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2,000 --> 00:00:07,000 Downloaded from YTS.MX 2 00:00:08,000 --> 00:00:13,000 Official YIFY movies site: YTS.MX 3 00:01:38,848 --> 00:01:40,225 [긴박한 음악] 4 00:01:40,308 --> 00:01:43,728 [아나운서] 제1회 응창기배 세계 프로 바둑 선수권 대회 5 00:01:43,812 --> 00:01:46,898 결승 최종국이 오늘 싱가포르에서 벌어집니다 6 00:01:46,981 --> 00:01:47,816 [영어 방송 배경음] 7 00:01:47,899 --> 00:01:50,985 나란히 2승 2패를 기록한 우리나라의 조훈현 9단과 8 00:01:51,069 --> 00:01:52,779 중국의 섭위평 9단은 9 00:01:52,862 --> 00:01:54,697 - 세계 바둑의 황제 자리를 놓고 - [일본어 방송 배경음] 10 00:01:54,781 --> 00:01:56,783 {\an8}세기의 대결을 벌이게 됐습니다 11 00:01:57,283 --> 00:02:00,245 {\an8}앞선 대국에서 모두 백번이 승리를 거둔 가운데 12 00:02:00,328 --> 00:02:02,497 {\an8}최종국에선 누가 백을 거머쥘지 13 00:02:02,580 --> 00:02:04,457 {\an8}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14 00:02:04,541 --> 00:02:05,542 {\an8}[기자1/중국어] 왔다! 15 00:02:05,625 --> 00:02:06,584 {\an8}조훈현 9단! 16 00:02:06,668 --> 00:02:08,711 {\an8}-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! - [연신 찰칵거리는 카메라] 17 00:02:08,795 --> 00:02:11,256 {\an8}[기자2/일본어] 조 9단님 컨디션은 어떠세요? 18 00:02:11,339 --> 00:02:13,925 {\an8}[기자3/중국어] 오늘 대국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? 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60 00:04:40,071 --> 00:04:40,905 [구경꾼 일동] 어? 61 00:04:40,989 --> 00:04:41,823 [구경꾼2] 아까 62 00:04:41,906 --> 00:04:43,741 할배, 이쪽으로 63 00:04:45,159 --> 00:04:47,412 - [노인1] 어, 가자고 - [노인2] 어 64 00:04:47,495 --> 00:04:50,540 [용각] 에헤이, 우리 천 사범님 똥줄 타네 65 00:04:50,623 --> 00:04:52,083 아이고, 욕봅니다, 욕봐 66 00:04:52,166 --> 00:04:55,503 [노인2] 이 녀석이 전주 바둑 신동인디 67 00:04:55,586 --> 00:04:57,213 바둑 배운 지 반년도 안 됐댜 68 00:04:57,297 --> 00:04:59,632 - [노인3] 반년밖에 안 됐다고? - [노인1] 잉, 전주, 아니, 아니 69 00:04:59,716 --> 00:05:02,302 그, 남도에서 적수가 없다던디? 70 00:05:02,385 --> 00:05:03,761 [아이] 저기 71 00:05:03,845 --> 00:05:05,763 끝난 거 겉은디 그만허시죠? 72 00:05:07,432 --> 00:05:08,599 [승필] 있어 봐 봐, 씨 73 00:05:12,103 --> 00:05:13,438 아직 안 끝난 거 같은데? 74 00:05:13,521 --> 00:05:14,355 예? 75 00:05:15,690 --> 00:05:16,524 아닌디요? 76 00:05:17,150 --> 00:05:18,151 다 끝났는디요? 77 00:05:18,234 --> 00:05:20,069 괜찮으면 내가 이어서 둬도 될까? 78 00:05:21,070 --> 00:05:22,572 - [흥미로운 음악] - [노인2] 됐어, 됐어, 잉? 79 00:05:22,655 --> 00:05:24,365 - [노인3/탄성] - [노인2가 낄낄 웃는다] 80 00:05:24,449 --> 00:05:25,575 [달그락 - 바둑돌] 81 00:05:28,453 --> 00:05:29,620 [달그락 - 바둑돌] 82 00:05:39,422 --> 00:05:41,257 {\an8}[구경꾼2] 에헤이, 그, 아다리네 83 00:05:41,341 --> 00:05:42,467 {\an8}- [구경꾼1] 응? - [구경꾼3] 쯧쯧쯧 84 00:05:42,550 --> 00:05:44,302 {\an8}아이고, 세게 맞았네 85 00:05:44,385 --> 00:05:45,887 {\an8}어떻게, 비긴 걸로 하고 그만할까? 86 00:05:51,893 --> 00:05:53,728 [구경꾼3] 이야, 기가 막히네 87 00:05:53,811 --> 00:05:56,230 [구경꾼1] 역시 조 국수여 이걸 뒤집네 88 00:05:57,106 --> 00:05:59,567 [구경꾼2] 챔피언이 다르긴 다르구먼 89 00:06:00,568 --> 00:06:03,529 원래 유리한 바둑이 더 이기기 힘든 법이다 90 00:06:06,908 --> 00:06:08,242 [승필] 아이, 봐주다가 살짝 말렸네 91 00:06:09,369 --> 00:06:11,079 아, 한 판 더 둬요! 92 00:06:11,162 --> 00:06:12,622 너 또 왜 이려? 93 00:06:12,705 --> 00:06:14,957 아, 요 돌콩만 한 놈이 버르장머리 없이 94 00:06:15,041 --> 00:06:16,542 저쪽 가서 놀아, 저쪽 가서 95 00:06:16,626 --> 00:06:18,836 하수는 저짝으로 빠지시고요 96 00:06:19,337 --> 00:06:21,172 아, 한 판 더 두자고요 97 00:06:21,255 --> 00:06:23,466 다시 붙어불믄 나가 이긴당께요? 98 00:06:24,801 --> 00:06:25,635 너 이름이 뭐니? 99 00:06:27,261 --> 00:06:28,262 창호인디요 100 00:06:28,763 --> 00:06:29,597 이창호 101 00:06:32,266 --> 00:06:33,559 일로 와 봐, 일로 앉아봐 102 00:06:35,686 --> 00:06:36,521 창호 103 00:06:38,064 --> 00:06:39,816 {\an8}너 사활도 곧잘 푼다며? 104 00:06:42,610 --> 00:06:43,986 {\an8}[탁, 달그락 - 바둑돌] 105 00:06:46,072 --> 00:06:47,448 {\an8}흑의 활로를 찾아라 106 00:06:48,032 --> 00:06:51,160 {\an8}이거 풀어 오면 한 판 더 두도록 하마 107 00:06:51,244 --> 00:06:52,537 참말이지라잉? 108 00:06:53,329 --> 00:06:54,664 약속 꼭 지키쇼잉 109 00:06:55,581 --> 00:06:57,750 - 난중에 딴소리하기 없기요 - [훈현/헛웃음] 110 00:06:58,793 --> 00:07:00,420 [용각] 아이 같은 경주 이씨입니다 111 00:07:00,503 --> 00:07:03,047 집안 어른이 하도 말씀하시길래 112 00:07:03,131 --> 00:07:05,675 '그럼 뭐, 한번 데꼬 와보이소' 했드마는 113 00:07:06,300 --> 00:07:08,219 뭐, 아치고는 세네예 114 00:07:10,638 --> 00:07:13,516 야, 그 똘콩만 한 게 그 성깔이 보통이 아이든데 115 00:07:13,599 --> 00:07:14,475 거, 조카야, 뭐야? 116 00:07:14,559 --> 00:07:16,644 [용각] 아유, 나도 이번에 처음 봤어요 117 00:07:16,727 --> 00:07:19,105 족보가 완전 개꼬여 가지고 118 00:07:19,188 --> 00:07:20,815 아니, 항렬이 내보다 높다 하더라고 119 00:07:20,898 --> 00:07:22,233 이거 뭐, 팔자에도 없는 120 00:07:22,316 --> 00:07:23,734 당숙 모시게 생겼다 아이가, 지금 121 00:07:23,818 --> 00:07:25,278 [승필/낄낄거림] 122 00:07:25,361 --> 00:07:26,529 몇 점 깔고 뒀어? 123 00:07:28,322 --> 00:07:29,157 {\an8}[훈현] 이야 124 00:07:29,740 --> 00:07:31,826 {\an8}반년 만에 프로랑 넉 점 치수라 125 00:07:31,909 --> 00:07:34,162 {\an8}아이, 근데 백이 아이고 흑이라고예? 126 00:07:34,245 --> 00:07:36,205 {\an8}조 국수님 뭐 착각하신 거 아입니까? 127 00:07:36,289 --> 00:07:37,999 착각? 내가? 128 00:07:38,082 --> 00:07:39,709 [승필] 야, 근데 그, 애 헷갈리게 129 00:07:39,792 --> 00:07:41,836 그, 답도 없는 문제를 내주고 그래? 130 00:07:42,420 --> 00:07:44,046 원래 바둑이라는 게 답이 없잖아 131 00:07:45,214 --> 00:07:46,883 듣도 보도 못한 바둑이야 132 00:07:47,467 --> 00:07:50,845 {\an8}행마도 포석도 뒤죽박죽인데 133 00:07:51,846 --> 00:07:53,055 {\an8}묘하게 힘이 있어 134 00:07:55,266 --> 00:07:57,477 [시계들이 엇박자로 째깍거린다] 135 00:08:00,688 --> 00:08:03,483 [입속으로 중얼거리다가] 아 136 00:08:06,986 --> 00:08:08,112 [노인1] 이번엔 푼 겨? 137 00:08:08,196 --> 00:08:09,780 될 거 같은디? 138 00:08:09,864 --> 00:08:11,616 젖히고, 밀고! 139 00:08:11,699 --> 00:08:13,784 [노인1] 아니, 아니, 여기를 저기, 그러니까 저… 140 00:08:13,868 --> 00:08:14,994 아따, 쫌 141 00:08:15,495 --> 00:08:17,038 아, 그, 정신없어 죽겄네 142 00:08:17,121 --> 00:08:20,416 아, 지가 오늘은 쪼까 집중혀야 된다고 했잖아요 143 00:08:20,917 --> 00:08:23,252 이러고 빤히 쳐다보면 될 일도 안 되겄어라잉 144 00:08:23,336 --> 00:08:24,962 잉, 그려, 그려 145 00:08:25,046 --> 00:08:27,298 우리 손주 큰일을 허게 됭게 146 00:08:27,381 --> 00:08:30,968 우린 나가서 탁주나 한 사발씩 허자고잉 147 00:08:31,052 --> 00:08:32,512 - 내가 살게, 자 - [노인3] 아따 148 00:08:32,595 --> 00:08:33,596 봉변당해 불었는데? 149 00:08:33,679 --> 00:08:36,682 낮술 막 머거불믄 또 그냥 인사불성 되믄 어떡해 150 00:08:37,183 --> 00:08:38,392 [노인1] 아따, 그놈이… 151 00:08:38,476 --> 00:08:39,727 [창호 부] 너 숙제 안 해? 152 00:08:39,810 --> 00:08:41,479 하루 종일 그렇게 앉아만 있을 껴? 153 00:08:41,562 --> 00:08:43,439 - [뎅뎅 - 괘종시계] - [슥삭슥삭 - 연필] 154 00:08:48,194 --> 00:08:49,779 [경적이 길게 울린다] 155 00:08:49,862 --> 00:08:52,990 [백 사범] 삼대독자에, 뭐 애지중지하는 손자 놈이래 156 00:08:53,658 --> 00:08:55,284 {\an8}대충 '잘한다' 뭐, '기재가 있다' 157 00:08:55,368 --> 00:08:57,203 {\an8}적당히 비위나 맞춰 158 00:08:57,286 --> 00:08:59,330 {\an8}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게 159 00:09:02,458 --> 00:09:04,293 [백 사범] 이야아 160 00:09:04,377 --> 00:09:06,504 기가 막히네, 어? 161 00:09:06,587 --> 00:09:09,006 {\an8}어린 친구가 아주 기풍이 호방해 162 00:09:09,757 --> 00:09:11,300 {\an8}[윤 회장] 내가 기원 1급인데 말이야 163 00:09:11,384 --> 00:09:12,218 {\an8}[백 사범] 어유 164 00:09:12,301 --> 00:09:15,471 [윤 회장] 이놈하고 열 판을 두면 한 판 이길까 말까야 165 00:09:15,555 --> 00:09:17,807 주변에서 하도 신동이다, 뭐다 166 00:09:17,890 --> 00:09:19,225 헛바람을 집어넣으니까 167 00:09:20,142 --> 00:09:23,521 가업을 이어야 하는데 이깟 돌 놀이에 빠져가지고 168 00:09:24,021 --> 00:09:25,606 - [백 사범] 아이… - [한숨] 169 00:09:25,690 --> 00:09:27,066 [백 사범] 요즘 우리 조 국수 덕에 170 00:09:27,149 --> 00:09:29,485 바둑이 위상이 많이 올라갔습니다, 네 171 00:09:29,569 --> 00:09:31,946 국제 기전도 많이 생겨나고 있고 172 00:09:32,029 --> 00:09:35,241 또, 바둑으로 국위 선양 하는 것도 나쁘진 않죠 173 00:09:35,324 --> 00:09:36,534 [윤 회장, 백 사범이 껄껄 웃는다] 174 00:09:37,159 --> 00:09:39,453 - 그런가? - [백 사범/웃으며] 예 175 00:09:41,122 --> 00:09:42,290 그래서 말인데 176 00:09:42,373 --> 00:09:43,666 우리 조 국수께서 177 00:09:44,250 --> 00:09:48,379 이놈을 한 몇 달이라도 거두어 주시면 어떨까 싶은데 178 00:09:48,462 --> 00:09:50,756 사례는 내 섭섭지 않게 해드리지 179 00:09:50,840 --> 00:09:53,050 스폰도 화끈하게 하고 말이야 180 00:09:54,051 --> 00:09:55,720 그 돈으로 일찌감치 유학 보내서 181 00:09:55,803 --> 00:09:57,346 가업이나 잇게 하시죠 182 00:09:57,430 --> 00:09:59,140 그게 이 친구 위하는 길입니다 183 00:09:59,223 --> 00:10:01,642 죽어라 공부해도 안 되는 게 바둑입니다 184 00:10:03,561 --> 00:10:05,771 천재 아니면 데리고 와서 키워봐야 소용없어요 185 00:10:06,772 --> 00:10:07,648 기재요? 186 00:10:09,233 --> 00:10:10,067 없습니다 187 00:10:10,943 --> 00:10:12,194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요 188 00:10:15,823 --> 00:10:16,699 [백 사범] 조 사범! 189 00:10:17,617 --> 00:10:19,035 [가쁜 숨을 몰아쉬며] 조 국수! 190 00:10:20,369 --> 00:10:21,746 야, 조훈현! 씨 191 00:10:23,414 --> 00:10:25,583 내가 몇 달을 공들인 건데 192 00:10:26,125 --> 00:10:27,209 이 사람 193 00:10:27,293 --> 00:10:29,045 이 양반 지금 스폰이 얼만 줄 알아? 194 00:10:29,128 --> 00:10:30,713 아, 우리가 무슨 앵벌이요? 195 00:10:31,213 --> 00:10:33,507 접대도 좋고 스폰도 좋고 다 좋은데 196 00:10:34,091 --> 00:10:35,885 바둑 가지고 장사는 하지 맙시다, 우리 197 00:10:36,886 --> 00:10:38,554 그깟 돌 놀이라잖아요! 198 00:10:39,388 --> 00:10:40,264 배알도 없수? 199 00:10:41,223 --> 00:10:42,058 [백 사범] 배알… 200 00:10:42,600 --> 00:10:46,395 {\an8}[엔진음이 서서히 잦아든다] 201 00:10:52,568 --> 00:10:55,196 - [개가 깽깽 짖는다] - [대문이 탁 닫힌다] 202 00:11:00,159 --> 00:11:01,327 민제야 203 00:11:01,952 --> 00:11:03,454 조민제 뭐 하냐? 204 00:11:04,121 --> 00:11:05,498 - 조민제! - [민제] 아빠! 205 00:11:05,581 --> 00:11:07,249 - [훈현/장난스러운 탄성] - [민제/신난 탄성] 206 00:11:07,333 --> 00:11:08,417 왔어? 207 00:11:08,501 --> 00:11:10,336 [민제] 이거 아빠 주려고 내가 만들었어 208 00:11:10,419 --> 00:11:11,921 - 야, 조민제 - [훈현] 어이고, 그랬어? 209 00:11:12,004 --> 00:11:13,714 엄마가 우편물에 손대지 말랬지? 210 00:11:14,215 --> 00:11:15,800 [훈현] 아니, 놔둬, 놔둬 내가 치울게 211 00:11:15,883 --> 00:11:17,843 - 이리 와 - [훈현] 우편물이 그렇게 재밌어? 212 00:11:17,927 --> 00:11:19,095 - 어? - [훈현 처] 아이고 213 00:11:19,178 --> 00:11:21,972 - 손, 손 씻어요, 밥 먹자 - [훈현] 아이고 214 00:11:22,056 --> 00:11:24,308 [훈현 처] 가스 불 좀 올려주세요 215 00:11:24,392 --> 00:11:25,351 올라가자 216 00:11:25,851 --> 00:11:27,269 [민제] 나 소시지 먹을래 217 00:11:28,354 --> 00:11:29,980 [훈현 처] 소시지 아침에 먹었잖아 218 00:11:33,943 --> 00:11:35,903 [현악이 깔린 느린 피아노곡] 219 00:11:35,986 --> 00:11:36,862 [옅은 웃음] 220 00:11:37,613 --> 00:11:39,699 [따르릉 - 전화] 221 00:11:40,658 --> 00:11:41,492 [용각] 아이, 씨 222 00:11:43,786 --> 00:11:44,662 여보세요 223 00:11:44,745 --> 00:11:46,789 [훈현] 어, 이 사범 나 조훈현이요 224 00:11:46,872 --> 00:11:48,374 [용각/전화] 어? 아, 예 225 00:11:48,457 --> 00:11:49,834 그, 창호라 그랬나? 226 00:11:50,543 --> 00:11:51,961 그때 그놈 다시 한번 볼 수 있겠어? 227 00:11:53,713 --> 00:11:55,089 [노인3] 아유, 어여 가요, 가 228 00:11:55,172 --> 00:11:56,048 [노인1] 빨리 오세요, 참 229 00:11:56,757 --> 00:11:59,093 [현악이 고조되며 피아노가 경쾌해진다] 230 00:12:03,013 --> 00:12:04,598 이번엔 석 점만 깔게요 231 00:12:05,182 --> 00:12:07,727 대신에 지가 이기면 바둑 가르쳐주셔요 232 00:12:08,436 --> 00:12:09,520 [입을 쩍 뗀다] [숨을 들이켠다] 233 00:12:09,603 --> 00:12:10,855 왜 나한테 배우고 싶은데? 234 00:12:10,938 --> 00:12:13,023 아저씨 바둑이 제일 세다면서요 235 00:12:13,607 --> 00:12:14,817 우리나라 최고라던디? 236 00:12:15,317 --> 00:12:16,193 [승필] 에헤이! 237 00:12:16,777 --> 00:12:18,320 우리나라 최고라니? 세계 최고한테 238 00:12:18,946 --> 00:12:20,781 요놈 요거 세상 돌아가는 거 하나도 모르네 239 00:12:21,365 --> 00:12:23,242 아따, 거, 고수끼리 말 섞는디 240 00:12:23,325 --> 00:12:24,952 하수가 눈치 없이 와 자꾸 껴든다요? 241 00:12:25,035 --> 00:12:25,870 [훈현 낄낄거린다] 242 00:12:25,953 --> 00:12:28,164 요 똘콩만 한 게 말하는 싸가지 보소 243 00:12:28,706 --> 00:12:31,876 지난번에는, 인마, 어? 내가 넉 점 접어줘서 그렇지 244 00:12:31,959 --> 00:12:34,253 {\an8}호선으로 맞다이 까면 니 내한테 잽도 안 돼 245 00:12:34,336 --> 00:12:37,214 {\an8}[입바람] 뭐, 고렇게까지 혀서 어린애한테 이기고 싶을랑가 246 00:12:37,965 --> 00:12:38,924 [훈현, 용각/숨죽인 웃음] 247 00:12:41,135 --> 00:12:42,052 네가 지면 248 00:12:43,429 --> 00:12:44,764 네가 지면 나한테 뭐 해줄 건데? 249 00:12:51,520 --> 00:12:52,897 [훈현이 풉 웃는다] 250 00:12:54,398 --> 00:12:55,483 그래 251 00:12:55,983 --> 00:12:57,193 [노인1의 웃음] 252 00:12:57,276 --> 00:13:00,070 뭐, 조훈현이가 여까지 내려온 거 보믄 다 된 겨 253 00:13:00,154 --> 00:13:02,364 [노인3] 아들 하나 참말로 잘 낳아놨다니께 254 00:13:02,448 --> 00:13:04,742 형님, 아이, 거 서 계시지 마시고 이리 오세요 255 00:13:04,825 --> 00:13:06,410 - [노인1의 웃음] - [창호 조부] 에헤이 256 00:13:06,494 --> 00:13:08,454 [노인1] 노인네가 그냥 안달이 나불었네잉 257 00:13:13,417 --> 00:13:15,503 [개가 컹컹 짖는다] 258 00:13:16,837 --> 00:13:17,880 [달그락 - 바둑돌] 259 00:13:18,714 --> 00:13:19,757 [작게 숨을 들이쉰다] 260 00:13:23,177 --> 00:13:24,178 [달그락 - 바둑돌] 261 00:13:29,475 --> 00:13:32,019 하, 이거 영 판이 짜여지질 않는구먼 262 00:13:32,102 --> 00:13:34,230 이번엔 진짜 끝났지라잉? 263 00:13:34,897 --> 00:13:36,816 그래, 내가 이번엔 졌다 264 00:13:36,899 --> 00:13:38,025 너 많이 늘었구나? 265 00:13:40,027 --> 00:13:41,445 [짤랑 - 출입문 종] 266 00:13:41,529 --> 00:13:42,363 [노인들의 웃음] 267 00:13:42,446 --> 00:13:45,199 [노인3] 아이, 시장하시겄어, 어? 268 00:13:45,282 --> 00:13:47,451 아, 그런디 누가 이겼어? 269 00:13:47,535 --> 00:13:49,036 방금 창호 아재가 이깄습니더 270 00:13:49,119 --> 00:13:52,873 아이고, 야가 이겨부렀다, 야 [낄낄대며 웃는다] 271 00:13:54,834 --> 00:13:56,919 [용각] 아재요 그, 또 두실라고예? 272 00:13:57,002 --> 00:14:00,172 시방 1 대 1잉께 끝은 봐야지 않겄는가? 273 00:14:00,840 --> 00:14:02,633 창호 넌 바둑이 재밌니? 274 00:14:02,716 --> 00:14:04,176 징허죠 275 00:14:04,677 --> 00:14:06,512 지면 잠도 안 오고 밥맛도 없고 276 00:14:06,595 --> 00:14:08,639 고로코룸 분할 수가 없어라 277 00:14:08,722 --> 00:14:11,976 근디 이기믄 그게 또 고라고 재밌을 수가 없당께요 278 00:14:13,185 --> 00:14:14,895 고 맛에 바둑 두는 거 아니겄어라? 279 00:14:14,979 --> 00:14:17,314 - [노인들/실소] - [노인3] 아, 야가 애기가 아니여 280 00:14:17,398 --> 00:14:18,440 [노인들이 껄껄 웃는다] 281 00:14:19,483 --> 00:14:21,527 [바둑돌을 달칵거리며] 승부는… 282 00:14:23,112 --> 00:14:24,321 올라와서 가리자 283 00:14:27,324 --> 00:14:28,868 - [훈현 힘주며] 아이고 - [노인3] 아이고 284 00:14:31,161 --> 00:14:32,204 그리고 아저씨가 뭐야? 285 00:14:32,705 --> 00:14:33,539 하수처럼 286 00:14:33,622 --> 00:14:35,374 - [승필] 응? - 아, 형 말고 287 00:14:36,500 --> 00:14:37,543 [피식 웃음] 288 00:14:38,127 --> 00:14:39,753 다음부턴 선생님이라고 불러 289 00:14:39,837 --> 00:14:40,713 [흥미로운 음악] 290 00:14:40,796 --> 00:14:42,506 - 선상님? - [노인1] 워메 291 00:14:43,090 --> 00:14:45,217 - [창호 조부] 잉? - [노인1] 되았네, 돼부렀어! 292 00:14:45,801 --> 00:14:47,761 [창호 조부] 창호, 너 뭣 허냐? 293 00:14:47,845 --> 00:14:50,723 언능 선상님한티 절부터 올려 294 00:14:50,806 --> 00:14:52,641 - 아유, 아닙니다 - [용각] 아이고 295 00:14:52,725 --> 00:14:53,809 [노인3] 잡아놓고 뭐 하는가? 296 00:14:53,893 --> 00:14:55,019 [노인1] 만세 해, 만세 297 00:14:55,102 --> 00:14:56,270 [함께] 만세! 298 00:14:56,353 --> 00:14:57,855 - [노인1] 대한 독립 만세! - [노인3] 만세! 299 00:15:00,232 --> 00:15:01,609 [승필] 사흘 걸러 대국하는 놈이 300 00:15:01,692 --> 00:15:03,694 그, 제자까지 들여서 뭐 어쩌겠다는 거야? 301 00:15:04,194 --> 00:15:06,113 그, 제대로 가르칠 시간이나 있겠냐? 302 00:15:06,697 --> 00:15:08,866 그, 뭐, 우리끼리 얘기지마는 303 00:15:08,949 --> 00:15:12,494 조 국수님이 누구 가르칠 만한 인성은 못 된다 아입니까 304 00:15:12,578 --> 00:15:13,829 [용각이 낄낄거리며 웃는다] 305 00:15:17,207 --> 00:15:18,626 [용각이 코를 훌쩍인다] 306 00:15:20,628 --> 00:15:22,796 거, 괜히 일 만들지 말고, 어? 307 00:15:22,880 --> 00:15:24,340 그냥 그, 대국에만 전념해라 308 00:15:24,924 --> 00:15:27,384 {\an8}그, 덜컥 제자로 들였다가 입단이라도 못 시켜봐라 309 00:15:27,927 --> 00:15:30,220 {\an8}가뜩이나 너 벼르는 인간들 많은데, 어? 310 00:15:30,304 --> 00:15:32,389 거, 별의별 말이 다 나올 거다, 아마 311 00:15:32,473 --> 00:15:34,350 그깟 입단이나 시키려면 데려가지도 않아 312 00:15:34,934 --> 00:15:35,809 [쩝쩝거리며 밥을 먹는다] 313 00:15:36,644 --> 00:15:37,937 [씁 숨을 들이켠다] 314 00:15:38,020 --> 00:15:39,438 아니, 문득 궁금해졌어 315 00:15:40,022 --> 00:15:41,523 그놈 바둑이 커서 어떻게 될는지 316 00:15:41,607 --> 00:15:43,067 [애잔한 음악 시작] 317 00:15:43,150 --> 00:15:45,861 [창호 조부] 이 핼애비다 생각하고 318 00:15:45,945 --> 00:15:48,447 항상 차고 다녀야 혀잉? 319 00:15:48,530 --> 00:15:50,449 [창호 부] 이왕 하기로 했으니께 320 00:15:51,158 --> 00:15:53,035 원 없이 지대로 한번 해봐 321 00:15:53,702 --> 00:15:56,664 가서 열심히 해야 헌다잉? 322 00:15:57,581 --> 00:15:59,500 선생님 말씀 잘 듣고 323 00:16:00,960 --> 00:16:02,044 알겄지? 324 00:16:03,504 --> 00:16:04,546 [창호] 응 325 00:16:04,630 --> 00:16:06,548 [엔진 출력이 올라간다] 326 00:16:13,389 --> 00:16:14,431 [기차 경적] 327 00:16:22,856 --> 00:16:27,111 [점점 빨라지는 철컹철컹 - 기차] 328 00:16:28,904 --> 00:16:29,989 [용각의 신음] 329 00:16:30,614 --> 00:16:32,074 [용각] 조 국수님 330 00:16:32,157 --> 00:16:34,660 - [훈현] 아이고, 대문 부서지겠네 - [용각] 어? 어… 331 00:16:34,743 --> 00:16:36,453 빨리, 빠, 빨리! 332 00:16:36,537 --> 00:16:37,871 어, 화장실, 화장실! 333 00:16:37,955 --> 00:16:39,456 [용각의 다급한 신음] 334 00:16:39,540 --> 00:16:41,583 - 아이고, 참 - [용각] 어어, 아이고, 아 335 00:16:41,667 --> 00:16:43,419 [풀벌레 울음] 336 00:16:43,502 --> 00:16:44,670 [훈현] 어, 어서 와라 337 00:16:45,170 --> 00:16:47,089 먼 길 오느라고 고생했다, 들어와 338 00:16:52,803 --> 00:16:54,847 [쏴아 - 변기] 339 00:16:54,930 --> 00:16:56,432 [화장실 문이 열렸다 닫힌다] 340 00:16:56,515 --> 00:16:58,767 [용각] 아이고, 큰일 날 뻔했네 [숨을 헐떡인다] 341 00:16:58,851 --> 00:17:00,227 [아기가 칭얼댄다] 342 00:17:00,310 --> 00:17:03,981 아이고, 야 시원시원하니 잘생깄다 343 00:17:04,064 --> 00:17:07,276 야, 이, 통뼈에다 어깨도 딱 벌어진 기, 아버님 344 00:17:07,776 --> 00:17:08,694 인자 소원 풀었네 345 00:17:08,777 --> 00:17:11,363 이, 나중에 씨름 시키면 딱이겠으예 [경박하게 웃는다] 346 00:17:11,447 --> 00:17:12,823 [훈현 부의 헛기침] 347 00:17:12,906 --> 00:17:15,117 - 딸일세 - [민제] '딸일세' 348 00:17:15,743 --> 00:17:17,911 아유, 형수님, 뭐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349 00:17:17,995 --> 00:17:19,913 요 한 번에 아가 둘씩이나 생깄네예 350 00:17:19,997 --> 00:17:20,956 [용각의 멋쩍은 웃음] 351 00:17:21,040 --> 00:17:22,207 [훈현 처] 듣고 보니 그렇네요 352 00:17:23,000 --> 00:17:24,960 - 창호라고 했지? - 네 353 00:17:25,544 --> 00:17:26,378 반가워 354 00:17:28,088 --> 00:17:30,382 - [훈현 처가 헤헤헤 웃는다] - [아기가 옹알거린다] 355 00:17:31,383 --> 00:17:33,010 [훈현] 여기가 서재다 356 00:17:34,428 --> 00:17:36,680 뭐, 보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꺼내서 봐 357 00:17:49,526 --> 00:17:51,028 [훈현] 내가 딱 너만 할 때구나 358 00:17:51,904 --> 00:17:53,822 [창호] 이 할아부지는 누구신 게라? 359 00:17:54,656 --> 00:17:55,783 내 스승님이시다 360 00:17:57,242 --> 00:18:00,454 [창호] 으메 겁나 무섭게 생기셨구마 361 00:18:01,205 --> 00:18:02,831 연세가 어찌 되신대요? 362 00:18:02,915 --> 00:18:04,166 돌아가셨다, 오래전에 363 00:18:05,542 --> 00:18:06,376 [혀를 쯧 찬다] 364 00:18:06,460 --> 00:18:08,170 넌 얼마나 좋으냐, 어? 365 00:18:08,754 --> 00:18:10,172 선생이 이렇게 젊고 팔팔하니 366 00:18:12,216 --> 00:18:13,133 우리 할아부지가 367 00:18:13,634 --> 00:18:15,219 가는 데 순서 없다고 하셨는디 368 00:18:19,389 --> 00:18:20,474 나와, 인제 369 00:18:22,059 --> 00:18:22,935 나와 370 00:18:26,063 --> 00:18:29,525 이강주라 그런가 취하질 않는구먼, 어? 371 00:18:29,608 --> 00:18:31,693 역시 조선 3대 명주답네 372 00:18:31,777 --> 00:18:33,153 할아버지한테 373 00:18:33,862 --> 00:18:35,614 꼭 감사하다고 전해드려라 374 00:18:35,697 --> 00:18:38,200 - 네 - 음식은 먹을 만하니? 375 00:18:38,283 --> 00:18:40,160 [창호] 예, 맛나네요 376 00:18:40,244 --> 00:18:41,620 솜씨가 좋으시네요, 사모님 377 00:18:42,496 --> 00:18:43,580 [용각] 아, 사모… 하… 378 00:18:43,664 --> 00:18:47,000 사모님은 그거 그, 좀 아닌 것 같은데예 379 00:18:47,084 --> 00:18:48,127 [훈현] 그래 380 00:18:48,210 --> 00:18:51,255 이제 같은 식구나 다름없는데 호칭이 그러면 쓰나 381 00:18:51,922 --> 00:18:53,715 뭐, 아줌마라 허기도 뭣 허고 382 00:18:54,258 --> 00:18:55,467 지도 영 호칭이 거시기헌 게라 383 00:18:55,551 --> 00:18:57,052 아이고, 맞습니다 384 00:18:57,136 --> 00:18:59,096 요 호칭이라는 게 이게 또 한번 꼬이니까 385 00:18:59,179 --> 00:19:00,305 [숨을 씁 들이켠다] 386 00:19:00,389 --> 00:19:01,473 어렵더라고예 387 00:19:04,977 --> 00:19:06,103 '작은엄마' 어때? 388 00:19:06,895 --> 00:19:09,356 그냥 '작은엄마'라고 불러 괜찮지? 389 00:19:11,900 --> 00:19:12,734 네! 390 00:19:14,319 --> 00:19:16,155 창호, 밥 더 갖다줄까? 391 00:19:16,780 --> 00:19:19,074 네, 밥 쪼까 더 주쇼 392 00:19:19,158 --> 00:19:19,992 짝은엄니 393 00:19:21,952 --> 00:19:23,745 [뿡뿡 - 소독차] 394 00:19:23,829 --> 00:19:26,456 [아이들의 신난 외침] 395 00:19:38,385 --> 00:19:40,137 - [자동차 경적] - [거리 소음] 396 00:19:44,016 --> 00:19:46,476 [흥미로운 음악] 397 00:19:50,772 --> 00:19:51,607 [연구생1] 뭐냐? 398 00:19:52,107 --> 00:19:53,442 아빠 찾으러 왔어? 399 00:19:53,525 --> 00:19:54,985 고것이 아니라 400 00:19:55,611 --> 00:19:57,988 저 바둑 두러 왔는디요? 401 00:19:58,071 --> 00:19:59,239 바둑? 402 00:20:03,410 --> 00:20:04,411 [달칵 - 초시계] 403 00:20:07,456 --> 00:20:08,457 [연구생2] 쟤 누구야? 404 00:20:09,541 --> 00:20:11,084 [연구생3] 조 국수님 제자라던데? 405 00:20:14,129 --> 00:20:15,672 다음은 누구여라? 406 00:20:16,715 --> 00:20:17,925 [탁 - 바둑돌] 407 00:20:18,008 --> 00:20:19,176 [연구생4] 뭐야, 홍식이도 졌어? 408 00:20:19,259 --> 00:20:21,261 - [연구생5] 장난 아니다, 진짜 - [탁 - 바둑돌] 409 00:20:21,345 --> 00:20:22,471 [연구생6] 거의 프로급인데? 410 00:20:23,597 --> 00:20:24,514 [탁 - 바둑돌] 411 00:20:26,016 --> 00:20:27,100 [연구생7] 와, 못 보던 행마인데 412 00:20:27,184 --> 00:20:28,727 [연구생8] 야, 저걸 저렇게 민다고? 413 00:20:28,810 --> 00:20:30,145 [연구생9] 와, 이게 말이 돼? 414 00:20:33,440 --> 00:20:35,359 아따, 거시기해 부네 415 00:20:36,318 --> 00:20:39,321 시간 없응께 걍 한꺼번에 다 뎀비쇼 416 00:20:39,821 --> 00:20:41,365 - [일동 탄식] - [연구생10] 아, 진짜 미치겠네 417 00:20:41,448 --> 00:20:43,450 [음악이 커진다] 418 00:20:49,122 --> 00:20:51,708 [탁, 짤랑 - 바둑돌] 419 00:20:54,419 --> 00:20:56,964 [기사1] 야, 신동은 신동인가 보네 420 00:20:57,631 --> 00:21:00,592 [기사2] 아, 그 조 국수가 괜히 전주까지 가서 데려왔겠어요? 421 00:21:01,260 --> 00:21:05,013 [기사1] 야, 조 국수가 물건 하나 제대로 건졌어 422 00:21:05,806 --> 00:21:07,557 - 진짜 잘한다 - 물건이네 423 00:21:17,109 --> 00:21:18,026 [감탄하는 숨소리] 424 00:21:23,240 --> 00:21:24,783 {\an8}[창호] 요고 한 집, 두 집허고 425 00:21:24,866 --> 00:21:27,077 {\an8}아, 덤까지 보태믄 못해도 스무 집인데 426 00:21:28,161 --> 00:21:29,288 뭐, 더 허요? 427 00:21:29,371 --> 00:21:31,373 - [도로 소음] - [자동차 경적] 428 00:21:33,000 --> 00:21:35,794 {\an8}- [긴장감 드는 음악] - [째깍째깍 - 시계 초침] 429 00:21:42,009 --> 00:21:43,802 {\an8}[계시원] 조훈현 9단 30분 남았습니다 430 00:21:43,885 --> 00:21:44,845 {\an8}[한숨] 431 00:21:45,470 --> 00:21:46,346 {\an8}[달칵 - 바둑돌] 432 00:21:46,430 --> 00:21:48,724 {\an8}"조훈현 9단, 남기철 8단" 433 00:21:50,350 --> 00:21:51,727 [기사3] 하여튼 조 국수 434 00:21:51,810 --> 00:21:53,353 - 독하다, 독해 - [훈현 작게] 거기가 아닌데 435 00:21:53,437 --> 00:21:56,273 다 이긴 바둑을 뭔 30분씩 장고를 해? 436 00:21:56,356 --> 00:21:57,482 [용각] 아이고, 나는 437 00:21:57,566 --> 00:21:59,526 돌 안 던지는 남 명인이 더 대단합디다, 어? 438 00:21:59,609 --> 00:22:01,111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래 뻐대다가 439 00:22:01,194 --> 00:22:03,155 어? 험한 꼴 볼 거 뻔한데 440 00:22:03,238 --> 00:22:05,949 아이고, 이놈의 조남 시대 지겹다, 지겨워 441 00:22:06,658 --> 00:22:09,494 {\an8}[계시원] 남기철 8단 마지막 초읽기입니다 442 00:22:10,078 --> 00:22:10,996 {\an8}하나 443 00:22:11,580 --> 00:22:12,414 {\an8}둘 444 00:22:13,040 --> 00:22:13,874 {\an8}셋 445 00:22:14,583 --> 00:22:16,835 - 넷, 다섯 - [기철/긴 한숨] 446 00:22:17,753 --> 00:22:18,754 여섯 447 00:22:19,338 --> 00:22:21,340 일곱, 여덟 448 00:22:22,174 --> 00:22:23,008 아홉 449 00:22:29,890 --> 00:22:31,433 아, 망했네 450 00:22:32,976 --> 00:22:34,728 저길 막았어야 되는데 451 00:22:37,022 --> 00:22:38,774 [훈현 작게] 아오, 쪼다 같은 놈 452 00:22:41,318 --> 00:22:42,277 [훈현이 입바람을 후 분다] 453 00:22:44,738 --> 00:22:46,239 [훈현이 입바람을 길게 후 분다] 454 00:22:47,866 --> 00:22:49,493 [기철이 작게 신음한다] 455 00:22:55,999 --> 00:22:56,833 [용각] 나왔네 456 00:22:56,917 --> 00:22:57,959 털털이 신공 457 00:22:58,543 --> 00:22:59,544 [연구생1] 그게 뭔데요? 458 00:23:00,087 --> 00:23:02,255 [용각] 에이, 그것도 모르나, 응? 459 00:23:02,339 --> 00:23:03,965 이, 조훈현이가 다리를 떨면은 460 00:23:04,049 --> 00:23:05,801 그 판은 무조건 잡는 거라 [숨을 씁 들이마신다] 461 00:23:05,884 --> 00:23:07,260 이, 야구로 치면은 462 00:23:07,344 --> 00:23:09,721 선동열이가 불펜에서 몸 푸는 거랑 똑같은 거지 463 00:23:09,805 --> 00:23:10,722 [연구생1이 호응한다] 464 00:23:10,806 --> 00:23:13,016 요 상대방 입장에서는 바둑 둘 맛 안 나는 기라 465 00:23:16,520 --> 00:23:17,354 [계시원] 하나 466 00:23:18,021 --> 00:23:18,855 둘 467 00:23:19,606 --> 00:23:20,440 셋 468 00:23:21,066 --> 00:23:23,652 - 넷 - [훈현] ♪ 보슬비가 ♪ 469 00:23:23,735 --> 00:23:25,695 ♪ 소리도 없이 ♪ 470 00:23:26,279 --> 00:23:30,450 ♪ 이별 슬픈 부산 정거장 ♪ 471 00:23:32,119 --> 00:23:37,332 ♪ 잘 가세요, 잘 있어요 ♪ 472 00:23:37,416 --> 00:23:40,085 - ♪ 눈물의 기적이 운다 ♪ - [기철이 탁자를 내리친다] 473 00:23:41,253 --> 00:23:42,671 [기철의 멀어지는 발걸음] 474 00:23:45,006 --> 00:23:46,883 {\an8}[계시원] 조훈현 9단 불계승입니다 475 00:23:46,967 --> 00:23:47,926 {\an8}[한숨을 내쉰다] 476 00:23:49,970 --> 00:23:51,388 아이고, 우리 남 명인 477 00:23:51,471 --> 00:23:53,098 오늘 뿔이 단단히 난 거 같던데 478 00:23:53,181 --> 00:23:55,100 [훈현] 아이, 그래도 바둑알은 챙겨 담아야지, 참 479 00:23:55,183 --> 00:23:56,852 아유, 그 대국 매너하고는, 참 480 00:23:56,935 --> 00:23:58,812 하이고, 네가 대국 매너 말할 입장이 되나? 481 00:23:58,895 --> 00:23:59,855 뭐, '보슬비'? 482 00:24:00,730 --> 00:24:03,650 이길 수 있을 때 확실히 밟아놔야 다음번에 덜 힘들어 483 00:24:04,151 --> 00:24:06,778 걱정 마슈, 그 양반 또 칼 잔뜩 갈고 나올 테니까 484 00:24:07,654 --> 00:24:09,364 아이고, 축하드립니다 485 00:24:09,448 --> 00:24:11,825 오늘 마, 선곡 끝내줬다믄서요? [경박한 웃음] 486 00:24:11,908 --> 00:24:14,035 말도 마라, 내일 헤드라인 벌써부터 기대된다 487 00:24:15,203 --> 00:24:16,746 아이, 지금 관철동은 지금 488 00:24:16,830 --> 00:24:18,457 창호 아재 때문에 싹 다 디비짔습니다 489 00:24:18,540 --> 00:24:22,043 연구생 아들도 추풍낙엽처럼 마, 싹 다 쓰러지 삐고, 어? 490 00:24:22,127 --> 00:24:24,921 이, '조훈현이가 호랭이 새끼를 들놨네', '천재네' 491 00:24:25,005 --> 00:24:26,673 '신동이네' 지금 소문이 자자합니데이 492 00:24:26,756 --> 00:24:27,591 이 사범 493 00:24:28,175 --> 00:24:29,384 혹여라도 창호 앞에서 494 00:24:29,468 --> 00:24:31,470 천재니 신동이니 그런 소리 하지 마 495 00:24:32,387 --> 00:24:33,472 애한테 좋을 거 하나 없어 496 00:24:34,556 --> 00:24:36,766 [매미 울음] 497 00:24:36,850 --> 00:24:37,976 [훈현] 같이 가자! 498 00:24:39,186 --> 00:24:40,061 [창호] 안녕하세요 499 00:24:41,021 --> 00:24:41,855 [동전이 짤랑댄다] 500 00:24:41,938 --> 00:24:44,441 - [훈현] 뭐야, 이거? - 사탕 501 00:24:45,525 --> 00:24:46,610 댕겨왔습니다 502 00:24:46,693 --> 00:24:47,861 어, 둘이 같이 왔네? 503 00:24:49,029 --> 00:24:50,322 [훈현] 응, 요 오다 만났어 504 00:24:50,405 --> 00:24:51,323 창호 잘하고 왔어? 505 00:24:51,406 --> 00:24:52,866 네, 짝은엄니 506 00:24:52,949 --> 00:24:54,576 [훈현 처] 오늘 대국은 어떻게 됐어? 507 00:24:55,410 --> 00:24:56,495 [훈현] 졌지, 뭐 508 00:24:56,578 --> 00:24:59,581 - [훈현 처/웃음] 맨날 졌대 - [멀리 개가 컹컹 짖는다] 509 00:25:02,209 --> 00:25:03,126 [어이없어하는 숨소리] 510 00:25:03,793 --> 00:25:06,129 {\an8}[훈현] 초반 포석도 행마도, 수읽기도 511 00:25:06,213 --> 00:25:07,339 {\an8}다 하나같이 엉망이야 512 00:25:07,881 --> 00:25:09,925 {\an8}근데 그중에서도 뭐가 제일 엉망인 줄 알아? 513 00:25:10,884 --> 00:25:12,636 바로 네 글러먹은 태도야 514 00:25:12,719 --> 00:25:13,595 네? 515 00:25:14,304 --> 00:25:16,264 어, 지가 전부 다 이겼는디요? 516 00:25:16,348 --> 00:25:18,975 그 연구소 형들도 뭐, 다들 별거 없던디? 517 00:25:19,059 --> 00:25:20,519 [훈현] 승패가 다가 아니야 518 00:25:21,353 --> 00:25:23,271 바둑 배운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놈이 519 00:25:23,939 --> 00:25:25,732 몇 년씩 공부한 선배들이 우스워? 520 00:25:26,233 --> 00:25:29,152 유리하다고 설렁설렁 안일한 수나 남발하고 521 00:25:29,236 --> 00:25:31,446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 예의야 522 00:25:31,988 --> 00:25:33,782 상대를 존중하는 법부터 배워 523 00:25:33,865 --> 00:25:35,242 선생님도 허시잖아요 524 00:25:36,201 --> 00:25:38,328 다리 털고 콧노래 부르고 525 00:25:38,411 --> 00:25:39,246 너 526 00:25:40,413 --> 00:25:41,831 야… 아, 나… 527 00:25:42,582 --> 00:25:43,416 하, 참 528 00:25:44,125 --> 00:25:45,168 이놈의 자식이… 529 00:25:47,462 --> 00:25:49,589 그건 네가 최고가 되면 그때 해 530 00:25:51,174 --> 00:25:52,425 하, 나 참… 531 00:25:56,263 --> 00:25:57,639 기본부터 차근차근 익혀 532 00:25:58,682 --> 00:25:59,975 진작에 다 본 건디요? 533 00:26:00,642 --> 00:26:01,977 정석은 재미도 없고 534 00:26:02,060 --> 00:26:03,228 영 시시혀서 535 00:26:03,311 --> 00:26:04,354 - 시시해? - [풀벌레가 운다] 536 00:26:07,065 --> 00:26:08,441 흑, 백, 어디가 좋아 보여? 537 00:26:08,525 --> 00:26:10,819 이건 누가 봐도 백이 좋은디요? 538 00:26:11,611 --> 00:26:14,990 [달가닥- 바둑돌] 539 00:26:16,408 --> 00:26:17,284 백 쥐어 540 00:26:18,201 --> 00:26:22,497 [의미심장한 음악] 541 00:26:25,083 --> 00:26:27,794 오래 생각한다고 좋은 수가 나는 게 아니야 542 00:26:27,877 --> 00:26:29,462 생각은 실력 없는 것들이나 하는 거야 543 00:26:30,213 --> 00:26:32,173 - 지금은 감각을 키울 때야 - [달그락 - 바둑돌] 544 00:26:33,174 --> 00:26:34,843 그렇다고 불쑥 손이 나가선 안 돼 545 00:26:37,137 --> 00:26:38,471 물러서지 마 546 00:26:39,055 --> 00:26:41,099 바둑의 본질은 전투, 공격이야 547 00:26:43,184 --> 00:26:44,436 [달그락 - 바둑돌] 548 00:26:44,519 --> 00:26:45,937 지금도 백이 좋아 보여? 549 00:26:48,064 --> 00:26:49,065 아니요 550 00:26:50,025 --> 00:26:51,026 [훈현] 흑 쥐어 551 00:26:55,030 --> 00:26:57,574 [바둑돌이 연신 탁탁 놓인다] 552 00:27:04,080 --> 00:27:05,457 [달그락 - 바둑돌] 553 00:27:05,540 --> 00:27:07,751 [훈현] 네가 우습게 여기는 정석으로만 상대했는데 554 00:27:07,834 --> 00:27:09,044 힘 한 번 못 쓰는 거야? 555 00:27:13,506 --> 00:27:14,549 '천재', '신동' 556 00:27:14,633 --> 00:27:16,176 사람들이 하는 그딴 말 믿지 마 557 00:27:17,052 --> 00:27:19,095 네가 잘하는 건 계산, 암기뿐이야 558 00:27:19,638 --> 00:27:21,014 너 지금 바둑 흉내만 내고 있다고 559 00:27:23,516 --> 00:27:25,060 까불지 말고 기본부터 익혀 560 00:27:27,520 --> 00:27:28,355 [힘주는 신음] 561 00:27:29,648 --> 00:27:32,359 딴 건 몰라도 바둑 둘 땐 오른손으로 둬 562 00:27:32,942 --> 00:27:34,903 그게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야 563 00:27:36,321 --> 00:27:37,155 네 564 00:27:37,989 --> 00:27:39,407 [새가 지저귄다] 565 00:27:39,491 --> 00:27:41,034 [훈현] 모든 건 다 체력이다 566 00:27:41,868 --> 00:27:43,620 불쑥 손이 나가는 경솔함 567 00:27:44,788 --> 00:27:47,415 대충 타협하려는 안일함 568 00:27:47,499 --> 00:27:49,876 - [창호/가쁜 숨소리] - 조급히 승부 보려는 오만함 569 00:27:50,627 --> 00:27:51,878 이 모든 게 다 570 00:27:51,961 --> 00:27:53,588 체력이 무너지면서 나오는 571 00:27:54,381 --> 00:27:55,632 패배의 수순이다 572 00:27:56,216 --> 00:27:57,967 [힘겨워하는 숨소리] 573 00:28:04,349 --> 00:28:06,101 [씁 숨을 들이켠다] 574 00:28:07,727 --> 00:28:09,979 아니요, 이짝으로 할라고요 575 00:28:24,202 --> 00:28:25,286 [사각사각 - 연필] 576 00:29:10,874 --> 00:29:11,750 [작게 탁 - 바둑돌] 577 00:29:18,506 --> 00:29:19,340 [배달원] 아… 578 00:29:21,968 --> 00:29:24,804 아, 짱깨를 옥상에서 처먹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579 00:29:44,949 --> 00:29:46,034 [문이 철컥 닫힌다] 580 00:29:49,662 --> 00:29:50,872 [후루룩] 581 00:29:52,832 --> 00:29:54,834 [후루룩 쩝쩝] 582 00:29:59,255 --> 00:30:00,924 [다가가는 발걸음] 583 00:30:04,469 --> 00:30:05,303 안녕하세요 584 00:30:05,386 --> 00:30:06,846 너 왜 밥을 여기서 먹니? 585 00:30:09,849 --> 00:30:11,976 아, 거, 시킬 때 한꺼번에 좀 시키지 586 00:30:12,811 --> 00:30:14,270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587 00:30:14,354 --> 00:30:15,814 장난하나, 씨, 와서 먹든지 588 00:30:15,897 --> 00:30:16,856 아, 씨 589 00:30:18,775 --> 00:30:21,861 조 국수가 너 걷어 먹이려면은 등골 꽤나 빠지겠다 590 00:30:23,738 --> 00:30:24,948 - [창호가 쩝쩝댄다] - 근데 너 591 00:30:26,825 --> 00:30:27,909 내가 누군진 알지? 592 00:30:28,409 --> 00:30:30,495 네, 그럼요, 누군지 알죠 593 00:30:31,746 --> 00:30:34,833 남기철 사범님이시잖아요 저희 선생님 라이벌 594 00:30:35,917 --> 00:30:36,960 라이벌은 무슨… 595 00:30:37,043 --> 00:30:38,670 [창호가 후루룩 먹는다] 596 00:30:38,753 --> 00:30:39,838 [기철이 숨을 씁 들이마신다] 597 00:30:39,921 --> 00:30:42,340 입단했다고 맘 놓지 말고 열심히 배워 598 00:30:42,423 --> 00:30:44,217 니네 선생 되게 센 사람이야 599 00:30:44,300 --> 00:30:45,260 근데 600 00:30:46,886 --> 00:30:47,720 그게 601 00:30:49,722 --> 00:30:52,517 [쩝] 배운다고 배워지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602 00:30:53,935 --> 00:30:57,230 [한숨] 저는 우리 선생님 발끝이라도 따라가고 싶은데 603 00:30:59,023 --> 00:31:00,942 전 아무래도 기재가 없나 봐요 604 00:31:03,528 --> 00:31:05,655 [숨을 씁 들이마시며] 배우려고 하지 말고 605 00:31:06,239 --> 00:31:07,490 이길 궁리를 해봐 606 00:31:08,074 --> 00:31:09,284 [잔잔한 음악] 607 00:31:09,367 --> 00:31:11,035 그럼 자연스레 배워질 게다 608 00:31:12,078 --> 00:31:13,621 내가 너희 선생 상대할 때 그랬거든 609 00:31:14,497 --> 00:31:15,665 [기철이 술을 후루룩 들이켠다] 610 00:31:22,046 --> 00:31:22,881 [탁 - 바둑돌] 611 00:31:25,717 --> 00:31:26,843 [책을 탁 놓는다] 612 00:31:31,306 --> 00:31:32,515 [긴 한숨] 613 00:31:32,599 --> 00:31:34,183 아, 겁나 빠르네 614 00:31:35,184 --> 00:31:36,686 이걸 어떻게 잡아야 하나? 615 00:31:38,271 --> 00:31:40,481 맞받아쳐서는 답도 없고 616 00:31:41,816 --> 00:31:43,276 주저앉아야 하나? 617 00:31:46,905 --> 00:31:48,698 [크고 긴 한숨] 618 00:31:50,825 --> 00:31:51,868 [훈현 처가 코를 훌쩍인다] 619 00:31:57,373 --> 00:32:01,920 [작게 달그락, 탁 - 바둑돌] 620 00:32:02,003 --> 00:32:05,089 [훈현 처] 창호는 늦게까지 아주 열심이네 621 00:32:05,173 --> 00:32:06,007 [훈현] 응 622 00:32:07,258 --> 00:32:08,885 어때? 잘돼가? 623 00:32:10,011 --> 00:32:11,429 곧 예선전 시작이지, 아마? 624 00:32:12,430 --> 00:32:14,849 아이,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야 625 00:32:16,059 --> 00:32:17,685 자기 바둑을 찾는 게 중요하지 626 00:32:19,062 --> 00:32:21,022 생쌀 재촉한다고 밥이 되겠어? 627 00:32:22,023 --> 00:32:24,943 너무 몰아세우지만 말고 어르고 달래가면서 해 628 00:32:25,026 --> 00:32:25,902 아직 애잖아 629 00:32:25,985 --> 00:32:28,947 '잘한다' 응석받아 주다가 아무것도 못 해 630 00:32:30,406 --> 00:32:31,824 남의 집 자식 데려다가 631 00:32:32,742 --> 00:32:35,328 대충 가르칠 수야 있나 최고로 키워야지 632 00:32:36,996 --> 00:32:39,916 승부의 세계에서는 일류가 아닌 인생은 633 00:32:41,417 --> 00:32:42,835 너무 서글픈 거거든 634 00:32:44,045 --> 00:32:47,006 "제7기 대왕전 예선 제1국 주최: 한국기원" 635 00:32:47,090 --> 00:32:49,342 [잔잔한 음악] 636 00:33:07,402 --> 00:33:10,154 [째깍째깍 - 초시계] 637 00:33:16,661 --> 00:33:19,664 [초침 가는 소리가 늘어진다] 638 00:33:19,747 --> 00:33:21,749 [끌끌거리는 웃음] 639 00:33:23,084 --> 00:33:25,712 아이, 그 바둑판만 뚫어지게 쳐다본다고 640 00:33:25,795 --> 00:33:27,338 무슨 수가 나나, 어? 641 00:33:27,422 --> 00:33:28,548 아이, 나, 글쎄 642 00:33:28,631 --> 00:33:30,842 그놈 대국장에서 잠든 줄 알았다니까? 643 00:33:30,925 --> 00:33:32,093 - [백 사범/낄낄] - [기사4/한숨] 644 00:33:32,176 --> 00:33:35,304 아니, 어린놈이 무슨 바둑을 60 먹은 노인네처럼 둬 645 00:33:35,805 --> 00:33:37,849 이거 그냥 내리 두 판을 져버렸네, 씨 646 00:33:38,599 --> 00:33:40,727 야, 얼마 태웠어? 노 사범 647 00:33:40,810 --> 00:33:42,520 20이요 [깊은 한숨] 648 00:33:42,603 --> 00:33:44,897 이번 달 대국료 싹 다 꼬라박게 생겼네 649 00:33:45,857 --> 00:33:48,693 [노 사범] 조훈현 제자라길래 뭔가 있겠거니 했거든요? 650 00:33:49,277 --> 00:33:52,530 아니, 어릴 땐 똘망똘망하더니 갈수록 왜 이래요? 651 00:33:53,031 --> 00:33:54,991 애 성격도 완전 이상해졌다니깐요? 652 00:33:55,074 --> 00:33:56,367 [기사4] 아, 조 국수님 성질에 653 00:33:56,451 --> 00:33:59,078 애를 또 얼마나 쥐 잡듯이 잡아대겠어? 654 00:33:59,162 --> 00:34:02,248 야, 그런 선생 집에 얹혀사는데 오죽하겠냐? 655 00:34:05,376 --> 00:34:06,335 [창호/속마음] 할아버지 656 00:34:07,211 --> 00:34:09,797 선생님 바둑은 화려하고 강하지만 657 00:34:09,881 --> 00:34:11,466 저하고는 맞지가 않아요 658 00:34:12,175 --> 00:34:14,052 시간이 걸리더라도 659 00:34:14,719 --> 00:34:16,763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660 00:34:16,846 --> 00:34:18,681 나만의 바둑을 찾을 거예요 661 00:34:21,017 --> 00:34:22,685 [훈현/고함] 거기가 아니잖아! 662 00:34:22,769 --> 00:34:24,520 우상귀 날 일 자, 상변 붙이고 663 00:34:24,604 --> 00:34:25,980 밀고, 뻗고! 664 00:34:26,064 --> 00:34:27,523 그동안 배운 거 다 얻다 팔아먹었어? 665 00:34:27,607 --> 00:34:30,068 [훈현 처] 여보 [들숨] 여보, 내일 얘기해 666 00:34:30,151 --> 00:34:31,069 당신 나가있어 667 00:34:31,152 --> 00:34:32,904 [훈현 처] 아니, 어떻게 맨날 이기냐? 668 00:34:32,987 --> 00:34:34,989 가뜩이나 져서 속상한 애를 왜 이렇게 다그쳐? 669 00:34:35,073 --> 00:34:36,657 [씁] 나가있으라니까 670 00:34:37,784 --> 00:34:40,119 [풀벌레 울음] 671 00:34:42,288 --> 00:34:43,623 [기보를 툭툭 치며] 나가야 될 땐 참고 672 00:34:44,165 --> 00:34:45,541 참아야 될 땐 터트리고 673 00:34:46,292 --> 00:34:47,251 왜 엇박자야? 674 00:34:49,003 --> 00:34:50,296 싸움이 나면 675 00:34:50,797 --> 00:34:52,215 변수가 많아지니까 676 00:34:52,298 --> 00:34:54,050 후반을 도모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… 677 00:34:54,133 --> 00:34:55,051 얘기했지? 678 00:34:55,968 --> 00:34:57,303 적당히 타협하고 679 00:34:57,386 --> 00:34:58,888 집이나 짓는 건 바둑이 아니라고 680 00:34:59,472 --> 00:35:01,474 물고 뜯고 덤비고 싸우라고! 681 00:35:03,351 --> 00:35:06,062 그건 선생님 스타일이지 저랑은 안 맞아요 682 00:35:06,145 --> 00:35:07,271 건방 떨지 마 683 00:35:07,355 --> 00:35:08,231 '스타일'? 684 00:35:09,357 --> 00:35:10,358 기풍? 685 00:35:10,983 --> 00:35:12,443 그딴 거 지고 나면 아무 소용 없어 686 00:35:13,277 --> 00:35:15,446 기본대로 해, 정석이 먼저야! 687 00:35:16,364 --> 00:35:17,615 [숨을 깊이 들이마신다] 688 00:35:17,698 --> 00:35:19,617 세상 모든 바둑이 다 똑같아야 돼요? 689 00:35:19,700 --> 00:35:21,661 순서가 있단 얘기야, 순서가! 690 00:35:22,745 --> 00:35:24,914 돌 하나를 놓더라도 이유가 있어야 되고 691 00:35:24,997 --> 00:35:27,500 손을 뺄 때에도 명분이 필요하다는 얘기야! 692 00:35:28,751 --> 00:35:29,710 기초가 있어야 693 00:35:29,794 --> 00:35:32,672 응용도, 해석도, 기풍도 있는 거야 694 00:35:33,798 --> 00:35:35,883 [억누르는 숨소리] 695 00:35:38,761 --> 00:35:40,429 [한숨을 내쉬며] 여기서도 [바둑판을 두드린다] 696 00:35:41,472 --> 00:35:42,974 이쪽으로 뻗어 나가는 게 697 00:35:43,057 --> 00:35:45,685 이게 당연한 수순인데 왜 손을 빼, 왜? 698 00:35:46,811 --> 00:35:48,146 이제 대놓고 반항이냐, 아예? 699 00:35:51,274 --> 00:35:53,651 그 수가 맞긴 한데 700 00:35:54,152 --> 00:35:54,986 만에 하나 701 00:35:56,320 --> 00:35:57,697 역전당할 위험이 있어요 702 00:35:58,406 --> 00:35:59,240 근데 703 00:36:00,283 --> 00:36:01,159 이렇게 두면 704 00:36:02,243 --> 00:36:03,244 백이면 백 705 00:36:05,538 --> 00:36:07,290 제가 반집은 이기니까요 706 00:36:08,207 --> 00:36:09,125 '백이면 백'? 707 00:36:09,917 --> 00:36:12,253 중앙은 집으로 만들기 힘들고 708 00:36:13,129 --> 00:36:14,881 변화무쌍한 곳이라 계산할 수 없다고 709 00:36:14,964 --> 00:36:16,340 [기보를 탁 친다] 몇 번을 얘기했어, 내가 710 00:36:16,424 --> 00:36:18,092 그 말씀도 맞는데 711 00:36:20,970 --> 00:36:23,681 제가 계산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, 그래서 712 00:36:23,764 --> 00:36:25,558 [달그락 - 바둑돌] 713 00:36:25,641 --> 00:36:27,226 실험을 한번 해봤거든요 714 00:36:29,312 --> 00:36:30,479 '실험'? 715 00:36:33,316 --> 00:36:35,067 네가 아주 바둑이 우습구나? 716 00:36:36,485 --> 00:36:39,238 알량한 재주 하나 믿고 기본은 등한시하고 717 00:36:39,822 --> 00:36:41,240 쓸데없이 고집이나 피우고! 718 00:36:42,033 --> 00:36:43,576 [억누르는 숨소리] 719 00:36:46,037 --> 00:36:46,871 관두자 720 00:36:48,164 --> 00:36:49,373 배울 생각도 없는 놈한테 721 00:36:49,874 --> 00:36:50,917 화낼 이유도 없지 722 00:36:57,048 --> 00:36:58,341 [쾅! - 방문] 723 00:37:01,010 --> 00:37:03,012 [잔잔한 음악] 724 00:37:04,847 --> 00:37:05,681 [창호 목소리] 근데 725 00:37:06,432 --> 00:37:07,934 이렇게 두면 726 00:37:08,643 --> 00:37:09,810 백이면 백 727 00:37:11,520 --> 00:37:13,356 제가 반집은 이기니까요 728 00:37:16,776 --> 00:37:19,278 [훈현/속마음] 바둑은 먼저 두는 쪽이 유리하다 729 00:37:20,321 --> 00:37:21,989 그래서 맞수끼리 바둑을 둘 땐 730 00:37:22,740 --> 00:37:24,992 먼저 둔 쪽이 다섯 집 반을 제한다 731 00:37:26,911 --> 00:37:27,954 그것이 '덤'이다 732 00:37:28,037 --> 00:37:29,205 [옅은 한숨] 733 00:37:31,123 --> 00:37:34,210 여기서 반집은 무승부를 막기 위한 것으로 734 00:37:35,127 --> 00:37:36,212 실제 바둑판 위에 735 00:37:36,295 --> 00:37:38,506 반집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736 00:37:40,675 --> 00:37:42,593 승부를 결정하는 최소 단위 737 00:37:43,761 --> 00:37:46,305 바둑판 위엔 존재하지 않는 반집 738 00:37:47,473 --> 00:37:48,307 {\an8}어쩌면 739 00:37:49,433 --> 00:37:51,644 {\an8}이놈은 다른 걸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740 00:38:08,995 --> 00:38:10,246 [부스럭 - 종이] 741 00:38:12,665 --> 00:38:15,668 [바깥에서 새가 지저귄다] 742 00:38:17,795 --> 00:38:18,796 [작은 한숨] 743 00:38:20,840 --> 00:38:22,842 [끼익 - 버스 브레이크] 744 00:38:22,925 --> 00:38:24,302 [매표소 직원] 네, 어디 가세요? 745 00:38:25,136 --> 00:38:27,054 전주 9시 40분요 746 00:38:27,138 --> 00:38:30,057 [버스 차장] 자, 전주행 9시 40분! 747 00:38:30,141 --> 00:38:32,059 9시 40분 차 이제 가요! 748 00:38:33,394 --> 00:38:35,396 그럼 뭐, 더 타실 분 계세요? 749 00:38:36,689 --> 00:38:38,399 - 타실 분 없죠? - [분주한 버스 소음이 계속된다] 750 00:38:47,116 --> 00:38:47,992 [다가오는 발소리] 751 00:38:49,076 --> 00:38:49,910 [훈현] 으이구 752 00:38:51,037 --> 00:38:52,038 선생님 753 00:38:52,121 --> 00:38:52,955 [훈현의 힘주는 신음] 754 00:38:55,374 --> 00:38:56,375 [힘주는 신음] 755 00:38:58,502 --> 00:38:59,337 [훈현의 힘주는 신음] 756 00:39:02,173 --> 00:39:03,716 [쪼로록 끝까지 마신다] 757 00:39:08,679 --> 00:39:09,638 어저께, 그 758 00:39:11,265 --> 00:39:12,933 네가 말했던, 그 759 00:39:13,434 --> 00:39:15,227 반집 말이다 [숨을 깊게 들이켠다] 760 00:39:15,770 --> 00:39:17,063 완전히 뭐, 그게 761 00:39:17,772 --> 00:39:18,981 틀린 거는 아니더라 762 00:39:19,482 --> 00:39:21,150 그렇다고 옳은 것도 아니야 763 00:39:21,817 --> 00:39:22,693 내가 아직 764 00:39:24,236 --> 00:39:25,863 수를 못 찾았을 뿐이지 765 00:39:32,661 --> 00:39:34,580 답이 없는 게 바둑인데 766 00:39:36,415 --> 00:39:38,167 내가 너한테 답을 강요했다 767 00:39:40,544 --> 00:39:41,545 미안하다 768 00:39:42,797 --> 00:39:44,090 어설프게 뛰느니 769 00:39:45,091 --> 00:39:46,801 또박또박 걷는 게 낫지 770 00:39:48,469 --> 00:39:50,429 네 바둑을 찾았으니 그걸로 됐어 771 00:39:54,141 --> 00:39:55,768 네가 내린 결정이 그거라면 772 00:39:56,394 --> 00:39:57,686 책임감을 가져야 돼 773 00:39:58,729 --> 00:39:59,563 바둑도 774 00:40:00,648 --> 00:40:01,524 인생도 775 00:40:05,152 --> 00:40:06,278 알겠지? 776 00:40:07,488 --> 00:40:09,073 [작게 흐느낀다] 777 00:40:09,156 --> 00:40:11,242 [잔잔한 음악] 778 00:40:11,325 --> 00:40:13,327 [좍좍, 요란한 물줄기] 779 00:40:15,538 --> 00:40:17,498 [훈현] 실전에선 기세가 8할이야 780 00:40:18,999 --> 00:40:21,460 설령 승부에서 지더라도 기세에서 밀리면 안 돼 781 00:40:22,420 --> 00:40:23,337 차라리 감춰 782 00:40:24,130 --> 00:40:28,175 네 생각, 감정, 숨소리까지 783 00:40:28,968 --> 00:40:31,137 그 어떤 것도 상대한테 드러내지 마 784 00:40:31,846 --> 00:40:35,307 저도 알긴 아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785 00:40:36,308 --> 00:40:38,561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을 떠올려 봐 786 00:40:40,146 --> 00:40:43,274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것들 787 00:40:44,775 --> 00:40:47,653 평정심을 잃는 순간 바둑은 거기서 끝이야 788 00:40:48,696 --> 00:40:49,572 [옅은 한숨] 789 00:40:54,076 --> 00:40:55,911 [훈현] 색으로 돌을 구분하는 게 아니다 790 00:40:57,580 --> 00:40:59,498 모든 수엔 이유가 있어야 돼 791 00:41:00,249 --> 00:41:01,333 집이란 792 00:41:02,626 --> 00:41:05,921 자연스레 생기는 거지 억지로 지어지는 게 아니다 793 00:41:06,839 --> 00:41:08,841 돌 하나하나를 잘 돌봐 794 00:41:10,176 --> 00:41:11,135 그러다 보면 795 00:41:11,969 --> 00:41:14,889 자연스레 돌들이 서로 어우러질 거야 796 00:41:14,972 --> 00:41:16,348 [달그락 - 바둑돌] 797 00:41:18,559 --> 00:41:21,103 {\an8}[탁 - 바둑돌] 798 00:41:26,317 --> 00:41:27,860 [승필] 야, 조 국수 안 올라가 봐도 돼? 799 00:41:27,943 --> 00:41:29,028 [훈현] 안 가봐도 돼 800 00:41:29,111 --> 00:41:31,739 [용각] 아이고, 우리 창호 아재 하필 만나도, 어? 801 00:41:31,822 --> 00:41:34,366 산전수전 다 겪은 고 사범을 또 만났어 802 00:41:35,201 --> 00:41:37,703 [훈현] 아, 누가 누굴 걱정을 해? [헛웃음] 803 00:41:37,786 --> 00:41:40,414 다들 창호한테 안 잡아먹힐 궁리나 해 804 00:41:41,040 --> 00:41:42,208 특이한 놈이야 805 00:41:42,708 --> 00:41:44,418 복기도 제대로 못 하는 놈이 806 00:41:45,044 --> 00:41:48,088 희한하게 바둑은 계속 늘어요 807 00:41:48,172 --> 00:41:49,131 [훈현이 숨을 들이켠다] 808 00:41:49,215 --> 00:41:52,676 초반 포석도 허술하고 행마도 느릿한데 809 00:41:53,677 --> 00:41:55,346 형세는 또 묘하게 맞춰 가 810 00:41:56,013 --> 00:41:56,931 계산은 또 811 00:41:57,973 --> 00:41:59,308 나보다 나은 거 같기도 하고 812 00:41:59,808 --> 00:42:02,811 고놈 요새도 그, 60 먹은 영감처럼 바둑 두냐? 813 00:42:02,895 --> 00:42:03,896 아니 814 00:42:04,897 --> 00:42:05,898 팔십 815 00:42:05,981 --> 00:42:06,982 [용각이 피식 웃는다] 816 00:42:07,650 --> 00:42:09,151 [함께 낄낄 웃는다] 817 00:42:11,445 --> 00:42:13,447 [음악이 의미심장해진다] 818 00:42:15,074 --> 00:42:17,243 [창호/속마음] 싸워서 한 집을 만들기보다 819 00:42:17,743 --> 00:42:20,120 반집이라도 확실히 지킬 거예요 820 00:42:21,497 --> 00:42:22,748 어차피 바둑은 821 00:42:23,415 --> 00:42:24,708 집 싸움이니까 822 00:42:25,543 --> 00:42:27,378 - [고 사범/한숨] - [창호] 할아버지 823 00:42:27,920 --> 00:42:30,297 이제야 내 바둑을 찾은 거 같아요 824 00:42:30,923 --> 00:42:32,550 조금은 투박해도 825 00:42:33,175 --> 00:42:35,261 선생님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826 00:42:35,761 --> 00:42:36,679 절대 827 00:42:37,263 --> 00:42:39,890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바둑을 둘 거예요 828 00:42:40,724 --> 00:42:43,352 [음악이 고조되다가 끝난다] 829 00:42:46,105 --> 00:42:48,274 아따, 고기 좋네 830 00:42:48,357 --> 00:42:49,191 [으헤헤 웃음] 831 00:42:49,692 --> 00:42:50,568 에헤이! 832 00:42:52,319 --> 00:42:56,073 야, 연희동 여가 확실히 터가 좋긴 좋은 모양이네요, 예? 833 00:42:56,156 --> 00:42:58,909 한집에 잘나가는 프로 기사가 둘씩이나 있고 834 00:42:59,410 --> 00:43:00,578 [승필의 힘주는 소리] 835 00:43:00,661 --> 00:43:02,913 아, 아재요 축하합니다, 어? 836 00:43:02,997 --> 00:43:05,916 벌써 본선 진출이면, 뭐 페이스도 나쁘지 않고 837 00:43:06,000 --> 00:43:07,293 아이, 우리 오늘 같은 날 838 00:43:07,376 --> 00:43:09,169 사진 하나 남겨야 되는 거 아니에요? 839 00:43:10,337 --> 00:43:13,465 천 사범님, 우리 식구 가족사진 하나만 찍어주세요 840 00:43:13,549 --> 00:43:15,426 [헤헤 웃으며] 예 841 00:43:22,308 --> 00:43:23,309 [승필] 자 842 00:43:23,392 --> 00:43:24,768 하나, 둘! 843 00:43:26,270 --> 00:43:27,730 창호야 그, 좀 웃어라, 웃어 844 00:43:27,813 --> 00:43:29,064 어? 왜 죽상을 하고 있냐? 845 00:43:29,857 --> 00:43:31,734 왜 그래? 활짝 웃고 있는데 846 00:43:31,817 --> 00:43:33,152 예, 웃는 거 맞아예 847 00:43:34,236 --> 00:43:35,487 - 아, 그런 거야? - [용각] 예 848 00:43:37,031 --> 00:43:38,907 그, 그럼 뭐 찍어, 찍어요, 자, 자 849 00:43:39,491 --> 00:43:41,827 하나, 둘, 셋! 850 00:43:41,910 --> 00:43:42,745 [찰칵 - 카메라 셔터] 851 00:43:45,623 --> 00:43:46,790 [팔락 - 기보] 852 00:43:46,874 --> 00:43:48,083 근데 여기서는 853 00:43:49,376 --> 00:43:52,087 백이 이쪽으로 젖히는 게 더 나아 보이는데? 854 00:43:52,671 --> 00:43:54,715 크게 이득을 볼 수 있기는 한데 855 00:43:55,924 --> 00:43:57,968 혹시라도 빌미를 줄까 봐… 856 00:43:58,052 --> 00:43:59,970 그래도 여길 끊는 게 간명하지 않아? 857 00:44:03,682 --> 00:44:04,975 돌다리를 두드리다 못해서 858 00:44:05,059 --> 00:44:06,977 이제 아예 그냥 빙 둘러서 가는구나 859 00:44:08,437 --> 00:44:09,688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860 00:44:11,148 --> 00:44:12,107 그래도 이 정도면, 뭐 861 00:44:12,191 --> 00:44:14,234 어디 가서 선생 욕은 안 먹이겠네 862 00:44:15,527 --> 00:44:16,612 다음 상대는? 863 00:44:18,030 --> 00:44:19,406 남기철 사범님이요 864 00:44:20,157 --> 00:44:21,408 [헛웃음] 865 00:44:21,492 --> 00:44:22,326 저도 866 00:44:23,285 --> 00:44:24,286 걱정입니다 867 00:44:24,370 --> 00:44:26,789 남 사범님 바둑이 워낙 매서워서 868 00:44:26,872 --> 00:44:28,499 질긴 바둑이다 869 00:44:30,167 --> 00:44:33,170 물러서기 시작하면 얕잡아 보고 여기저기 치고 들어올 거야 870 00:44:34,046 --> 00:44:35,547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야 돼 871 00:44:36,465 --> 00:44:38,300 꾹 참고 지키려고요 872 00:44:38,384 --> 00:44:39,259 [씁] 873 00:44:39,343 --> 00:44:40,386 이놈이… 874 00:44:41,595 --> 00:44:43,806 제 바둑을 찾으라고 하셨잖아요 875 00:44:43,889 --> 00:44:45,015 그래서 상관 마라? 876 00:44:47,017 --> 00:44:48,268 믿어주세요 877 00:44:49,520 --> 00:44:50,437 그래 878 00:44:51,355 --> 00:44:53,440 한 수 배운다 생각하고 마음 편히 둬 879 00:44:54,608 --> 00:44:55,442 아뇨 880 00:44:58,195 --> 00:44:59,154 저 한번 881 00:45:00,197 --> 00:45:01,657 이겨볼 생각입니다 882 00:45:03,867 --> 00:45:05,744 [밝고 묘한 음악] 883 00:45:05,828 --> 00:45:07,788 - [탁 - 바둑돌] - [달칵 - 초시계] 884 00:45:07,871 --> 00:45:09,373 "제23기 왕위전 본선 제12국" 885 00:45:14,670 --> 00:45:16,296 [달그락 - 바둑돌] 886 00:45:22,720 --> 00:45:24,012 [입회인1] 남기철 9단 흑 887 00:45:24,763 --> 00:45:26,014 이창호 3단 백 888 00:45:28,100 --> 00:45:29,476 [입회인2] 대국 시작하겠습니다 889 00:45:35,774 --> 00:45:37,025 [달그락 - 바둑돌] 890 00:45:47,494 --> 00:45:48,370 아버님 891 00:45:48,454 --> 00:45:49,788 [창호 부] 아이고! 아유 892 00:45:49,872 --> 00:45:52,166 아니, 같이 검토실 가서 커피라도 한잔하면서 기다리시죠? 893 00:45:52,249 --> 00:45:53,208 아유, 아닙니다 894 00:45:53,292 --> 00:45:55,836 제가 보면 뭐 아나요? 에, 예! 895 00:46:01,550 --> 00:46:02,885 [달그락 - 바둑돌] 896 00:46:03,677 --> 00:46:04,511 [탁 놓는다] 897 00:46:06,764 --> 00:46:08,182 [달그락 - 바둑돌] 898 00:46:09,725 --> 00:46:10,601 [탁 - 바둑돌] 899 00:46:18,567 --> 00:46:19,651 [소리 없이 입만 벙긋댄다] 900 00:46:24,323 --> 00:46:25,574 [달그락 - 바둑돌] 901 00:46:29,453 --> 00:46:33,749 [기철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후 길게 내뿜는다] 902 00:46:38,545 --> 00:46:41,423 조훈현 9단, 10분 남았습니다 903 00:46:42,466 --> 00:46:43,634 아이고, 거… 904 00:46:44,343 --> 00:46:45,469 아이고오 905 00:46:47,763 --> 00:46:48,931 [씁 숨 들이켜는 소리] 906 00:46:53,018 --> 00:46:55,312 아이고, 아, 이런 [혀를 쯧 찬다] 907 00:46:55,395 --> 00:46:57,773 [계시원] 백 조훈현 9단 불계승입니다 908 00:47:01,610 --> 00:47:02,778 [훈현] 아이고, 백 사범님 909 00:47:03,529 --> 00:47:04,780 한 수 잘 배웠습니다 910 00:47:07,825 --> 00:47:08,951 [승필] 어, 조 국수 911 00:47:09,034 --> 00:47:10,035 [용각의 헛기침] 912 00:47:10,661 --> 00:47:12,496 [승필] 흑이 제법 유리한 거 같은데? 913 00:47:12,579 --> 00:47:14,706 에이, 뭐 제대로 알고 얘기합니까? 914 00:47:14,790 --> 00:47:16,124 헹님도 발렸으면서 915 00:47:16,208 --> 00:47:17,501 아니, 내가 발린 게 아니고, 인마 916 00:47:17,584 --> 00:47:19,294 그날은 내가 술이 좀 덜 깨가지고… 917 00:47:19,378 --> 00:47:21,505 [진행 요원] 115수까지 기록됐습니다 918 00:47:29,972 --> 00:47:30,806 [코웃음] 919 00:47:38,856 --> 00:47:41,441 [숨을 씁 들이켜며] 여길 끊지 말았어야 되나, 응? 920 00:47:42,776 --> 00:47:43,735 이, 그냥 받았으면 921 00:47:49,241 --> 00:47:50,534 [창호] 하나 밀어두고 922 00:47:51,076 --> 00:47:52,703 중앙으로 벌리고… 923 00:47:55,873 --> 00:47:57,040 [기철이 숨을 들이쉰다] 924 00:47:57,124 --> 00:47:59,334 [목청을 긁으며] 으음… 925 00:48:00,419 --> 00:48:02,004 [씁 하고 숨을 들이켠다] 926 00:48:02,087 --> 00:48:04,798 이거 조 국수랑 둘이 붙으면 볼만하겠는데? 927 00:48:05,507 --> 00:48:06,341 응? 928 00:48:08,802 --> 00:48:10,512 종반은 선생보다 제자가 낫다 929 00:48:12,097 --> 00:48:13,056 축하해, 이 사범 930 00:48:16,184 --> 00:48:17,019 [끼익 - 의자] 931 00:48:17,853 --> 00:48:18,896 [기철의 힘주는 신음] 932 00:48:19,396 --> 00:48:21,481 [용각이 입맛을 다시며] 남 명인이 막판에 주저앉아 뿌네 933 00:48:21,565 --> 00:48:22,900 거봐, 인마, 내가 약한 게 아이고 934 00:48:22,983 --> 00:48:23,942 창호가 센 거라니까 935 00:48:24,026 --> 00:48:24,860 [훈현] 음 936 00:48:24,943 --> 00:48:26,904 [용각] 확실히 연희동 터가 좋긴 좋다, 그지예? 937 00:48:33,493 --> 00:48:35,162 허, 참 938 00:48:36,538 --> 00:48:40,834 [의미심장한 음악] 939 00:48:41,919 --> 00:48:43,587 [승필] 허허, 참 940 00:48:44,421 --> 00:48:45,964 사제 대결이라 941 00:48:46,673 --> 00:48:48,675 이거 빨라도 너무 빠른데 942 00:48:48,759 --> 00:48:50,677 이겨서 올라오는데, 뭐 도리가 있나? 943 00:48:51,970 --> 00:48:53,972 이러다 진짜 창호한테 잡아먹히는 거 아니야? 944 00:48:54,056 --> 00:48:55,349 하이고, 참 945 00:48:56,266 --> 00:48:57,935 아직 10년은 이르지 946 00:48:58,518 --> 00:49:00,020 [끼이익 - 지하철 브레이크] 947 00:49:00,103 --> 00:49:03,565 - [지하철 안내 방송] - [웅성거림] 948 00:49:06,902 --> 00:49:08,737 [출발하는 지하철의 기계음] 949 00:49:11,740 --> 00:49:13,533 [덜컹덜컹 - 지하철] 950 00:49:13,617 --> 00:49:15,994 {\an8}"집념의 바둑 인생 조훈현" 951 00:49:57,661 --> 00:49:59,496 [창호 목소리] 중반 공격을 당했을 때 952 00:50:00,163 --> 00:50:01,957 선생님은 행마가 약함 953 00:50:05,127 --> 00:50:09,214 {\an8}선생님은 늘 모양이 커졌을 때 견제가 약함 954 00:50:11,842 --> 00:50:12,759 [한숨] 955 00:50:16,430 --> 00:50:18,557 [창호] 선생님, 저녁 드시라는데요 956 00:50:18,640 --> 00:50:20,100 [훈현] 어 957 00:50:20,183 --> 00:50:21,393 [훈현의 힘주는 신음] 958 00:50:21,935 --> 00:50:24,271 [약간 가쁜 숨] 아, 책이 여기 있었네 959 00:50:27,232 --> 00:50:28,483 [멀어지는 발걸음] 960 00:50:38,785 --> 00:50:42,330 [짧게 탄식하며] 아니, 뭔 얘기라도 좀 해줘라 961 00:50:42,414 --> 00:50:44,708 선생이라는 사람이 뭐 그러냐? 962 00:50:44,791 --> 00:50:46,001 아, 내가 뭘? 963 00:50:47,044 --> 00:50:48,086 잠은 좀 잤어? 964 00:50:48,628 --> 00:50:49,588 컨디션 괜찮아? 965 00:50:49,671 --> 00:50:51,131 네, 작은엄마 966 00:50:52,841 --> 00:50:54,593 승패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967 00:50:56,678 --> 00:50:58,430 그냥 네 바둑을 두면 돼 968 00:51:01,224 --> 00:51:02,059 네 969 00:51:03,226 --> 00:51:04,269 "제29기 최고위전 도전기 최종국" 970 00:51:04,352 --> 00:51:05,896 {\an8}- [기자1] 저 차 아냐? - [기자2] 왔다, 왔다! 971 00:51:05,979 --> 00:51:07,189 {\an8}[엔진음이 잦아든다] 972 00:51:07,272 --> 00:51:08,356 {\an8}[기자3] 차 한 대에 같이 타고 왔네! 973 00:51:08,440 --> 00:51:09,524 {\an8}- [기자4] 찍어! - [기자5] 같이 왔어? 974 00:51:10,108 --> 00:51:10,984 [기자3] 아, 조 국수님! 975 00:51:11,068 --> 00:51:12,360 [기자6] 사상 초유의 사제 대결인데 976 00:51:12,444 --> 00:51:13,403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? 977 00:51:13,487 --> 00:51:14,863 [기자5] 손수 키운 호랑이 새끼한테 잡아먹힐… 978 00:51:14,946 --> 00:51:17,282 - 어유, 같이 좀 가지 - [기자5] 한 말씀만 해주시죠 979 00:51:17,365 --> 00:51:20,452 [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낸다] 980 00:51:21,953 --> 00:51:22,788 잘하고 와 981 00:51:23,705 --> 00:51:24,539 [창호] 네 982 00:51:29,795 --> 00:51:32,881 [긴장감 드는 음악] 983 00:51:49,397 --> 00:51:51,650 [카메라 셔터가 연신 찰칵댄다] 984 00:52:07,415 --> 00:52:08,708 돌을 가리겠습니다 985 00:52:09,835 --> 00:52:11,670 [음악에 긴장감이 고조된다] 986 00:52:24,099 --> 00:52:25,392 {\an8}이창호 4단 흑 987 00:52:25,934 --> 00:52:27,144 {\an8}조훈현 9단 백 988 00:52:30,522 --> 00:52:32,107 {\an8}대국을 시작하겠습니다 989 00:52:50,250 --> 00:52:51,084 [탁 - 바둑돌] 990 00:53:11,563 --> 00:53:13,565 [카메라가 연신 찰칵댄다] 991 00:53:27,078 --> 00:53:27,913 [승필] 자, 보자 992 00:53:27,996 --> 00:53:29,664 [김 기자] 어? 천 사범님 몇 수나 진행됐습니까? 993 00:53:29,748 --> 00:53:30,582 [승필] 김 기자, 잠깐만 994 00:53:30,665 --> 00:53:32,584 - [김 기자] 형세가 어때요? - [승필] 나도 이제 받았다, 이제 995 00:53:32,667 --> 00:53:34,085 아이, 뭐 나도 아직 안 봤어, 이거 996 00:53:34,169 --> 00:53:35,629 - [김 기자] 아, 좀 알려주세요! - 좀 있다가, 좀 있다가! 997 00:53:35,712 --> 00:53:37,172 [기자들의 아우성] 998 00:53:37,255 --> 00:53:38,673 [승필] 어, 나중에, 나중에 999 00:53:38,757 --> 00:53:40,342 나중에, 그래, 아우 1000 00:53:40,926 --> 00:53:42,510 아, 정신없네, 진짜 1001 00:53:43,595 --> 00:53:46,223 우와, 조 국수 포석이 매섭네 1002 00:53:46,806 --> 00:53:49,726 어? 이거 뭐, 초반부터 맹공이구먼 1003 00:53:49,809 --> 00:53:51,937 아, 이 어린 제자 상대로 1004 00:53:52,020 --> 00:53:54,064 이거 너무 무자비한 거 아니야, 어? 1005 00:53:54,147 --> 00:53:56,816 - [용각] 아따, 살벌하다, 살벌해 - [바둑돌이 달그락댄다] 1006 00:54:11,623 --> 00:54:13,083 [음악이 차분해진다] 1007 00:54:15,794 --> 00:54:17,921 {\an8}[째깍째깍 - 초시계] 1008 00:54:24,761 --> 00:54:27,180 식사 후에 대국 재개하겠습니다 1009 00:54:28,848 --> 00:54:30,433 [초침과 음악이 멈춘다] 1010 00:54:31,309 --> 00:54:33,019 [창호] 그냥 받았어야 했나? 1011 00:54:34,271 --> 00:54:36,898 날 일 자로 씌우고 두 칸 벌리고 1012 00:54:39,818 --> 00:54:41,778 [한숨을 내쉬며] 그냥 한 점을 포기했어야 했나? 1013 00:54:41,861 --> 00:54:43,446 [졸졸 - 수돗물] 1014 00:54:47,659 --> 00:54:48,493 [용각의 헛기침] 1015 00:54:48,576 --> 00:54:50,704 그, 증조부 그, 언제 오셨습니까? 1016 00:54:51,454 --> 00:54:52,998 어, 오늘 첫차 타고 1017 00:54:53,081 --> 00:54:53,915 [용각] 예 1018 00:54:55,375 --> 00:54:56,584 아, 근데 [숨을 씁 들이켠다] 1019 00:54:56,668 --> 00:54:58,962 창호 오늘 컨디션이 영 별로인 거 같은데 1020 00:54:59,462 --> 00:55:02,132 그, 내하고 둘 때는 그, 인정사정없더만 [너털웃음] 1021 00:55:02,215 --> 00:55:03,842 우리 이 사범 뭐, 사람 가리나? 1022 00:55:03,925 --> 00:55:05,051 [승필, 용각의 어색한 웃음] 1023 00:55:05,135 --> 00:55:07,721 아이, 선생님한테 좀 봐달라 하이소 1024 00:55:07,804 --> 00:55:08,972 살살 좀 해달라고 1025 00:55:09,055 --> 00:55:10,557 - [용각의 실없는 웃음] - 그런 게 어디 있어? 1026 00:55:11,057 --> 00:55:11,975 승부는 승부지 1027 00:55:17,689 --> 00:55:18,690 [승필] 하여튼 이… 1028 00:55:21,735 --> 00:55:23,361 아이고, 밥 왔다! 1029 00:55:23,445 --> 00:55:26,031 [승필] 와아! [헤헤헤 웃는다] 1030 00:55:26,614 --> 00:55:29,284 아이, 어구, 이거 뜨겁다 이거 뜨겁데이, 어? 1031 00:55:29,367 --> 00:55:30,327 - 어이구 - [부스럭 - 신문] 1032 00:55:30,410 --> 00:55:34,539 - [홀에서 주문하는 대화] - [훈현의 신음] 1033 00:55:35,165 --> 00:55:36,541 [그릇이 잘그락댄다] 1034 00:55:38,668 --> 00:55:39,711 [훈현의 시원한 탄성] 1035 00:55:48,345 --> 00:55:50,180 [잘그락, 탁] 1036 00:55:50,680 --> 00:55:54,017 [잘그락 - 바둑돌] 1037 00:56:05,612 --> 00:56:07,614 [사락 - 종이] 1038 00:56:10,367 --> 00:56:13,453 [크게 강조된 사락 효과음] 1039 00:56:13,536 --> 00:56:15,288 [크게 강조된 사각사각 효과음] 1040 00:56:15,372 --> 00:56:18,291 [크게 강조된 입회자의 기침] 1041 00:56:19,793 --> 00:56:21,711 [환풍기가 요란하게 돌아간다] 1042 00:56:21,795 --> 00:56:24,005 [물이 요란하게 끓는다] 1043 00:56:24,089 --> 00:56:26,966 [초침이 강조되어 울린다] 1044 00:56:27,050 --> 00:56:32,222 - [초침이 빠르게 흐른다] - [긴장감 도는 음악] 1045 00:56:36,768 --> 00:56:37,727 [한숨] 1046 00:56:40,563 --> 00:56:42,273 [숨을 들이켠다] 1047 00:56:42,357 --> 00:56:43,858 [훈현이 흠 하고 숨을 내쉰다] 1048 00:56:47,654 --> 00:56:50,448 [용각] 아이, 창호 아재가 오늘따라 잔 실수가 너무 많네예 1049 00:56:50,532 --> 00:56:51,366 [신음] 1050 00:56:51,449 --> 00:56:54,994 [승필] 우리도 후달리는데 어린애가 오죽하겠냐? 1051 00:56:56,621 --> 00:56:58,623 게다가 하늘 같은 지 선생 아니냐 1052 00:57:11,845 --> 00:57:13,054 [큰 한숨] 1053 00:57:19,853 --> 00:57:21,438 {\an8}[째깍째깍 - 초시계] 1054 00:57:27,485 --> 00:57:28,403 [바둑돌이 달그락댄다] 1055 00:57:30,113 --> 00:57:33,199 [음악에 긴장감이 고조된다] 1056 00:57:33,283 --> 00:57:34,576 [훈현의 목소리] 평정심을 잃으면 1057 00:57:35,618 --> 00:57:36,995 바둑은 거기서 끝이다 1058 00:57:37,704 --> 00:57:39,581 익숙하고 편안한 것들을 떠올려 봐 1059 00:57:40,290 --> 00:57:42,167 {\an8}[째깍째깍 - 초침] 1060 00:57:42,250 --> 00:57:44,461 {\an8}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것들 1061 00:58:01,644 --> 00:58:04,689 [수많은 시계가 저마다 째깍댄다] 1062 00:58:23,625 --> 00:58:24,834 [괘종시계가 뎅 하고 울린다] 1063 00:58:26,002 --> 00:58:28,254 - [괘종시계가 계속 울린다] - [초침이 크게 째깍댄다] 1064 00:58:47,857 --> 00:58:50,235 [돌이 투둑 놓이는 효과음] 1065 00:58:50,944 --> 00:58:52,111 [돌이 훅 사라지는 효과음] 1066 00:58:58,535 --> 00:59:01,788 [투두둑 바둑돌이 놓이는 효과음] 1067 00:59:01,871 --> 00:59:02,830 [툭 투둑] 1068 00:59:04,123 --> 00:59:06,209 [툭 툭 투두두둑] 1069 00:59:06,709 --> 00:59:08,086 [투둑 툭] 1070 00:59:08,795 --> 00:59:10,797 - [툭 돌 놓이는 효과음] - [훅 사라지는 효과음] 1071 00:59:11,506 --> 00:59:12,882 [툭 툭 툭] 1072 00:59:12,966 --> 00:59:13,925 [툭 툭] 1073 00:59:14,592 --> 00:59:15,677 [투둑] 1074 00:59:16,928 --> 00:59:17,762 [툭] 1075 00:59:18,638 --> 00:59:19,722 [훅 사라지는 효과음] 1076 00:59:21,349 --> 00:59:22,475 [훅 사라지는 효과음] 1077 00:59:26,271 --> 00:59:27,105 [툭] 1078 00:59:28,439 --> 00:59:29,274 [훅] 1079 00:59:34,070 --> 00:59:36,656 [째깍째깍 - 초시계] 1080 00:59:45,206 --> 00:59:46,291 [삑 - 초시계] 1081 01:00:05,810 --> 01:00:08,980 {\an8}[째깍째깍 - 초시계] 1082 01:00:24,454 --> 01:00:26,873 [길게 치지직 - 담배] 1083 01:00:29,500 --> 01:00:31,002 [후 하고 연기를 내뿜는다] 1084 01:00:36,883 --> 01:00:39,010 [음악이 서서히 잦아든다] 1085 01:00:39,636 --> 01:00:40,511 [계시원] 조훈현 9단 1086 01:00:41,387 --> 01:00:42,221 하나 1087 01:00:42,847 --> 01:00:43,681 둘 1088 01:00:44,182 --> 01:00:45,183 셋 1089 01:00:46,017 --> 01:00:46,851 넷 1090 01:00:47,727 --> 01:00:48,561 다섯 1091 01:00:49,270 --> 01:00:50,104 여섯 1092 01:00:51,105 --> 01:00:53,441 - 일곱, 여덟 - [달가닥 - 주전자] 1093 01:00:54,108 --> 01:00:54,984 아홉 1094 01:00:55,652 --> 01:00:56,527 {\an8}열 1095 01:01:00,073 --> 01:01:02,950 {\an8}조훈현 9단 초읽기 2회 남았습니다 1096 01:01:04,077 --> 01:01:05,787 [숨을 크게 들이쉰다] 1097 01:01:05,870 --> 01:01:07,872 [큰 한숨] 1098 01:01:08,581 --> 01:01:11,918 [의미심장한 음악이 흐른다] 1099 01:01:16,881 --> 01:01:18,675 [달그락 - 바둑돌] 1100 01:01:25,431 --> 01:01:26,724 [치지직 - 담배] 1101 01:01:27,934 --> 01:01:30,478 - [훈현이 재를 탁 턴다] - [달그락 - 바둑돌] 1102 01:01:35,024 --> 01:01:36,025 [한숨] 1103 01:01:58,631 --> 01:01:59,841 - [거친 숨소리] - [탁 - 물잔] 1104 01:02:00,383 --> 01:02:01,551 [큰 한숨] 1105 01:02:04,637 --> 01:02:05,888 [기사5] 하아 1106 01:02:09,934 --> 01:02:10,852 [바둑돌이 떨어진다] 1107 01:02:11,978 --> 01:02:13,771 으아 [헛웃음] 1108 01:02:13,855 --> 01:02:16,065 [기사5] 몰라 끝까지 가보면 알겠지 1109 01:02:16,149 --> 01:02:17,859 - [기철] 이거 잘하면… - [용각] 어? 1110 01:02:19,068 --> 01:02:20,987 진짜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르겠는데? 1111 01:02:21,070 --> 01:02:21,988 쿠데타? 1112 01:02:22,613 --> 01:02:24,365 - [기사5] 진짜야? - [기사6] 에이, 설마 1113 01:02:25,241 --> 01:02:27,744 [용각] 아이, 요서 이랄 게 아이고 저 가가 보입시다 1114 01:02:27,827 --> 01:02:29,746 [저마다 떠든다] 1115 01:02:29,829 --> 01:02:31,581 [기사7] 빨리빨리 뛰어, 뛰어 1116 01:02:31,664 --> 01:02:34,167 [우당탕탕 소란스럽다] 1117 01:02:51,601 --> 01:02:52,769 안 되나? [한숨] 1118 01:02:54,228 --> 01:02:57,273 [불안한 진동음] 1119 01:03:15,666 --> 01:03:17,460 [승필] 흑, 반집 승! 1120 01:03:17,543 --> 01:03:19,378 271수! 1121 01:03:19,462 --> 01:03:20,797 아, 흑이라고, 흑! 1122 01:03:21,297 --> 01:03:24,634 아니, 이창호가 이겼다고! 1123 01:03:24,717 --> 01:03:25,551 [철컥 - 카메라] 1124 01:03:40,399 --> 01:03:42,193 [음악이 잦아든다] 1125 01:03:43,778 --> 01:03:45,446 [승필] 아이고 시간이 늦어서, 이거 1126 01:03:45,530 --> 01:03:47,073 어? 저녁 먹을 데도 없겠는데? 1127 01:03:49,951 --> 01:03:51,118 - [승필/속삭이듯] 조 국수 - 어? 1128 01:03:51,869 --> 01:03:53,871 [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내쉰다] 1129 01:04:00,628 --> 01:04:03,130 [기자6] 승리한 제자 이창호 4단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1130 01:04:03,214 --> 01:04:04,882 조 국수님, 한마디만 해주시죠 1131 01:04:09,554 --> 01:04:10,429 더 이상 1132 01:04:11,430 --> 01:04:12,431 가르칠 게 없네요 1133 01:04:12,515 --> 01:04:14,934 - 이제 뭐, 하산해도 되겠는데요? - [기자들의 옅은 웃음] 1134 01:04:15,017 --> 01:04:16,894 오늘 패착이 어디였다고 보십니까? 1135 01:04:16,978 --> 01:04:18,354 - 미안합니다 - [기자8] 어, 조 국수님! 1136 01:04:18,437 --> 01:04:19,438 승부처가 어디였다고 보십니까? 1137 01:04:19,522 --> 01:04:21,065 [기자9] 기성전 상대도 이창호 4단이 유력한데 1138 01:04:21,148 --> 01:04:23,776 어떻게 준비하시겠습니까? 조 국수님! 1139 01:04:32,493 --> 01:04:35,037 [기자7] 일단 축하드립니다 저, 소감이 어떠신지… 1140 01:04:35,121 --> 01:04:36,205 [요란한 카메라 셔터음] 1141 01:04:36,289 --> 01:04:37,957 좋지 못한 바둑으로 이겨서 1142 01:04:39,458 --> 01:04:41,002 선생님께 죄송합니다 1143 01:04:54,015 --> 01:04:56,601 [비장한 음악이 시작된다] 1144 01:05:01,647 --> 01:05:02,857 [부스럭 - 담뱃갑] 1145 01:05:07,862 --> 01:05:09,071 [작은 한숨] 1146 01:05:20,750 --> 01:05:22,752 [개가 컹컹 짖는다] 1147 01:05:31,344 --> 01:05:32,637 [급한 발걸음] 1148 01:05:33,262 --> 01:05:34,263 [훈현 처] 많이 늦었네? 1149 01:05:38,351 --> 01:05:39,602 어떻게 됐어? 1150 01:05:43,981 --> 01:05:45,149 [현관문 여는 소리] 1151 01:05:48,653 --> 01:05:49,904 [문 닫히는 소리] 1152 01:05:49,987 --> 01:05:50,988 [훈현 처의 한숨] 1153 01:05:51,948 --> 01:05:53,449 우리 창호 잘했네 1154 01:05:54,158 --> 01:05:55,034 축하해 1155 01:05:56,077 --> 01:05:57,119 [창호] 고맙습니다 1156 01:05:57,745 --> 01:05:59,455 그래, 고생했다 1157 01:05:59,997 --> 01:06:01,290 피곤할 텐데 얼른 올라가서 쉬어 1158 01:06:02,500 --> 01:06:03,459 네 1159 01:06:13,844 --> 01:06:14,887 [창호/떨리는 목소리] 할아버지 1160 01:06:16,347 --> 01:06:17,974 나 오늘 이기는 거 봤지? 1161 01:06:20,101 --> 01:06:20,977 근데 나 1162 01:06:22,520 --> 01:06:24,271 정말 이기고 싶었어 1163 01:06:26,857 --> 01:06:27,900 내 방식대로 1164 01:06:32,279 --> 01:06:34,573 [울음을 참는다] 1165 01:06:34,657 --> 01:06:35,574 [코 훌쩍임] 1166 01:06:38,411 --> 01:06:40,413 [흐느낌] 1167 01:06:43,249 --> 01:06:44,792 [한숨 섞인 웃음] 1168 01:06:50,172 --> 01:06:51,340 [옅은 한숨] 1169 01:07:00,182 --> 01:07:01,976 [자전거 벨이 울린다] 1170 01:07:02,685 --> 01:07:03,602 [툭 - 신문] 1171 01:07:06,605 --> 01:07:07,523 [펄럭 - 신문지] 1172 01:07:10,651 --> 01:07:12,319 [장탄식] 1173 01:07:12,403 --> 01:07:13,863 고놈 참 1174 01:07:20,619 --> 01:07:21,704 [훈현의 한숨] 1175 01:07:33,382 --> 01:07:34,216 [달칵 - 바둑돌] 1176 01:07:46,145 --> 01:07:47,480 여기서 끼웠어야 됐나? 1177 01:07:51,358 --> 01:07:52,359 [탄식] 1178 01:07:56,322 --> 01:07:57,239 [큰 한숨] 1179 01:07:59,158 --> 01:07:59,992 [똑똑 - 문] 1180 01:08:02,620 --> 01:08:03,454 [훈현] 응 1181 01:08:03,954 --> 01:08:05,039 선생님 1182 01:08:07,166 --> 01:08:08,000 저 1183 01:08:08,501 --> 01:08:09,335 {\an8}복기는… 1184 01:08:10,127 --> 01:08:11,212 {\an8}어, 그래, 해야지 1185 01:08:12,880 --> 01:08:13,798 {\an8}날도 좋은데 우리 1186 01:08:15,091 --> 01:08:16,050 저 거실에서 할까? 1187 01:08:17,426 --> 01:08:18,260 [탁 - 바둑돌] 1188 01:08:20,137 --> 01:08:23,307 [창호] 여기서 그냥 지키는 수는요? 1189 01:08:23,891 --> 01:08:25,309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1190 01:08:28,354 --> 01:08:29,688 여길 들여다보고 1191 01:08:33,859 --> 01:08:35,778 중앙을 키우는 게 낫지 1192 01:08:36,278 --> 01:08:37,279 흑이 무거우니까 1193 01:08:38,989 --> 01:08:41,367 [신음] 1194 01:08:44,411 --> 01:08:45,371 [창호] 아니면 1195 01:08:45,454 --> 01:08:46,831 [창호의 신음] 1196 01:08:49,458 --> 01:08:50,835 이렇게 끼우는 수는요? 1197 01:08:52,795 --> 01:08:54,296 [신음] 1198 01:08:55,548 --> 01:08:56,549 [훈현이 숨을 들이마신다] 1199 01:08:57,049 --> 01:08:58,384 [훈현] 으음 1200 01:09:01,428 --> 01:09:02,346 아아 1201 01:09:05,141 --> 01:09:08,435 으음… 아냐, 거긴 그, 모양이 안 좋아 1202 01:09:08,519 --> 01:09:09,854 그거보다는 1203 01:09:09,937 --> 01:09:12,064 이쪽을 지키든가, 요기 1204 01:09:12,148 --> 01:09:13,774 아니면 여기에다가 1205 01:09:14,483 --> 01:09:15,317 먼저 붙이든가 1206 01:09:16,735 --> 01:09:17,570 [훈현의 한숨] 1207 01:09:17,653 --> 01:09:19,196 아닌데요 [숨을 씁 들이켠다] 1208 01:09:19,280 --> 01:09:21,157 이거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요? 1209 01:09:21,240 --> 01:09:22,616 여기서 단수 치고 1210 01:09:23,450 --> 01:09:24,660 나가고 1211 01:09:26,912 --> 01:09:27,872 붙이면 1212 01:09:27,955 --> 01:09:31,667 아니, 거기는, 여기는 그, 저기, 뒷맛이 나쁘다고 1213 01:09:32,168 --> 01:09:34,086 아이아이 더 볼 필요도 없어, 이거 1214 01:09:35,546 --> 01:09:36,547 [훈현의 한숨] 1215 01:09:38,465 --> 01:09:39,341 선생님 1216 01:09:43,846 --> 01:09:44,722 [주저하는 호흡] 1217 01:09:45,389 --> 01:09:46,348 죄송합니다 1218 01:09:47,349 --> 01:09:48,184 어제 1219 01:09:49,018 --> 01:09:49,852 대국이요 1220 01:09:52,146 --> 01:09:52,980 뭐? 1221 01:09:57,151 --> 01:09:58,527 내가 선생이야, 바둑 앞에서? 1222 01:10:00,988 --> 01:10:02,740 [벌컥] 대답해! 내가 선생이냐고 1223 01:10:04,450 --> 01:10:05,409 아, 아, 아니요 1224 01:10:07,411 --> 01:10:08,329 적입니다 1225 01:10:08,412 --> 01:10:10,372 바둑 한 판 이겼다고 세상이 달라져? 1226 01:10:12,291 --> 01:10:13,500 착각도 정도껏 해 1227 01:10:14,126 --> 01:10:16,795 매일 이기고 매일 지는 게 그게 프로의 숙명이야! 1228 01:10:17,296 --> 01:10:18,255 어디 건방지게… 1229 01:10:20,549 --> 01:10:22,009 앞으로 나랑 둔 바둑은 1230 01:10:22,843 --> 01:10:24,053 복기 안 해도 돼 1231 01:10:29,808 --> 01:10:30,893 [문이 쾅 닫힌다] 1232 01:10:33,771 --> 01:10:34,647 어휴 1233 01:10:35,356 --> 01:10:36,732 어휴, 씨 1234 01:10:39,485 --> 01:10:40,319 [한숨] 1235 01:10:52,081 --> 01:10:52,957 [옅은 한숨] 1236 01:10:55,125 --> 01:10:56,126 [숨을 후 내뱉는다] 1237 01:11:01,882 --> 01:11:03,133 [한숨을 내뱉는다] 1238 01:11:03,217 --> 01:11:05,928 [부릉 - 엔진음] 1239 01:11:06,929 --> 01:11:10,182 [긴장감 있는 음악] 1240 01:11:13,477 --> 01:11:14,979 {\an8}[달그락, 탁 - 바둑돌] 1241 01:11:15,062 --> 01:11:16,814 {\an8}[승필] 사제 도전 27번기 1242 01:11:16,897 --> 01:11:18,190 이건 뭐, 어? 1243 01:11:18,274 --> 01:11:20,234 우리 바둑사에 길이 남을 대사건입니다 1244 01:11:20,317 --> 01:11:22,569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1245 01:11:23,279 --> 01:11:25,906 [진행자] 네, 대왕전, 기성전 1246 01:11:25,990 --> 01:11:30,119 {\an8}패왕전, 최고위전 그리고 기왕전까지 1247 01:11:30,202 --> 01:11:31,745 {\an8}다섯 개 기전 결승에서 1248 01:11:31,829 --> 01:11:34,039 스승과 제자가 연거푸 만나게 됐습니다 1249 01:11:34,123 --> 01:11:36,792 [백 사범] 이게 다 이창호 6단 때문이죠 1250 01:11:36,875 --> 01:11:38,460 빨라도 너무 빨라요 1251 01:11:38,544 --> 01:11:40,212 아마 조 9단도 이렇게까지 빠를 거라고는 1252 01:11:40,296 --> 01:11:41,505 {\an8}예상을 못 했을 겁니다 1253 01:11:41,588 --> 01:11:45,050 {\an8}[진행자] 최근 전적을 보면 조 9단이 일방적으로 몰려있어요 1254 01:11:45,134 --> 01:11:46,468 {\an8}[승필] 원래 조 9단의 칼은 1255 01:11:46,552 --> 01:11:47,970 날카롭기로 유명합니다 1256 01:11:48,637 --> 01:11:50,639 지독하게 급소를 찌르고 후벼 팝니다 1257 01:11:50,723 --> 01:11:52,224 아, 근데 이게 1258 01:11:52,891 --> 01:11:55,019 - 이창호 6단한테는 통하지 않아요 - [훈현/한숨] 1259 01:11:55,102 --> 01:11:56,687 {\an8}예, 그, 이창호 6단은 1260 01:11:56,770 --> 01:11:58,981 {\an8}상대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냅둡니다 1261 01:11:59,064 --> 01:12:01,984 근데, 이, 끝나고 나면 바둑이 져가 있어요 1262 01:12:02,067 --> 01:12:03,777 이게 참, 기가 찰 노릇입니다 1263 01:12:03,861 --> 01:12:06,071 [백 사범] 그, 모 프로 기사가 그러더라고요 1264 01:12:06,155 --> 01:12:09,575 조 9단은 상대하기 너무 무섭고 이창호는 1265 01:12:10,326 --> 01:12:11,702 그냥 뭐, 쳐다보기가 싫다고 1266 01:12:12,661 --> 01:12:13,954 [승필] 다들 아시다시피 1267 01:12:14,038 --> 01:12:16,123 두 사람의 기풍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1268 01:12:16,623 --> 01:12:18,542 스승은 빠르고, 제자는 느리고 1269 01:12:18,625 --> 01:12:21,045 제자는 참고, 스승은 싸웁니다 1270 01:12:21,795 --> 01:12:23,297 아, 근데 기보만 보면요 1271 01:12:23,922 --> 01:12:26,342 요즘은 두 사람의 기풍이 완전히 바뀐 거 같아요 1272 01:12:26,884 --> 01:12:28,260 되려 스승인 조 9단이 1273 01:12:28,927 --> 01:12:30,137 납작 엎드리고 1274 01:12:30,679 --> 01:12:32,639 이창호 6단이 공세를 취하는 형국입니다 1275 01:12:32,723 --> 01:12:35,017 [진행자] 어떻게든 흐름을 바꿔보려는 1276 01:12:35,100 --> 01:12:36,518 조 9단의 몸부림이겠죠 1277 01:12:36,602 --> 01:12:38,687 [백 사범] 그렇죠, 근데 문제는 1278 01:12:39,188 --> 01:12:41,315 이창호가 거 수비만 잘하는 게 아니에요 1279 01:12:41,899 --> 01:12:44,485 어제는 아주 철저하게 응징을 하더라고 1280 01:12:45,194 --> 01:12:47,738 천하의 조훈현이 손 한 번 못 뻗어봤어요 1281 01:12:48,489 --> 01:12:49,656 [기자1] 한 말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1282 01:12:49,740 --> 01:12:51,241 - [기자2] 조 9단님! - [기자3] 조 9단님! 1283 01:12:53,494 --> 01:12:55,245 [기자4] 이창호 6단 먼저 축하드립니다 1284 01:12:56,163 --> 01:12:57,790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1285 01:12:57,873 --> 01:12:59,958 [기자5] 어디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십니까? 1286 01:13:00,042 --> 01:13:02,294 [진행자] 이제 패왕 하나 남았습니다 1287 01:13:02,378 --> 01:13:06,423 자칫하면 조 9단이 무관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는데 1288 01:13:06,924 --> 01:13:09,676 다음 대국을 다들 어떻게 1289 01:13:09,760 --> 01:13:11,387 예상을 하시는지요? 1290 01:13:11,470 --> 01:13:13,514 [승필] 이창호의 기세가 대단하긴 합니다 1291 01:13:13,597 --> 01:13:16,308 하지만 바둑 황제라 불리던 조훈현입니다 1292 01:13:16,809 --> 01:13:18,352 뭐, 이대로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겠죠 1293 01:13:18,435 --> 01:13:19,561 예, 맞습니다 1294 01:13:19,645 --> 01:13:22,314 그, 일본의 후지사와 9단 같은 경우에도 1295 01:13:22,398 --> 01:13:25,401 이, 예순이 넘은 나이에 이 타이틀을 따내지 않았겠습니까 1296 01:13:25,484 --> 01:13:27,486 거, 답답한 소리들 하시네 1297 01:13:28,612 --> 01:13:30,531 일본엔 이창호가 없잖아요! 1298 01:13:32,366 --> 01:13:36,703 [강조된 지하철 운행음] 1299 01:13:36,787 --> 01:13:39,123 {\an8}[백 사범] 이창호가 바둑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어요 1300 01:13:39,790 --> 01:13:42,501 {\an8}바둑 팬들 사이엔 이런 말까지 돌고 있다고 합니다 1301 01:13:42,584 --> 01:13:44,878 '바둑은 하루 종일 치고받고 싸우다' 1302 01:13:44,962 --> 01:13:47,005 '결국엔 이창호가 이기는 스포츠다' 1303 01:13:48,424 --> 01:13:49,883 [거친 호흡] 1304 01:14:09,570 --> 01:14:10,654 [한숨] 1305 01:14:14,283 --> 01:14:16,827 - [음악이 잦아들다 멈춘다] - [쏴아, 후드득 - 비] 1306 01:14:16,910 --> 01:14:18,036 [찍 - 터지는 효과음] 1307 01:14:25,085 --> 01:14:26,003 [신음] 1308 01:14:32,926 --> 01:14:33,844 어, 조 국수! 1309 01:14:33,927 --> 01:14:36,305 [승필의 탄성] 어, 그, 그, 휴지, 휴지! 1310 01:14:43,520 --> 01:14:46,023 - [풀벌레가 운다] - [새가 지저귄다] 1311 01:14:50,736 --> 01:14:51,945 [창호 부] 저, 선생님 1312 01:14:52,946 --> 01:14:54,531 먼저 가보겠습니다 1313 01:14:54,615 --> 01:14:57,159 [훈현 처] 네, 조심히 들어가세요 1314 01:15:03,707 --> 01:15:04,917 [멀어지는 발걸음] 1315 01:15:06,418 --> 01:15:08,962 [한숨 쉬며] 못 할 짓이다, 진짜 1316 01:15:10,422 --> 01:15:11,924 당신도, 창호도 1317 01:15:13,634 --> 01:15:14,843 [작은 한숨] 1318 01:15:20,224 --> 01:15:21,391 [달칵 - 그릇] 1319 01:15:21,475 --> 01:15:22,851 [새가 지저귄다] 1320 01:15:24,520 --> 01:15:25,437 [창호 부의 개운한 숨소리] 1321 01:15:33,862 --> 01:15:35,113 왜, 속이 안 좋아? 1322 01:15:39,076 --> 01:15:40,077 죄송해서요 1323 01:15:41,828 --> 01:15:43,413 선생님한테도 그렇고… 1324 01:15:45,958 --> 01:15:47,209 작은엄마한테도 1325 01:15:50,504 --> 01:15:51,380 그래서 1326 01:15:52,923 --> 01:15:54,550 차라리 지는 게 낫겄어? 1327 01:15:59,680 --> 01:16:01,765 [새가 작게 지저귄다] 1328 01:16:01,848 --> 01:16:03,475 그럼 그냥 열심히 이겨 1329 01:16:04,851 --> 01:16:05,727 별수 있냐? 1330 01:16:10,566 --> 01:16:11,483 [타박타박] 1331 01:16:11,567 --> 01:16:12,734 [개가 컹컹 짓는다] 1332 01:16:18,907 --> 01:16:19,741 [옅은 한숨] 1333 01:16:41,179 --> 01:16:42,180 [한숨 쉬며] 이제 오니? 1334 01:16:46,643 --> 01:16:47,561 [훈현의 한숨] 1335 01:16:49,479 --> 01:16:51,481 - [멀리서 개가 짖는다] - [훈현의 한숨] 1336 01:16:53,567 --> 01:16:55,569 운동화 끈 하나 못 묶던 놈이 1337 01:16:56,194 --> 01:16:59,072 이제 제법 프로 티가 나는구나 1338 01:17:06,413 --> 01:17:07,289 이제 그만… 1339 01:17:09,750 --> 01:17:11,084 홀로 설 때도 됐다 1340 01:17:13,253 --> 01:17:14,713 이미 날 뛰어넘은 놈을 1341 01:17:16,673 --> 01:17:19,343 제자랍시고 데리고 있는 것도 말이 안 되고 1342 01:17:21,136 --> 01:17:23,722 아닙니다, 저 아직 많이 부족해요 1343 01:17:23,805 --> 01:17:25,349 배워야 할 것도 더 많고요 1344 01:17:26,099 --> 01:17:28,226 [큰 한숨] 가르칠 것도 없다 1345 01:17:31,438 --> 01:17:34,066 진즉에 내가 너를 내보냈어야 됐는데 1346 01:17:38,779 --> 01:17:41,073 아무리 이기고 지는 게 일상이라지만 1347 01:17:44,076 --> 01:17:45,952 매일 피 터지게 싸우면서 1348 01:17:47,871 --> 01:17:49,414 이렇게 얼굴 맞대고 사는 건… 1349 01:17:51,625 --> 01:17:52,876 서로 고역이지, 서로 1350 01:17:54,920 --> 01:17:56,546 죄송해요, 선생님 1351 01:17:59,007 --> 01:18:00,008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? 1352 01:18:02,594 --> 01:18:03,804 상대가 누구든 1353 01:18:04,513 --> 01:18:06,098 이기는 게 프로의 의무야 1354 01:18:13,105 --> 01:18:14,272 [한숨을 내쉰다] 1355 01:18:14,356 --> 01:18:16,441 네 덕분에 나도 요즘 많이 배운다 1356 01:18:18,485 --> 01:18:20,654 내가 언제든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1357 01:18:26,785 --> 01:18:27,869 [긴 한숨] 1358 01:18:28,704 --> 01:18:29,871 알아서 잘하겠지만 1359 01:18:31,540 --> 01:18:33,083 나가서도 게을리하지 말고 1360 01:18:40,257 --> 01:18:42,426 [멀어져 가는 발걸음] 1361 01:18:48,390 --> 01:18:49,307 생각해 보니 1362 01:18:51,643 --> 01:18:52,561 데리고 있으면서 1363 01:18:53,603 --> 01:18:56,273 제대로 된 칭찬 한 번 못 해줬구나 1364 01:18:59,568 --> 01:19:00,569 선생으로서 1365 01:19:03,697 --> 01:19:05,449 항상 네가 자랑스러웠다 1366 01:19:08,577 --> 01:19:09,411 넌 늘… 1367 01:19:11,997 --> 01:19:13,123 내 자부심이었어 1368 01:19:14,291 --> 01:19:16,293 [멀어져 가는 발걸음] 1369 01:19:17,461 --> 01:19:18,295 [옅은 한숨] 1370 01:19:18,879 --> 01:19:19,921 [문이 열린다] 1371 01:19:22,299 --> 01:19:23,341 [문이 닫힌다] 1372 01:19:24,509 --> 01:19:26,511 [억눌린 탄식] 1373 01:19:28,138 --> 01:19:31,475 [애잔한 음악] 1374 01:19:32,851 --> 01:19:34,436 [훈현 처] 열무김치 좀 쌌어요 1375 01:19:35,187 --> 01:19:36,354 우리 창호가 좋아해서 1376 01:19:36,438 --> 01:19:37,981 [창호 부] 아이고, 감사합니다 1377 01:19:38,774 --> 01:19:40,025 [이삿짐센터 직원] 다 끝났습니다 1378 01:19:42,068 --> 01:19:43,069 [훈현 처] 창호야 1379 01:19:43,862 --> 01:19:44,780 한번 안아보자 1380 01:19:46,615 --> 01:19:47,741 자주 놀러 와 1381 01:19:48,533 --> 01:19:49,618 밥 잘 챙겨 먹고 1382 01:19:52,037 --> 01:19:53,580 네, 작은엄마 1383 01:20:02,172 --> 01:20:04,049 [훈현 처] 따뜻하게 입고 다니고 1384 01:20:04,132 --> 01:20:05,592 반찬 떨어지면 가지러 와 1385 01:20:05,675 --> 01:20:07,552 [창호 부] 어르신 그동안 신세 많았습니다 1386 01:20:08,303 --> 01:20:09,387 [훈현 부] 신세는 무슨 1387 01:20:09,471 --> 01:20:10,597 [창호 부] 건강하십쇼 1388 01:20:10,680 --> 01:20:13,058 [훈현 부] 어유, 그래요 조심해서 잘 가요 1389 01:20:16,645 --> 01:20:17,646 선생님 1390 01:20:24,653 --> 01:20:25,529 그동안 1391 01:20:26,488 --> 01:20:27,697 감사했습니다 1392 01:20:28,907 --> 01:20:29,741 [훈현] 아… 1393 01:20:39,709 --> 01:20:41,920 [창호 부] 이거, 선생님이 주라더라 1394 01:20:43,463 --> 01:20:44,464 [봉투를 탁 집는다] 1395 01:20:49,845 --> 01:20:50,929 [사락 - 종이] 1396 01:21:13,743 --> 01:21:18,331 [흐느낌] 1397 01:21:42,063 --> 01:21:45,108 [기사4] 천하의 조훈현이가 무관이라니, 참, 씨 1398 01:21:45,191 --> 01:21:47,694 [백 사범] 자기가 키운 호랑이 새끼한테 잡아먹혔으니 1399 01:21:47,777 --> 01:21:48,820 누굴 원망하겠어? 1400 01:21:48,904 --> 01:21:50,697 [기사4] 그래도 뭔가 씁쓸하긴 하네요 1401 01:21:50,780 --> 01:21:51,656 [백 사범] 씁쓸하지 1402 01:21:51,740 --> 01:21:53,116 승부라는 게 1403 01:21:53,867 --> 01:21:55,160 뭔가 좀 더 이게 팽팽해야 1404 01:21:55,243 --> 01:21:57,120 우리 입장에서 남는 게 많은데, 어? 1405 01:21:57,203 --> 01:21:58,914 아, 이래 가지고 수수료 장사 해먹겠니? 1406 01:21:59,706 --> 01:22:00,624 그, 창호 1407 01:22:01,666 --> 01:22:02,959 배당금 좀 더 낮춰 1408 01:22:03,752 --> 01:22:04,669 [계시원] 하나 1409 01:22:04,753 --> 01:22:08,548 둘, 셋, 넷, 다섯 1410 01:22:09,132 --> 01:22:10,133 {\an8}여섯 1411 01:22:10,216 --> 01:22:11,384 {\an8}일곱 1412 01:22:11,468 --> 01:22:12,427 {\an8}여덟 1413 01:22:12,510 --> 01:22:13,428 {\an8}- 아홉 - [옅은 한숨] 1414 01:22:13,511 --> 01:22:14,554 {\an8}열 1415 01:22:16,056 --> 01:22:17,933 백 조훈현 9단 시간패 1416 01:22:18,683 --> 01:22:20,936 흑 남기철 9단 기권승입니다 1417 01:22:34,282 --> 01:22:36,618 [뚜벅뚜벅 - 구둣발] 1418 01:22:38,203 --> 01:22:40,455 [달칵 - 현관문] 1419 01:22:43,333 --> 01:22:44,334 [문이 탁 닫힌다] 1420 01:22:49,339 --> 01:22:50,173 [훈현] 애들은? 1421 01:22:50,924 --> 01:22:51,800 아직 안 왔어? 1422 01:22:51,883 --> 01:22:52,717 [훈현 처] 응 1423 01:22:54,010 --> 01:22:55,261 대국은 어떻게 됐어? 1424 01:22:56,554 --> 01:22:57,430 졌지, 뭐 1425 01:22:58,932 --> 01:23:00,725 난 지는 놈이랑은 살아도 1426 01:23:02,018 --> 01:23:03,395 한심한 놈이랑은 못 살아 1427 01:23:05,522 --> 01:23:06,982 비겁하게 도망 다니지 마 1428 01:23:09,943 --> 01:23:11,444 창호 뒷바라지하면서 1429 01:23:12,070 --> 01:23:15,156 당신이랑 창호 한 번도 원망해 본 적 없었는데 1430 01:23:15,865 --> 01:23:17,951 [한숨] 당신 이러는 거 보니까 1431 01:23:19,285 --> 01:23:20,787 창호 참 밉다 1432 01:23:23,748 --> 01:23:25,375 왜 이렇게 못났니? 1433 01:23:26,668 --> 01:23:27,794 [멀어지는 발걸음] 1434 01:23:32,298 --> 01:23:33,174 [승필] [작은 탄성] 1435 01:23:34,217 --> 01:23:37,053 휴, 야, 이 국수 오랜만이네, 헤헤 1436 01:23:37,137 --> 01:23:38,304 야, 밥은? 1437 01:23:38,388 --> 01:23:40,765 안 먹었으면 우리 오랜만에 점심이나 같이할까? 1438 01:23:40,849 --> 01:23:43,143 아뇨, 전 별로 아직 생각이 없어서요 1439 01:23:43,226 --> 01:23:44,561 [백 사범] 배부를 거야 1440 01:23:45,061 --> 01:23:48,189 온갖 타이틀이란 타이틀은 다 잡수시고 1441 01:23:48,273 --> 01:23:49,816 자기 선생까지 잡아먹고 말이야 1442 01:23:50,316 --> 01:23:51,484 아니, 잡아먹긴 뭘 잡아먹어? 1443 01:23:51,568 --> 01:23:52,986 이 양반이 말이면 다인 줄 아나 1444 01:23:53,069 --> 01:23:55,488 뭘 또 이렇게 발끈해? 1445 01:23:56,489 --> 01:23:58,408 농담이야, 농담 1446 01:23:58,491 --> 01:23:59,451 쪼크! 1447 01:23:59,534 --> 01:24:00,618 [피식 비웃음] 1448 01:24:01,786 --> 01:24:02,912 [승필] 하, 씨 1449 01:24:02,996 --> 01:24:05,165 [백 사범] 아, 우리 이 사범 좋겠다, 어? 1450 01:24:05,749 --> 01:24:08,418 이야, 사진발도 잘 받고 말이야 [백 사범/탄성] 1451 01:24:10,378 --> 01:24:13,048 [노 사범] [씁] 야, 이거 모델이네, 모델 1452 01:24:13,131 --> 01:24:14,132 [전화벨이 울린다] 1453 01:24:16,634 --> 01:24:18,053 - [탁 - 바둑돌] - 자, 그럼 뭐, 우리 1454 01:24:18,136 --> 01:24:19,637 간만에 내장탕이나 한 그릇씩 때리러 갈까? 1455 01:24:19,721 --> 01:24:21,765 - [기사4/짤짤거리며] 가시죠, 자 - [백 사범] 응 1456 01:24:21,848 --> 01:24:24,184 - [기사4] 반주 한잔하시죠 -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? 1457 01:24:29,105 --> 01:24:29,939 나? 1458 01:24:30,774 --> 01:24:33,193 백 사범님께서 저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? 1459 01:24:34,861 --> 01:24:36,404 제가 져야 할까요? 1460 01:24:37,030 --> 01:24:37,864 아니 1461 01:24:38,448 --> 01:24:40,742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떡해? 1462 01:24:40,825 --> 01:24:41,659 [창호] 저는 1463 01:24:42,452 --> 01:24:43,995 그렇게 배웠거든요 1464 01:24:44,079 --> 01:24:45,955 이기는 게 프로의 의무라고 1465 01:24:47,999 --> 01:24:51,294 백 사범님께서는 아직 좋은 선생님을 못 만나셨나 보네요 1466 01:24:51,377 --> 01:24:52,670 이 자식이… 1467 01:24:53,713 --> 01:24:55,757 좀 잘나간다고 눈에 뵈는 게 없어? 1468 01:24:57,592 --> 01:24:58,551 농담입니다 1469 01:24:59,594 --> 01:25:01,221 저도 농담했습니다 1470 01:25:01,304 --> 01:25:02,514 뭐? 1471 01:25:04,182 --> 01:25:05,183 쪼크라잖아, 쪼크 1472 01:25:06,726 --> 01:25:08,228 자, 이 국수, 갑시다, 자 1473 01:25:10,480 --> 01:25:12,565 - [멀어지는 발걸음] - [백 사범] [쯧] 1474 01:25:14,567 --> 01:25:16,694 기권패가 뭐냐, 천하의 조훈현이! 1475 01:25:17,445 --> 01:25:19,322 거, 아무리 그래도 대국은 나와야지! 1476 01:25:19,906 --> 01:25:21,950 그, 제수씨가 네 걱정 얼마나 하는지 아냐? 1477 01:25:23,660 --> 01:25:24,702 창호는? 1478 01:25:25,286 --> 01:25:26,329 아, 창호 걔도 1479 01:25:27,497 --> 01:25:29,666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겠노? 1480 01:25:35,463 --> 01:25:37,465 [조용하고 느릿한 음악] 1481 01:25:37,549 --> 01:25:38,716 - 아이, 와 이랍니까? - [탁 - 술잔] 1482 01:25:38,800 --> 01:25:40,176 술도 못 자시는 양반이 1483 01:25:44,264 --> 01:25:45,265 야, 조 국수 1484 01:25:46,391 --> 01:25:47,225 [용각] 어? 1485 01:25:51,354 --> 01:25:52,272 애고 1486 01:25:56,109 --> 01:25:57,610 [후 - 긴 한숨] 1487 01:25:57,694 --> 01:25:59,362 [훈현] 칼이 녹슬었어 1488 01:26:00,738 --> 01:26:01,614 [탁 - 술잔] 1489 01:26:04,159 --> 01:26:05,410 야, 우산도 없이 어디 가? 1490 01:26:06,244 --> 01:26:07,453 야, 조 국수! 1491 01:26:10,456 --> 01:26:11,791 [후 하고 입바람을 분다] 1492 01:26:12,709 --> 01:26:13,585 [욱욱 구토를 참는다] 1493 01:26:21,843 --> 01:26:22,886 [구역질] 1494 01:26:23,845 --> 01:26:24,971 [구역질] 1495 01:26:25,555 --> 01:26:26,723 으… 1496 01:26:27,223 --> 01:26:28,057 아 1497 01:26:29,058 --> 01:26:30,768 아아… [구역질] 1498 01:26:34,772 --> 01:26:36,608 아아, 아휴 1499 01:26:37,358 --> 01:26:39,360 [신음] 1500 01:26:57,921 --> 01:26:58,755 [기철의 헛기침] 1501 01:27:12,101 --> 01:27:14,395 [입을 쩍 떼며] 겨우 이 정도로 힘들어하면 1502 01:27:14,479 --> 01:27:15,897 내가 너무 서운하지 1503 01:27:18,775 --> 01:27:21,986 내 등에 조훈현이가 찌른 칼침이 100개도 더 될 텐데 1504 01:27:25,323 --> 01:27:27,408 맞아서 안 아픈 놈 어디 있겠소? 1505 01:27:28,493 --> 01:27:29,369 [쯧] 1506 01:27:29,452 --> 01:27:31,120 창호도 많이 괴로울 거야 1507 01:27:33,498 --> 01:27:35,041 선생 잘못 만나서 1508 01:27:36,376 --> 01:27:37,794 엄한 애만 고생이오 1509 01:27:39,671 --> 01:27:41,047 이긴 놈이 속 시원히 한번 1510 01:27:41,673 --> 01:27:42,799 웃어보지도 못하고 1511 01:27:44,467 --> 01:27:46,177 아직 선생 노릇 끝난 거 아니오 1512 01:27:48,054 --> 01:27:51,057 창호한테도 자극을 줘야지 더 단단해지도록 1513 01:27:53,851 --> 01:27:55,395 바둑이라는 게 참 이상해 1514 01:27:58,022 --> 01:27:59,440 돌을 놓고 보면 1515 01:28:00,817 --> 01:28:02,652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1516 01:28:04,946 --> 01:28:06,572 막상 놓기가 힘이 들어 1517 01:28:11,369 --> 01:28:13,788 이제야 바둑을 좀 알겠다 싶었는데 1518 01:28:16,416 --> 01:28:18,334 그렇게 견디다가 이기는 거요 1519 01:28:20,128 --> 01:28:22,171 쓰라린 상처에 진물이 나고 1520 01:28:22,255 --> 01:28:24,090 딱지가 내려앉고 새살이 돋고 1521 01:28:25,591 --> 01:28:26,843 그렇게 참다 보면… 1522 01:28:29,721 --> 01:28:31,180 한 번쯤은 기회가 오거든 1523 01:28:34,642 --> 01:28:35,560 조 국수 1524 01:28:38,855 --> 01:28:41,149 바둑판 위에서 한번 피하기 시작하면… 1525 01:28:44,235 --> 01:28:45,737 그땐 갈 데가 없습디다 1526 01:28:52,952 --> 01:28:53,828 [힘주는 신음] 1527 01:28:57,915 --> 01:28:59,083 하던 대로 하쇼 1528 01:29:00,376 --> 01:29:02,003 이렇게 숨죽이고 웅크리는 거 1529 01:29:03,755 --> 01:29:05,089 당신하고 영 안 어울려 1530 01:29:09,594 --> 01:29:12,764 - [음악이 잦아들다 멈춘다] - [후드득 - 비] 1531 01:29:21,564 --> 01:29:25,693 [잔잔한 음악] 1532 01:30:21,666 --> 01:30:22,750 [옅은 웃음] 1533 01:30:24,001 --> 01:30:26,170 [노 사범] 아, 배불러, 잘 먹었다 1534 01:30:26,671 --> 01:30:28,923 [기사4] 아, 백 사범님 그 꽁승 미리 축하드립니다 1535 01:30:29,006 --> 01:30:30,299 조 국수 오늘도 안 보이는 거 같은데? 1536 01:30:30,383 --> 01:30:33,719 [백 사범] 축하는 무슨, 아이고 이건 이겨도 영 찜찜하니 1537 01:30:33,803 --> 01:30:35,471 아, 이럴 때 제대로 붙어서 그냥 1538 01:30:35,555 --> 01:30:37,765 조훈현이 한번 콱 밟아줘야 되는데 말이야 1539 01:30:37,849 --> 01:30:39,100 [셋이서 낄낄댄다] 1540 01:30:39,183 --> 01:30:41,686 [백 사범] 쫀 거야 완전히 쫄아서 못 온다니까? 하! 1541 01:30:43,771 --> 01:30:45,440 [사라락 - 신문] 1542 01:30:45,523 --> 01:30:47,984 [훈현] 아이고, 백 사범님 오셨습니까? 1543 01:30:48,693 --> 01:30:49,694 어떻게 1544 01:30:50,278 --> 01:30:51,821 식사는 든든하게 하셨고? 1545 01:31:00,788 --> 01:31:01,873 [창호] 씨… 1546 01:31:07,795 --> 01:31:09,255 어? 선생님 1547 01:31:09,881 --> 01:31:12,341 아이고, 이놈아 애고, 줘봐 1548 01:31:13,301 --> 01:31:15,553 [창호] 아이, 괜찮습니다 제가 할게요 1549 01:31:16,137 --> 01:31:18,055 [탁탁, 차례로 다리를 짚는다] 1550 01:31:18,139 --> 01:31:19,307 [힘주는 신음] 1551 01:31:25,229 --> 01:31:26,147 선생님 1552 01:31:27,648 --> 01:31:28,816 오늘 대국은… 1553 01:31:29,567 --> 01:31:30,776 이겼지, 인마 1554 01:31:30,860 --> 01:31:31,777 하이, 차! 1555 01:31:32,653 --> 01:31:33,654 뭘 물어, 그런 걸? 1556 01:31:34,155 --> 01:31:35,072 창피하게 1557 01:31:36,908 --> 01:31:40,077 아이고, 하수처럼 예선이나 하고 앉았고 1558 01:31:40,161 --> 01:31:40,995 [훈현/콧방귀] 1559 01:31:42,079 --> 01:31:43,498 어제 대국 봤다 1560 01:31:44,665 --> 01:31:45,541 여전히 도통 1561 01:31:46,125 --> 01:31:47,376 싸울 생각을 않더구나 1562 01:31:48,878 --> 01:31:51,005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으니까요 1563 01:31:52,632 --> 01:31:53,716 굳이 위험하게 1564 01:31:54,509 --> 01:31:56,010 전투까지 할 필요 없잖아요 1565 01:31:56,511 --> 01:31:57,678 싸움이 겁나서 1566 01:31:58,346 --> 01:31:59,305 피하는 건 아니고? 1567 01:31:59,805 --> 01:32:01,140 그럴 리가요 1568 01:32:02,225 --> 01:32:03,559 제가 누구 제잔데요 1569 01:32:08,523 --> 01:32:11,692 그래, 아유, 뭐 하수가 고수한테 훈수냐? 1570 01:32:13,194 --> 01:32:14,195 [큰 한숨] 1571 01:32:14,278 --> 01:32:16,322 [아나운서/TV] 이창호 7단이 불계승을 거두며 1572 01:32:16,405 --> 01:32:18,658 대왕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1573 01:32:18,741 --> 01:32:21,661 타이틀전 19연승을 기록한 이창호 7단은 1574 01:32:21,744 --> 01:32:23,287 - 남은 패왕전… - [손님1] 이창호가 1575 01:32:23,371 --> 01:32:25,957 몇 연승을 하느냐가 중허지, 안 그래? 1576 01:32:26,874 --> 01:32:28,334 [아나운서/TV] 패왕전은 보름 뒤에… 1577 01:32:28,417 --> 01:32:31,128 [손님2] 에이, 뭐, 보나 마나 뭐 3 대 빵이지, 뭐 1578 01:32:31,212 --> 01:32:32,630 조훈현이는 1579 01:32:32,713 --> 01:32:33,756 이제 퇴물이여 1580 01:32:33,839 --> 01:32:35,716 [아나운서/TV] 한동안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던 조 9단은 1581 01:32:35,800 --> 01:32:37,927 각종 예선, 본선을 뚫고 제자 이창호 7단에게 1582 01:32:38,010 --> 01:32:39,053 [한숨] 1583 01:32:39,136 --> 01:32:41,597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게 됐습니다 1584 01:32:41,681 --> 01:32:42,765 이창호 7단이 스승… 1585 01:32:43,766 --> 01:32:44,767 [쿵 - 현관문] 1586 01:32:45,518 --> 01:32:46,686 - 오셨어요? - [훈현] 어, 왔어요? 1587 01:32:47,270 --> 01:32:48,479 - 네, 다 됐습니다 - [훈현] 예 1588 01:32:49,146 --> 01:32:50,690 [승필] 아휴 거, 마이크 체크 잘했나? 1589 01:32:50,773 --> 01:32:51,691 - [스태프] 네 - [승필] 어 1590 01:32:52,567 --> 01:32:53,526 아, 조 국수 1591 01:32:54,110 --> 01:32:55,695 거, 영 안 내키믄, 뭐 안 해도 돼 1592 01:32:56,612 --> 01:32:57,446 그럴까? 1593 01:32:58,489 --> 01:32:59,532 어? 1594 01:32:59,615 --> 01:33:01,534 [웃음을 터뜨리며] 농담이야 1595 01:33:01,617 --> 01:33:04,203 아, 나도 양심이 있는데 한번 할 때도 됐지 1596 01:33:04,954 --> 01:33:05,788 빨리해 1597 01:33:08,791 --> 01:33:10,001 [승필] 자, 우선 축하드립니다 1598 01:33:10,501 --> 01:33:12,128 어, 지난해 팬들이 뽑은 1599 01:33:12,211 --> 01:33:15,006 최우수 인기 기사상을 [허허 웃으며] 예? 1600 01:33:15,089 --> 01:33:16,882 수상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만 1601 01:33:16,966 --> 01:33:20,052 하,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지고 다닐 걸 그랬나 봅니다 1602 01:33:20,970 --> 01:33:24,056 한창 이기고 다닐 때는 다들 그렇게 절 미워하시더니 1603 01:33:24,140 --> 01:33:25,683 [함께 껄껄 웃는다] 1604 01:33:25,766 --> 01:33:28,269 예, 어, 기록을 보니까 1605 01:33:28,352 --> 01:33:31,063 작년 한 해만 무려 110국을 치르셨습니다 1606 01:33:31,564 --> 01:33:34,191 뭐, 각종 예선부터 뭐, 본선 토너먼트까지 1607 01:33:34,692 --> 01:33:37,153 거의 뭐, 사흘에 한 번씩 대국을 치르셨는데 1608 01:33:37,653 --> 01:33:39,322 그, 늘상 타이틀 방어자로 1609 01:33:39,405 --> 01:33:41,240 꼭대기에서 기다리는 게 익숙하셨을 텐데 1610 01:33:41,866 --> 01:33:42,783 험난했죠 1611 01:33:43,451 --> 01:33:44,285 [쩝] 1612 01:33:45,036 --> 01:33:45,870 근데 1613 01:33:46,370 --> 01:33:48,998 한 판만 져도 벼랑으로 떨어지다 보니까 1614 01:33:50,124 --> 01:33:51,584 승부가 더 짜릿하더라고요 1615 01:33:51,667 --> 01:33:53,294 {\an8}- 나름 재밌었어요 - [사각사각] 1616 01:33:53,377 --> 01:33:56,339 그, 어린 신인들하고 겨루는 것도 신선했고 1617 01:33:58,257 --> 01:34:00,718 [숨을 들이켜며] 아이고 요즘은 뭐, 이창호가 져야 1618 01:34:00,801 --> 01:34:01,969 기사가 된다고 할 정도로 1619 01:34:02,053 --> 01:34:03,554 이창호 7단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1620 01:34:04,096 --> 01:34:05,848 자, 끝으로 뭐 출사표라고 할까요? 1621 01:34:06,515 --> 01:34:08,392 어, 제자이자 결승 상대인 1622 01:34:08,893 --> 01:34:10,895 이창호 7단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1623 01:34:12,021 --> 01:34:13,356 [훈현이 길게 씁 들이마신다] 1624 01:34:13,856 --> 01:34:15,441 [긴 한숨] 1625 01:34:16,776 --> 01:34:17,693 제자는 제자고 1626 01:34:18,444 --> 01:34:19,362 승부는 승부죠 1627 01:34:19,862 --> 01:34:20,988 [쓰읍 숨을 들이켠다] 1628 01:34:21,072 --> 01:34:23,949 어, 단언컨대 창호랑 싸워야 된다면 1629 01:34:25,284 --> 01:34:26,827 저도 전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1630 01:34:27,787 --> 01:34:30,039 [혀를 쯧 차며] 창호가 그랬듯이 이제, 제가 1631 01:34:30,665 --> 01:34:31,832 창호한테 도전해야죠 1632 01:34:32,583 --> 01:34:35,378 [기대감을 자극하는 음악] 1633 01:34:41,133 --> 01:34:42,301 [딱 - 바둑돌] 1634 01:34:43,594 --> 01:34:44,845 [달그락 - 바둑돌] 1635 01:34:45,513 --> 01:34:46,806 [탁 - 바둑돌] 1636 01:34:46,889 --> 01:34:48,432 [달그락 - 바둑돌] 1637 01:34:58,067 --> 01:35:00,653 [음악에 긴장감이 감돈다] 1638 01:35:02,863 --> 01:35:03,989 [차르륵 - 바둑돌] 1639 01:35:05,866 --> 01:35:07,201 {\an8}[달그락 - 바둑돌] 1640 01:35:07,785 --> 01:35:09,161 {\an8}- [탁 - 바둑돌] - [찰칵 - 초시계] 1641 01:35:10,871 --> 01:35:12,540 {\an8}- [탁 - 바둑돌] - [찰칵 - 초시계] 1642 01:35:13,374 --> 01:35:14,625 - [탁 - 바둑돌] - [찰칵 - 초시계] 1643 01:35:15,459 --> 01:35:16,711 - [탁 - 바둑돌] - [찰칵 - 초시계] 1644 01:35:19,046 --> 01:35:19,880 [찰칵 - 초시계] 1645 01:35:34,770 --> 01:35:37,940 [진행자] 2 대 2 상황에서 펼쳐지는 마지막 맞대결이라서 1646 01:35:38,023 --> 01:35:40,067 신중한 초반이 될 줄 알았는데 1647 01:35:40,151 --> 01:35:42,987 오히려 굉장한 속기전으로 전개가 되고 있습니다 1648 01:35:43,070 --> 01:35:46,574 지금까지 포석은 4국까지 때와 똑같은데요 1649 01:35:47,074 --> 01:35:48,451 약속한 것처럼 두고 있습니다 1650 01:35:48,534 --> 01:35:51,203 네, 둘 다 기 싸움이 아주 대단합니다 1651 01:35:51,287 --> 01:35:53,205 어, '자기 바둑이 틀리지 않다' 1652 01:35:53,289 --> 01:35:54,498 서로 외치는 것 같습니다 1653 01:35:54,582 --> 01:35:55,624 [진행자] '계산의 신' 1654 01:35:55,708 --> 01:35:57,960 '신산'이라고 불리는 이창호 7단 아니겠습니까 1655 01:35:58,043 --> 01:35:58,878 [탁 - 바둑돌] 1656 01:35:58,961 --> 01:36:02,965 조훈현 9단이 2승을 먼저 따내놓고도 1657 01:36:03,048 --> 01:36:04,300 지금 2패를 당하면서 1658 01:36:04,383 --> 01:36:06,802 - 흐름상 벼랑 끝에 몰려있습니다 - [구경꾼들의 웅성거림] 1659 01:36:06,886 --> 01:36:08,888 [진행자] 사제 대결이 계속 이런 패턴으로 1660 01:36:08,971 --> 01:36:10,347 이어지고 있는데 1661 01:36:10,431 --> 01:36:12,516 이제는 역전승이 1662 01:36:12,600 --> 01:36:14,727 이창호 7단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렸습니다 1663 01:36:14,810 --> 01:36:18,022 [기철/TV] 조훈현 9단으로서는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1664 01:36:18,105 --> 01:36:19,190 관건일 겁니다 1665 01:36:26,405 --> 01:36:27,740 [진행자] 조 9단이 손을 뺐습니다 1666 01:36:28,324 --> 01:36:31,035 이곳을 받아 두고 보강하는 게 보통인데 1667 01:36:31,118 --> 01:36:33,329 지금 조 9단이 여기 뒀어요 1668 01:36:33,954 --> 01:36:36,749 바닥을 치고 올라온 조훈현 9단의 바둑이 1669 01:36:36,832 --> 01:36:39,418 예전보다 훨씬 날카로워지고 예리해지지 않았습니까? 1670 01:36:39,502 --> 01:36:41,003 [진행자] 예, '전투의 신' 1671 01:36:41,086 --> 01:36:42,838 '전신'이라는 별명까지 생겨났죠 1672 01:36:42,922 --> 01:36:45,299 [기철]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아마 조 9단이 여기저기서 1673 01:36:45,382 --> 01:36:47,218 난타전을 유도할 생각인 거 같은데 1674 01:36:47,301 --> 01:36:49,553 [숨을 씁 들이켜며] 이창호 7단의 대응이 궁금하네요 1675 01:36:51,514 --> 01:36:53,349 [진행자] 이야, 이창호 7단 1676 01:36:53,432 --> 01:36:54,308 때렸어요! 1677 01:36:54,391 --> 01:36:55,392 잡으러 갑니다! 1678 01:36:55,935 --> 01:36:59,063 평소와 달리 오늘은 전혀 타협할 생각이 없어 보여요 1679 01:36:59,772 --> 01:37:02,733 조훈현 9단도 예상치 못한 듯 헛웃음을 짓습니다 1680 01:37:09,782 --> 01:37:11,450 [부스럭 - 캐러멜 상자] 1681 01:37:21,001 --> 01:37:25,089 조 9단의 끝없는 파상 공세에 이창호가 맞불을 놓습니다! 1682 01:37:26,340 --> 01:37:27,341 [달그락 - 바둑돌] 1683 01:37:27,967 --> 01:37:29,677 중앙을 흔드는 조 9단! 1684 01:37:30,594 --> 01:37:32,638 이창호, 이번엔 굳이 받을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요 1685 01:37:32,721 --> 01:37:33,722 [탁 - 바둑돌] 1686 01:37:37,643 --> 01:37:39,353 이야, 이창호! 1687 01:37:39,895 --> 01:37:41,146 뛰어들었습니다! 1688 01:37:41,730 --> 01:37:44,817 둘 다 대마는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1689 01:37:44,900 --> 01:37:46,110 오로지 전투입니다, 전투! 1690 01:37:47,444 --> 01:37:49,613 적어도 승부에 있어서는 1691 01:37:49,697 --> 01:37:51,240 스승이나 제자나 1692 01:37:51,323 --> 01:37:52,992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1693 01:37:55,786 --> 01:37:57,872 [북소리와 함께 빨라지는 음악] 1694 01:38:07,339 --> 01:38:09,508 정말 살 떨리는 전투입니다 1695 01:38:09,592 --> 01:38:11,927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싸우고 있어요 1696 01:38:16,515 --> 01:38:19,101 이창호 7단이 장고에 들어갔습니다 1697 01:38:20,102 --> 01:38:21,270 아마도 머릿속에는 1698 01:38:21,353 --> 01:38:23,022 수천, 수만 가지 수순을 1699 01:38:23,105 --> 01:38:24,773 시뮬레이션하고 있을 겁니다 1700 01:38:25,399 --> 01:38:29,570 [투두둑 - 바둑돌 놓이는 효과음] 1701 01:38:30,905 --> 01:38:33,657 [투두둑 투둑 투둑 툭] 1702 01:38:34,158 --> 01:38:35,826 [투둑 툭 투둑] 1703 01:38:40,623 --> 01:38:42,458 [긴장감 넘치던 음악이 갑자기 잦아든다] 1704 01:38:42,541 --> 01:38:45,669 [달그락 - 바둑돌] 1705 01:38:46,921 --> 01:38:49,798 [진행자] 어, 이창호 날카롭게 찌릅니다 1706 01:38:49,882 --> 01:38:52,092 조 9단이 많이 쓰라리겠는데요 1707 01:38:53,594 --> 01:38:55,387 백의 형세가 전체적으로 1708 01:38:55,471 --> 01:38:56,931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1709 01:38:57,014 --> 01:38:58,807 남 9단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? 1710 01:38:58,891 --> 01:39:01,936 조 국수가 여기저기 싸움을 걸긴 했는데 1711 01:39:03,103 --> 01:39:05,397 아이고, 창호가 두터워도 너무 두텁네 1712 01:39:05,481 --> 01:39:08,651 [기철] 네, 현재까진 이창호 7단이 세 집 반 내지 1713 01:39:08,734 --> 01:39:10,861 네 집 반 정도 앞서고 있는 거 같습니다 1714 01:39:10,945 --> 01:39:11,779 [진행자/TV] 예 1715 01:39:11,862 --> 01:39:13,530 이제 이 바둑도 슬슬 1716 01:39:13,614 --> 01:39:15,824 끝내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1717 01:39:16,325 --> 01:39:17,785 만약에 오늘 승리하면 1718 01:39:17,868 --> 01:39:19,244 이창호 7단이 스승에 이어서 1719 01:39:19,328 --> 01:39:21,914 전관왕의 위업을 달성하게 되는데 1720 01:39:22,414 --> 01:39:24,875 이창호 7단, 거의 다 왔습니다! 1721 01:39:30,297 --> 01:39:34,009 [진행자] 이야, 이 상황에서 오히려 역공입니다! 1722 01:39:34,093 --> 01:39:36,971 설마 조 9단이 여길 잡을 생각인가요? 1723 01:39:37,054 --> 01:39:39,056 [씁]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1724 01:39:39,556 --> 01:39:41,517 상대가 이창호입니다, 이창호! 1725 01:39:43,185 --> 01:39:44,895 네, 굳건하게 지켰죠 1726 01:39:44,979 --> 01:39:46,605 역시 이창호, 좋은 자리죠? 1727 01:39:46,689 --> 01:39:50,317 네, 방어와 동시에 상대의 급소까지 1728 01:39:50,401 --> 01:39:53,862 [씁] 역시 이창호다운 수네요 1729 01:39:55,823 --> 01:39:57,032 [진행자] 수세에 몰린 조 9단이 1730 01:39:57,116 --> 01:40:00,285 과연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할는지요 1731 01:40:00,369 --> 01:40:01,495 [옅은 한숨] 1732 01:40:01,578 --> 01:40:03,288 조 9단은 이 바둑을 두면서 1733 01:40:03,372 --> 01:40:05,457 단 한 번도 유리한 적이 없었습니다 1734 01:40:19,096 --> 01:40:21,306 아, 조 9단, 뭐죠? 1735 01:40:21,390 --> 01:40:22,933 이게 말이 되는 수인가요? 1736 01:40:23,017 --> 01:40:25,185 [백 사범] 뭐야 여기서 더 뛰어든다고? 1737 01:40:25,728 --> 01:40:28,063 [승필] 와, 너무 무모한데? 1738 01:40:28,147 --> 01:40:30,149 이거는 뭐, 씨, 뒤가 없잖아? 1739 01:40:40,868 --> 01:40:43,203 [진행자] 어, 이창호 7단이 물러섰어요? 1740 01:40:44,288 --> 01:40:46,790 이렇게 젖히고 한 점을 잡아두는 게 1741 01:40:46,874 --> 01:40:48,417 낫지 않나 싶은데 1742 01:40:48,500 --> 01:40:50,085 [씁 들이켜며] 이, 방금 뭐죠? 1743 01:40:52,921 --> 01:40:54,506 조 9단의 수에 1744 01:40:55,132 --> 01:40:56,550 뭐가 있다는 겁니까? 1745 01:40:57,426 --> 01:40:59,595 아, 죄송합니다 제가 뭘 놓쳤죠? 이… 1746 01:41:00,262 --> 01:41:01,722 뭐가 있단 얘긴가요? 1747 01:41:02,347 --> 01:41:05,601 [차분해진 음악] 1748 01:41:06,643 --> 01:41:07,603 [훈현/속마음] 급소란 1749 01:41:08,187 --> 01:41:09,396 몹시 아픈 자리다 1750 01:41:11,565 --> 01:41:13,400 당하면 옴짝달싹 못 하고 1751 01:41:14,234 --> 01:41:16,320 숨이 넘어가는 그런 자리 1752 01:41:17,738 --> 01:41:19,531 [구구궁 - 효과음] 1753 01:41:19,615 --> 01:41:21,617 돌이 많아지고 뒤엉키면 1754 01:41:22,951 --> 01:41:24,244 급소는 늘어난다 1755 01:41:26,330 --> 01:41:27,164 나의 급소는 1756 01:41:28,248 --> 01:41:29,083 곧 1757 01:41:29,583 --> 01:41:31,710 - [쿵 - 효과음] - 상대의 급소 1758 01:41:35,130 --> 01:41:36,799 - 아니, 잠시만요 - [진행자] 예 1759 01:41:37,508 --> 01:41:39,301 아, 그렇군요, 기가 막힙니다! 1760 01:41:39,885 --> 01:41:41,095 여기 빠지고 1761 01:41:41,595 --> 01:41:43,430 단수 치면 잇고 1762 01:41:43,514 --> 01:41:44,890 백이 뻗어야 되는데 1763 01:41:45,474 --> 01:41:46,975 결국에는 [스읍] 1764 01:41:47,059 --> 01:41:48,977 흑이 선수를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1765 01:41:49,061 --> 01:41:50,395 아, 조훈현 9단의 1766 01:41:50,479 --> 01:41:51,605 절묘한 승부수네요! 1767 01:41:51,688 --> 01:41:54,316 드디어 스승이 제자의 팔을 비틀었습니다! 1768 01:41:54,817 --> 01:41:58,403 이거 잘하면 조 9단이 판을 뒤집을 수도 있겠는데요? 1769 01:41:59,613 --> 01:42:01,031 [기철] 바둑은 둘이 두는 거죠 1770 01:42:02,574 --> 01:42:03,575 좋은 바둑은 결코 1771 01:42:04,284 --> 01:42:06,662 한 명의 천재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1772 01:42:08,580 --> 01:42:09,581 이 바둑은 1773 01:42:10,082 --> 01:42:11,792 길이 남을 명국입니다 1774 01:42:24,888 --> 01:42:26,932 [진행자] 좌변을 젖히는 이창호 1775 01:42:28,142 --> 01:42:29,768 조 9단이 단호하게 막아섭니다 1776 01:42:37,109 --> 01:42:38,610 [빠지직 - 바둑돌] 1777 01:42:43,782 --> 01:42:46,785 어어, 돌부처가 움찔거렸습니다! 1778 01:42:46,869 --> 01:42:48,871 이창호도 사람이네요! 1779 01:42:48,954 --> 01:42:49,788 [탁 - 바둑돌] 1780 01:42:52,124 --> 01:42:52,958 [승필] 어? 1781 01:43:15,272 --> 01:43:16,190 [달그락 - 바둑돌] 1782 01:43:33,916 --> 01:43:35,918 [달그락 - 바둑돌] 1783 01:43:38,378 --> 01:43:39,796 [탁 - 바둑돌] 1784 01:43:51,725 --> 01:43:53,185 이창호가 던졌어요! 1785 01:43:53,268 --> 01:43:55,020 조훈현이 이겼습니다! 1786 01:43:55,103 --> 01:43:58,440 이창호의 전관왕이 스승에 의해 저지됩니다! 1787 01:43:59,483 --> 01:44:03,570 15전 16기의 조훈현이 드디어! 1788 01:44:04,071 --> 01:44:07,783 이창호라는 지옥 같은 터널을 통과합니다! 1789 01:44:08,742 --> 01:44:11,286 조훈현 9단이 패왕을 차지하면서 1790 01:44:11,370 --> 01:44:13,038 - [옅은 웃음] - 무관에서 탈출합니다! 1791 01:44:13,830 --> 01:44:14,957 여러분! 1792 01:44:15,040 --> 01:44:17,000 황제가 돌아왔습니다! 1793 01:44:17,084 --> 01:44:20,128 [박수] [환호] 1794 01:44:20,212 --> 01:44:23,006 [사방에서 철컥거리는 카메라] 1795 01:45:03,922 --> 01:45:06,758 {\an8}[음악이 밝은 분위기로 바뀐다] 1796 01:45:29,114 --> 01:45:30,407 조심해서 잘 가 1797 01:45:32,159 --> 01:45:33,243 [훈현] 어, 이거 1798 01:45:33,910 --> 01:45:34,745 이거, 저… 1799 01:45:34,828 --> 01:45:37,039 뭐, 버리기도 뭣하고 해서 1800 01:45:37,122 --> 01:45:39,249 아직 쓸 만은 할 거다, 자 1801 01:45:40,250 --> 01:45:41,668 [툭 - 보따리] 1802 01:45:47,966 --> 01:45:52,012 [창호가 중얼거리며] 끊고, 먹여 치고, 젖히고 1803 01:45:52,888 --> 01:45:55,265 단수 치고, 씌우고 1804 01:46:19,831 --> 01:46:21,750 {\an8}"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게 바둑이다" 1805 01:46:36,765 --> 01:46:41,478 {\an8}[요란한 철컥철컥 - 카메라] 1806 01:46:42,020 --> 01:46:43,605 [승필] 자, 이상으로 포토 타임을 마치고 1807 01:46:43,688 --> 01:46:45,357 기자 회견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808 01:46:45,440 --> 01:46:46,400 우리 기자님들은 1809 01:46:46,483 --> 01:46:49,277 지정된 자리로 이동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810 01:46:52,155 --> 01:46:54,699 [기자1] 먼저 이 국수 타이틀은 1811 01:46:54,783 --> 01:46:57,035 조 9단의 상징과도 같은 타이틀이라 1812 01:46:57,119 --> 01:46:59,121 {\an8}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1813 01:46:59,788 --> 01:47:00,914 {\an8}타이틀이야, 뭐 1814 01:47:02,082 --> 01:47:04,709 {\an8}뺏기도 하고 빼앗기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1815 01:47:04,793 --> 01:47:06,878 {\an8}네,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 요즘은 1816 01:47:07,712 --> 01:47:08,797 타이틀보다도 1817 01:47:09,923 --> 01:47:10,757 어… 1818 01:47:12,342 --> 01:47:15,262 좋은 기보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1819 01:47:15,345 --> 01:47:18,265 [기자2] 어, 최근 조 9단께서 승승장구하고 계시는데 1820 01:47:18,348 --> 01:47:20,642 [씁] 뭐, 남다른 비결이라도 있으신가요? 1821 01:47:21,726 --> 01:47:23,145 [웃음 섞인 탄식] 글쎄요, 그… 1822 01:47:23,228 --> 01:47:24,229 [씁] 1823 01:47:24,729 --> 01:47:25,689 {\an8}아… 1824 01:47:25,772 --> 01:47:28,525 {\an8}'회광반조'라고 이, 원래 1825 01:47:29,234 --> 01:47:30,986 {\an8}일몰 때 햇빛이 가장, 그… 1826 01:47:31,069 --> 01:47:32,696 {\an8}밝은 법이잖아요, 그… 1827 01:47:34,364 --> 01:47:36,366 아마도 곧 사그라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1828 01:47:36,450 --> 01:47:37,534 [훈현의 너털웃음] 1829 01:47:37,617 --> 01:47:39,661 [기자2] 그럼 이 9단이 보시기에는 어떠세요? 1830 01:47:41,288 --> 01:47:43,248 - 확실히 담배를 끊으시고 나선 - [훈현/실소] 1831 01:47:43,331 --> 01:47:45,375 종반에 착각하시는 경우가 없습니다 1832 01:47:45,459 --> 01:47:47,169 {\an8}그동안 담배가 문제였나 봅니다 1833 01:47:47,252 --> 01:47:48,420 [기자들의 웃음] 1834 01:47:49,004 --> 01:47:49,838 [기자2] 감사합니다 1835 01:47:51,006 --> 01:47:53,675 [기자1] 에, 끝으로 내일 대국에 임하는 소감 1836 01:47:54,259 --> 01:47:55,927 두 분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1837 01:47:56,511 --> 01:47:57,345 음… 1838 01:47:58,930 --> 01:48:01,308 창호가 요즘에 그, 역전승에 재미를 붙여서 1839 01:48:01,808 --> 01:48:03,977 그, 저한테 첫판을 내준 거 같은데 1840 01:48:05,437 --> 01:48:08,899 내친김에 내일 한 판 더 가르침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1841 01:48:08,982 --> 01:48:09,983 [흐, 웃는다] 1842 01:48:11,568 --> 01:48:14,237 가르침은 한 판으로 충분한 것 같고요 1843 01:48:16,156 --> 01:48:19,659 많은 분들이 선생님의 승리를 바라고 계신 것 같은데 1844 01:48:20,243 --> 01:48:22,787 저 역시 힘겹게 얻은 타이틀이니만큼 1845 01:48:23,705 --> 01:48:25,790 쉽게 내어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1846 01:48:30,086 --> 01:48:33,548 [잔잔한 음악] 1847 01:48:37,802 --> 01:48:39,804 [배경 음악 외에는 적막하다] 1848 01:48:50,398 --> 01:48:51,608 [훈현/속마음] 창호, 또 너냐? 1849 01:48:55,028 --> 01:48:56,196 [창호/속마음] 네, 선생님 1850 01:49:00,825 --> 01:49:02,369 [훈현/속마음/한숨] 도리 없지 1851 01:49:03,453 --> 01:49:04,704 이것이 승부니까 1852 01:49:05,830 --> 01:49:06,790 [딱 - 울리는 효과음] 1853 01:49:08,416 --> 01:49:09,834 [딱 - 울리는 효과음] 1854 01:49:19,052 --> 01:49:20,011 [탁 - 크게 울리는 효과음] 1855 01:49:31,481 --> 01:49:32,649 [탁 - 크게 울리는 효과음] 1856 01:49:46,162 --> 01:49:49,207 - [새가 지저귄다] - [바람이 휭 분다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