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7,000 --> 00:00:08,250 ‎"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" 2 00:00:27,125 --> 00:00:30,708 ‎"거인의 죽음" 3 00:00:36,625 --> 00:00:39,750 ‎영구적으로 폐쇄됐습니다 ‎얼마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죠 4 00:00:44,750 --> 00:00:47,208 ‎전날 밤에 큰 폭풍이 몰아쳤다 5 00:00:47,291 --> 00:00:50,416 ‎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‎늦은 아침이 돼서야 처음으로 6 00:00:50,500 --> 00:00:54,125 ‎어부들이 특별한 걸 발견했다는 ‎소식을 들었다 7 00:00:54,916 --> 00:00:58,916 ‎과학자인 나와 내 동료들은 ‎처음에는 당연히 8 00:00:59,000 --> 00:01:01,791 ‎과장이나 착시현상으로 치부했다 9 00:01:02,750 --> 00:01:06,333 ‎하지만 해변에서 그걸 봤다는 ‎사람들이 늘어나자 10 00:01:06,416 --> 00:01:09,125 ‎마침내 직접 가서 ‎조사해보기로 했다 11 00:01:09,958 --> 00:01:12,791 ‎얼른 와요, 스티븐 ‎멍하니 있을 시간 없어요 12 00:01:13,708 --> 00:01:15,166 ‎금방 갈게요 13 00:01:16,750 --> 00:01:19,416 ‎적어도 60t은 나가겠어 14 00:01:19,500 --> 00:01:23,291 ‎80t 가까이 되겠는데 ‎뼈만 해도 30t은 나갈걸 15 00:01:24,250 --> 00:01:26,625 ‎엄청난 크기 때문에 16 00:01:26,708 --> 00:01:29,666 ‎거인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‎불가능했지만 17 00:01:29,750 --> 00:01:32,250 ‎고전적인 생김새의 입과 코는 18 00:01:32,333 --> 00:01:36,458 ‎신중하고 겸손한 성격의 ‎젊은이였음을 시사했다 19 00:01:42,500 --> 00:01:46,000 ‎화사한 매력을 지닌 고상한 얼굴은 20 00:01:46,083 --> 00:01:49,458 ‎거인의 체격에서 느껴지는 ‎야만적인 힘과 대조를 이루었다 21 00:01:54,541 --> 00:01:57,125 ‎그의 장엄하고 당당한 자태는 22 00:01:57,208 --> 00:02:00,416 ‎익사한 아르고호의 영웅이나 23 00:02:00,500 --> 00:02:02,500 ‎'오디세이'의 영웅을 연상시켰는데 24 00:02:02,583 --> 00:02:06,833 ‎예전에는 일반적인 인간의 ‎체격으로만 상상했던 인물들이다 25 00:02:17,833 --> 00:02:22,791 ‎거대한 규모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‎참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26 00:02:22,875 --> 00:02:27,875 ‎무엇보다도 그가 그저 존재한다는 ‎단정적인 사실이었다 27 00:02:27,958 --> 00:02:31,208 ‎우리 삶에서 ‎여타 의문점들이 있을지라도 28 00:02:31,291 --> 00:02:35,458 ‎이 거인은 ‎절대적인 의미에서 존재했고 29 00:02:36,333 --> 00:02:39,750 ‎유사한 절대성의 세계를 ‎엿보게 해주었으며 30 00:02:39,833 --> 00:02:45,500 ‎그 세계에서 해변의 구경꾼들은 ‎불완전하고 하찮은 모조품이었다 31 00:02:47,833 --> 00:02:49,208 ‎어이, 저기 좀 봐 32 00:02:54,916 --> 00:02:56,458 ‎누구지? 가자 33 00:03:10,250 --> 00:03:12,541 ‎와, 고무 같다 34 00:03:18,291 --> 00:03:20,166 ‎- 올라와 ‎- 미끄러워 35 00:03:31,375 --> 00:03:32,875 ‎위쪽은 어때? 36 00:03:35,958 --> 00:03:37,458 ‎재미있어? 37 00:03:38,833 --> 00:03:41,000 ‎테디, 망할 놈아, 떨어질 뻔했잖아 38 00:03:41,083 --> 00:03:42,875 ‎완전 겁먹었네 39 00:03:45,083 --> 00:03:48,166 ‎멀리서 보니 ‎그저 잠든 것처럼 보였고 40 00:03:48,250 --> 00:03:51,583 ‎금방이라도 두 발로 쿵쿵거리며 41 00:03:51,666 --> 00:03:56,500 ‎주변에 몰려든 작은 복제품들을 ‎뭉개버릴 것만 같았다 42 00:04:03,958 --> 00:04:05,541 ‎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43 00:04:05,625 --> 00:04:09,708 ‎거인이 건 마법의 주문은 ‎풀리기 시작했다 44 00:04:11,291 --> 00:04:13,958 ‎그만 마을로 돌아가죠 ‎곧 어두워지겠어요 45 00:04:14,041 --> 00:04:16,416 ‎네, 그래야겠네요 46 00:04:24,416 --> 00:04:27,833 ‎내가 다시 해변을 찾은 건 ‎사흘 후였다 47 00:04:33,041 --> 00:04:35,625 ‎거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‎눈치챘는지 48 00:04:35,708 --> 00:04:38,375 ‎연구소의 내 동료들은 49 00:04:38,458 --> 00:04:40,833 ‎거인을 관찰하는 임무를 ‎내게 맡겼다 50 00:04:41,750 --> 00:04:45,291 ‎섬뜩하게 느껴지는 일은 없었다 ‎왜냐하면 사실상 51 00:04:45,375 --> 00:04:47,708 ‎내게 그 거인은 ‎여전히 살아 있었으니까 52 00:04:49,083 --> 00:04:52,708 ‎사실, 내 주변의 많은 사람보다 ‎더 살아 있는 듯했다 53 00:05:00,958 --> 00:05:02,958 ‎아니야, 덩치가 큰 놈이잖아 54 00:05:03,625 --> 00:05:07,666 ‎도살업자들이 여기서 시작하면 ‎곧 대퇴골로 진입할 수 있어 55 00:05:08,291 --> 00:05:10,375 ‎그럼 엉덩이까지 갈 수 있지 56 00:05:10,458 --> 00:05:12,583 ‎이걸 끝내려면 ‎야근 좀 하게 생겼어 57 00:05:15,458 --> 00:05:16,333 ‎그다음 날 58 00:05:16,416 --> 00:05:20,000 ‎일부러 오후 늦게 해변으로 가며 59 00:05:20,083 --> 00:05:23,000 ‎해변에 사람이 줄었기만 바랐다 60 00:05:31,000 --> 00:05:35,500 ‎바닷물에 오래 잠긴 탓에 ‎피부가 부어올라 61 00:05:35,583 --> 00:05:38,291 ‎얼굴은 처음만큼 ‎젊어 보이지 않았다 62 00:05:38,375 --> 00:05:42,416 ‎시신이 부풀어 오른 것을 보니 63 00:05:42,500 --> 00:05:45,041 ‎점점 부패하고 있다는 걸 ‎알 수 있었다 64 00:05:47,625 --> 00:05:52,333 ‎그것은 가혹한 시간의 체계에 ‎굴복했음을 의미하며 65 00:05:52,416 --> 00:05:55,500 ‎모든 인간이 직면한 운명이었다 66 00:05:56,833 --> 00:05:59,291 ‎아무리 역겨워 보여도 67 00:05:59,375 --> 00:06:04,458 ‎이 끊임없는 변형 ‎이 눈앞의 사중생 덕분에 68 00:06:04,541 --> 00:06:08,250 ‎마침내 그의 시신에 올라갈 ‎용기가 생겼다 69 00:06:39,958 --> 00:06:45,583 ‎이 새로운 관점에서 거인의 마지막 ‎육체적 고통을 더 인지하게 됐다 70 00:06:45,666 --> 00:06:49,500 ‎그가 인지하지 못해도 ‎고통이 덜한 것은 아니다 71 00:06:57,375 --> 00:06:59,958 ‎결국, 그의 얼굴은 72 00:07:00,041 --> 00:07:03,166 ‎탈진과 무력감의 ‎거죽으로 바뀌었다 73 00:07:05,875 --> 00:07:08,416 ‎언젠가는 죽게 될 인간들과 74 00:07:08,500 --> 00:07:11,541 ‎똑같은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75 00:07:14,708 --> 00:07:18,666 ‎또한 거인의 고통은 ‎그가 감내한 고립감 때문에 76 00:07:18,750 --> 00:07:20,458 ‎더욱더 비극적이었다 77 00:07:20,541 --> 00:07:24,416 ‎텅 빈 해변에 버려진 배처럼 ‎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78 00:07:27,375 --> 00:07:29,916 ‎"뭐야, 이거? - 증거" 79 00:07:30,000 --> 00:07:33,958 ‎사지의 절단은 ‎약탈의 시작에 불과했다 80 00:07:35,250 --> 00:07:36,791 ‎이틀이 지났고 81 00:07:36,875 --> 00:07:39,166 ‎그동안 난 멋진 환상의 종말을 82 00:07:39,250 --> 00:07:42,250 ‎목도하고 싶지 않다는 ‎마음을 억눌렀다 83 00:07:48,625 --> 00:07:50,416 ‎엄청난 크기였지만 84 00:07:50,500 --> 00:07:55,458 ‎거인의 몸에 가해진 모욕으로 인해 ‎내게는 훨씬 더 인간처럼 보였다 85 00:07:55,958 --> 00:07:57,166 ‎더 무방비하게 86 00:07:58,208 --> 00:08:02,416 ‎하지만 그 무방비함은 ‎억눌렸던 악의를 터뜨렸고 87 00:08:02,500 --> 00:08:07,375 ‎작은 생명체들이 거인의 몸을 ‎훼손하도록 부추겼다 88 00:08:12,458 --> 00:08:14,583 ‎그다음 날 해변을 찾아갔을 때 89 00:08:14,666 --> 00:08:19,333 ‎머리가 잘린 거인의 모습에 ‎안도감 같은 게 느껴졌다 90 00:08:27,458 --> 00:08:30,833 ‎몇 주가 흐른 후 ‎다시 해변을 찾아갔다 91 00:08:30,916 --> 00:08:35,000 ‎그 무렵에는 거인에게서 어떠한 ‎인간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92 00:08:35,791 --> 00:08:37,083 ‎안녕하쇼 93 00:08:43,583 --> 00:08:47,500 ‎희미하게나마 ‎인간적 특징을 드러내던 94 00:08:47,583 --> 00:08:50,125 ‎얼마 없는 흔적마저 사라진 지금 95 00:08:50,208 --> 00:08:54,416 ‎마침내 구경꾼들은 흥미를 잃었다 96 00:09:08,333 --> 00:09:12,708 ‎몇 달 후, 거인에 대한 기억이 ‎대체로 사라지고 나자 97 00:09:12,791 --> 00:09:17,625 ‎마을 곳곳에 여러 신체 부위가 ‎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다 98 00:09:25,000 --> 00:09:27,208 ‎대부분은 뼈였다 99 00:09:27,291 --> 00:09:28,500 ‎"발라드 정육점" 100 00:09:28,583 --> 00:09:33,875 ‎거대하지만 절단된 부위들은 ‎거인의 장엄함을 101 00:09:33,958 --> 00:09:35,583 ‎단적으로 드러내는 듯했다 102 00:09:35,666 --> 00:09:38,916 ‎마지막 기억 속의 부풀어 오른 ‎신체 기관들보다 잘 드러냈다 103 00:09:42,791 --> 00:09:46,041 ‎보나 마나 마을의 술집 104 00:09:46,125 --> 00:09:51,500 ‎호텔, 식당을 찾아보면 ‎미라로 만든 거인의 코나 귀가 105 00:09:51,583 --> 00:09:54,250 ‎벽과 벽난로 위에 ‎걸려 있을 것이다 106 00:09:55,291 --> 00:09:56,833 ‎표는 여기서 사세요! 107 00:09:56,916 --> 00:09:57,916 ‎"경이로운 세상 ‎사이드 쇼" 108 00:09:58,000 --> 00:10:00,958 ‎썩 꺼져, 보고 싶으면 돈을 내 109 00:10:01,500 --> 00:10:03,625 ‎거인의 거대한 음경은 110 00:10:03,708 --> 00:10:07,291 ‎북서부 연안을 떠돌아다니는 ‎작은 서커스의 111 00:10:07,375 --> 00:10:10,208 ‎기괴한 박물관에 전시되었다 112 00:10:11,083 --> 00:10:13,416 ‎그 중요한 신체 기관은 113 00:10:13,500 --> 00:10:16,791 ‎그 크기와 한때의 강력함으로 ‎놀라움을 자아내며 114 00:10:16,875 --> 00:10:19,875 ‎천막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지만 115 00:10:19,958 --> 00:10:23,708 ‎안타깝게도, 고래의 신체 부위로 ‎잘못 기재되어 있다 116 00:10:28,666 --> 00:10:33,125 ‎폭풍 후에 거인을 보러 왔던 ‎사람들조차 이제 그를 117 00:10:33,208 --> 00:10:36,625 ‎거대한 바다짐승으로 기억한다 118 00:10:38,041 --> 00:10:40,625 ‎하지만 내게 ‎거인은 여전히 살아 있다 119 00:10:41,458 --> 00:10:43,750 ‎난 종종 그가 부활하는 꿈을 꾼다 120 00:10:44,250 --> 00:10:47,625 ‎거인이 마을을 ‎성큼성큼 돌아다니며 121 00:10:47,708 --> 00:10:52,625 ‎자신의 신체 부위들을 회수하여 ‎바다로 돌아가는 모습을… 122 00:12:20,833 --> 00:12:23,333 ‎자막: 지해정