 봐요 841 00:44:16,240 --> 00:44:19,680 순진한 작은 소시지 같은 멧돼지 아들의 눈에는 842 00:44:19,760 --> 00:44:21,000 마치 우리가 843 00:44:21,080 --> 00:44:24,840 절대 흔들리지 않는 이스터섬의 석상 같겠죠 844 00:44:29,920 --> 00:44:32,640 우리의 실체를 알면 얼마나 충격받을까요? 845 00:44:32,720 --> 00:44:34,840 우린 조난당해 뿔뿔이 흩어졌어요 846 00:44:34,920 --> 00:44:38,560 도중에 잃어버린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아요 847 00:44:38,640 --> 00:44:40,000 물에 빠져 죽은 사람 848 00:44:40,080 --> 00:44:42,120 해안가로 헤엄쳐 가서 849 00:44:42,200 --> 00:44:46,800 밤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기어들어 850 00:44:46,880 --> 00:44:48,640 우주의 끝에 숨어버린 사람 851 00:44:58,360 --> 00:45:00,520 우리가 사는 집은 돌로 지은 것도 아니고 852 00:45:00,600 --> 00:45:02,280 짚으로 짓지도 않았어요 853 00:45:02,360 --> 00:45:06,000 우리가 오랜 세월 쌓아둔 수많은 쓰레기로 지은 집이죠 854 00:45:06,080 --> 00:45:09,200 썩은 나무, 철판, 찌꺼기를 855 00:45:09,280 --> 00:45:13,320 침과 자낙스로 붙여놓은 오물 덩어리예요 856 00:45:14,320 --> 00:45:16,000 갚을 수 없는 빚과 857 00:45:16,080 --> 00:45:19,760 아무도 지키지 않는 약속들로 지은 집이요 858 00:45:22,600 --> 00:45:23,800 그 안에 우리가 있어요 859 00:45:23,880 --> 00:45:25,920 그곳에서 혼자 웅크리고 860 00:45:26,000 --> 00:45:28,480 오늘 밤에 늑대가 찾아와서 861 00:45:28,560 --> 00:45:30,680 문을 부수지 않길 기도하고 있죠 862 00:45:33,200 --> 00:45:36,080 알았어요 그럼 나무로 만든 집이에요? 863 00:45:36,160 --> 00:45:37,240 잘 들어 864 00:45:37,320 --> 00:45:40,120 재료에 집착하지 마 그건 중요하지 않아 865 00:45:40,200 --> 00:45:42,680 다른 사람들이랑 가까이 사는 게 중요하지 866 00:45:42,760 --> 00:45:44,240 그럼 벽이 흔들려도 867 00:45:44,320 --> 00:45:46,440 옆집에 기댈 수 있거든 868 00:45:46,520 --> 00:45:49,480 우리 집 옆에는 아무도 없는데요 869 00:45:49,560 --> 00:45:51,120 아니야, 꼬맹아 870 00:45:51,200 --> 00:45:52,600 우리가 있잖아 871 00:45:52,680 --> 00:45:55,400 보이지 않을 때도 우린 너희 곁에 있어 872 00:45:55,480 --> 00:45:59,040 잠깐만 숨 고르고 나서 전부 다 바로잡을 거야 873 00:45:59,800 --> 00:46:01,240 약속하는 거죠? 874 00:46:02,760 --> 00:46:04,640 진짜 약속한다니까! 875 00:46:04,720 --> 00:46:06,560 두고 봐, 깜짝 놀랄걸 876 00:46:08,440 --> 00:46:10,640 내가 왜 너한테 뭐라고 못 하는지 알아? 877 00:46:10,720 --> 00:46:13,280 나도 그렇거든, 너랑 똑같아 878 00:46:13,880 --> 00:46:15,000 뭐가? 879 00:46:22,160 --> 00:46:24,440 대답은 못 들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요 880 00:46:27,600 --> 00:46:30,080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것 말이죠 881 00:46:30,160 --> 00:46:31,640 가슴 한편에 맺혀있는 것 882 00:46:32,520 --> 00:46:35,760 하나도 남김없이 완전히 떨쳐내서 883 00:46:35,840 --> 00:46:38,160 더는 상처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884 00:46:39,480 --> 00:46:42,040 또다시 나타나서 날 괴롭히는 것 885 00:46:48,000 --> 00:46:51,360 평생 동안 나를 수천 번 죽이는 그것 886 00:46:51,880 --> 00:46:54,640 그건 바로 이번에는 잘될 거라는 희망이에요 887 00:47:06,480 --> 00:47:08,080 "나 돌아가면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?" 888 00:47:35,760 --> 00:47:39,800 "잔돈 몇 푼 때문에" 889 00:47:45,320 --> 00:47:46,840 "머그 컵" 890 00:47:46,920 --> 00:47:48,080 "접시" 891 00:47:54,840 --> 00:47:56,120 카페 다시 열어요? 892 00:47:56,200 --> 00:47:57,880 원래 주인이 다시 해요? 893 00:48:00,800 --> 00:48:02,800 주인은 바뀌었습니다 894 00:50:59,160 --> 00:51:01,480 자막: 권민지