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2,000 --> 00:00:07,000 Downloaded from YTS.BZ 2 00:00:08,000 --> 00:00:13,000 Official YIFY movies site: YTS.BZ 3 00:00:45,840 --> 00:00:47,000 오늘은 금요일이에요 4 00:00:47,520 --> 00:00:49,480 조금 있으면 저녁 7시고요 5 00:00:50,000 --> 00:00:52,400 남편의 형과 누나가 곧 집으로 올 거예요 6 00:00:52,480 --> 00:00:55,640 가족 문제로 싸울 일이 있어서요 7 00:00:56,160 --> 00:00:59,280 훌리안 남매들이니 '싸운다'는 표현이 8 00:00:59,360 --> 00:01:02,080 의심의 여지 없이 제일 적절하죠 9 00:01:02,600 --> 00:01:05,280 이거 말고 지난주에 산 거로요 10 00:01:05,800 --> 00:01:07,400 치즈도요 11 00:01:07,920 --> 00:01:10,040 훌리안은 아무것도 사지 말랬는데 12 00:01:10,120 --> 00:01:12,240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 뭐라도 해야죠 13 00:01:12,760 --> 00:01:15,640 남편은 3남매 중 막내예요 첫째는 빅토르 14 00:01:15,720 --> 00:01:17,040 둘째는 나탈리아 15 00:01:17,120 --> 00:01:19,760 그리고 제 남편 훌리안이 있죠 16 00:01:20,720 --> 00:01:23,640 나탈리아가 아버지 일로 상의할 게 있다고 17 00:01:23,720 --> 00:01:25,240 꼭 모이자고 했어요 18 00:01:25,760 --> 00:01:28,200 저희 시아버지는 올해 89세고 19 00:01:28,280 --> 00:01:29,120 사별하셨어요 20 00:01:29,200 --> 00:01:32,640 이젠 혼자 못 사신다는 나탈리아 말이 맞아요 21 00:01:32,720 --> 00:01:35,040 길을 잃는 횟수가 점점 늘거든요 22 00:01:35,560 --> 00:01:36,880 그리고 최근에는 23 00:01:36,960 --> 00:01:40,640 이웃 여성들에게 성기를 보여주는 나쁜 습관까지 생겼고요 24 00:01:41,840 --> 00:01:43,240 그거면 돼요, 얼마죠? 25 00:01:44,080 --> 00:01:48,000 나탈리아 말로는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26 00:01:48,080 --> 00:01:50,880 심각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대요 27 00:01:52,640 --> 00:01:55,080 빅토르는 조금 늦는다고 벌써 얘기했어요 28 00:01:55,160 --> 00:01:59,440 늘 그렇듯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나요 29 00:02:00,040 --> 00:02:02,160 마리사라는 아내가 있고 30 00:02:02,240 --> 00:02:04,920 둘 사이에는 4명의 자식과 2마리의 개가 있죠 31 00:02:05,960 --> 00:02:08,600 둘은 아주 어릴 때 대학교에서 만났어요 32 00:02:09,120 --> 00:02:12,280 끈질긴 구애 끝에 마침내 연인이 되었고 33 00:02:12,360 --> 00:02:15,560 어쩌다 보니 임신까지 했대요 34 00:02:16,640 --> 00:02:19,200 빅토르의 장인은 실력 있는 유명 변호사고 35 00:02:19,280 --> 00:02:22,080 빅토르도 이내 가족 로펌에서 일하게 됐죠 36 00:02:22,600 --> 00:02:27,080 그런데 지금까지도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요 37 00:02:29,240 --> 00:02:32,080 입만 살아 있는 허세 덩어리 38 00:02:32,160 --> 00:02:34,240 훌리안이 맨날 그렇게 불러요 39 00:02:35,240 --> 00:02:37,840 꿈도 못 꾸던 지위를 얻어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40 00:02:37,920 --> 00:02:42,040 아내가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다 하는 남자라나 41 00:02:45,200 --> 00:02:46,280 나탈리아는요 42 00:02:47,080 --> 00:02:50,280 오빠나 동생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에요 43 00:02:50,360 --> 00:02:52,760 진지하고 내성적이고 44 00:02:52,840 --> 00:02:55,760 강박적일 만큼 철저한 데다 진정한 완벽주의자죠 45 00:02:56,600 --> 00:03:00,680 존경받는 교수님인데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46 00:03:00,760 --> 00:03:02,320 바쁜 와중에 짬이 날 때면 47 00:03:02,400 --> 00:03:06,320 기사도 쓰고 수많은 언어의 글을 번역까지 해요 48 00:03:07,280 --> 00:03:09,240 나탈리아는 헤로니모와 결혼해서 49 00:03:09,320 --> 00:03:10,640 딸이 하나 있어요 50 00:03:10,720 --> 00:03:12,760 하지만 행복했던 적이 없죠 51 00:03:13,520 --> 00:03:15,680 헤로니모는 늘 바람을 피우고 52 00:03:15,760 --> 00:03:17,040 남들도 다 알아요 53 00:03:17,880 --> 00:03:21,960 다행히 나탈리아에게는 무척이나 각별한 친구가 있습니다 54 00:03:22,680 --> 00:03:25,680 어디든 같이 다니고 서로 잘 맞는 친구예요 55 00:03:26,480 --> 00:03:28,200 그 친구분은 싱글이고요 56 00:03:28,720 --> 00:03:30,120 다른 뜻이 있어서라기보단 57 00:03:30,200 --> 00:03:33,960 그냥 가끔은 나탈리아가 너무 뻣뻣하지 않고 58 00:03:34,040 --> 00:03:37,920 뭐랄까, 조금 풀어지면 좋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에요 59 00:03:39,480 --> 00:03:40,360 안녕히 가세요 60 00:03:41,440 --> 00:03:43,120 다 같이 모이는 일이 거의 없는데 61 00:03:43,200 --> 00:03:46,080 모일 때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62 00:03:46,160 --> 00:03:48,440 티격태격 싸우거든요 63 00:03:50,600 --> 00:03:51,720 전 외동딸이에요 64 00:03:52,240 --> 00:03:53,920 부모님은 돌아가셨고요 65 00:03:54,680 --> 00:03:56,320 이제 그분들이 제 가족이에요 66 00:03:56,840 --> 00:04:00,960 가족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왜냐하면 파트너는… 67 00:04:01,640 --> 00:04:04,000 파트너는 언제든지 떠날 수 있으니까요 68 00:04:04,520 --> 00:04:05,920 친구도 있다가 없다가 하고요 69 00:04:06,000 --> 00:04:10,280 그래도 가족과 형제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요 70 00:04:10,800 --> 00:04:12,760 엄청난 행운인데 그걸 모르네요 71 00:04:16,360 --> 00:04:19,960 "쉰세 번의 일요일" 72 00:04:24,040 --> 00:04:25,320 문에서 소리 났어요 73 00:04:25,400 --> 00:04:26,680 나 왔어! 74 00:04:26,760 --> 00:04:28,720 훌리안이에요, 이제 도착했네요 75 00:04:28,800 --> 00:04:31,120 분명 기억 안 나는 척할 거예요 76 00:04:33,360 --> 00:04:34,200 무슨 척을 해? 77 00:04:34,280 --> 00:04:35,840 아냐, 혼잣말이었어 78 00:04:36,520 --> 00:04:38,720 - 뭐 하느라 이렇게 늦었어? - 캐스팅 79 00:04:40,040 --> 00:04:41,880 - 말 안 했잖아 - 그랬지 80 00:04:41,960 --> 00:04:43,520 TV 드라마 캐스팅? 81 00:04:44,120 --> 00:04:45,760 아니, 광고 82 00:04:46,600 --> 00:04:49,400 광고도 TV에 나가는 거 아냐? 83 00:04:49,480 --> 00:04:50,920 그렇다고들 하지 84 00:04:51,440 --> 00:04:53,120 무슨 광고야? 85 00:04:54,480 --> 00:04:55,840 가스파초 86 00:04:56,720 --> 00:04:57,760 난 토마토 역할이야 87 00:04:59,400 --> 00:05:00,240 잘됐네 88 00:05:00,320 --> 00:05:02,000 난 샤워할게 89 00:05:02,600 --> 00:05:03,520 좋지 90 00:05:04,160 --> 00:05:06,440 빨리하고 나와 다들 곧 도착할 거야 91 00:05:13,040 --> 00:05:14,520 누가 곧 도착해? 92 00:05:14,600 --> 00:05:16,560 형이랑 누나 오기로 했잖아 93 00:05:17,160 --> 00:05:18,000 오늘? 94 00:05:18,520 --> 00:05:19,400 확실해? 95 00:05:19,480 --> 00:05:21,200 금요일이라며? 96 00:05:21,720 --> 00:05:22,760 오늘이 금요일이야 97 00:05:22,840 --> 00:05:24,760 잊고 싶었나 봐 98 00:05:24,840 --> 00:05:25,920 그런가 보네 99 00:05:27,800 --> 00:05:29,160 먹을 거 준비했어? 100 00:05:29,240 --> 00:05:31,120 응, 먹을 거 준비했지 101 00:05:31,200 --> 00:05:34,120 - 자기가 깜빡할 줄 알았으니까 - 무슨 뜻이야? 102 00:05:34,200 --> 00:05:36,320 아무 뜻 없어, 진정해 103 00:05:39,800 --> 00:05:40,840 알겠어 104 00:05:40,920 --> 00:05:42,120 근데 내 말은 105 00:05:42,200 --> 00:05:45,480 음식을 많이 준비할수록 더 오래 있으니까 그렇지 106 00:05:45,560 --> 00:05:47,880 응, 그래도 자주 오진 않잖아 107 00:05:52,240 --> 00:05:54,400 저는 간호사고 병원에서 일해요 108 00:05:54,480 --> 00:05:55,760 훌리안은 배우고요 109 00:05:55,840 --> 00:05:58,560 하지만 안타깝게도 운이 따라주질 않았죠 110 00:05:59,080 --> 00:06:01,560 젊었을 때는 TV와 연극 일도 몇 번 했는데 111 00:06:01,640 --> 00:06:04,760 크게 주목받은 적은 없었어요 112 00:06:05,520 --> 00:06:09,320 우리는 5년 전에 만났고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답니다 113 00:06:09,400 --> 00:06:10,600 저보단 남편이 특히요 114 00:06:11,120 --> 00:06:14,200 아이는 없고 이 집은 월세예요 115 00:06:14,280 --> 00:06:16,480 누나가 전화를 세 번이나 했는데 못 받았네 116 00:06:18,440 --> 00:06:20,440 응, 점심때 전화했길래 117 00:06:20,520 --> 00:06:22,560 자기 휴대폰으로 하라고 했어 118 00:06:22,640 --> 00:06:23,800 무슨 일이래? 119 00:06:23,880 --> 00:06:26,200 - 형이랑 얘기했나 물어보려고 - 형은 왜? 120 00:06:26,280 --> 00:06:28,000 전구 때문에 121 00:06:28,520 --> 00:06:29,440 무슨 전구? 122 00:06:29,520 --> 00:06:30,400 나도 모르지 123 00:06:30,920 --> 00:06:34,240 암튼 무지 중요한 일이라 휴대폰으로 한다고 했어 124 00:06:34,320 --> 00:06:36,800 전구가 중요해 봤자지 125 00:06:36,880 --> 00:06:38,200 말도 안 돼 126 00:06:39,520 --> 00:06:40,600 카롤리나 127 00:06:40,680 --> 00:06:41,640 응 128 00:06:42,600 --> 00:06:43,600 뭐 하는 거야? 129 00:06:43,680 --> 00:06:45,800 꽃을 좀 샀거든 130 00:06:46,440 --> 00:06:49,400 다른 꽃병이 없어서 이거 쓰려고 131 00:06:49,480 --> 00:06:51,840 - 벽장에 보관해 뒀던 거 - 숨겨둔 거지 132 00:06:52,600 --> 00:06:55,200 벽장 안에 숨겨둔 거야 그냥 보관이랑은 달라 133 00:06:55,280 --> 00:06:58,440 당신 형이 준 거잖아 마침 오늘 오니까… 134 00:06:58,520 --> 00:07:00,520 마침 오늘 오니까 뭐? 135 00:07:01,640 --> 00:07:03,040 샤워한다고 안 했어? 136 00:07:03,560 --> 00:07:05,720 전에 얘기했는데 기억 못 하나 보네 137 00:07:05,800 --> 00:07:08,800 난 그거 확 버리고 싶었는데 당신이 말려서 못 했어 138 00:07:08,880 --> 00:07:10,680 맞다, 그랬지 139 00:07:11,480 --> 00:07:14,800 - 그럼 꽃은 어디에 꽂아? -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? 140 00:07:14,880 --> 00:07:17,120 고양이 밥 줘야겠다 141 00:07:17,200 --> 00:07:18,200 카롤리나 142 00:07:18,280 --> 00:07:19,360 듣고 있어 143 00:07:19,440 --> 00:07:22,200 이 꽃병 꺼내려고 일부러 꽃 샀어? 144 00:07:22,280 --> 00:07:24,400 꽃이 예쁘니까 산 거지 145 00:07:24,480 --> 00:07:26,840 손님들 오면 보기에도 좋고 146 00:07:28,920 --> 00:07:32,480 내 형이랑 누나지 우리 손님이 아냐 147 00:07:32,560 --> 00:07:34,600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 없어 148 00:07:35,120 --> 00:07:36,320 오히려 그 반대지 149 00:07:37,400 --> 00:07:41,080 가족이란 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으면 150 00:07:41,160 --> 00:07:42,920 자기는 그냥 잠자코 있어 151 00:07:43,000 --> 00:07:44,840 - 뭐가 어떻게 돌아가? - 가족 관계 152 00:07:44,920 --> 00:07:48,520 - 이 꽃병은 모욕이야 - 그렇게까지 이상하진 않아 153 00:07:48,600 --> 00:07:51,840 이건 모욕이야 자기도 뻔히 알면서 그래 154 00:07:52,960 --> 00:07:56,320 못생기고 촌스럽고 허세만 가득해 155 00:07:56,960 --> 00:07:58,160 딱 우리 형처럼 156 00:08:00,800 --> 00:08:02,280 잊었나 본데 157 00:08:02,800 --> 00:08:04,840 이거 형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거야 158 00:08:05,520 --> 00:08:08,960 근데 알고 보니 백화점 사은품이었지 159 00:08:09,040 --> 00:08:10,240 캔 하나 따줄래? 160 00:08:10,320 --> 00:08:11,360 근데 형 생각에는 161 00:08:11,880 --> 00:08:14,920 멍청한 동생한테 선물할 게 필요하니까 162 00:08:15,000 --> 00:08:18,120 이 개떡 같은 꽃병을 주고 생색이나 내자 싶었던 거야 163 00:08:18,200 --> 00:08:19,280 무슨 캔? 164 00:08:19,360 --> 00:08:20,520 안초비 165 00:08:21,040 --> 00:08:22,720 그리고 이런 말 미안한데 166 00:08:22,800 --> 00:08:24,480 우리가 저 꽃병을 167 00:08:24,560 --> 00:08:27,000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168 00:08:27,080 --> 00:08:30,000 일부러 저렇게 놔둘 생각을 했다니 169 00:08:30,080 --> 00:08:31,320 난 그게 더 짜증 나 170 00:08:31,400 --> 00:08:33,760 진정해, 다른 데 두면 되잖아 171 00:08:33,840 --> 00:08:35,640 또 그러네, 나 괜찮아 172 00:08:36,160 --> 00:08:37,240 안 괜찮아 보여? 173 00:08:37,320 --> 00:08:39,080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174 00:08:39,600 --> 00:08:41,000 오늘 좋은 하루 보냈어? 175 00:08:41,520 --> 00:08:42,720 방금 전까지는 그랬지 176 00:08:49,920 --> 00:08:53,440 행동을 보여줄 때는 신중해야 하니까 하는 말이야 177 00:08:54,320 --> 00:08:58,640 당신은 좋은 뜻이겠지만 형은 다르게 볼 수도 있어 178 00:08:59,600 --> 00:09:02,520 그리고 형을 특별히 배려할 필요도 없고 179 00:09:02,600 --> 00:09:05,520 그냥 우리 형이잖아 총리가 아니라고, 알겠지? 180 00:09:05,600 --> 00:09:06,720 알다마다 181 00:09:08,120 --> 00:09:12,200 그리고 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식사까지 우리가 준비하잖아 182 00:09:12,720 --> 00:09:17,320 그것도 당연히 형이 여기서 하자고 해서 그렇고 183 00:09:17,920 --> 00:09:21,200 부자 동네에 있는 고급 저택에 우리 따위를 초대할 순 없잖아 184 00:09:21,280 --> 00:09:24,120 페르시안 깔개에 뭐 묻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185 00:09:24,720 --> 00:09:27,000 나 이제 진짜로 좀 긴장돼 186 00:09:27,080 --> 00:09:28,120 조금? 187 00:09:28,640 --> 00:09:29,960 어서 샤워해 188 00:09:44,480 --> 00:09:47,520 - 안초비로 뭐 할까? - 크래커 위에 올려줘 189 00:09:49,640 --> 00:09:53,680 - 몇 시에 오라고 했어? - 형한테는 8시라고 했어 190 00:09:54,200 --> 00:09:56,200 - 지금 8신데 - 알아 191 00:09:56,720 --> 00:10:00,040 형은 30분 늦게 올 거야 항상 그렇잖아 192 00:10:00,640 --> 00:10:03,800 형 부부처럼 자기들이 잘난 줄 아는 사람들은 193 00:10:04,320 --> 00:10:07,560 늦게 오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194 00:10:07,640 --> 00:10:09,320 누나는 정반대잖아 195 00:10:09,400 --> 00:10:11,640 그래서 누나한테는 9시에 오라고 했어 196 00:10:11,720 --> 00:10:14,800 - 왜 그랬는지 궁금해? - 궁금해 죽겠다 197 00:10:15,920 --> 00:10:19,320 왜냐하면 누나는 30분 일찍 올 테니까 198 00:10:19,400 --> 00:10:23,840 그럼 둘이 8시 30분 정각에 현관 앞에서 마주치겠지 199 00:10:23,920 --> 00:10:26,360 둘이 같이 오면 나 귀찮게 할 일 없잖아 200 00:10:28,000 --> 00:10:31,120 형제가 있다는 건 엄청 피곤한 일이야 201 00:10:31,200 --> 00:10:32,560 자기는 모르겠구나 202 00:10:32,640 --> 00:10:35,360 누나가 일찍 오는 건 도와주고 싶어서잖아 203 00:10:35,440 --> 00:10:38,640 아니지, 일찍 오면 귀찮기만 하지 204 00:10:39,160 --> 00:10:40,360 근데, 뭐 205 00:10:40,880 --> 00:10:43,800 누나는 항상 모든 일에 관여해야 하고 206 00:10:43,880 --> 00:10:46,040 직접 챙기지 않으면 큰일 나는 사람이니… 207 00:10:46,760 --> 00:10:48,120 오늘 이 자리도 그래 208 00:10:49,080 --> 00:10:51,960 아빠가 잠깐 정신 팔려서 버스 잘못 타는 바람에 209 00:10:52,040 --> 00:10:54,600 콜메나르 데 오레하까지 가서 데려오긴 했지 210 00:10:55,360 --> 00:10:56,280 근데 뭐? 211 00:10:56,800 --> 00:10:59,240 그렇다고 요양원에 보내버려? 212 00:10:59,320 --> 00:11:02,080 그리고 또… 그거 있잖아 213 00:11:02,680 --> 00:11:03,520 말해, 자기야 214 00:11:03,600 --> 00:11:07,320 아빠가 거시기 좀 내놓겠다면 그냥 그러라고 해 215 00:11:07,400 --> 00:11:08,320 그게 뭐 어때? 216 00:11:09,440 --> 00:11:11,480 - 그래 - 어차피 곧 가실 분이야 217 00:11:11,560 --> 00:11:14,240 남자들은 다 그래 그게 잘못은 아니지 218 00:11:14,320 --> 00:11:15,320 그럼 219 00:11:15,960 --> 00:11:19,400 내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지만 이 얘기는 나중에 하자 220 00:11:19,480 --> 00:11:20,840 손님 없을 때 221 00:11:26,360 --> 00:11:27,480 누나 222 00:11:28,680 --> 00:11:29,600 응 223 00:11:31,040 --> 00:11:33,040 아냐, 아무것도 안 가져와도 돼 224 00:11:33,560 --> 00:11:35,200 오래 안 걸릴 텐데, 뭐 225 00:11:36,000 --> 00:11:37,080 어디야? 226 00:11:39,200 --> 00:11:40,120 뭐? 227 00:11:41,600 --> 00:11:44,440 오늘 만나기로 한 게 아니었어? 228 00:11:45,560 --> 00:11:47,280 내일, 토요일이구나 229 00:11:47,960 --> 00:11:49,200 아니… 230 00:11:49,760 --> 00:11:50,800 걱정하지 마 231 00:11:50,880 --> 00:11:53,240 아냐, 내가 착각했나 봐 232 00:11:53,880 --> 00:11:55,800 그래, 걱정하지 말래도 233 00:11:55,880 --> 00:11:58,680 안초비는 다시 캔에 넣으면 돼 그뿐이야 234 00:11:59,640 --> 00:12:00,760 농담이지 235 00:12:01,600 --> 00:12:04,240 알았어, 내일 8시 30분에 봐 236 00:12:04,760 --> 00:12:06,880 아니, 9시에 봐 237 00:12:07,400 --> 00:12:08,440 9시에 와 238 00:12:08,960 --> 00:12:09,800 끊어 239 00:12:10,320 --> 00:12:11,240 안녕 240 00:12:16,320 --> 00:12:19,200 솔직히 꽃병한테 좀 미안하네 241 00:12:19,840 --> 00:12:21,960 억지로 끌려 나와서 몸을 노출했잖아 242 00:12:32,760 --> 00:12:34,560 이번에는 다섯 243 00:12:34,640 --> 00:12:39,000 하나, 둘, 셋, 넷, 다섯 244 00:12:42,040 --> 00:12:45,960 오늘은 토요일이에요 곧 7시고요, 또요 245 00:12:46,720 --> 00:12:49,680 오늘은 훌리안이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아서 246 00:12:50,200 --> 00:12:52,000 모임을 취소하려고 했어요 247 00:12:52,600 --> 00:12:54,840 어제의 오해는 자기 실수가 아니라 248 00:12:54,920 --> 00:12:57,000 형이랑 누나 때문이라고 믿거든요 249 00:12:57,080 --> 00:12:58,800 훌리안에게 얘기 안 하고 250 00:12:58,880 --> 00:13:00,800 자기들끼리 바꾼 적이 종종 있었나 봐요 251 00:13:02,640 --> 00:13:05,560 훌리안 말로는 어릴 때부터 그랬고 252 00:13:05,640 --> 00:13:09,960 그게 다 동생을 무시해서 그러는 거래요 253 00:13:10,040 --> 00:13:12,960 다행히 점심 먹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져서 254 00:13:13,040 --> 00:13:15,560 원래대로 오늘 모임을 하겠다고 했죠 255 00:13:15,640 --> 00:13:16,880 나탈리아 256 00:13:17,440 --> 00:13:20,000 - 늘 이렇게 칼 같다니까 - 도와주려고 일찍 왔어 257 00:13:20,080 --> 00:13:21,040 알죠 258 00:13:21,840 --> 00:13:23,360 - 잘 지냈어요? - 물론이지 259 00:13:24,920 --> 00:13:25,760 들어와요 260 00:13:27,840 --> 00:13:28,760 훌리안 261 00:13:29,280 --> 00:13:30,600 누나 262 00:13:31,360 --> 00:13:34,600 초인종 눌렀는데 문을 안 열더라 263 00:13:35,280 --> 00:13:38,080 긴장 풀기 연습 중이었거든 264 00:13:38,160 --> 00:13:39,880 손님 올 때마다 하는 거야 265 00:13:41,280 --> 00:13:43,800 - 오빠는 왔어? - 아니, 이상하네 266 00:13:43,880 --> 00:13:45,800 난 둘이 같이 올 줄 알았는데 267 00:13:46,320 --> 00:13:48,320 내가 계산을 잘못했나 봐 268 00:13:48,920 --> 00:13:51,240 - 뭐라고? - 아니에요, 신경 쓰지 마세요 269 00:13:51,320 --> 00:13:53,320 - 금방 올게 - 어디 가는데? 270 00:13:53,400 --> 00:13:56,400 가게에, 고양이 사료 사러 271 00:13:56,960 --> 00:13:58,760 - 같이 가자 - 네, 같이 다녀와요 272 00:13:58,840 --> 00:14:00,200 진심이야? 273 00:14:00,280 --> 00:14:02,680 벌써 싸울 필요 없잖아 274 00:14:02,760 --> 00:14:05,880 전 가서 좀 씻을게요 운동하고 바로 왔거든요 275 00:14:09,760 --> 00:14:10,600 먼저 나가 276 00:14:12,400 --> 00:14:15,080 - 어제 세 번이나 전화했어 - 응 277 00:14:15,160 --> 00:14:16,960 카롤한테 들었어 278 00:14:17,040 --> 00:14:19,440 전구 때문에 누나가 걱정이 많다나? 279 00:14:19,520 --> 00:14:20,960 그러게 말이야 280 00:14:21,040 --> 00:14:24,040 네 누나 극성인 거 너도 알지? 281 00:14:24,560 --> 00:14:26,440 - 화났어? - 조금 282 00:14:26,520 --> 00:14:30,720 - 왜 그래, 원래 화 안 내잖아 - 이제 조금씩 바뀌고 있어 283 00:14:30,800 --> 00:14:32,680 그럼 나한테 말했어야지 284 00:14:32,760 --> 00:14:35,280 네가 벌써 바꿨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285 00:14:35,920 --> 00:14:38,440 - 전구를? - 그래, 전구 말이야 286 00:14:38,520 --> 00:14:42,560 그렇구나, 근데 정확히 어떤 전구를 말하는 거야? 287 00:14:43,080 --> 00:14:45,400 - 아빠 집 화장실에 있는 거 - 그래 288 00:14:45,480 --> 00:14:46,960 오빠랑 통화 안 했어? 289 00:14:47,560 --> 00:14:48,640 오빠라니? 290 00:14:51,160 --> 00:14:52,680 화장실 전구가 깜빡거려 291 00:14:52,760 --> 00:14:53,640 깜빡거려? 292 00:14:53,720 --> 00:14:55,560 응, 아빠 말로는 깜빡깜빡 윙크한대 293 00:14:55,640 --> 00:14:56,840 뭘 해? 294 00:14:56,920 --> 00:14:59,800 윙크, 아빠가 그랬어 나갔다, 들어왔다 한대 295 00:14:59,880 --> 00:15:02,960 나한테 그거 바꿔달라고 한 지 한참 됐어 296 00:15:03,040 --> 00:15:05,120 이번 주 내로 부탁해, 훌리안 297 00:15:05,680 --> 00:15:06,920 알았어, 내가 할게 298 00:15:07,000 --> 00:15:08,800 걱정 마, 진정해 299 00:15:08,880 --> 00:15:10,000 나 괜찮은데 300 00:15:10,520 --> 00:15:11,520 안 괜찮아 보여? 301 00:15:11,600 --> 00:15:13,280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302 00:15:13,360 --> 00:15:16,680 '깜빡깜빡 윙크'를 해? 뭐 그런 말이 다 있어? 303 00:15:17,960 --> 00:15:20,360 며칠 전에 오빠한테도 말했어 304 00:15:20,440 --> 00:15:22,400 둘이 이미 얘기한 줄 알았지 305 00:15:22,480 --> 00:15:24,800 너한테 전화해서 시킨다고 했거든 306 00:15:27,800 --> 00:15:29,320 - 뭐? - 뭐가? 307 00:15:29,840 --> 00:15:32,720 방금 한 말 다시 해줄래? 308 00:15:33,960 --> 00:15:36,600 방금 한 말? 너한테 전화한다고 했다고 309 00:15:36,680 --> 00:15:38,760 그다음에 한 말 310 00:15:38,840 --> 00:15:40,920 너 시킨다고 311 00:15:41,440 --> 00:15:42,360 왜 나야? 312 00:15:42,440 --> 00:15:45,480 모르지, 훌리안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 313 00:15:45,560 --> 00:15:48,600 그야 그렇지만 왜 나야? 왜 형이 안 하고? 314 00:15:48,680 --> 00:15:49,960 청소 아줌마가 하셔도 되고 315 00:15:50,040 --> 00:15:52,480 그분이 아빠보다 나이가 더 많아, 훌리안 316 00:15:52,560 --> 00:15:55,560 사다리 올라가면 어지럽다고 하실걸? 오빠는… 317 00:15:56,160 --> 00:15:57,080 형이 뭐? 318 00:15:57,160 --> 00:15:59,640 너도 알다시피 바쁘잖아 319 00:15:59,720 --> 00:16:02,880 그래, 그렇지 320 00:16:03,400 --> 00:16:04,320 불쌍해라 321 00:16:08,520 --> 00:16:10,560 - 안녕하세요 - 안녕하세요 322 00:16:15,560 --> 00:16:17,040 말할 때 어땠어? 323 00:16:17,600 --> 00:16:18,600 뭐가? 324 00:16:18,680 --> 00:16:23,040 '깜빡깜빡 윙크'라고 할 때 어떤 말투로 말했냐고 325 00:16:23,120 --> 00:16:24,080 뭐라고 했어? 326 00:16:24,600 --> 00:16:27,920 '전구는 훌리안이 바꿀 거야' 327 00:16:28,440 --> 00:16:30,240 '딱히 할 일도 없잖아' 328 00:16:30,320 --> 00:16:32,120 전구 하나 갖고 뭘 그래? 329 00:16:32,200 --> 00:16:35,360 전구 갈기처럼 천한 일은 당연히 안 하려고 하겠지 330 00:16:35,440 --> 00:16:37,640 귀족은 그런 일 안 하니까 331 00:16:38,160 --> 00:16:39,840 내가 아직 돈도 안 갚았고 332 00:16:42,000 --> 00:16:44,320 - 아직 안 갚았어? - 들어가세요 333 00:16:44,840 --> 00:16:46,160 응, 그게 뭐? 334 00:16:46,240 --> 00:16:49,880 훌리안, 아빠 집 전구 하나 바꾸는 것뿐이잖아 335 00:16:49,960 --> 00:16:52,320 네가 시간이 될 것 같으니 그렇게 말했겠지 336 00:16:52,400 --> 00:16:54,520 물론이야 근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? 337 00:16:55,040 --> 00:16:57,720 왜냐하면 형한테 나는 우리 가족 집사고 338 00:16:57,800 --> 00:17:00,520 잡일에 심부름이나 하는 애니까 339 00:17:00,600 --> 00:17:02,160 전구 안 바꿀 거야 340 00:17:03,720 --> 00:17:04,840 뭐 하려고? 341 00:17:05,560 --> 00:17:06,760 열쇠 찾아 342 00:17:09,120 --> 00:17:09,960 그래서 343 00:17:10,680 --> 00:17:12,120 이제 어떡해? 344 00:17:12,200 --> 00:17:13,360 나도 몰라 345 00:17:13,880 --> 00:17:15,520 회의 안건에 올리든가 346 00:17:15,600 --> 00:17:19,640 1번은 아빠 똘똘이 그다음은 전구 교체 347 00:17:21,280 --> 00:17:23,000 그거 말고는 별일 없어? 348 00:17:23,080 --> 00:17:26,320 아주 좋아 자세히 얘기만 안 하면 다 좋지 349 00:17:26,400 --> 00:17:28,320 - 누나는? - 나 물 한 잔만 350 00:17:28,400 --> 00:17:30,360 약 먹어야 해 351 00:17:30,440 --> 00:17:31,880 그놈의 편두통 352 00:17:31,960 --> 00:17:33,000 그러게 353 00:17:34,960 --> 00:17:37,680 어머나, 꽃이 정말 예쁘네 354 00:17:38,200 --> 00:17:40,080 엄청, 완전 예뻐 355 00:17:40,160 --> 00:17:42,640 누가 안 사 가면 버려야 하니 356 00:17:43,160 --> 00:17:44,520 안타까운 일이지 357 00:17:44,600 --> 00:17:45,880 꽃병이랑 같이 팔더라 358 00:17:48,360 --> 00:17:49,360 고마워 359 00:17:53,560 --> 00:17:55,760 자, 난 뭐 할까? 360 00:17:55,840 --> 00:17:58,480 안초비를 크래커 위에 올려줘 361 00:17:58,560 --> 00:17:59,560 알겠어 362 00:18:03,920 --> 00:18:05,720 아직 그 얘기를 못 했네 363 00:18:06,720 --> 00:18:09,040 - 무슨 얘기? - 책은 마음에 들었어? 364 00:18:09,560 --> 00:18:10,520 책이라니? 365 00:18:11,600 --> 00:18:12,440 소설 말이야 366 00:18:13,400 --> 00:18:14,240 웬 소설? 367 00:18:15,200 --> 00:18:16,680 그거 있잖아 368 00:18:17,680 --> 00:18:18,720 오빠가 쓴 거 369 00:18:23,160 --> 00:18:24,640 형이 소설을 썼어? 370 00:18:25,240 --> 00:18:27,520 아빠 집에 세탁기도 새로 사야… 371 00:18:27,600 --> 00:18:29,080 - 누나 - 응? 372 00:18:30,280 --> 00:18:32,240 말 돌리지 말고 373 00:18:32,320 --> 00:18:34,040 - 눈치챘어? - 응, 조금 374 00:18:34,120 --> 00:18:35,880 너도 아는 줄 알았지 375 00:18:35,960 --> 00:18:36,840 괜찮아 376 00:18:36,920 --> 00:18:39,400 괜찮은 건 나도 알아 안 괜찮을 게 뭐야? 377 00:18:39,920 --> 00:18:43,840 오빠가 너한테 말했는데 까먹었을 거야, 네가 워낙… 378 00:18:44,360 --> 00:18:45,200 워낙 뭐? 379 00:18:45,880 --> 00:18:48,640 알잖아, 잘 까먹는 거 380 00:18:49,160 --> 00:18:51,560 너한테도 주겠지, 진정해 381 00:18:51,640 --> 00:18:53,080 나 괜찮아 382 00:18:53,600 --> 00:18:54,880 안 괜찮아 보여? 383 00:18:54,960 --> 00:18:57,040 나 완전 괜찮아 너무 괜찮아서 뒈지겠어 384 00:18:58,560 --> 00:19:00,360 그랬단 말이지 385 00:19:01,560 --> 00:19:04,040 우리 형이 소설을 쓰셨어? 386 00:19:05,000 --> 00:19:06,920 대단한데, 안 그래? 387 00:19:08,040 --> 00:19:09,880 별일 아냐, 그냥… 388 00:19:09,960 --> 00:19:11,400 굉장한 소식이지 389 00:19:12,640 --> 00:19:15,160 형이 언제부터 소설을 썼대? 390 00:19:15,680 --> 00:19:18,080 아빠 얘기나 해 그러려고 모였잖아 391 00:19:18,160 --> 00:19:20,960 예술가님 오실 때까지 근황 토크나 하자 392 00:19:21,040 --> 00:19:23,320 - 언제 썼어? - 나도 몰라 393 00:19:23,400 --> 00:19:25,680 알잖아, 말해봐 394 00:19:25,760 --> 00:19:28,920 진짜 몰라 좀 된 것 같아, 한 1년? 395 00:19:29,000 --> 00:19:31,040 - 세상에, 1년이나 됐어? - 그 정도 396 00:19:31,120 --> 00:19:33,200 두 사람은 그런 얘기 자주 해? 397 00:19:33,280 --> 00:19:35,160 아니, 그냥 가끔 398 00:19:35,240 --> 00:19:36,400 나 없을 때 399 00:19:36,480 --> 00:19:38,560 그래, 훌리안, 주로 너 없을 때 해 400 00:19:38,640 --> 00:19:41,040 나한테 조언을 구하느라 얘기한 거야 401 00:19:41,560 --> 00:19:43,760 누나한테 조언을 구했다고? 402 00:19:43,840 --> 00:19:45,560 일요일에 하는 취미 생활이래 403 00:19:46,680 --> 00:19:49,920 일요일 취미? 무슨 소리야? 404 00:19:50,000 --> 00:19:52,120 일요일에 소설을 썼으니까 405 00:19:52,200 --> 00:19:53,240 일요일에? 406 00:19:53,320 --> 00:19:54,200 그래, 훌리안 407 00:19:54,280 --> 00:19:56,480 첫 장에 그렇게 쓰여 있어 408 00:19:57,040 --> 00:20:00,120 쉰세 번의 일요일을 보내고 그 책을 마쳤대 409 00:20:00,200 --> 00:20:01,360 금방 가요 410 00:20:02,160 --> 00:20:03,920 쉰세 번의 일요일? 411 00:20:04,440 --> 00:20:05,600 기가 막히네 412 00:20:06,560 --> 00:20:08,720 - 이제야 이해가 된다 - 뭐가? 413 00:20:09,240 --> 00:20:11,480 왜 내가 전화하면 안 받았는지 414 00:20:11,560 --> 00:20:13,960 소설 쓰느라 얼마나 힘들었겠어 415 00:20:14,040 --> 00:20:16,240 - 편들지 마 - 편드는 거 아냐 416 00:20:16,320 --> 00:20:19,560 그러려고 했잖아 형이 하는 거라면 맨날 두둔하지 417 00:20:19,640 --> 00:20:22,520 소설 쓰는 게 쉽진 않았을 거라는 얘기야 418 00:20:22,600 --> 00:20:23,440 이거 봐 419 00:20:23,960 --> 00:20:26,520 그리고 그 말의 의미는 420 00:20:26,600 --> 00:20:29,840 소설 집필이 너무 힘드니까 421 00:20:29,920 --> 00:20:33,040 전화받을 시간도 없었다 이거지 422 00:20:33,120 --> 00:20:36,640 전화하는 사람이 멍청이 남동생이라면 특히 더 423 00:20:36,720 --> 00:20:37,880 그 동생은 바로 나고 424 00:20:37,960 --> 00:20:40,280 훌리안, 오빠가 어떤지 너도 잘 알잖아 425 00:20:40,360 --> 00:20:44,560 자기 편할 때, 받고 싶을 때 내킬 때만 전화받는 사람이야 426 00:20:44,640 --> 00:20:45,800 왜? 427 00:20:45,880 --> 00:20:47,160 왜냐니? 428 00:20:47,240 --> 00:20:49,640 소설은 왜 썼대? 무슨 꿍꿍이야? 429 00:20:49,720 --> 00:20:53,240 몰라, 어쩌면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… 430 00:20:53,320 --> 00:20:55,920 - 하고 싶은 얘기가 있구나! - 무슨 말인지 알잖아 431 00:20:56,000 --> 00:20:58,520 무슨 말인지 알지, 누나, 다 알아 432 00:20:58,600 --> 00:21:00,080 그럼 됐고 433 00:21:00,160 --> 00:21:01,320 불쌍하네 434 00:21:02,680 --> 00:21:05,600 어제 이웃 사람이랑 아빠 얘기를 했어 435 00:21:05,680 --> 00:21:08,720 아빠의 성기 노출 때문에 436 00:21:09,240 --> 00:21:10,640 나한테 뭐라는지 알아? 437 00:21:10,720 --> 00:21:13,600 그 소설 나부랭이 누나가 보기엔 어땠어? 438 00:21:16,120 --> 00:21:18,680 - 놀릴 필요는 없잖아 - 안 놀려 439 00:21:18,760 --> 00:21:21,120 아니긴, '나부랭이'라고 했으면서 440 00:21:21,200 --> 00:21:23,440 - 비꼬는 거잖아 - 그래? 441 00:21:24,440 --> 00:21:27,320 맞아, 인정할게 말이 그렇게 나오는 걸 어떡해 442 00:21:27,400 --> 00:21:29,240 질투 나서 그래 443 00:21:29,320 --> 00:21:32,040 나도 속으로는 형을 엄청 존경해 444 00:21:32,120 --> 00:21:33,600 네가 오빠를 존경해? 445 00:21:33,680 --> 00:21:34,680 엄청 446 00:21:36,760 --> 00:21:39,320 - 화장실 써도 될까? - 그럼요, 편히 쓰세요 447 00:21:39,400 --> 00:21:40,480 고마워 448 00:21:41,480 --> 00:21:43,120 형은 아직 안 왔어? 449 00:21:43,640 --> 00:21:45,080 곧 도착하겠지 450 00:21:45,600 --> 00:21:48,360 - 둘이 무슨 얘기 했어? - 나중에 알려줄게 451 00:21:49,560 --> 00:21:51,920 내용이 뭐야? 452 00:21:52,440 --> 00:21:53,600 야해? 453 00:21:54,120 --> 00:21:56,480 좀 길더라 454 00:21:56,560 --> 00:21:59,160 - 저런, 형한테 그렇게 말했어? - 아니 455 00:21:59,240 --> 00:22:02,560 근데 매일 전화해서 읽어봤냐고 물어 456 00:22:03,080 --> 00:22:06,240 어떻게 생각하는지 캐내려고 얼마나 귀찮게 구는지 몰라 457 00:22:06,320 --> 00:22:08,120 거참, 그럼 빡치지 458 00:22:08,200 --> 00:22:10,000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말해달래 459 00:22:10,080 --> 00:22:12,280 솔직히 말하면 절대 안 돼 460 00:22:12,360 --> 00:22:14,000 대체로 그렇다는 거지? 461 00:22:14,080 --> 00:22:15,760 대체로, 항상 462 00:22:16,520 --> 00:22:18,560 진실을 말하는 건 결례야 463 00:22:18,640 --> 00:22:20,800 형이 소설을 썼대 464 00:22:21,360 --> 00:22:23,800 소설? 그럼 좋은 일 아냐? 465 00:22:24,320 --> 00:22:27,280 암튼 누나도 뿌듯하겠다 466 00:22:27,360 --> 00:22:29,760 - 내가 뭘 했길래? - 아냐, 그냥 그렇다고 467 00:22:29,840 --> 00:22:31,960 형이 누나 말은 듣잖아 중요하게 생각하지 468 00:22:32,480 --> 00:22:35,120 누나 의견이 일종의 훈장 같은 거야 469 00:22:35,200 --> 00:22:38,960 내 의견이 남들보다 나을 게 뭐야? 쓸데없는 말 하지도 마 470 00:22:39,040 --> 00:22:42,560 형한테 내 의견은 형이 키우는 선인장과 동급일걸 471 00:22:42,640 --> 00:22:44,880 그만하래도, 훌리안 별일 아니잖아 472 00:22:45,400 --> 00:22:47,840 너한테도 한 권 주겠지 안 주면 더 좋고 473 00:22:47,920 --> 00:22:51,640 읽고 네 생각을 알려줘야 할 필요가 없으니까! 474 00:22:54,520 --> 00:22:56,760 누나는 이제 화도 낸대 475 00:22:57,280 --> 00:22:58,120 좋죠 476 00:22:58,720 --> 00:22:59,560 그래 477 00:23:00,800 --> 00:23:03,800 그리고 오빠는 다른 방식으로 널 중요하게 생각해 478 00:23:03,880 --> 00:23:07,360 - 뭐? - 넌 다른 방식으로 중요하다고 479 00:23:08,720 --> 00:23:10,040 들었어, 카롤? 480 00:23:10,720 --> 00:23:13,000 - 형이 날 사랑한대 - 좋겠다 481 00:23:23,600 --> 00:23:24,840 형이 책 언제 줬어? 482 00:23:27,040 --> 00:23:29,960 몰라, 몇 달 전에 483 00:23:30,040 --> 00:23:32,520 그렇구나, 몇 달 전에? 484 00:23:32,600 --> 00:23:35,760 응, 아빠 생일이라 아빠 집에 갔던 날 485 00:23:35,840 --> 00:23:38,760 넌 그때 없었지 그래서 너한테 안 줬나 보다 486 00:23:39,400 --> 00:23:41,760 아닌데? 나도 그날 갔어 487 00:23:41,840 --> 00:23:45,160 - 안 왔잖아, 훌리안 - 늦었지만 가긴 갔어 488 00:23:45,240 --> 00:23:46,720 - 그랬나? - 응 489 00:23:47,320 --> 00:23:50,640 근데 도스토옙스키 님이 책을 안 주셨네 490 00:23:51,160 --> 00:23:53,800 네가 괜히 꼬아서 생각하는 거야, 훌리안 491 00:23:53,880 --> 00:23:56,240 그때 한 권이 모자랐나 보지 492 00:23:56,320 --> 00:23:58,480 그래서 안 줬을 거야 493 00:23:58,560 --> 00:24:00,760 선택받은 자만 누리는 한정판이야? 494 00:24:00,840 --> 00:24:02,280 아마도 495 00:24:04,280 --> 00:24:05,120 그리고? 496 00:24:05,640 --> 00:24:06,520 그게 다야 497 00:24:07,040 --> 00:24:09,320 5분 안에 오빠 안 오면 나도 갈래 498 00:24:09,400 --> 00:24:10,640 제본은 잘됐어? 499 00:24:11,160 --> 00:24:12,160 그런 것 같아 500 00:24:12,240 --> 00:24:13,680 왜 그래, 중요하잖아 501 00:24:13,760 --> 00:24:15,720 나도 몰라, 책이면 됐지 502 00:24:15,800 --> 00:24:17,040 양장본이야? 딱딱해? 503 00:24:17,120 --> 00:24:18,200 아니던데 504 00:24:18,280 --> 00:24:19,120 돈 아꼈네 505 00:24:19,640 --> 00:24:21,080 부자들은 다 구두쇠야 506 00:24:21,160 --> 00:24:23,000 - 고양이 이름이 뭐였더라? - 파니요 507 00:24:23,080 --> 00:24:25,080 - 파니 - 밥 줬어? 508 00:24:25,160 --> 00:24:27,560 응, 자기야 책은 마음에 들었어? 509 00:24:32,560 --> 00:24:34,200 그 표정 뭐야? 510 00:24:34,720 --> 00:24:35,640 무슨 표정? 511 00:24:36,480 --> 00:24:38,920 방금 질문했을 때 그 표정 512 00:24:39,800 --> 00:24:40,880 안에서 피워도 돼? 513 00:24:40,960 --> 00:24:42,800 아니, 고양이가 천식이 있어 514 00:24:45,920 --> 00:24:49,360 책이 마음에 안 들었어도 괜찮아, 누나 515 00:24:49,440 --> 00:24:51,880 뭐래, 마음에 쏙 들었어 516 00:24:51,960 --> 00:24:53,360 그랬어? 마음에 쏙? 517 00:24:54,240 --> 00:24:55,080 꽤 518 00:24:55,160 --> 00:24:57,640 마음에 쏙 든 거야, 꽤 든 거야? 둘은 다르지 519 00:24:57,720 --> 00:25:00,280 나쁘진 않아 발전의 여지는 있지만… 520 00:25:00,360 --> 00:25:01,960 - 아이고 - 뭐가? 521 00:25:02,040 --> 00:25:04,600 문장을 다 안 끝내고 '있지만'이라고 했잖아 522 00:25:05,560 --> 00:25:07,720 좀 아니다 싶은 부분도 있거든 523 00:25:07,800 --> 00:25:08,880 예를 들면? 524 00:25:10,120 --> 00:25:13,880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서사 구조도 너무 복잡하고 525 00:25:13,960 --> 00:25:17,000 어허, 조심! 서사 구조 얘기할 땐 조심해야지 526 00:25:17,080 --> 00:25:18,520 서사 구조는… 527 00:25:18,600 --> 00:25:21,000 그리고 결말도 이해가 안 돼 528 00:25:21,080 --> 00:25:22,040 성급하게 끝맺었군 529 00:25:22,120 --> 00:25:25,360 잘 읽긴 했어 그다지 재미는 없지만… 530 00:25:25,440 --> 00:25:27,960 - 그 말은… - 첫 소설이잖아, 훌리안 531 00:25:28,040 --> 00:25:31,000 그래, 첫 소설이지, 근데… 532 00:25:31,080 --> 00:25:32,720 - 근데… - 근데 뭐야? 533 00:25:32,800 --> 00:25:35,320 - 그게… - 뭔지 말해 534 00:25:35,400 --> 00:25:36,680 쓰레기야! 535 00:25:42,080 --> 00:25:43,200 내가 받을게! 536 00:25:44,200 --> 00:25:45,680 누나가 자랑스럽다 537 00:25:46,840 --> 00:25:50,080 우리 오빠 소설인데 난 별로였다니 마음이 안 좋아 538 00:25:50,640 --> 00:25:52,080 근데 넌 아닌가 보다 539 00:25:55,120 --> 00:25:58,120 내가 좀 심했지, 나도 인정해 540 00:25:58,800 --> 00:26:02,520 근데 사실이 그렇잖아 그리고 거만함을 칭찬할 순 없어 541 00:26:02,600 --> 00:26:06,120 그럼 오빠가 거만한 사람이라 그 소설을 썼단 거야? 542 00:26:06,200 --> 00:26:07,240 당연하지 543 00:26:07,320 --> 00:26:10,520 내가 아까 한 말은 오빠한테 하지 마 544 00:26:10,600 --> 00:26:12,960 - 너무 미안하잖아, 부탁해 - 당연하지 545 00:26:13,480 --> 00:26:16,120 - 나 그렇게 잔인하지 않아 - 그렇게 고생했는데, 불쌍해 546 00:26:16,200 --> 00:26:18,600 - 응, 불쌍하지, 누나도 - 내가 왜? 547 00:26:18,680 --> 00:26:21,680 책이 어땠는지 형에게 말해야 하잖아 548 00:26:21,760 --> 00:26:25,400 형이 쓴 소설 나부랭이가 쓰레기라고 말이야, 안 그래? 549 00:26:26,440 --> 00:26:28,040 - 누구 전화였어? - 빅토르 550 00:26:28,120 --> 00:26:31,760 왜 전화했대? 다 왔으니까 내려와서 형 BMW 주차라도 하래? 551 00:26:33,160 --> 00:26:35,120 아니, 오늘 못 온대 552 00:26:36,120 --> 00:26:40,000 내일 요트 여행 갈 거라 오늘 마르베야에 있어야 해서 553 00:26:40,520 --> 00:26:43,520 아무래도 다음 주에 보는 게 좋겠대 554 00:26:44,120 --> 00:26:46,240 다른 날이나 555 00:26:49,720 --> 00:26:51,640 누나는 내 말 안 믿겠지만 556 00:26:51,720 --> 00:26:54,160 난 진심으로 형을 존경해 557 00:26:54,680 --> 00:26:55,960 왜 그런지 알아? 558 00:26:57,280 --> 00:26:59,680 나도 제발 형 같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 559 00:27:00,760 --> 00:27:03,080 아빠 집 전구는 누가 바꿔? 560 00:27:07,680 --> 00:27:09,800 - 괜찮아요, 내가 할게요 - 도와줄게 561 00:27:10,320 --> 00:27:11,200 고마워요 562 00:27:17,080 --> 00:27:19,680 지난 토요일에 2차 시도가 실패한 후 563 00:27:19,760 --> 00:27:21,760 이젠 주중에 만나기로 했어요 564 00:27:22,280 --> 00:27:26,760 제발 입 다물고 성질 긁지 말라고 나탈리아가 훌리안에게 사정했죠 565 00:27:26,840 --> 00:27:30,880 '지난번에 유감스러우리만치 예의가 없었음에도'요 566 00:27:31,400 --> 00:27:34,400 훌리안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거예요 567 00:27:35,080 --> 00:27:38,200 - 오래 기다렸어요? - 아냐, 방금 왔어 568 00:27:38,720 --> 00:27:42,200 비가 와도 하필 지금 올 게 뭐람 569 00:27:42,280 --> 00:27:43,640 무슨 일 있어? 570 00:27:44,720 --> 00:27:46,440 아니, 왜? 571 00:27:46,520 --> 00:27:49,600 아냐, 오늘은 웬일로 시간 맞춰서 왔길래 572 00:27:52,440 --> 00:27:54,520 신발 안 벗어도 되겠어요? 573 00:27:55,200 --> 00:27:58,240 - 다 젖었잖아요 - 그러네, 아무래도 벗어야겠다 574 00:27:58,320 --> 00:28:00,040 - 네, 편하게 있어요 - 그래 575 00:28:00,120 --> 00:28:00,960 잠깐만 576 00:28:04,160 --> 00:28:07,640 안 그래도 나올 때 우산을 챙겨야 하나 망설였는데… 577 00:28:10,320 --> 00:28:14,040 이야, 이렇게 예쁜 꽃이 있나! 578 00:28:14,120 --> 00:28:15,560 - 예쁘죠? - 응 579 00:28:15,640 --> 00:28:19,520 약간 시들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꽃병 덕분에 미모가 살아요 580 00:28:19,600 --> 00:28:20,640 안 그래요? 581 00:28:21,480 --> 00:28:24,240 - 이 꽃병요 - 그래, 그렇지 582 00:28:24,840 --> 00:28:26,200 와인 한 병 가져왔어 583 00:28:26,720 --> 00:28:28,400 안 그래도 되는데 584 00:28:28,480 --> 00:28:31,120 신경 써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욕할 거잖아 585 00:28:31,200 --> 00:28:34,120 그란 레제르바야, 보르도 와인 586 00:28:34,200 --> 00:28:36,360 이런 거 안 마셔봤을걸 587 00:28:36,440 --> 00:28:37,640 당연하지 588 00:28:37,720 --> 00:28:40,360 이 집에서는 항상 싸구려 와인만 마시거든 589 00:28:41,080 --> 00:28:41,920 안 그래? 590 00:28:42,640 --> 00:28:45,080 - 애들은 잘 지내요? - 그럼, 잘 있지 591 00:28:45,600 --> 00:28:49,600 빨리 남자 친구 생겨서 나갔으면 좋겠어, 왜냐하면… 592 00:28:50,120 --> 00:28:50,960 마리사는요? 593 00:28:51,480 --> 00:28:54,000 마리사야 항상 멋지게 잘 지내지 594 00:28:54,080 --> 00:28:55,200 오늘 오고 싶어 했는데 595 00:28:55,280 --> 00:28:58,880 나탈리아가 오늘 모임에서 배우자들은 빼자고 했어 596 00:28:58,960 --> 00:29:02,600 누나가 맞는 말 했네 안 그러면 모임이 너무 길어지잖아 597 00:29:03,240 --> 00:29:06,360 양말 안 벗어도 정말 괜찮겠어요? 598 00:29:06,880 --> 00:29:08,680 당신 슬리퍼 드리자 599 00:29:08,760 --> 00:29:09,920 내 슬리퍼? 600 00:29:10,000 --> 00:29:11,280 안 되지, 절대 안 돼 601 00:29:11,360 --> 00:29:12,840 안 그래도 돼, 카롤 602 00:29:12,920 --> 00:29:15,800 어차피 오래 안 걸리잖아, 맞지? 603 00:29:15,880 --> 00:29:18,000 바로 그거야, 형, 그런 정신 좋아 604 00:29:18,080 --> 00:29:20,360 훌리안, 내 생각에는 605 00:29:20,440 --> 00:29:24,840 아빠를 요양원에 안 보내도 될 것 같은데 너도 동의하면… 606 00:29:24,920 --> 00:29:27,400 고마워 2 대 1로 나탈리아한테 이겨 607 00:29:27,480 --> 00:29:31,520 집에서 도와줄 사람을 구하면 되지, 다 끝난 사건이야 608 00:29:32,120 --> 00:29:33,840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이지? 609 00:29:33,920 --> 00:29:36,320 세 명이 한자리에 있을 때만 발언하라는 610 00:29:36,400 --> 00:29:38,160 변호사의 조언이 있었습니다 611 00:29:38,680 --> 00:29:40,240 - 저기, 카롤 - 네 612 00:29:40,760 --> 00:29:45,320 토요일에 못 와서 미안해 마르베야에 갈 일이 있었거든 613 00:29:46,040 --> 00:29:48,680 걱정 마세요 나탈리아에게 얘기 들었어요 614 00:29:48,760 --> 00:29:52,040 형, 부자라서 너무 피곤하지? 615 00:29:52,560 --> 00:29:56,600 넌 상상도 못 해, 훌리안 얼마나 진이 빠지는지 몰라 616 00:29:56,680 --> 00:29:58,600 아무렴, 진이 빠지겠지 617 00:29:58,680 --> 00:30:02,240 그리고 산탄데르에서 여기까지 온 장인어른 친구분들과 618 00:30:02,320 --> 00:30:06,320 요트 여행 모시고 가겠다고 장인어른께 약속했거든 619 00:30:06,840 --> 00:30:11,720 중요한 분들이야 돈 많은 사람들, 훌리안 620 00:30:11,800 --> 00:30:14,840 돈 많고 중요한 사람들 그런 거라면 우리도 잘 알지 621 00:30:14,920 --> 00:30:18,120 괜찮아요 아무 문제 없었어요, 그렇지? 622 00:30:18,200 --> 00:30:20,440 간단한 간식 정도만 준비했거든요 623 00:30:20,520 --> 00:30:24,320 응, 안초비는 깡통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거 좋아해 624 00:30:24,920 --> 00:30:27,520 안초비 좋지 칸타브리아해에서 온 거야? 625 00:30:27,600 --> 00:30:29,400 아니, 마트에서 왔어 626 00:30:30,120 --> 00:30:32,920 슬리퍼 가져올게요 이러고 있으면 안 되죠 627 00:30:39,200 --> 00:30:41,280 그건 그렇고 잘 지냈어? 요즘 어때? 628 00:30:41,360 --> 00:30:43,800 좋아, 아주 좋지 629 00:30:44,560 --> 00:30:45,520 형은? 630 00:30:46,320 --> 00:30:49,520 새로운 소식 있어? 내가 모르는 일? 631 00:30:49,600 --> 00:30:51,320 아니, 왜? 632 00:30:51,840 --> 00:30:54,480 그냥, 안부나 묻는 거지 633 00:30:54,560 --> 00:30:57,280 왓츠앱 친구 등록한 게 지난주잖아 634 00:30:57,360 --> 00:31:00,800 전할 만큼 큰일이 생기기에 일주일은 짧은 시간이지 635 00:31:01,520 --> 00:31:05,520 그동안 큰일이 없었다니 마음이 푹 놓이네 636 00:31:06,040 --> 00:31:08,720 - 요즘 일이 많기는 해 - 저런 637 00:31:08,800 --> 00:31:13,200 뭐랄까, 나는 이제…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어 638 00:31:13,720 --> 00:31:17,520 조심해, 그러다 CEO 자리에 오르면 재미는 끝이야 639 00:31:17,600 --> 00:31:19,720 네 말이 백번 맞아 640 00:31:20,240 --> 00:31:21,200 그렇지 641 00:31:22,720 --> 00:31:24,520 우린 참 달라, 안 그래? 642 00:31:25,320 --> 00:31:26,280 너랑 나 643 00:31:27,880 --> 00:31:29,720 - 그렇게 생각해? - 응 644 00:31:30,440 --> 00:31:34,120 난 점점 더 많은 걸 원하는데 넌 부족해도 적당히 안주하잖아 645 00:31:37,800 --> 00:31:40,880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쳐다보는 거야 646 00:31:40,960 --> 00:31:43,760 내 말에 기분 상한 건 아니지, 훌리안? 647 00:31:44,840 --> 00:31:46,080 아직 모르겠어 648 00:31:50,280 --> 00:31:52,760 넌 역시 유머 감각이 좋아 649 00:31:52,840 --> 00:31:54,440 난 그게 부럽더라 650 00:31:54,520 --> 00:31:58,880 상황이 어떻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 651 00:32:01,560 --> 00:32:04,280 생존 본능이라는 거야, 형 652 00:32:04,360 --> 00:32:05,360 잠깐 실례 653 00:32:06,920 --> 00:32:07,920 슬리퍼 여기요 654 00:32:11,160 --> 00:32:14,200 잠깐 약국에 다녀올게요 금방 올 거예요 655 00:32:14,800 --> 00:32:16,400 나 없을 때 싸우지 마요 656 00:32:16,480 --> 00:32:18,040 그럴 리가 있나 657 00:32:28,080 --> 00:32:30,440 며칠 동안 이런 생각을 했어 658 00:32:30,520 --> 00:32:34,240 '훌리안을 만나면 이 얘기를 꼭 해야지' 659 00:32:35,720 --> 00:32:38,280 - 근데 지금은… - 그래? 660 00:32:38,800 --> 00:32:39,680 뭔데? 661 00:32:40,200 --> 00:32:41,360 그게 뭘까? 662 00:32:42,280 --> 00:32:43,720 몰라, 나중에 생각나겠지 663 00:32:45,480 --> 00:32:48,680 요즘 계속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 되더라 664 00:32:48,760 --> 00:32:49,640 언제? 665 00:32:50,240 --> 00:32:52,000 - 일요일에 - 일요일? 666 00:32:52,080 --> 00:32:53,080 일요일 오후 667 00:32:53,160 --> 00:32:54,840 오후에? 이상하네 668 00:32:54,920 --> 00:32:56,600 그래? 왜? 669 00:32:56,680 --> 00:32:58,280 항상 집에 있거든 670 00:32:58,880 --> 00:33:01,280 일요일 오후에 항상 집에 있어? 671 00:33:01,360 --> 00:33:02,520 난 맨날 집에 있어 672 00:33:02,600 --> 00:33:06,000 주말에 외출하더라도 점심 먹고 바로 돌아오지 673 00:33:06,080 --> 00:33:07,440 - 습관이야 - 그래? 674 00:33:07,520 --> 00:33:10,960 누군지 모를 때는 전화 안 받아, 훌리안 675 00:33:11,480 --> 00:33:13,000 - 그래? - 응 676 00:33:13,520 --> 00:33:14,920 집중력이 677 00:33:16,040 --> 00:33:17,400 흐트러질까 봐 678 00:33:18,440 --> 00:33:20,720 그래야지, 뭘 하는지 몰라도 679 00:33:21,800 --> 00:33:24,040 집중해야 해야 하니까 680 00:33:24,120 --> 00:33:26,280 그러니까 681 00:33:26,360 --> 00:33:29,440 그런 순간이 참 좋아 682 00:33:29,960 --> 00:33:31,160 혼자서 683 00:33:31,240 --> 00:33:34,200 생각하고, 고민하고 684 00:33:34,280 --> 00:33:37,520 표현하고는 싶은데 685 00:33:37,600 --> 00:33:40,800 어떡해야 할지 모르는 것들을 686 00:33:41,320 --> 00:33:42,680 다듬는 시간 687 00:33:43,960 --> 00:33:47,000 훌리안, 완벽한 설명이다 688 00:33:47,080 --> 00:33:48,080 응, 나도 알아 689 00:33:48,720 --> 00:33:52,160 빨래 널어야겠다 이제 비가 그친 것 같아 690 00:33:52,680 --> 00:33:54,560 금방 올게, 편하게 있어 691 00:33:54,640 --> 00:33:57,040 누나가 초인종 누르면 열어주고 692 00:33:58,880 --> 00:33:59,800 나도 같이 갈까? 693 00:34:02,840 --> 00:34:04,240 꼭 그래야겠다면… 694 00:34:04,320 --> 00:34:05,720 같이 가자 695 00:34:10,200 --> 00:34:11,480 왜 전화했는데? 696 00:34:12,000 --> 00:34:13,200 조언 구할 게 있어서 697 00:34:13,280 --> 00:34:16,240 근데 형이 안 받으니 누나한테 했지 698 00:34:18,400 --> 00:34:19,720 아쉽다 699 00:34:21,320 --> 00:34:24,280 이때다 싶었는지 아빠 얘기를 쉴 새 없이 떠들더라 700 00:34:24,360 --> 00:34:28,120 걔는 그게 병이야, 훌리안 701 00:34:28,200 --> 00:34:32,520 - 삶을 비극적으로 봐 - 말 한번 잘하네 702 00:34:32,600 --> 00:34:34,960 이렇게 급하게 만나자는 것도 그래 703 00:34:35,040 --> 00:34:37,240 아빠가 잠깐 정신 팔려서 버스 잘못 타고 704 00:34:37,320 --> 00:34:39,400 토롤로도네까지 가서 데려온 적은 있지 705 00:34:39,480 --> 00:34:40,840 그게 뭐? 706 00:34:41,480 --> 00:34:44,600 며칠 전에는 세 번이나 전화하더라 세 번이나! 707 00:34:44,680 --> 00:34:45,720 무슨 일로? 708 00:34:45,800 --> 00:34:49,080 아빠 집 전구가 깜빡깜빡 윙크를 한다나 709 00:34:49,160 --> 00:34:50,360 그래, 그거 710 00:34:51,120 --> 00:34:54,240 네가 바꿀 거니까 진정하라고 했어 711 00:34:54,760 --> 00:34:56,520 응, 누나한테 들었어 712 00:34:56,600 --> 00:35:00,760 걔 성질내기 전에 빨리 바꿔 나까지 미쳐버리겠어, 훌리안 713 00:35:01,360 --> 00:35:05,400 근데 문제가 있어, 형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… 714 00:35:05,920 --> 00:35:08,480 그래? 새 작품 들어가기로 했어? 715 00:35:08,560 --> 00:35:11,320 진행 중이야, 캐스팅 다녀왔어 716 00:35:11,400 --> 00:35:12,280 TV 드라마야? 717 00:35:12,360 --> 00:35:14,000 아니, 광고 718 00:35:14,080 --> 00:35:16,280 광고, 그거 좋지 무슨 광고야? 719 00:35:16,360 --> 00:35:17,600 가스파초 720 00:35:20,240 --> 00:35:23,320 토마토 역할에 경력직을 구하더라고 721 00:35:24,720 --> 00:35:26,880 - 토마토? - 응 722 00:35:29,400 --> 00:35:30,920 훌리안 723 00:35:31,680 --> 00:35:34,560 네가 하는 일 참… 난 걱정이다 724 00:35:34,640 --> 00:35:35,920 - 그래? - 응 725 00:35:43,200 --> 00:35:45,600 나탈리아가 이렇게 늦는다니 이상하지 않아? 726 00:35:46,120 --> 00:35:47,480 응, 그러네 727 00:35:52,920 --> 00:35:55,080 여기 꽤 괜찮다, 훌리안 728 00:35:55,160 --> 00:35:57,080 - 그래? - 응 729 00:35:57,160 --> 00:35:59,840 우리 집이랑은 달라, 우리 집은… 730 00:36:00,360 --> 00:36:01,520 그렇지 731 00:36:02,320 --> 00:36:04,720 - 너도 좋아 보인다 - 요즘 좋아 732 00:36:05,800 --> 00:36:08,240 자세한 얘기만 안 하면 돼 733 00:36:08,320 --> 00:36:09,840 그럼 요즘 시간 있겠네 734 00:36:10,920 --> 00:36:11,760 시간? 735 00:36:11,840 --> 00:36:15,320 응, 아빠 집에 가서 전구 바꿔야지 깜빡깜빡… 736 00:36:15,400 --> 00:36:17,200 응, 깜빡깜빡 윙크하는 거 737 00:36:17,280 --> 00:36:20,080 - 문제가 뭔지 알아, 형? - 말해 738 00:36:20,160 --> 00:36:24,000 토마토 연기도 해야 하고 고양이 산책도 시키느라 739 00:36:24,080 --> 00:36:25,520 시간이 별로 없어 740 00:36:25,600 --> 00:36:28,320 형이 가면 안 돼? 일요일쯤? 741 00:36:28,400 --> 00:36:30,040 일요일은 곤란해 742 00:36:30,120 --> 00:36:31,120 안 돼 743 00:36:31,800 --> 00:36:33,400 - 있잖아 - 왜? 744 00:36:33,920 --> 00:36:35,600 전구는 나탈리아가 갈아야겠어 745 00:36:36,200 --> 00:36:37,680 - 누나가? - 왜 못 해? 746 00:36:38,200 --> 00:36:39,240 맞는 말이네 747 00:36:39,320 --> 00:36:41,800 왜 우리가 바꿔야 해? 우리가 남자라서? 748 00:36:41,880 --> 00:36:44,200 - 신여성 다 어디 갔어? - 페미니스트는? 749 00:36:44,280 --> 00:36:46,200 여자들도 전구쯤은 바꿀 수 있지 750 00:36:46,280 --> 00:36:49,640 - 그러니까 말이야 - 깜빡깜빡 윙크하는 전구 751 00:36:49,720 --> 00:36:51,120 - 나탈리아는 똑똑하잖아 - 그렇지? 752 00:36:51,640 --> 00:36:54,760 석사 학위도 많잖아, 형 석사면 말 다 했지 753 00:36:54,840 --> 00:36:58,000 그러면서 순진한 표정으로 우리를 속이고 754 00:36:58,080 --> 00:36:59,400 빠져나간단 말이야 755 00:36:59,480 --> 00:37:03,040 그리고 진짜 속내는 절대 말하지 않아, 절대로 756 00:37:03,640 --> 00:37:05,400 객관적으로 말해달라고 해도? 757 00:37:06,760 --> 00:37:08,920 그럼 그럴 수도 있지 758 00:37:09,000 --> 00:37:12,200 힘들 거야, 누나에게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하겠지 759 00:37:12,280 --> 00:37:13,280 진정해 760 00:37:14,080 --> 00:37:15,760 나 괜찮아, 안 괜찮아 보여? 761 00:37:16,520 --> 00:37:18,160 그냥 하는 말이야 762 00:37:25,600 --> 00:37:27,840 손 씻어야겠다, 화장실이 어디야? 763 00:37:27,920 --> 00:37:31,040 늘 있던 곳에 있지 복도 끝 오른쪽 764 00:37:34,280 --> 00:37:35,560 훌리안! 765 00:37:35,640 --> 00:37:37,800 하려던 말이 생각났어 766 00:37:38,320 --> 00:37:40,440 중요한 건 아니고, 별거 아냐 767 00:37:41,400 --> 00:37:42,800 나 소설 썼어 768 00:37:50,520 --> 00:37:52,280 소설? 769 00:37:52,360 --> 00:37:53,320 형이? 770 00:37:53,400 --> 00:37:56,040 응, 내가, 네 형이 말이야 771 00:37:56,120 --> 00:37:57,920 형이 내 형인 건 알지 772 00:37:58,000 --> 00:38:00,520 할 말을 잃었나 보네 773 00:38:00,600 --> 00:38:04,200 그야 대단한 일이잖아 생각도 못 했어 774 00:38:04,960 --> 00:38:07,680 훌리안, 난 도전을 좋아해 775 00:38:07,760 --> 00:38:10,640 알지, 형은 일생이 모험이잖아 776 00:38:13,120 --> 00:38:14,040 훌리안 777 00:38:21,720 --> 00:38:22,840 설마 778 00:38:23,360 --> 00:38:25,000 형이 부탁 하나 하자 779 00:38:25,080 --> 00:38:26,320 정말? 780 00:38:26,400 --> 00:38:27,560 너도 이거… 781 00:38:27,640 --> 00:38:29,800 나 주려고? 이런 영광이 있나 782 00:38:31,200 --> 00:38:32,720 읽어주면 좋겠어 783 00:38:37,520 --> 00:38:39,920 이러면 가슴이 벅차오르는데 784 00:38:40,000 --> 00:38:42,240 이리 줘, 문구 적어서 사인해 줄게 785 00:38:42,880 --> 00:38:43,880 그렇게까지? 786 00:38:43,960 --> 00:38:47,200 원래 그렇게 하는 거잖아 나한텐 힘든 일도 아냐 787 00:38:47,720 --> 00:38:49,040 그렇다면… 788 00:38:56,720 --> 00:38:59,760 - 할 말 생각 안 나면… - 아냐 789 00:39:03,680 --> 00:39:06,720 - 다음에 해도 돼 - 아냐, 떠오르고 있어 790 00:39:26,560 --> 00:39:28,280 '내 동생에게' 791 00:39:29,920 --> 00:39:31,440 '그렇게 안 보일 수도 있지만' 792 00:39:34,200 --> 00:39:35,680 '알고 보면 동생 맞음' 793 00:39:39,640 --> 00:39:43,040 정말이지…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794 00:39:43,120 --> 00:39:44,880 말문이 막혔어 795 00:39:45,600 --> 00:39:46,840 말이 안 나와 796 00:39:51,280 --> 00:39:53,440 - 훌리안 - 응? 797 00:39:55,240 --> 00:39:58,200 -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 - 아무 말 하지 마 798 00:39:59,680 --> 00:40:01,440 - 안 해도 돼 - 해야 돼 799 00:40:01,520 --> 00:40:02,920 아냐, 그럴 필요 없어 800 00:40:03,920 --> 00:40:09,200 읽고 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달라는 거잖아 801 00:40:10,480 --> 00:40:14,600 객관적이면서 무엇보다 솔직해야 하고, 맞지? 802 00:40:15,120 --> 00:40:17,040 맙소사, 훌리안 803 00:40:17,120 --> 00:40:18,320 바로 그거야 804 00:40:18,400 --> 00:40:19,960 그럴 줄 알았지 805 00:40:20,040 --> 00:40:21,880 다 알고 있었어 806 00:40:21,960 --> 00:40:23,600 그리고 형한테는 807 00:40:23,680 --> 00:40:26,000 솔직하지 않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808 00:40:26,520 --> 00:40:30,640 너한테 책을 줘야 할지 확신이 없었어, 잘 모르겠더라 809 00:40:33,840 --> 00:40:34,840 그래? 왜? 810 00:40:35,920 --> 00:40:39,120 꼭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811 00:40:39,200 --> 00:40:41,160 즐기지 못할 수도 있잖아 812 00:40:41,240 --> 00:40:43,800 무슨 소리야, 정말 기대돼 813 00:40:43,880 --> 00:40:46,480 근데 넌 책을 읽은 적이 없으니 더 어려울 거야 814 00:40:47,960 --> 00:40:50,280 다른 사람들보다 나한테 더 어렵다고? 815 00:40:50,360 --> 00:40:53,720 훨씬 더 어렵지 넌 독서 습관이 없잖아, 훌리안 816 00:40:54,360 --> 00:40:59,360 그래, 형은 다른 사람들보다 내게 더 어렵겠다고 생각하는구나 817 00:40:59,440 --> 00:41:02,400 예를 들자면 누나보다 818 00:41:03,040 --> 00:41:04,080 훨씬 더 819 00:41:04,160 --> 00:41:05,600 그렇단 말이지? 820 00:41:05,680 --> 00:41:08,720 당연하지, 나탈리아는 학위가 두 개나 있잖아 821 00:41:08,800 --> 00:41:10,880 4개 국어로 말하고 쓸 줄도 알고 822 00:41:10,960 --> 00:41:13,960 추상적 사고에 익숙하니까 823 00:41:14,480 --> 00:41:15,640 너는… 824 00:41:17,720 --> 00:41:19,200 나는 토마토라서 825 00:41:19,720 --> 00:41:22,120 직업이 다른 거지, 훌리안 826 00:41:22,200 --> 00:41:23,640 지당하신 말씀 827 00:41:24,280 --> 00:41:26,920 이건… 복잡한 소설이야 828 00:41:27,000 --> 00:41:30,600 응, 서사 구조가 다양하겠지 829 00:41:31,120 --> 00:41:33,280 - 어떻게 알아? - 그냥 상상했어 830 00:41:33,360 --> 00:41:35,920 서사 구조가 어찌나 다양한지… 831 00:41:36,000 --> 00:41:37,840 아무것도 이해 못 하겠지 832 00:41:38,360 --> 00:41:39,600 뭐? 833 00:41:39,680 --> 00:41:42,480 걱정 마, 난 복잡한 주제 좋아해 834 00:41:42,560 --> 00:41:45,800 처음 읽는 책도 아냐 소설 나부랭이 몇 개 읽어봤어 835 00:41:45,880 --> 00:41:47,120 '소설 나부랭이'? 836 00:41:47,200 --> 00:41:49,040 소설 837 00:41:49,560 --> 00:41:50,400 잠깐만 838 00:41:56,160 --> 00:41:57,120 카롤? 839 00:41:58,880 --> 00:41:59,800 응 840 00:42:01,400 --> 00:42:02,400 응? 841 00:42:04,800 --> 00:42:05,640 응 842 00:42:09,760 --> 00:42:10,760 뭐 하는 거야? 843 00:42:11,960 --> 00:42:13,000 아무것도 아냐 844 00:42:13,080 --> 00:42:16,040 요즘 우리 집에서 자주 하는 게임이야 845 00:42:16,120 --> 00:42:19,640 안초비를 꺼내서 산책시키고 다시 캔에 넣기 846 00:42:20,240 --> 00:42:21,560 카롤이 뭐랬는데? 847 00:42:22,080 --> 00:42:24,280 누나가 방금 전화했대 848 00:42:24,360 --> 00:42:28,360 정말 미안하지만 편두통에 머리가 쪼개질 것 같아서 849 00:42:28,440 --> 00:42:30,680 오늘 못 온다고 850 00:42:30,760 --> 00:42:31,840 그래? 851 00:42:32,520 --> 00:42:34,280 이런, 계획에 차질이 생겼네 852 00:42:35,840 --> 00:42:37,000 이게 요즘 유행이야 853 00:42:37,080 --> 00:42:40,840 저녁 초대를 했는데 아무도 안 와 형은 몰랐어? 854 00:42:41,360 --> 00:42:45,480 그럼 어쩌지? 저녁을 먹고 가야 하나? 855 00:42:47,560 --> 00:42:50,280 - 그럴 필요까진 없잖아 - 그렇지 856 00:42:50,800 --> 00:42:53,080 이건 셋이 다 모였을 때 따야겠다 857 00:42:53,160 --> 00:42:56,600 동감이야, 둘이 싸우다가 와인 맛 망치면 안 되지 858 00:42:57,880 --> 00:42:59,560 형이 누나한테 전화할래? 859 00:43:00,080 --> 00:43:02,480 그래, 내가 할게 860 00:43:05,880 --> 00:43:08,560 근데 나탈리아한테 왜 전화해? 861 00:43:10,240 --> 00:43:12,520 전구 바꾸라고 862 00:43:12,600 --> 00:43:14,480 그렇지, 맞다 863 00:43:15,000 --> 00:43:17,880 - 직접 해야지 - 혁명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야 864 00:43:17,960 --> 00:43:19,880 혁명엔 대가가 따르고말고! 865 00:43:21,680 --> 00:43:23,120 - 나중에 얘기하자 - 응 866 00:43:23,200 --> 00:43:25,440 - 카롤한테도 인사 전해줘 - 그래 867 00:43:26,560 --> 00:43:27,400 훌리안 868 00:43:28,280 --> 00:43:29,480 저 꽃병 말이야 869 00:43:31,120 --> 00:43:32,720 못 봐주겠더라 870 00:43:33,240 --> 00:43:35,240 내가 준 거 써 871 00:44:10,440 --> 00:44:14,160 지금 시각은 오후 6시 45분 오늘은 또다시 금요일입니다 872 00:44:14,680 --> 00:44:18,960 전 병원에서 퇴근하는 길이고 훌리안도 곧 올 거예요 873 00:44:19,480 --> 00:44:23,280 오늘 광고 촬영 날이거든요 새벽에 일어나서 힘들 거예요 874 00:44:23,800 --> 00:44:25,680 빅토르와 나탈리아는 벌써 왔어요 875 00:44:26,600 --> 00:44:29,400 드디어 둘이 동시에 도착했으니 훌리안이 좋아하겠어요 876 00:44:30,120 --> 00:44:33,520 근데 빅토르가 차에 휴대폰을 두고 왔나 봐요 877 00:44:34,160 --> 00:44:37,200 훌리안이 어제 꽃을 버렸어요 시들었거든요 878 00:44:37,280 --> 00:44:39,520 꽃병은 다시 벽장에 넣고요 879 00:44:39,600 --> 00:44:41,280 근데 지금 보니 880 00:44:41,360 --> 00:44:45,080 오늘 나탈리아가 한 다발을 또 사 왔네요 881 00:44:48,760 --> 00:44:53,200 꽃집을 지나다가 눈에 띄길래 생각나서 샀어 882 00:44:53,280 --> 00:44:55,840 너무 예뻐요, 이럴 필요 없는데 883 00:44:55,920 --> 00:44:59,360 필요 없긴, 지난번에 못 왔으니 이 정도는 해야지 884 00:44:59,440 --> 00:45:01,160 그리고 꽃 좋아하잖아 885 00:45:01,240 --> 00:45:03,640 우리 둘 다 좋아해요 훌리안이 더 좋아하죠 886 00:45:05,160 --> 00:45:08,280 전화를 안 받으셔 어젯밤부터 연락이 안 돼 887 00:45:08,360 --> 00:45:09,840 - 누가요? - 우리 아빠 888 00:45:09,920 --> 00:45:13,400 보청기를 못 쓰셔서 소리가 안 들리니 안 받으시네 889 00:45:13,920 --> 00:45:17,080 아버님이랑 애들도 다 같이 언제 점심 한번 먹어요 890 00:45:17,640 --> 00:45:19,880 다들 오면 너무 좋죠 891 00:45:19,960 --> 00:45:23,160 너무 좋아하면 끝이 안 좋을걸 892 00:45:23,240 --> 00:45:25,120 - 훌리안 - 아직 안 온 줄 알았어 893 00:45:25,200 --> 00:45:27,080 촬영이 일찍 끝났어 894 00:45:27,160 --> 00:45:29,280 누나, 편두통은 어때? 895 00:45:29,360 --> 00:45:30,640 많이 좋아졌어 896 00:45:31,200 --> 00:45:33,480 저번에 못 와서 미안했어 897 00:45:33,560 --> 00:45:34,880 우리가 더 미안했지 898 00:45:35,400 --> 00:45:37,840 어쩔 수 없이 누나 욕을 해야 하니까 899 00:45:40,080 --> 00:45:44,000 - 누나가 가져온 선물 예쁘지? - 좋아할 줄 알았어 900 00:45:44,080 --> 00:45:45,320 우리 둘 다 좋아해 901 00:45:46,880 --> 00:45:47,960 형은? 902 00:45:48,040 --> 00:45:50,480 휴대폰을 깜빡해서 다시 차에 갔어 903 00:45:50,560 --> 00:45:53,400 하여간 예술가들은 정신이 늘 딴 데 팔려 있어 904 00:45:53,480 --> 00:45:57,000 진짜 말도 안 되게 현관에서 딱 마주쳤지 뭐야 905 00:45:57,080 --> 00:45:59,360 - 그런 우연이! - 그러게 말이야 906 00:45:59,440 --> 00:46:01,520 우연 뒤엔 크나큰 노력이 있지 907 00:46:01,600 --> 00:46:03,040 촬영은 어땠어? 908 00:46:03,120 --> 00:46:04,760 촬영 있었어? 909 00:46:06,440 --> 00:46:07,720 TV 드라마야? 910 00:46:08,560 --> 00:46:10,920 - 난 가서 샤워할게 - 광고요 911 00:46:11,000 --> 00:46:13,160 그렇구나, 무슨 광고? 912 00:46:13,240 --> 00:46:16,160 - 왜 누나한테 말 안 했어? - 뭐 하러 말해? 913 00:46:16,680 --> 00:46:18,120 - 가스파초요 - 응 914 00:46:18,200 --> 00:46:19,880 토마토 역할이에요 915 00:46:21,240 --> 00:46:24,680 그렇구나, 그거 재밌겠네 916 00:46:25,880 --> 00:46:28,880 토마토 연기가 쉽지 않을 텐데 917 00:46:31,120 --> 00:46:32,440 그래서? 918 00:46:32,960 --> 00:46:36,280 며칠 전에 오빠가 드디어 너한테 책 줬다며? 919 00:46:36,360 --> 00:46:38,240 이제 만족해? 920 00:46:38,760 --> 00:46:40,040 잘 모르겠어 921 00:46:41,120 --> 00:46:43,200 읽고 싶어서 안달이었잖아 922 00:46:44,000 --> 00:46:45,480 두 번이나 읽었어요 923 00:46:45,560 --> 00:46:46,560 정말이야? 924 00:46:47,080 --> 00:46:48,280 빠르네 925 00:46:49,280 --> 00:46:52,840 오후 내내 소파에 붙어 있었어요 숨도 안 쉬는 줄 알았다니까요 926 00:46:53,480 --> 00:46:57,000 빅토르의 소설 나부랭이 말하는 거 맞지? 927 00:46:57,640 --> 00:47:00,120 나부랭이라고 할 순 없겠던걸 928 00:47:00,200 --> 00:47:01,800 설마 재밌었어? 929 00:47:01,880 --> 00:47:02,960 엄청 좋아했어요 930 00:47:05,760 --> 00:47:09,760 - 너 또 장난치는구나? - 그게 너무 화가 나서 미치겠어 931 00:47:10,280 --> 00:47:12,480 - 나 진짜 힘들어, 누나 - 말도 안 돼 932 00:47:12,560 --> 00:47:14,520 어떻게 그게 재밌지? 933 00:47:14,600 --> 00:47:15,720 나도 몰라 934 00:47:16,240 --> 00:47:17,480 그래서 걱정이야 935 00:47:19,680 --> 00:47:21,680 분명 이유가 있겠지, 훌리안 936 00:47:23,120 --> 00:47:24,200 그러면 좋겠어 937 00:47:25,000 --> 00:47:26,800 이해 못 해서 그럴지도 몰라 938 00:47:26,880 --> 00:47:28,800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 939 00:47:29,480 --> 00:47:33,240 그래서 다시 읽었어 그랬더니 처음보다 더 좋아 940 00:47:33,800 --> 00:47:35,080 비유가 훌륭하더라 941 00:47:35,160 --> 00:47:37,440 - 너무 좋대요 - 무슨 비유? 942 00:47:37,520 --> 00:47:39,680 - 다 읽기 아깝더라니까, 그랬지? - 응 943 00:47:41,520 --> 00:47:42,360 전화 받을게요 944 00:47:43,080 --> 00:47:45,680 너한테도 솔직하게 말해달래? 945 00:47:46,480 --> 00:47:48,560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946 00:47:53,400 --> 00:47:55,280 - 미안 - 왜 웃어? 947 00:47:55,360 --> 00:47:58,560 아니, 그냥, 네가 오빠한테 948 00:47:58,640 --> 00:48:01,880 오빠 소설 나부랭이가 좋았다고 말하는 거 듣고 싶어서 949 00:48:01,960 --> 00:48:03,280 말 안 할 거야 950 00:48:03,360 --> 00:48:05,680 나도 솔직하게 말했으니 너도 해야지, 훌리안 951 00:48:05,760 --> 00:48:10,080 형은 내가 여름쯤에야 다 읽을 줄 알아 952 00:48:10,600 --> 00:48:14,360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 걸릴 거라나 953 00:48:14,440 --> 00:48:17,120 난 샴푸 냄새 맡아야 하니 이만 나가줘 954 00:48:17,200 --> 00:48:18,640 그럼 기분 좋아질 거야 955 00:48:21,960 --> 00:48:22,960 - 빅토르 - 카롤 956 00:48:23,040 --> 00:48:25,440 - 잘 지냈어요? 어서 와요 - 또 보네 957 00:48:26,120 --> 00:48:26,960 들어오세요 958 00:48:31,120 --> 00:48:33,680 요 며칠 동안 이 집에 자주 오네 959 00:48:33,760 --> 00:48:37,440 그전에 온 거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왔어 960 00:48:38,280 --> 00:48:40,400 두 사람 여기 오래 살았나? 961 00:48:41,000 --> 00:48:43,400 응, 만나기 시작한 후로 쭉 962 00:48:43,480 --> 00:48:44,320 - 그래? - 응 963 00:48:44,400 --> 00:48:45,240 그랬나? 964 00:48:45,920 --> 00:48:48,720 카롤, 훌리안은 아직 안 왔어? 965 00:48:48,800 --> 00:48:50,200 왔어요, 샤워 중이에요 966 00:48:50,720 --> 00:48:53,240 오늘 촬영이 있었어요, 그 광고요 967 00:48:53,320 --> 00:48:57,360 맞다, 그 광고 맡은 역할이 뭐랬더라… 968 00:48:57,440 --> 00:48:58,720 - 뭐였지? - 토마토 969 00:48:58,800 --> 00:49:01,800 카롤, 이제 포기할 때가 된 것 같지 않아? 970 00:49:01,880 --> 00:49:05,120 꿈을 이루지 못하면 다른 일을 알아봐야지 971 00:49:05,200 --> 00:49:07,480 우리 로펌에 자리 하나 내줄 수도 있어 972 00:49:07,560 --> 00:49:09,760 운전기사, 늘 기사가 부족하거든 973 00:49:09,840 --> 00:49:11,640 얘기 전해줘 974 00:49:12,320 --> 00:49:15,320 물론이죠, 그럴게요 근데 오늘은 말고요 975 00:49:15,400 --> 00:49:17,400 그래, 다른 날이 낫지 976 00:49:18,200 --> 00:49:20,760 좋아, 드디어 다 모였구나 977 00:49:20,840 --> 00:49:23,040 이제 행복하니, 내 동생? 978 00:49:23,120 --> 00:49:24,280 무슨 뜻이야? 979 00:49:24,360 --> 00:49:26,240 아무것도 아냐, 아무 뜻 없어 980 00:49:26,320 --> 00:49:28,240 '행복'을 강조했잖아 981 00:49:28,320 --> 00:49:29,880 나 바보 아냐, 오빠 982 00:49:29,960 --> 00:49:32,760 화났어? 넌 원래 화 안 내잖아 983 00:49:32,840 --> 00:49:35,160 이제부턴 내기로 했어, 적응해 984 00:49:35,240 --> 00:49:38,560 - 미리 말이라도 했어야지 - 다 모이기 전엔 싸우지 마요 985 00:49:38,640 --> 00:49:41,240 아냐, 싸우는 거 아냐 아직은 아니지 986 00:49:41,320 --> 00:49:43,320 그냥 안부 주고받았어, 맞지? 987 00:49:43,400 --> 00:49:46,840 길게 '해애앵복' 하면서 강조했잖아 988 00:49:46,920 --> 00:49:49,240 - 일부러 그런 거 아냐 - 맞잖아 989 00:49:49,320 --> 00:49:53,000 그 말투 거슬려 속뜻이 있는 것 같아 990 00:49:53,080 --> 00:49:56,120 카롤, 내 말에 다른 뜻이 있었던 것 같아? 991 00:49:56,200 --> 00:49:58,880 훌리안이 오늘은 아무 의견 내지 말라고 했어요 992 00:49:58,960 --> 00:50:00,600 배우자들은 빠져야 하니까요 993 00:50:03,200 --> 00:50:05,560 내가 부탁해서 억지로 온 것처럼 말하지 마 994 00:50:05,640 --> 00:50:08,520 아빠가 어떻게 지내는지 신경도 안 써? 995 00:50:08,600 --> 00:50:10,880 그런 뜻 아니니 진정해 996 00:50:11,400 --> 00:50:12,800 나 괜찮아 997 00:50:13,320 --> 00:50:16,040 안 괜찮아 보여? 나 엄청 괜찮은데 998 00:50:16,560 --> 00:50:19,520 근데 두 사람이 날 대하는 태도는 이제 지긋지긋해 999 00:50:20,040 --> 00:50:22,520 항상 윗사람처럼 날 하대하잖아 1000 00:50:22,600 --> 00:50:26,720 일 생기면 걱정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1001 00:50:26,800 --> 00:50:29,280 그럼 그렇게 걱정하지 마 나탈리아 1002 00:50:29,360 --> 00:50:30,680 무슨 뜻이야? 1003 00:50:30,760 --> 00:50:34,920 매사에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면 재미가 없잖아 1004 00:50:35,000 --> 00:50:38,480 아주 흥미로운 이론이네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어? 1005 00:50:38,560 --> 00:50:41,640 내가 추천한 초보 작가를 위한 지침서? 1006 00:50:41,720 --> 00:50:42,600 저기요 1007 00:50:43,520 --> 00:50:46,160 훌리안이 온 다음에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? 1008 00:50:46,240 --> 00:50:47,480 - 그래 - 맞아 1009 00:50:47,560 --> 00:50:49,400 맞아, 카롤, 미안해 1010 00:50:50,480 --> 00:50:52,800 카롤, 선물 하나 가져왔어 1011 00:50:52,880 --> 00:50:55,080 안초비야, 고급 안초비 1012 00:50:55,160 --> 00:50:57,640 좋죠, 정말 고마워요 그냥 와도 되는데 1013 00:50:57,720 --> 00:51:01,080 나 물 좀 줄래? 편두통 때문에 약 먹으려고 1014 00:51:01,160 --> 00:51:03,200 - 그럼요, 갖고 올게요 - 고마워 1015 00:51:03,280 --> 00:51:06,160 우리 엄마가 편두통은 안 닫히는 서랍이랬어요 1016 00:51:06,680 --> 00:51:08,640 '안 닫히는 서랍'? 1017 00:51:09,160 --> 00:51:10,480 그게 무슨 뜻이야? 1018 00:51:10,560 --> 00:51:12,120 비유법이잖아 1019 00:51:12,640 --> 00:51:14,840 오빠도 이제 작가니까 그쯤은 알아야지 1020 00:51:17,440 --> 00:51:19,280 그 말 하니 생각나네 1021 00:51:19,800 --> 00:51:20,760 무슨 말? 1022 00:51:21,280 --> 00:51:23,000 내 소설 다 읽었어? 1023 00:51:24,760 --> 00:51:25,680 카롤! 1024 00:51:25,760 --> 00:51:26,680 네? 1025 00:51:26,760 --> 00:51:30,040 - 내가 도와줄까? - 아뇨, 괜찮아요 1026 00:51:30,560 --> 00:51:31,640 정말 괜찮아? 1027 00:51:32,760 --> 00:51:34,600 - 나탈리아 - 응? 1028 00:51:34,680 --> 00:51:36,720 - 방금 뭐야? - 뭐가? 1029 00:51:36,800 --> 00:51:37,920 방금 말이야 1030 00:51:38,440 --> 00:51:40,480 화제 돌리려고 그런 거야? 1031 00:51:41,680 --> 00:51:42,520 눈치챘어? 1032 00:51:43,120 --> 00:51:45,120 조금, 당연한 거 아냐? 1033 00:51:45,640 --> 00:51:48,400 재미없었어도 괜찮아, 편하게 말해 1034 00:51:48,480 --> 00:51:50,480 물론 재밌지, 안 그럴 리 없잖아 1035 00:51:50,560 --> 00:51:53,440 솔직한 네 진심을 말해주면 돼 그러면… 1036 00:51:53,520 --> 00:51:54,400 알지 1037 00:51:54,480 --> 00:51:58,000 근데 이 얘기는 나중에 하는 게 낫지 않겠어? 1038 00:51:58,080 --> 00:51:59,080 - 그래 - 물 여기요 1039 00:51:59,160 --> 00:52:00,160 고마워 1040 00:52:01,400 --> 00:52:02,520 내 말은… 1041 00:52:03,640 --> 00:52:06,600 오늘은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1042 00:52:06,680 --> 00:52:08,120 상의해야 하니까… 1043 00:52:08,640 --> 00:52:10,680 - 안 그래, 카롤? - 그렇죠 1044 00:52:12,160 --> 00:52:13,880 그러지 말고 간단히 말해봐 1045 00:52:13,960 --> 00:52:16,640 읽고 나서 첫인상이 어땠는지 1046 00:52:17,240 --> 00:52:20,320 원래 첫인상이 어려운 법이야 1047 00:52:20,400 --> 00:52:21,360 어려워? 1048 00:52:21,880 --> 00:52:22,960 응 1049 00:52:23,040 --> 00:52:26,920 내 진심을 늘 정확히 담지는 못하니까 1050 00:52:27,000 --> 00:52:30,600 몇 단어로만 해봐 그냥 간단하게 기사 제목처럼 1051 00:52:30,680 --> 00:52:32,360 무슨 기사 제목? 1052 00:52:33,480 --> 00:52:35,600 내 소설이 어땠는지 말이야 1053 00:52:35,680 --> 00:52:36,840 벌써 다 읽었대 1054 00:52:36,920 --> 00:52:37,920 - 그랬어? - 응 1055 00:52:38,000 --> 00:52:40,800 벌써 다 읽었어, 누나? 1056 00:52:41,400 --> 00:52:43,240 나한텐 말 안 했잖아 1057 00:52:43,840 --> 00:52:45,520 - 어땠어? - 난… 1058 00:52:46,680 --> 00:52:48,880 이렇게 셋이 함께 있으니 보기 좋네요 1059 00:52:49,400 --> 00:52:53,280 - 오늘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- 거짓말이야, 믿지 마 1060 00:52:55,960 --> 00:52:57,920 식탁에 앉아서 대화하세요 1061 00:52:58,000 --> 00:53:02,960 저는 방에서 드라마 볼게요 셋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요 1062 00:53:03,040 --> 00:53:04,440 - 고마워, 여보 - 고마워, 카롤 1063 00:53:04,520 --> 00:53:05,600 고마워 1064 00:53:06,840 --> 00:53:08,080 나탈리아 1065 00:53:11,360 --> 00:53:12,720 대답 기다리잖아 1066 00:53:22,040 --> 00:53:24,920 읽는 데 얼마나 걸렸어? 일주일 넘게? 1067 00:53:25,000 --> 00:53:27,680 - 왜? 그게 중요해? - 대단히 중요하지 1068 00:53:27,760 --> 00:53:30,240 끊지 않고 빨리 읽을수록 좋은 거니까 1069 00:53:30,320 --> 00:53:32,320 - 몰랐어? - 응 1070 00:53:32,400 --> 00:53:35,600 글쎄, 2주 정도 1071 00:53:35,680 --> 00:53:36,960 이런 1072 00:53:37,040 --> 00:53:38,360 왜? 1073 00:53:39,080 --> 00:53:42,600 - 시간 날 때 읽었어, 밤이나… - 그래서? 1074 00:53:42,680 --> 00:53:45,360 솔직히 말하면 정말 놀랐어 1075 00:53:45,440 --> 00:53:46,960 정말 놀랐대 1076 00:53:47,920 --> 00:53:50,640 - 응, 뜻밖이었어 - 뜻밖이었대 1077 00:53:50,720 --> 00:53:53,760 - 좋은 쪽, 나쁜 쪽? - 상황에 따라 다르지 1078 00:53:53,840 --> 00:53:55,240 무슨 상황에 따라? 1079 00:53:55,760 --> 00:53:57,120 여러 상황 1080 00:53:57,200 --> 00:54:01,400 오빠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사실 상상도 못 했어 1081 00:54:01,480 --> 00:54:03,360 쉬운 소설이 아니잖아 1082 00:54:03,440 --> 00:54:06,360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나탈리아 1083 00:54:06,440 --> 00:54:10,760 - 책 평론이 원래 그래, 형 - 재밌게 읽었는지만 알면 돼 1084 00:54:10,840 --> 00:54:12,760 누나가 재밌게 읽었는지 궁금하대 1085 00:54:12,840 --> 00:54:15,720 오빠,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… 1086 00:54:16,320 --> 00:54:19,120 이런 말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 알아줘 1087 00:54:19,720 --> 00:54:21,880 진실을 말할 때는 늘 그렇지 1088 00:54:21,960 --> 00:54:25,120 그러니까 사실은… 1089 00:54:26,160 --> 00:54:27,920 마음에 쏙 들었어! 1090 00:54:34,160 --> 00:54:35,240 뭐래? 1091 00:54:35,840 --> 00:54:38,000 마음에 쏙 들었대 1092 00:54:45,920 --> 00:54:48,040 마음에 쏙 들었어, 누나? 1093 00:54:48,120 --> 00:54:49,960 응, 정말 좋더라 1094 00:54:50,480 --> 00:54:51,440 진짜야? 1095 00:54:51,520 --> 00:54:54,240 첫 소설치고는 훌륭하지 1096 00:54:54,320 --> 00:54:59,680 '첫 소설치고는 훌륭하다'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말이네 1097 00:55:00,440 --> 00:55:03,040 이제 마음이 놓인다 1098 00:55:03,560 --> 00:55:08,440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솔직히 너무 신경 쓰였어, 동생아 1099 00:55:08,960 --> 00:55:12,440 정말 좋았어, 마음에 쏙 들었어? 구체적으로 말해야지 1100 00:55:14,160 --> 00:55:16,680 이제 자리에 앉아서 할 얘기를 해볼까? 1101 00:55:23,040 --> 00:55:26,000 그럼 지루하진 않았단 거네? 1102 00:55:26,080 --> 00:55:27,760 전혀 아니었어 1103 00:55:27,840 --> 00:55:30,720 오히려 그 반대지, 축하해 1104 00:55:30,800 --> 00:55:33,440 - 축하한다고? - 나한테 축하한대 1105 00:55:33,960 --> 00:55:35,760 정말 고맙다, 나탈리아 1106 00:55:36,280 --> 00:55:39,520 - 얘 의견이 정말 중요하거든 - 그럼, 누나 의견 중요하지 1107 00:55:39,600 --> 00:55:42,120 응, 타깃 독자층이라서 1108 00:55:43,280 --> 00:55:45,160 - 잠깐만 - 응 1109 00:55:47,600 --> 00:55:48,480 마리사야 1110 00:55:49,360 --> 00:55:50,760 여보, 응 1111 00:55:50,840 --> 00:55:53,120 이야… 1112 00:55:53,920 --> 00:55:58,640 그 소설 나부랭이가 마음에 쏙 들었다 이거야? 1113 00:55:58,720 --> 00:55:59,920 아냐, 걱정 마 1114 00:56:00,000 --> 00:56:02,760 아빠 일 의논하고 합의점을 찾으려고 온 거야 1115 00:56:02,840 --> 00:56:06,400 알겠다, 그럼 이게 다 작전이구나 1116 00:56:06,480 --> 00:56:07,520 당연하지 1117 00:56:08,040 --> 00:56:10,960 오빠 소설이 쓰레기라고 해서 얻는 게 뭐 있어? 1118 00:56:11,040 --> 00:56:14,240 대화 시작하기도 전에 기분 상하고 화만 날 거 아냐 1119 00:56:14,320 --> 00:56:16,520 - 소설이 별로였어요? - 완전 1120 00:56:16,600 --> 00:56:17,440 아니, 그리고… 1121 00:56:17,520 --> 00:56:20,640 이제 너도 재밌게 읽었다고 말해 1122 00:56:21,160 --> 00:56:24,640 기분 좋아서 다음 주면 아빠를 자기 집으로 모실 거야 1123 00:56:25,480 --> 00:56:29,760 와인 저장고랑 수영장 있는 집에서 도우미들한테 고추 보여주시겠지 1124 00:56:29,840 --> 00:56:33,960 책에 사인해 주고 싶어서 나한테 그 소설 나부랭이 준 거야 1125 00:56:34,480 --> 00:56:38,440 - 내 의견 따위 관심 없어 - 네 생각보다 널 좋게 본다니까 1126 00:56:38,520 --> 00:56:39,440 누나 1127 00:56:39,960 --> 00:56:42,640 내가 토마토긴 해도 바보는 아냐 1128 00:56:46,920 --> 00:56:50,480 - 뭐 찾아, 자기야? - 태블릿, 어디 뒀는지 모르겠네 1129 00:56:51,520 --> 00:56:54,280 고양이가 거실에서 화분의 식물을 먹고 있어 1130 00:56:55,160 --> 00:56:56,000 내가 갈게 1131 00:56:57,840 --> 00:56:59,640 말 끊어서 미안 1132 00:57:00,160 --> 00:57:01,680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? 1133 00:57:01,760 --> 00:57:03,760 - 오빠 소설 - 그렇구나 1134 00:57:04,720 --> 00:57:07,800 훌리안이 그러는데 자기도 벌써 읽었대 1135 00:57:07,880 --> 00:57:10,320 - 벌써? 그렇게 빨리? - 그래서? 재밌었어? 1136 00:57:10,400 --> 00:57:12,600 네 생각을 말하면 돼 1137 00:57:12,680 --> 00:57:15,200 얘는 거짓말하고 싶어도 못 하는 애야 1138 00:57:15,280 --> 00:57:16,200 할 수가 없지 1139 00:57:16,720 --> 00:57:20,680 근데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, 응? 1140 00:57:20,760 --> 00:57:23,040 훌리안, 네 의견도 듣고 싶어 1141 00:57:23,120 --> 00:57:25,200 - 봤지? 나도 그렇게 말했어 - 정말? 1142 00:57:25,800 --> 00:57:28,160 누나 의견만큼 내 의견도 중요해? 1143 00:57:28,240 --> 00:57:31,680 아니, 그건 다르지, 비교가 안 돼 1144 00:57:31,760 --> 00:57:33,880 어떻게 다른데? 1145 00:57:33,960 --> 00:57:37,160 훌리안,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1146 00:57:37,240 --> 00:57:39,920 오빠는 네가 그 책을 재밌게 봤는지 1147 00:57:40,000 --> 00:57:44,040 등장인물들에 공감했는지 비유법은 어땠는지 궁금한 거야 1148 00:57:44,120 --> 00:57:45,160 무슨 비유? 1149 00:57:45,240 --> 00:57:48,320 - 제목은 어때? 마음에 들어? - 마음에 들어? 1150 00:57:49,960 --> 00:57:52,200 '쉰세 번의 일요일' 1151 00:57:53,800 --> 00:57:54,760 놀라웠어 1152 00:57:54,840 --> 00:57:56,640 좋다는 거야, 싫다는 거야? 1153 00:57:57,960 --> 00:57:59,040 생각하기 나름이지 1154 00:58:00,800 --> 00:58:02,200 있잖아, 훌리안 1155 00:58:02,280 --> 00:58:03,160 응? 1156 00:58:03,800 --> 00:58:05,800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좋겠어 1157 00:58:05,880 --> 00:58:09,480 한 번 더 읽고 그때 말해줘 1158 00:58:10,920 --> 00:58:13,960 내가 이해 못 한 것 같아서 그래? 1159 00:58:14,640 --> 00:58:17,520 한 번 더 읽어서 나쁠 거 없지 1160 00:58:17,600 --> 00:58:20,240 가스파초가 직업인 사람들에겐 특히 더 그렇겠지? 1161 00:58:21,480 --> 00:58:23,640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야지 1162 00:58:23,720 --> 00:58:26,800 넌 독서에 익숙하지 않으니 쉽지 않잖아 1163 00:58:28,040 --> 00:58:30,960 서두르지 말고 다시 읽어봐 1164 00:58:31,040 --> 00:58:32,040 또요? 1165 00:58:32,120 --> 00:58:33,040 뭐가 또야? 1166 00:58:33,120 --> 00:58:34,840 벌써 두 번이나 읽었어요 1167 00:58:36,360 --> 00:58:38,120 벌써 두 번이나 읽었어? 1168 00:58:38,200 --> 00:58:39,160 바로 이어서요 1169 00:58:39,680 --> 00:58:41,280 바로 이어서? 1170 00:58:42,040 --> 00:58:44,800 훌리안, 말문이 막힌다 1171 00:58:44,880 --> 00:58:47,840 그럴 줄은 몰랐네, 이거 감동인걸 1172 00:58:48,360 --> 00:58:51,400 벌써 두 번이나 읽었으면 1173 00:58:51,920 --> 00:58:53,440 의견을 말해도 되겠다 1174 00:58:53,520 --> 00:58:56,440 그럼, 두 번 읽었으면 가능하지 1175 00:58:56,960 --> 00:58:57,800 어땠어? 1176 00:58:58,440 --> 00:58:59,480 기사 제목처럼 말해 1177 00:59:00,400 --> 00:59:01,960 기사 제목처럼? 1178 00:59:04,320 --> 00:59:08,960 일단 이런 말 하기 쉽지 않다는 거 미리 알아줬으면 해 1179 00:59:10,560 --> 00:59:12,160 내 생각에는 1180 00:59:12,880 --> 00:59:16,920 길고 지루했어, 인물이 너무 많고 서사 구조도 복잡하고 1181 00:59:17,000 --> 00:59:19,240 결말은 너무 성급하고 말이 안 돼 1182 00:59:21,200 --> 00:59:24,440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말하겠다고 했으니 하는 말이야 1183 00:59:24,520 --> 00:59:28,040 아니면 나도 남들처럼 거짓말했겠지 1184 00:59:28,800 --> 00:59:31,240 하지만 형이 그렇게 강조했으니… 1185 00:59:36,640 --> 00:59:37,760 와인 좋다 1186 00:59:43,120 --> 00:59:45,400 제목을 짓자면 그렇단 거지 1187 00:59:46,040 --> 00:59:47,040 오빠 1188 00:59:47,920 --> 00:59:49,160 괜찮아? 1189 00:59:49,240 --> 00:59:53,360 응, 처음으로 들은 악평이라 마음이 좀… 1190 00:59:53,440 --> 00:59:55,040 형, 있잖아 1191 00:59:55,120 --> 00:59:58,280 솔직히 말해달라고 하는 거 진짜 나쁜 짓이야 1192 00:59:58,360 --> 00:59:59,320 잘 알면서 1193 00:59:59,920 --> 01:00:01,960 그 말을 그렇게 잘 들을 줄은 몰랐지 1194 01:00:02,040 --> 01:00:04,880 내가 이렇게 솔직해서 기분 상한 건 아니겠지? 1195 01:00:05,480 --> 01:00:09,920 - 솔직하다고? - 취미 때문에 화내진 말자 1196 01:00:10,520 --> 01:00:12,880 이거 취미 아니야, 훌리안 1197 01:00:12,960 --> 01:00:14,960 내가 누나한테 딱 그렇게 말했어 1198 01:00:15,480 --> 01:00:17,200 그 단어 쓰지 말라고 1199 01:00:18,880 --> 01:00:22,120 온갖 비난에 익숙해져야겠지 1200 01:00:22,200 --> 01:00:23,920 객관적이지 않은 것까지 1201 01:00:24,760 --> 01:00:26,680 객관적이지 않다니? 1202 01:00:26,760 --> 01:00:28,560 별 뜻 없이 한 말이야 1203 01:00:28,640 --> 01:00:32,840 이제 제발 자리에 앉아서 아빠 얘기를 시작해 보자 1204 01:00:32,920 --> 01:00:36,440 넌 내 동생이니 객관적일 수 없지 그게 당연한 거야 1205 01:00:36,520 --> 01:00:39,560 그 소설 나부랭이가 마음에 들고 안 드는 거랑 1206 01:00:39,640 --> 01:00:41,440 우리가 형제인 게 무슨 상관이야? 1207 01:00:41,520 --> 01:00:42,680 '소설 나부랭이'? 1208 01:00:42,760 --> 01:00:44,400 말하자면 그렇다고 1209 01:00:46,320 --> 01:00:47,800 비하하는 표현이잖아 1210 01:00:48,320 --> 01:00:52,000 전에도 그렇게 말했는데 그땐 못 들은 척했어 1211 01:00:52,080 --> 01:00:56,400 우선 아빠 집 전구를 어떡할지 의견을 모아보자 1212 01:00:57,360 --> 01:00:59,560 형이 바꾸면 되지 1213 01:01:00,080 --> 01:01:03,360 이제 책도 다 썼으니 시간 널널할 거 아냐 1214 01:01:03,440 --> 01:01:05,040 내 말 듣고 있어? 1215 01:01:05,120 --> 01:01:09,120 객관적일 수가 없지 넌 여전히 날 질투하잖아 1216 01:01:09,720 --> 01:01:11,560 내가 언제 형을 질투했더라? 1217 01:01:11,640 --> 01:01:13,400 평생 나를 시샘했잖아 1218 01:01:13,480 --> 01:01:16,520 동생들이 흔히 보이는 병적인 증상이지 1219 01:01:16,600 --> 01:01:18,720 내가 정확히 뭘 질투하는데? 1220 01:01:18,800 --> 01:01:20,280 나 1221 01:01:20,360 --> 01:01:23,800 나는 잘 풀리는데 너는 별로 안 그랬잖아 1222 01:01:25,040 --> 01:01:26,320 뭐가 잘 풀려? 1223 01:01:26,840 --> 01:01:30,240 장인 운전기사에 아내 집사가 잘 풀린 인생이야? 1224 01:01:35,400 --> 01:01:39,200 방금 그 말은 기분이 좀 상하긴 한다 1225 01:01:40,200 --> 01:01:42,920 이만 가는 게 좋겠어 1226 01:01:43,000 --> 01:01:45,120 - 우린 나중에 보자 - 아니… 1227 01:01:48,480 --> 01:01:49,440 오빠 1228 01:01:50,040 --> 01:01:51,880 오빠, 제발… 1229 01:01:52,400 --> 01:01:56,200 이렇게 부탁할게 두 사람 모두 제발 노력 좀 하자 1230 01:01:56,280 --> 01:01:59,640 오늘 이렇게 셋이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잖아 1231 01:01:59,720 --> 01:02:02,720 결정할 문제들이 있단 말이야 제발 부탁이야 1232 01:02:02,800 --> 01:02:04,880 쟤한테 사과부터 받고 1233 01:02:04,960 --> 01:02:06,480 사과? 내가 왜? 1234 01:02:07,080 --> 01:02:10,120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빈정대는 말부터 사과해 1235 01:02:10,200 --> 01:02:11,760 그대로 옮겨볼게 1236 01:02:11,840 --> 01:02:13,640 '소설 나부랭이도 다 끝났으니' 1237 01:02:13,720 --> 01:02:16,600 '전구는 형이 갈면 되겠다' 1238 01:02:16,680 --> 01:02:19,360 맞아, '나부랭이'에 힘을 좀 줬지 1239 01:02:20,000 --> 01:02:22,600 우리 집안 습관이잖아, 오빠 알면서 그래 1240 01:02:22,680 --> 01:02:24,840 악평으로도 충분했어 1241 01:02:24,920 --> 01:02:27,040 날 비웃을 필요까진 없지 1242 01:02:27,560 --> 01:02:29,560 생존 본능 유머야, 형 1243 01:02:30,080 --> 01:02:31,520 전에는 좋아했잖아 1244 01:02:31,600 --> 01:02:33,040 그랬지 1245 01:02:33,760 --> 01:02:37,080 참, 그건 그렇다 치고 이건 알아둬 1246 01:02:37,160 --> 01:02:41,200 우리 둘은 네가 전구를 갈아야 한다고 생각해 1247 01:02:42,760 --> 01:02:43,960 형이랑 또 누구? 1248 01:02:44,040 --> 01:02:46,240 나랑 나탈리아 1249 01:02:46,760 --> 01:02:48,080 오빠! 1250 01:02:50,960 --> 01:02:52,920 이야, 그렇구나 1251 01:02:53,440 --> 01:02:54,960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잖아 1252 01:02:55,040 --> 01:02:57,600 우리 요즘 그렇게나 자주 봤는데 1253 01:02:57,680 --> 01:02:59,880 둘이 이미 얘기 다 했어? 1254 01:02:59,960 --> 01:03:01,800 어쩌다 한 번 말이 나왔어 1255 01:03:01,880 --> 01:03:04,280 한 번은 아니지, 여러 번이지 1256 01:03:04,360 --> 01:03:05,560 여러 번? 1257 01:03:05,640 --> 01:03:08,400 아빠 집 전구 교체를 1258 01:03:08,480 --> 01:03:11,600 왜 내가 해야 하는지 물어도 될까? 1259 01:03:11,680 --> 01:03:14,080 우리는 돈 내고 넌 안 내니까 1260 01:03:17,200 --> 01:03:19,680 뭔 말인지 모르겠네 1261 01:03:20,640 --> 01:03:22,280 - 무슨 돈을 내는데? - 이것저것 1262 01:03:22,360 --> 01:03:25,240 내가 얘기할게, 나탈리아 쟤도 알아들을 거야 1263 01:03:25,320 --> 01:03:26,360 못 알아들을걸 1264 01:03:26,440 --> 01:03:29,200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장담은 못 해 1265 01:03:29,280 --> 01:03:33,240 네가 전구를 갈아야 한다고 우리 둘이 동의한 이유는 1266 01:03:33,320 --> 01:03:36,720 우리가 아빠 생활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야 1267 01:03:37,600 --> 01:03:38,720 무슨 생활비? 1268 01:03:39,560 --> 01:03:41,240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잖아 1269 01:03:41,320 --> 01:03:45,320 없긴 왜 없어 세부 사항이 얼마나 중요한데 1270 01:03:45,400 --> 01:03:46,600 무슨 생활비? 1271 01:03:46,680 --> 01:03:48,240 일단 의료비 1272 01:03:48,320 --> 01:03:52,000 보청기, 특별 식단 새 틀니에 물리 치료사가 있지 1273 01:03:52,080 --> 01:03:55,880 게다가 청소 도우미, 세탁기 등등 이것저것 많아, 훌리안 1274 01:03:55,960 --> 01:04:00,160 - 일상적인 것들, 알지? - 지난 몇 년간의 일상이지 1275 01:04:01,520 --> 01:04:02,720 '몇 년'이라고? 1276 01:04:02,800 --> 01:04:04,200 괜히 부풀리는 거야 1277 01:04:08,520 --> 01:04:09,480 누나 1278 01:04:12,840 --> 01:04:14,280 몇 년인데? 1279 01:04:15,440 --> 01:04:17,080 글쎄… 1280 01:04:17,680 --> 01:04:19,040 4, 5년쯤 1281 01:04:19,120 --> 01:04:20,840 4, 5년? 1282 01:04:20,920 --> 01:04:23,840 훌리안, 나탈리아는 너한테 말하지 말자고 했어 1283 01:04:23,920 --> 01:04:27,480 돈 없는 찌질이가 된 기분 안 들게 하려고 1284 01:04:27,560 --> 01:04:28,440 그래서 그랬어 1285 01:04:30,400 --> 01:04:33,000 그래서 나한테 아무 말 안 하는구나 1286 01:04:33,080 --> 01:04:35,640 너 항상 쪼들리는 거 다 아니까 1287 01:04:35,720 --> 01:04:37,760 우리 생각엔… 1288 01:04:37,840 --> 01:04:41,320 잠깐만 내가 제대로 이해했나 보자 1289 01:04:42,320 --> 01:04:43,960 난 돈 없는 찌질이니까 1290 01:04:44,040 --> 01:04:46,920 아빠 생활비를 같이 부담할 수는 없으니 1291 01:04:47,000 --> 01:04:51,240 내가 보탤 방법으로 두 사람이 생각한 게 1292 01:04:52,080 --> 01:04:54,560 잡일 담당이다 이거야? 1293 01:04:55,600 --> 01:04:56,640 맞아? 1294 01:04:56,720 --> 01:04:58,320 - 응 - 오빠! 1295 01:04:59,000 --> 01:05:02,520 - 네가 그랬잖아, 나탈리아 - 그래도 그런 표현은 심하잖아 1296 01:05:02,600 --> 01:05:04,840 심하긴 심하다, 누나 1297 01:05:07,280 --> 01:05:08,920 여기 있었구나 1298 01:05:10,520 --> 01:05:13,800 - 아직도 서서 그러고 있어? - 이제 앉을 거야 1299 01:05:13,880 --> 01:05:14,800 훌리안 1300 01:05:14,880 --> 01:05:18,080 저번에 당신이 누나가 전화했다고 하면서 1301 01:05:18,160 --> 01:05:23,080 전구 때문에 엄청 중요한 일이 있다고 했을 때 1302 01:05:23,160 --> 01:05:24,560 내가 뭐라고 했지? 1303 01:05:25,080 --> 01:05:28,440 전구가 중요해 봤자라고 했잖아 1304 01:05:28,520 --> 01:05:29,360 근데 중요하네 1305 01:05:29,440 --> 01:05:31,040 봤지? 사람 일 모르는 거야 1306 01:05:31,120 --> 01:05:32,920 절대 모르지, 자기 1307 01:05:33,480 --> 01:05:35,320 - 훌리안 - 왜? 1308 01:05:35,920 --> 01:05:37,720 얘기할 건 해야 하잖아 1309 01:05:38,320 --> 01:05:41,000 - 그야 당연하지 - 아냐, 어디 보자 1310 01:05:41,080 --> 01:05:45,160 지난번에 우린 나탈리아가 전구를 갈아야 한다고 했잖아 1311 01:05:45,680 --> 01:05:48,160 - 내가? - 응, 맞아, 누나가 해야지 1312 01:05:48,240 --> 01:05:49,480 왜 나야? 1313 01:05:49,560 --> 01:05:52,240 전에 훌리안이랑 전구 얘기를 하다 보니 1314 01:05:52,320 --> 01:05:53,800 불공평하더라고 1315 01:05:53,880 --> 01:05:56,920 너를 후보로 고려하지도 않았잖아 1316 01:05:57,000 --> 01:05:59,960 우린 현대적인 좌파 페미니스트 가족이야 1317 01:06:00,040 --> 01:06:06,160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널 계산에서 제외했단 걸 깨달았지 1318 01:06:06,240 --> 01:06:07,880 - 무슨 계산? - 깜빡깜빡 윙크 1319 01:06:07,960 --> 01:06:12,520 직접 손을 써야 하는 일에서는 여자들이 스스로 빠지는 것 같아 1320 01:06:12,600 --> 01:06:14,600 '남자들이 알아서 하겠지' 근데 아냐 1321 01:06:14,680 --> 01:06:16,480 난 안 바꿔 1322 01:06:18,680 --> 01:06:19,600 뭐래? 1323 01:06:22,840 --> 01:06:25,560 왜 안 바꾼다는 거야, 누나? 1324 01:06:25,640 --> 01:06:28,240 내 상담 치료사가 언짢아할 거야 그럴 만하지 1325 01:06:30,280 --> 01:06:33,360 네 상담 치료사가 아빠 집 전구를 못 갈게 해? 1326 01:06:33,440 --> 01:06:36,760 상담하면서 그 얘기도 했는데 하지 말라고 했어 1327 01:06:37,320 --> 01:06:39,680 깜빡깜빡 윙크 얘기를 상담 치료사한테 했어? 1328 01:06:39,760 --> 01:06:43,040 이것도 치료의 일환이야 난 안 바꿀 거야 1329 01:06:43,120 --> 01:06:46,480 그럼 치료사가 가서 바꾸면 되겠네 1330 01:06:46,560 --> 01:06:48,040 치료사를 바꾸든가 1331 01:06:48,120 --> 01:06:50,840 참고로 말하는데 이번 치료 끝까지 받을 거야 1332 01:06:51,600 --> 01:06:53,320 태어나서 처음으로 1333 01:06:53,400 --> 01:06:55,720 날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을 찾았어 1334 01:06:55,800 --> 01:06:57,360 날 도와주고 있고 1335 01:06:57,920 --> 01:06:59,400 뭘 도와주는데? 1336 01:06:59,480 --> 01:07:02,080 지금까지 나라고 생각했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1337 01:07:02,600 --> 01:07:05,280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해주지 1338 01:07:07,680 --> 01:07:08,960 나 진지해 1339 01:07:09,480 --> 01:07:13,800 단 한 번이라도 날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어? 1340 01:07:14,320 --> 01:07:16,520 누나이고 동생이기 전에 나도 사람이야 1341 01:07:16,600 --> 01:07:19,120 - 화내지 마, 이젠 화도 내 - 그러게 1342 01:07:19,200 --> 01:07:22,600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해서든 1343 01:07:22,680 --> 01:07:26,040 두 사람 앞에서 내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거야 1344 01:07:26,120 --> 01:07:29,520 네 생각 말하는 건 늘 하잖아, 안 그래? 1345 01:07:29,600 --> 01:07:31,800 그렇게 확신할 일은 아니지 1346 01:07:31,880 --> 01:07:34,240 그다음에는 날 이렇게 비참하게 살게 한 1347 01:07:34,320 --> 01:07:36,320 남편을 쫓아낼 거야 1348 01:07:36,400 --> 01:07:39,120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즈비언이 되는 거지 1349 01:07:43,160 --> 01:07:45,720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거기 낀 거야? 1350 01:07:45,800 --> 01:07:47,200 많지 1351 01:07:47,920 --> 01:07:51,120 엄마 돌아가신 후로 난 이 집의 하녀였어 1352 01:07:51,640 --> 01:07:53,520 이젠 아빠가 혼자 살면 안 될 것 같아서 1353 01:07:53,600 --> 01:07:56,240 두 사람한테 만나자고 했더니 1354 01:07:56,320 --> 01:08:00,840 내가 별일도 아닌데 호들갑 떤다는 식으로 나오잖아 1355 01:08:01,800 --> 01:08:05,520 아빠 속옷이랑 양말 정리 누가 하는 것 같아? 1356 01:08:06,520 --> 01:08:09,600 음식이랑 약 사는 사람은 누구고? 1357 01:08:09,680 --> 01:08:12,280 발톱 깎아주는 사람은? 1358 01:08:12,840 --> 01:08:14,760 아빠 보청기랑 자명종 1359 01:08:14,840 --> 01:08:18,280 무선 전화기 3대 배터리 교체하는 사람은? 1360 01:08:18,360 --> 01:08:22,800 아빠가 이웃 사람에게 성기 노출할 때 사과하는 사람은? 1361 01:08:22,880 --> 01:08:25,000 그것도 모자라서 1362 01:08:25,080 --> 01:08:28,200 이젠 나한테 깜빡깜빡 윙크하는 전구까지 1363 01:08:28,280 --> 01:08:29,880 바꾸러 가라고? 1364 01:08:29,960 --> 01:08:34,120 왜냐하면 두 사람은 고작 한 시간도 못 낼 만큼 바빠서 1365 01:08:34,200 --> 01:08:37,160 아빠가 살아는 있는지 들여다보고 1366 01:08:37,240 --> 01:08:41,040 전구 바꾸러 가지도 못하니까? 1367 01:08:46,560 --> 01:08:48,040 화장실 다녀올게 1368 01:09:00,440 --> 01:09:01,640 내가 받을게 1369 01:09:04,200 --> 01:09:07,120 - 비싼 상담 치료사인가 봐 - 엄청 1370 01:09:07,800 --> 01:09:11,040 아빠 발톱도 깎는다고? 1371 01:09:19,120 --> 01:09:22,280 그럼 혁명은 어떻게 할까? 1372 01:09:22,360 --> 01:09:23,640 상황이 안 좋네 1373 01:09:24,200 --> 01:09:27,120 전구는 우리가 바꿔야 할 것 같아 1374 01:09:27,640 --> 01:09:29,160 동전 던져서 결정할까? 1375 01:09:29,680 --> 01:09:31,360 아니면 기술자를 부르든가 1376 01:09:31,880 --> 01:09:33,360 어차피 돈은 두 사람이 내잖아 1377 01:09:34,360 --> 01:09:37,560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돈을 내는 거야, 훌리안 1378 01:09:38,960 --> 01:09:41,120 그 말 오해의 소지가 있네 1379 01:09:41,640 --> 01:09:43,360 오해하든 말든 맘대로 해 1380 01:09:43,440 --> 01:09:44,880 전에도 이 고양이였나? 1381 01:09:47,520 --> 01:09:49,680 전에도 그 말 한 번 했어 1382 01:09:50,840 --> 01:09:54,720 네가 우리를 초대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잖아 1383 01:09:55,440 --> 01:09:58,560 형 부부를 초대 안 하는 이유는 딱 한 번 왔을 때 1384 01:09:58,640 --> 01:10:01,640 형수가 중고 소파에는 앉기 싫다고 해서야 1385 01:10:01,720 --> 01:10:04,760 불편하다잖아 형수를 힘들게 할 수는 없지 1386 01:10:04,840 --> 01:10:06,200 너무 안됐잖아 1387 01:10:09,800 --> 01:10:12,800 이제 괜찮아졌어 그럼 얘기 시작해 볼까? 1388 01:10:12,880 --> 01:10:16,360 마리사는 아주 예민하고 알레르기도 많아 1389 01:10:16,880 --> 01:10:18,600 가난한 사람에게 알레르기가 있나 보다 1390 01:10:18,680 --> 01:10:20,960 이제 내 아내까지 욕하는 거야? 1391 01:10:21,560 --> 01:10:24,960 그럼 나 진짜 화날 것 같아 그냥 가는 수가 있어 1392 01:10:25,040 --> 01:10:26,560 진짜 갈 거면 1393 01:10:27,080 --> 01:10:30,000 이 구린 꽃병 가지고 가 1394 01:10:30,920 --> 01:10:34,760 벽장에 숨겨뒀었는데 내 아내가 워낙 좋은 사람이라 1395 01:10:34,840 --> 01:10:37,840 이거 보면 형이 좋아할 거라며 굳이 꺼냈지 뭐야 1396 01:10:37,920 --> 01:10:41,280 10분,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1397 01:10:41,360 --> 01:10:44,280 딱 10분만 아빠 얘기 하고 1398 01:10:44,360 --> 01:10:47,200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말자 1399 01:10:48,280 --> 01:10:49,200 크리스마스에도? 1400 01:10:49,280 --> 01:10:51,680 우린 크리스마스에 사파리 여행 가 1401 01:10:52,200 --> 01:10:53,640 아니면 아빠 장례식 때까지 1402 01:10:54,160 --> 01:10:55,800 10분만 1403 01:10:57,240 --> 01:10:58,080 형? 1404 01:10:59,120 --> 01:11:00,800 꼭 그래야 한다면… 1405 01:11:01,680 --> 01:11:04,040 네, 걱정 마세요, 제가 전할게요 1406 01:11:05,120 --> 01:11:06,040 끊어요 1407 01:11:07,120 --> 01:11:08,080 잠깐 실례해요 1408 01:11:08,600 --> 01:11:09,680 왜, 여보? 1409 01:11:09,760 --> 01:11:11,120 그 이웃분 전화였어요 1410 01:11:11,760 --> 01:11:12,600 어떤 이웃? 1411 01:11:13,640 --> 01:11:15,120 아버님 이웃 1412 01:11:15,200 --> 01:11:17,240 이상하네, 원래 나한테 전화하는데 1413 01:11:17,320 --> 01:11:20,160 계속 전화했는데 안 받더래요 1414 01:11:20,240 --> 01:11:23,440 배터리가 다 됐나 보다 왜 전화했대? 1415 01:11:24,400 --> 01:11:28,160 아버님 댁에서 계속 전화벨 소리가 나더래요 1416 01:11:28,240 --> 01:11:31,280 내 전화였을 거야 내가 계속 전화했거든 1417 01:11:31,360 --> 01:11:34,120 보청기 배터리를 못 바꿔서 소리를 못 들으셔 1418 01:11:34,200 --> 01:11:35,040 그러게요 1419 01:11:35,120 --> 01:11:38,640 음악 소리가 나길래 찾아가서 문을 두드렸대요 1420 01:11:38,720 --> 01:11:42,400 근데 문을 안 열어주시니 그냥 열고 들어갔는데… 1421 01:11:43,440 --> 01:11:44,920 아빠 어디 있었대? 1422 01:11:46,320 --> 01:11:47,840 바닥에 누워 계셨대 1423 01:11:47,920 --> 01:11:50,000 바닥에 누워서 뭐 하셨는데? 1424 01:11:51,200 --> 01:11:52,720 의식이 없으셨대요 1425 01:11:54,320 --> 01:11:55,680 머리에서 피도 나고요 1426 01:11:55,760 --> 01:11:58,000 - 이거 봐 - 뭘? 1427 01:11:58,520 --> 01:12:00,920 계속 혼자 사시면 안 된다니까 내 말이 맞잖아 1428 01:12:01,000 --> 01:12:03,560 그럼 이게 우리 잘못이라는 거야? 1429 01:12:04,240 --> 01:12:05,760 어느 병원에 가셨대? 1430 01:12:05,840 --> 01:12:07,840 - 안 가셨대요 - 무슨 소리야? 1431 01:12:07,920 --> 01:12:10,440 뇌진탕이면 병원으로 모셔야지 1432 01:12:10,520 --> 01:12:11,800 그럴 필요 없었대요 1433 01:12:11,880 --> 01:12:14,600 구급 대원들이 와서 아버님을 살펴보니 1434 01:12:14,680 --> 01:12:17,760 이미 몇 시간 전에 1435 01:12:19,320 --> 01:12:20,280 돌아가셨대요 1436 01:12:23,080 --> 01:12:24,000 누가? 1437 01:12:25,880 --> 01:12:27,560 아빠가 죽었어? 1438 01:12:29,920 --> 01:12:31,280 아빠가 죽었어? 1439 01:12:32,640 --> 01:12:34,080 머리를 부딪힌 충격으로요 1440 01:12:34,600 --> 01:12:36,960 머리를 왜 부딪혀? 1441 01:12:37,040 --> 01:12:39,080 넘어지면서 부딪힌 거죠 1442 01:12:39,680 --> 01:12:40,960 그게 언젠데? 1443 01:12:48,040 --> 01:12:50,560 시아버지는 음악을 무척 좋아하셨어요 1444 01:12:51,760 --> 01:12:53,440 특히 클래식 음악요 1445 01:12:55,440 --> 01:12:59,680 늘 음악을 들으셔서 집이 멜로디로 가득했죠 1446 01:12:59,760 --> 01:13:00,680 안녕 1447 01:13:02,120 --> 01:13:05,640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그 시절을 생각하면 1448 01:13:06,160 --> 01:13:09,800 어릴 때의 추억이 떠오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 1449 01:13:11,160 --> 01:13:14,480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함께 살 때의 기억요 1450 01:13:14,560 --> 01:13:19,680 아빠가 큰 소리로 튼 음악에 잠에서 깨곤 했던 주말 아침 1451 01:13:21,360 --> 01:13:25,440 끝나지 않는 아침 식사와 싸움, 게임의 시간이었던 1452 01:13:26,920 --> 01:13:29,880 일요일 아침이 떠오르면서 1453 01:13:31,080 --> 01:13:32,240 감정이 북받치겠죠 1454 01:13:33,440 --> 01:13:34,880 핏줄에 같은 피가 흐르고 1455 01:13:34,960 --> 01:13:37,320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란 걸 1456 01:13:37,400 --> 01:13:39,880 음악을 통해 새삼 깨닫고요 1457 01:13:40,400 --> 01:13:44,720 비록 다투기는 해도 설명할 수 없는 본능인 1458 01:13:45,240 --> 01:13:47,960 서로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있기에 1459 01:13:48,040 --> 01:13:50,520 덜 외로울 수 있다는 것도요 1460 01:13:50,600 --> 01:13:53,040 생일 축하합니다 1461 01:13:53,120 --> 01:13:56,680 그리고 오늘 밤, 아주 오랜만에 1462 01:13:56,760 --> 01:13:59,040 어쩌면 사는 동안 마지막으로 1463 01:13:59,560 --> 01:14:00,680 서로를 보듬겠죠 1464 01:14:02,640 --> 01:14:04,720 그렇게 모두 함께 1465 01:14:04,800 --> 01:14:08,040 단 몇 초일지라도 1466 01:14:08,120 --> 01:14:12,960 평생 한 번뿐일 잊지 못할 순간을 나눕니다 1467 01:14:28,320 --> 01:14:30,400 - 괜찮아? - 응 1468 01:14:30,920 --> 01:14:34,440 카롤, 아빠가 어디서 넘어지셨대? 1469 01:14:34,520 --> 01:14:36,440 그만해, 나탈리아, 그만하면 됐어 1470 01:14:36,520 --> 01:14:38,320 알잖아, 누나 1471 01:14:39,560 --> 01:14:41,720 사다리에서 떨어지셨어요 1472 01:14:43,640 --> 01:14:45,560 사다리에는 왜 올라가셨대? 1473 01:14:46,520 --> 01:14:48,560 화장실 전구를 바꾸시려고요 1474 01:14:49,280 --> 01:14:50,560 그게 자꾸 깜빡깜빡… 1475 01:17:00,200 --> 01:17:05,400 자막: 우아름