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29,571 --> 00:00:32,991 이것들을 보니 다이아몬드란 것이 흔치 않다고 할 수만은 없겠는걸요 2 00:00:32,991 --> 00:00:36,828 내가 바로 그러한 이유로 말미암아 다이아몬드를 선택하지 않는 거네 3 00:00:36,828 --> 00:00:40,331 초조한 어미들이 귀금속을 아무리 많이 바친다 한들 혹해선 안 되지 4 00:00:40,331 --> 00:00:44,878 폐하께선 레이디 휘슬다운의 글에 동요하지 않으신다는 말씀일까요? 5 00:00:45,587 --> 00:00:48,256 내가 다이아몬드를 선택하는 걸 두려워한다는 그 글 말하는 건가? 6 00:00:48,256 --> 00:00:49,382 내가 동요할 이유가 뭐가 있나? 7 00:00:49,382 --> 00:00:52,135 들리는 말로는 내가 지난해에 선택했던 에드위나 양이 8 00:00:52,135 --> 00:00:54,846 외국에서 배필을 만나 훌륭한 짝을 이루었다고 하던데 9 00:00:54,846 --> 00:00:56,306 그러하옵니다, 폐하 10 00:00:56,306 --> 00:01:00,226 선례도 있으니만큼 폐하의 성공을 계속해 나가셔도 되지 않겠습니까? 11 00:01:00,226 --> 00:01:03,480 휘슬다운이 원하는 걸 곧이곧대로 해주란 말인가? 그리할 수는 없네 12 00:01:03,480 --> 00:01:07,317 그뿐이 아니야, 올해 데뷔탕트들은 다이아몬드로 뽑기엔 한참 모자라 13 00:01:07,317 --> 00:01:09,778 어느 처자가 되었든지 간에 내 총애를 받기를 바란다면 14 00:01:09,778 --> 00:01:11,946 그렇게 되기 위해 더더욱 분발해야 마땅하지 15 00:01:11,946 --> 00:01:13,239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16 00:01:13,239 --> 00:01:15,325 모름지기 내가 다이아몬드로 선택할 사람이라면... 17 00:01:15,325 --> 00:01:17,827 보석처럼 반짝이는 규수여야겠죠? 18 00:01:17,827 --> 00:01:18,953 바로 그거라네 19 00:01:19,621 --> 00:01:22,665 내가 선택하는 보석이 올 사교 철 최고의 짝을 이룰 테고 20 00:01:22,665 --> 00:01:26,878 그렇게 되고 나면 휘슬다운은 뼈저리게 깨닫게 될 걸세 21 00:01:27,504 --> 00:01:29,756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란 것을 22 00:01:30,256 --> 00:01:32,092 독자 여러분 23 00:01:32,092 --> 00:01:35,261 예로부터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성급하게 판단하고 24 00:01:35,261 --> 00:01:38,348 지혜로운 자는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때를 기다린다고요 25 00:01:39,099 --> 00:01:43,937 오래전, 헨더슨 양은 혼처를 구할 가망이 없으리라 생각되었으나 26 00:01:43,937 --> 00:01:47,899 수많은 데뷔탕트와의 경쟁을 뚫고 결국 프레이저 백작과 결혼했어요 27 00:01:48,483 --> 00:01:51,694 더넘 양은 빼도 박도 못하고 노처녀가 되어 버릴 신세였으나 28 00:01:51,694 --> 00:01:54,155 뜻밖에도 일리 남작과 결혼했고요 29 00:01:54,155 --> 00:01:56,366 그뿐인가요? 카타니 샤르마 양은 30 00:01:56,366 --> 00:01:59,452 혼기를 꽉 채운 스물여섯 살의 나이에도 31 00:01:59,452 --> 00:02:01,871 어느 신사 하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으니 32 00:02:01,871 --> 00:02:05,208 그 신사는 다름 아닌 브리저튼 자작이었지요 33 00:02:05,750 --> 00:02:08,253 마님께서 아가씨의 드레스들을 안 버리고 두셔서 다행이지 뭡니까 34 00:02:09,295 --> 00:02:11,464 거울은 거짓말하는 법이 없답니다 35 00:02:12,507 --> 00:02:13,883 여기서 알 수 있는 진리는 이것이죠 36 00:02:13,883 --> 00:02:17,428 누군가는 흔하디흔한 돌덩이라고 무시해 버리던 존재가 37 00:02:17,428 --> 00:02:20,265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귀하디귀한 보석임이 밝혀진다는 사실입니다 38 00:02:20,974 --> 00:02:23,726 새롭게 작위를 물려받은 켄트 남작과 그의 가족이 39 00:02:23,726 --> 00:02:26,187 바로 이번 주에 그 진리를 깨닫게 될 예정이랍니다 40 00:02:26,187 --> 00:02:28,857 저 문으로 나가면 동관이 이어지고 저쪽에는 서관이 있습니다 41 00:02:29,899 --> 00:02:31,401 계속 저를 따라오시겠습니까? 42 00:02:39,784 --> 00:02:40,827 얘들아, 이리 와! 43 00:02:49,460 --> 00:02:51,045 뭐라도 건드렸다가는 혼날 줄 알아 44 00:02:52,881 --> 00:02:56,676 위층으로 올라가시게 되면 도서실과 음악실이 있습니다 45 00:02:56,676 --> 00:03:00,430 개인 응접실과 집필실 그리고 서재도 있고요 46 00:03:00,430 --> 00:03:02,599 이 집엔 방이 전부 몇 개나 있나요? 47 00:03:02,599 --> 00:03:04,809 하인 숙소까지 합하면 전부 27개입니다 48 00:03:04,809 --> 00:03:08,188 미시즈 카나를 성가시게 하면 그 방 네가 다 직접 청소해야 할걸 49 00:03:08,813 --> 00:03:11,107 몬드리치 부인 여기가 부인의 침실입니다 50 00:03:11,107 --> 00:03:13,234 몬드리치 씨 침실의 바로 맞은편에 있죠 51 00:03:13,234 --> 00:03:14,986 - 부부가 방을 따로 쓴단 말인가? - 물론입니다 52 00:03:14,986 --> 00:03:16,279 이 저택에선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53 00:03:16,863 --> 00:03:20,158 {\an8}평소에는 값지고 귀중한 보석인 줄 알았던 것들이 54 00:03:20,158 --> 00:03:23,286 {\an8}압박을 가하면 견디지 못하고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기도 하죠 55 00:03:23,870 --> 00:03:24,787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? 56 00:03:25,872 --> 00:03:27,999 켄트 가문의 재산이 권투 선수의 아들 녀석에게 넘어갔다네 57 00:03:28,958 --> 00:03:32,837 이러다 장사꾼이나 굴뚝 청소부가 우리 가문을 잇게 되는 건 아닌가? 58 00:03:32,837 --> 00:03:34,547 마님도 참,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59 00:03:34,547 --> 00:03:36,591 따님 중 하나가 아들을 낳을 테니 마음 놓으세요 60 00:03:36,591 --> 00:03:37,592 해봐요 61 00:03:37,592 --> 00:03:39,093 내가 지금 걱정 안 하게 생겼나? 62 00:03:39,093 --> 00:03:41,763 어머니, 전 레이랑 로튼로에 가서 같이 바람이라도 쐬고 오려고요 63 00:03:41,763 --> 00:03:43,264 우리 모두 여기서 바쁜 거 안 보이니? 64 00:03:43,264 --> 00:03:44,182 받아요 65 00:03:47,435 --> 00:03:49,896 이 필자가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면 66 00:03:49,896 --> 00:03:54,525 세상에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도 반짝거리는 보석이 또 있단 겁니다 67 00:03:55,443 --> 00:03:57,862 우리 대신 데뷔탕트 친구들이랑 산책 나올 걸 후회하는 거냐? 68 00:03:57,862 --> 00:03:59,864 그랬다가는 지루해 죽을 뻔했을걸? 69 00:04:00,698 --> 00:04:02,951 게다가 지금 저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니라네요 70 00:04:04,077 --> 00:04:06,621 네 인생관이 대체 어느 만큼이나 달라진 건지 난 파악이 안 된다 71 00:04:06,621 --> 00:04:09,165 크레시다랑 화기애애하게 다니되 다른 데뷔탕트들에겐 관심 없고 72 00:04:09,165 --> 00:04:11,292 머리에 리본까지 달았으면서 부채는 왜 안 들고 나왔냐? 73 00:04:11,292 --> 00:04:13,169 갑자기 나한테 왜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진 거야? 74 00:04:13,169 --> 00:04:15,338 나랑은 비교도 안 되게 인생관 달라진 사람은 따로 있는데 75 00:04:17,215 --> 00:04:19,884 형, 앤소니 형한테 이젠 사교계에 나서 볼 거라고 약속하지 않았어? 76 00:04:23,388 --> 00:04:24,764 난 일이 있어서 잠깐만 좀 다녀올게 77 00:04:33,564 --> 00:04:35,817 난 여기 있는 여자들한테 부채나 빌려 봐야겠다 78 00:04:35,817 --> 00:04:37,277 어쩐지 좀 열이 오를 거 같네 79 00:04:47,870 --> 00:04:50,081 그럼... 수업은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요? 80 00:04:50,873 --> 00:04:52,959 매력에 관해서 읽어볼 만한 책이 있을까요? 81 00:04:53,960 --> 00:04:56,838 레이디 휘슬다운 소식지를 읽고도 내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? 82 00:04:58,381 --> 00:05:00,675 레이디 휘슬다운이 그렇게까지 사람을 오판한 건 처음 봐요 83 00:05:00,675 --> 00:05:01,676 그 글은 그냥 무시하자고요 84 00:05:01,676 --> 00:05:04,512 그래야지, 얼마 안 있으면 그 여자 정체가 밝혀질 테니까 85 00:05:05,013 --> 00:05:07,348 그 여자가 파국을 맞는 날에 우린 춤이나 추자고 86 00:05:07,890 --> 00:05:09,642 자, 책 얘기는 더 할 필요 없고 87 00:05:09,642 --> 00:05:13,354 배필을 찾을 작정이라면 현실 속에서 직접 부딪혀 봐야 해 88 00:05:13,938 --> 00:05:16,316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네 기술을 확인하는 거야 89 00:05:16,941 --> 00:05:17,984 기술 같은 건 없는데요 90 00:05:19,068 --> 00:05:21,362 부채 흔드는 요령 알잖아 속눈썹 파르르 떠는 법도 91 00:05:21,863 --> 00:05:22,864 그것만 해도 통할 때가 많아 92 00:05:23,823 --> 00:05:25,700 알고 보면 사내들이란 단순한 존재거든 93 00:05:25,700 --> 00:05:28,286 그럼 방금 말한 기술을 당신 앞에서 해볼까요? 94 00:05:28,286 --> 00:05:29,203 나한테 하지 말고 95 00:05:29,912 --> 00:05:30,747 저 친구들한테 해 96 00:05:38,046 --> 00:05:40,590 신사 여러분, 페더링턴 양과는 다들 안면이 있겠지? 97 00:05:42,050 --> 00:05:43,885 여기서 여러분을 마주치다니 이리 반가울 데가 98 00:05:43,885 --> 00:05:47,138 오늘따라 날씨가 유난히도 화창한 것 같지 않습니까? 99 00:05:48,181 --> 00:05:49,349 유난히도... 100 00:05:50,475 --> 00:05:53,686 페더링턴 양 어디 불편한 데라도 있는 것이오? 101 00:05:53,686 --> 00:05:54,604 그럴 리가요 102 00:05:55,104 --> 00:05:57,982 저... 용서하십시오, 경 저는 지금 아주 팔팔하답니다 103 00:06:21,714 --> 00:06:27,428 "브리저튼" 104 00:06:27,637 --> 00:06:30,848 어젯밤에 코트니 경이 런던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105 00:06:30,848 --> 00:06:31,974 네, 돌아왔지요 106 00:06:31,974 --> 00:06:35,103 코트니 경은 인물도 꽤 준수하고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107 00:06:35,103 --> 00:06:37,647 정말로요? 프란체스카의 배필로 괜찮을 거 같으세요? 108 00:06:37,647 --> 00:06:38,940 후보가 어디 코트니 경뿐이겠어요? 109 00:06:38,940 --> 00:06:43,152 {\an8}페트리 경과 고드윈 경, 두 사람도 적극적으로 예술을 후원한답니다 110 00:06:43,152 --> 00:06:44,404 {\an8}그분들 인물도 준수하고요? 111 00:06:44,404 --> 00:06:45,738 {\an8}셋 다 만나 보는 게 좋겠구나 112 00:06:45,738 --> 00:06:47,281 {\an8}여러 사람 중에 고를 수 있으면 좋죠 113 00:06:47,281 --> 00:06:48,908 {\an8}네 생각보다 후보자가 많을 수도 있단다 114 00:06:49,826 --> 00:06:52,412 {\an8}실은 내가 오늘 다과를 함께하러 온 이유는 115 00:06:52,412 --> 00:06:55,289 {\an8}폐하께서 이번 사교 철 처자들을 아직 마음에 두고 계신단 걸 116 00:06:55,289 --> 00:06:56,332 {\an8}여러분께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117 00:06:56,332 --> 00:06:58,793 {\an8}아직도 이번 사교 철의 다이아몬드를 찾는 중이시죠 118 00:06:58,793 --> 00:07:01,003 {\an8}명칭이야 달라졌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119 00:07:01,003 --> 00:07:03,131 폐하께서는 아직 더 보고 싶어 하세요 120 00:07:03,131 --> 00:07:04,507 더 보고 싶어 하신다고요? 121 00:07:04,507 --> 00:07:05,925 내가 보기엔 그런 거 같아요 122 00:07:05,925 --> 00:07:09,011 게다가 누구든지 폐하께 뽑힐 가능성이 있죠 123 00:07:09,011 --> 00:07:09,971 누구든지 가능해요? 124 00:07:11,222 --> 00:07:14,016 사교계에 이미 데뷔한 처자 중에 누구든지 가능하단 말이다 125 00:07:17,520 --> 00:07:19,021 맞는 말씀이에요, 꽤 까다로운... 126 00:07:23,860 --> 00:07:26,362 이 집 안주인 될 준비 하는 것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라니까요 127 00:07:26,362 --> 00:07:29,115 혹시 네가 느끼는 그 피곤함을 희소식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니? 128 00:07:29,824 --> 00:07:33,661 네가 꼭 해야 하는 활동들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는 뜻으로? 129 00:07:33,661 --> 00:07:35,246 앨비언이랑 저는 오늘 아침에만 130 00:07:35,246 --> 00:07:37,290 사업장을 무려 세 군데나 돌아다녔다니까요 131 00:07:37,290 --> 00:07:39,792 사업장이라니? 어떤 곳들을 말하는 거냐? 132 00:07:39,792 --> 00:07:43,212 소파 수리점, 비단상, 그리고... 133 00:07:44,172 --> 00:07:45,840 이거 발리가 들으면 난리 날 텐데 134 00:07:45,840 --> 00:07:47,800 새로 고용할 가정부도 만나 보고 왔어요 135 00:07:48,634 --> 00:07:51,596 내가 새로 레이디 페더링턴이 되면 몇 가지는 바꿔 봐도 되지 않겠어? 136 00:07:51,596 --> 00:07:53,473 난 발리가 계속 일하는 게 좋단 말이야 137 00:07:53,473 --> 00:07:57,101 얘들아, 생각들을 좀 해봐라 말 앞쪽에다가 마차를 놔두면 138 00:07:57,101 --> 00:07:58,603 그 마차가 앞으로 굴러가겠니? 139 00:08:01,439 --> 00:08:04,525 이 엄마가 우리 딸들 내외 금실 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아하니 140 00:08:04,525 --> 00:08:05,651 너희 둘 다 머지않아 141 00:08:05,651 --> 00:08:07,570 우리 집안에 후계자를 떡하니 안겨 줄 거 같기는 하다만 142 00:08:07,570 --> 00:08:09,405 엄마, 너무 남사스럽잖아요 143 00:08:11,157 --> 00:08:13,659 앨비언이랑 제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고요 144 00:08:13,659 --> 00:08:15,578 - 당연히 그래야죠 - 잘하고 있다, 넌 어떠냐? 145 00:08:16,579 --> 00:08:18,331 차 맛이 왜 이리 쓰다죠? 146 00:08:18,331 --> 00:08:19,290 공연히 말 돌리지 말고 147 00:08:20,958 --> 00:08:24,545 네, 엄마, 우리 부부도 그동안 제법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어요 148 00:08:24,545 --> 00:08:25,963 나도 그러길 바라고 있다 149 00:08:27,089 --> 00:08:27,965 얼마나 자주 하고 있니? 150 00:08:28,466 --> 00:08:29,509 한 번 해봤어요 151 00:08:30,551 --> 00:08:31,594 우리 결혼식 날 밤에요 152 00:08:33,596 --> 00:08:36,599 결혼만 하면 가만있어도 애가 저절로 뱃속에 들어서는 줄 아니? 153 00:08:37,350 --> 00:08:40,645 남편하고 더 자주 스스럼없어져야 애가 생기든 말든 할 거 아니야 154 00:08:40,645 --> 00:08:44,065 전 나다니며 그이를 뽐내고 싶지 같이 누워 뭘 하고 싶진 않다고요 155 00:08:44,065 --> 00:08:45,858 누워 있으면 머리 모양도 망가지잖아요 156 00:08:45,858 --> 00:08:48,402 네 동생 이겨 먹고 싶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해 157 00:08:49,320 --> 00:08:50,696 좀 있으면 보름달이 뜰 거다 158 00:08:50,696 --> 00:08:52,448 보름달은 생식력과 다산을 불러오지 159 00:08:53,241 --> 00:08:55,284 그러니까 그때를 잘 활용해 보려무나 160 00:09:18,307 --> 00:09:20,017 그만 약속 시간에 늦어 버렸구려 161 00:09:25,690 --> 00:09:27,483 아가씨들 덕분에 꿈같은 시간을 보냈소 162 00:09:34,907 --> 00:09:36,200 내일도 같은 시간에 오시려나요? 163 00:09:38,035 --> 00:09:38,869 어디 두고 봅시다 164 00:09:55,011 --> 00:09:57,555 아직도 나 데리고 수업 계속하고 싶어요? 165 00:09:58,639 --> 00:10:01,142 구제 불능이라고 포기한대도 화내지 않을게요 166 00:10:02,268 --> 00:10:04,312 솔직히 말하자면 넌 수업 같은 거 필요 없어 167 00:10:05,021 --> 00:10:06,689 당신 생각도 그렇군요 난 가르쳐 봤자 가망 없다고요 168 00:10:10,067 --> 00:10:11,569 넌 뭐든 금방 배우는 명석한 학생이야 169 00:10:12,153 --> 00:10:13,571 딱히 더 가르칠 것들이 없을 뿐이지 170 00:10:13,571 --> 00:10:15,448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미 알고 있잖아 171 00:10:15,448 --> 00:10:16,991 장담하는데 난 아무것도 몰라요 172 00:10:19,035 --> 00:10:20,661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하고 있어? 173 00:10:20,661 --> 00:10:23,039 난 별생각 없이 말을 타던 중이었는데 174 00:10:23,039 --> 00:10:27,084 웬 강렬한 노란색 모자가 나타나 느닷없이 나를 급습했었지 175 00:10:27,084 --> 00:10:29,128 내 잘못 아니었어요 바람에 모자가 벗겨진 거죠 176 00:10:29,128 --> 00:10:31,964 이유야 어찌 됐든 내가 진흙탕으로 떨어지는 거 보고 좋아라 했었잖아 177 00:10:32,548 --> 00:10:33,841 그래서 사과했었잖아요 178 00:10:33,841 --> 00:10:37,219 사과야 했지, 그래 놓고서는 그 일 가지고 아주 신이 나서는 179 00:10:37,219 --> 00:10:39,388 인정사정없이 날 놀리기까지 했잖아 180 00:10:40,056 --> 00:10:41,432 왜 그랬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 거 같아 181 00:10:45,269 --> 00:10:47,438 그때만 해도 우리가 아직 어린애들이었기 때문이지 182 00:10:48,022 --> 00:10:50,775 성인으로서의 자의식이 자리 잡기 전 183 00:10:50,775 --> 00:10:53,611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기 전이라 그럴 수 있었어 184 00:10:53,611 --> 00:10:56,572 콜린, 사교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남들 생각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185 00:10:56,572 --> 00:10:59,909 사교계라는 게 남들의 평가로만 만들어지는 세상이니까요 186 00:11:00,785 --> 00:11:03,204 내가 외국을 여행하는 동안 어떤 걸 깨달았는지 알아? 187 00:11:03,788 --> 00:11:05,331 그곳에선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 188 00:11:06,123 --> 00:11:07,833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과 있다 보니 189 00:11:07,833 --> 00:11:10,294 사교계가 아는 콜린 브리저튼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190 00:11:10,294 --> 00:11:11,754 온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 191 00:11:12,463 --> 00:11:14,048 그 덕분에 진정한 나 자신을 찾게 됐지 192 00:11:15,257 --> 00:11:18,010 펜, 남들의 판단과 평가에 연연해 살아가는 건 굴레나 다름없어 193 00:11:18,636 --> 00:11:21,597 일단 그 굴레를 박차고 나오면 다른 세상이 눈에 보일 거야 194 00:11:21,597 --> 00:11:23,391 그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네요 195 00:11:36,987 --> 00:11:38,698 남편을 맞으려는 이유가 뭐지? 196 00:11:39,949 --> 00:11:41,450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예요 197 00:11:42,576 --> 00:11:44,912 편안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고 싶어서죠 198 00:11:45,454 --> 00:11:46,288 그렇구나 199 00:11:47,081 --> 00:11:50,084 그 편안함을 네 내면에서 찾는다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 거야 200 00:11:51,001 --> 00:11:54,380 지금 이 세상에서 네 마음을 제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걸 꼽아 봐 201 00:11:54,380 --> 00:11:55,798 가장 큰 안도감을 주는 거 202 00:11:57,258 --> 00:11:59,427 예전엔 브리저튼 저택에서 일요일마다 갖는 다과 시간이었죠 203 00:12:00,344 --> 00:12:03,472 보호자 동반 없이 혼자 가도 되고 나답게 있을 흔치 않은 자리였는데 204 00:12:04,306 --> 00:12:05,725 이제 그것마저 불가능하게 되고 말았어요 205 00:12:06,308 --> 00:12:09,061 너랑 엘로이즈 사이가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건진 모르지만 안타깝다 206 00:12:09,562 --> 00:12:10,855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던 거야? 207 00:12:14,984 --> 00:12:16,110 난 이만 가봐야겠어요 208 00:12:18,279 --> 00:12:19,864 우리 둘이 있는 거 누가 보기 전에요 209 00:12:52,438 --> 00:12:53,272 그렇지! 210 00:13:01,989 --> 00:13:05,618 아주 예전부터 자네 가게 옷들을 창문 너머로 보며 감탄만 했는데 211 00:13:05,618 --> 00:13:08,537 안에 들어와서 직접 입어 보는 건 차원이 전혀 다른 즐거움이로군 212 00:13:09,038 --> 00:13:12,333 최근에는 그러한 새로운 즐거움을 무척 빈번하게 누리고 계시겠군요 213 00:13:12,333 --> 00:13:16,420 새 드레스가 30벌도 넘게 있던데 하나같이들 수선이 시급하다네 214 00:13:18,088 --> 00:13:20,382 작고하신 레이디 켄트께는 제가 거의 빌다시피 했었답니다 215 00:13:20,382 --> 00:13:24,428 이 시대의 유행을 조금 더 반영한 드레스를 만들게 해 달라고 말이죠 216 00:13:24,428 --> 00:13:27,348 그런데도 레이디 켄트께선 한사코 예전 스타일만 고집하셨더랬죠 217 00:13:28,724 --> 00:13:32,436 혹시라도 마님께서 원하신다면 새로 생긴 그 거금의 일부를 들여 218 00:13:32,436 --> 00:13:34,605 더 화려하고 거창한 드레스를 맞추시는 건 어떨지요? 219 00:13:35,856 --> 00:13:38,067 사교계로서는 미처 예상 못 한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는 건데 220 00:13:38,067 --> 00:13:41,362 지나치게 큰 놀라움을 선사하는 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닐 듯하구먼 221 00:13:41,946 --> 00:13:43,989 주저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222 00:13:43,989 --> 00:13:47,368 하지만 이 사교계는 신흥 부호들을 먹이로 삼는다는 걸 명심하세요 223 00:13:47,368 --> 00:13:50,162 그리고 배가 고플 때면 성질이 사나워진다는 것도요 224 00:13:52,331 --> 00:13:53,624 "양장점" 225 00:13:55,835 --> 00:13:56,836 얘들아 226 00:13:56,836 --> 00:14:01,006 이 프렌치 블루 빛깔 새틴이 정말 아름답지 않니? 227 00:14:01,006 --> 00:14:03,592 이런 옷감이라면 왕비님의 눈길을 사로잡고도 남겠구나 228 00:14:06,595 --> 00:14:09,265 엄마의 넘치는 관심을 네가 다 받아 주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229 00:14:09,265 --> 00:14:11,392 덕분에 내가 구혼자들 상대하는 걸 또 한 해 미룰 수 있게 됐잖아 230 00:14:11,392 --> 00:14:13,310 너도 같이 버텨 준다면 거기서 더 미룰 수 있고 231 00:14:13,310 --> 00:14:16,647 언니 실망시켜서 미안한데 결혼 상대를 찾을 수 있다는 게 232 00:14:16,647 --> 00:14:19,358 그나마 내가 이번 사교 철을 반기는 유일한 이유야 233 00:14:19,859 --> 00:14:22,152 얼른 괜찮은 배필을 찾은 다음에 이 난리 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234 00:14:22,152 --> 00:14:24,530 왕비님이 나한테 관심 가지도록 어머니가 수 쓰시기 전에 말이지 235 00:14:25,489 --> 00:14:27,783 왕비님은 이번 사교 철에 데뷔한 처자들한테 관심 끊으시지 않았나? 236 00:14:27,783 --> 00:14:30,828 레이디 댄버리 말로는 왕비님께서 본인을 탄복시킬 보석을 기다린대 237 00:14:37,334 --> 00:14:39,920 다른 처자들까지 왕비님의 총애를 받겠다고 작정하고 덤비게 된다면 238 00:14:39,920 --> 00:14:42,381 어머니가 널 가지고 무슨 계획을 세우든 소용없을 거야 239 00:14:42,381 --> 00:14:43,299 하티건 양 240 00:14:44,300 --> 00:14:45,217 말호트라 양 241 00:14:45,801 --> 00:14:48,512 여러분의 귀가 솔깃할 만한 소식을 알려 드릴게요 242 00:14:54,685 --> 00:14:56,061 뭐 하느라 그리 망설이는 거냐, 히아신스? 243 00:14:56,061 --> 00:14:57,062 내가 언제 망설였다고 그래? 244 00:14:57,062 --> 00:14:58,606 우리는 아까부터 너만 기다리고 있는데? 245 00:14:58,606 --> 00:15:01,567 너한텐 희망적인 일일지도 몰라 저번 판에 얘가 네 돈 다 따갔잖아 246 00:15:01,567 --> 00:15:02,860 한 판 잃었다고 속단하지 마 247 00:15:04,570 --> 00:15:06,113 난 지금 들어온 패 마음에 들어 248 00:15:08,198 --> 00:15:09,241 이번에는 네가 망설이는 거냐? 249 00:15:09,241 --> 00:15:10,701 카드 교환해야겠어 250 00:15:16,707 --> 00:15:18,292 난 이번 판은 빠져야겠네 251 00:15:18,292 --> 00:15:19,793 - 이런 비겁자 - 잔머리 굴리는 거 같댔잖아 252 00:15:19,793 --> 00:15:22,254 히아신스 하는 거 보니까 지금 있는 동전으로는 부족하겠어 253 00:15:23,923 --> 00:15:26,300 - 속임수 쓰는 거 진짜 아니야? - 내가 무슨 마술사라도 돼? 254 00:15:26,967 --> 00:15:29,094 진짜 마술사라면 우리한테도 기술 좀 전수해라 255 00:15:29,678 --> 00:15:31,847 난 괜찮으니 그냥 여기서 기다리겠네 256 00:15:31,847 --> 00:15:32,765 페넬로페 257 00:15:33,682 --> 00:15:35,643 -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어 - 저도 마찬가지예요 258 00:15:35,643 --> 00:15:38,604 아무래도 여기보단 시장 같은 데서 만나는 편이 나을 거 같지 않아요? 259 00:15:38,604 --> 00:15:40,272 오늘은 시장에 안 갈 거야 260 00:15:40,272 --> 00:15:42,358 대신 브리저튼 저택의 응접실로 가야지 261 00:15:42,358 --> 00:15:43,275 거기를 왜 가는데요? 262 00:15:44,068 --> 00:15:45,110 몰라서 물어? 다음 수업 해야지 263 00:15:45,110 --> 00:15:47,154 한데 제 시녀가 기다리는 데다 또 엘로이즈가 있으면... 264 00:15:47,154 --> 00:15:49,740 엘로이즈는 양장점에 갔어 프란체스카와 어머니도 함께 갔지 265 00:15:49,740 --> 00:15:52,576 - 다른 식구들도 있을 거 아녜요 - 나머지는 정원에서 카드 게임 해 266 00:15:53,410 --> 00:15:54,870 우리 식구들이 펠멜 하는 거 전에 본 적 있지? 267 00:15:54,870 --> 00:15:56,789 다들 승부욕이 하늘을 찌르는 것도 잘 알 테고 268 00:15:56,789 --> 00:15:59,375 히아신스는 이겨야 직성이 풀리고 그레고리는 걔한테 지는 걸 질색해 269 00:15:59,375 --> 00:16:01,877 베네딕트 형은 그 둘이 싸운다면 절대 안 놓치고 구경할 사람이야 270 00:16:01,877 --> 00:16:03,379 내가 장담하는데, 그 셋 중 아무도 271 00:16:03,379 --> 00:16:05,297 조만간 집 안에 들어올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272 00:16:09,635 --> 00:16:12,221 네 마음이 제일 편해지는 데가 우리 집이라고 했잖아 273 00:16:12,221 --> 00:16:13,681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연습하는 거야 274 00:16:13,681 --> 00:16:16,600 브리저튼 저택이 편했던 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아니거든요 275 00:16:16,600 --> 00:16:18,185 우리 둘만 있을 곳이 필요했어 276 00:16:18,185 --> 00:16:20,270 이 응접실에서 수업하면 네 시녀는 밖에서 기다리면 되고 277 00:16:20,270 --> 00:16:22,815 우리는 무도회에 와 있다고 가정해 볼 수 있지 278 00:16:24,108 --> 00:16:25,317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에요? 279 00:16:26,151 --> 00:16:27,277 머릿속에 잘 그려 봐, 펜 280 00:16:27,277 --> 00:16:29,613 저 피아노 옆에 현악 4중주단이 있는 거야 281 00:16:29,613 --> 00:16:32,199 파리풍 카드리유를 연주하려고 준비하고 있지 282 00:16:32,992 --> 00:16:34,243 이쪽에 있는 소파에서는 283 00:16:34,243 --> 00:16:38,288 몇몇 어머니들이 둘러앉아서 실내 장식에 대해 논하고 계시지 284 00:16:38,288 --> 00:16:39,581 무도회장 반대편에선 285 00:16:39,581 --> 00:16:43,127 신사들이 젊은 처자에게 같이 춤추자고 청하고 있어 286 00:16:43,669 --> 00:16:46,046 그리고 이쪽 테이블에는 레모네이드가 준비돼 있지 287 00:16:46,046 --> 00:16:48,132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시작하는 거야 288 00:16:55,973 --> 00:16:56,807 알았어요 289 00:16:58,851 --> 00:17:01,186 그럼 난 상상 속의 첼리스트에게 추파 던지는 척 연기해 볼까요? 290 00:17:01,687 --> 00:17:05,399 아니, 추파는 마침 음료 마시러 온 근사한 구혼자를 상대로 던져야지 291 00:17:07,067 --> 00:17:07,901 바로 나 292 00:17:07,901 --> 00:17:09,111 당신한테 하라고요? 293 00:17:09,111 --> 00:17:11,447 연습할 상대로는 나만 한 사람이 없잖아 294 00:17:11,447 --> 00:17:13,574 우린 이미 서로 아는 사이니까 창피해할 것도 없고 295 00:17:13,574 --> 00:17:16,326 바로 그래서 더 창피할 거라고요 서로 아는 사이라서요 296 00:17:19,163 --> 00:17:21,123 정말 미안해요, 난 다만... 297 00:17:24,209 --> 00:17:25,377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298 00:17:26,503 --> 00:17:30,340 나도 재치 있고 재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 알고 있어요 299 00:17:30,340 --> 00:17:31,258 하지만... 300 00:17:32,801 --> 00:17:36,013 속마음을 말로 표현하려다 보면 원래 성격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301 00:17:36,013 --> 00:17:40,059 어느새 엉뚱한 얘기를 지껄이거나 대개는 입을 아예 다물어 버리죠 302 00:17:40,851 --> 00:17:42,770 뭐가 맞고 틀린지는 따질 필요 없어 303 00:17:43,395 --> 00:17:46,398 내가 구혼자라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 싶을지 상상해 보는 거야 304 00:17:47,232 --> 00:17:50,778 내가 네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레 걱정하지 말고 그냥 말해 봐 305 00:17:58,744 --> 00:17:59,661 당신의 눈동자는 306 00:18:01,622 --> 00:18:03,457 영롱한 푸른빛이 도는 게 정말로 매력적이에요 307 00:18:05,042 --> 00:18:07,711 당신이 다정하고 자상해질 때면 그 푸른빛은 한결 더 밝게 빛나죠 308 00:18:11,090 --> 00:18:14,134 그러니까 당신이 내 구혼자라면 이런 비슷한 말을 했을 거라고요 309 00:18:16,762 --> 00:18:18,597 너무 대놓고 말하니 좀 당황스럽네 310 00:18:20,015 --> 00:18:22,017 - 난 그 처자들을 도와준 거야 - 쉿, 조용히 좀 해 311 00:18:22,017 --> 00:18:24,603 하지만 그 '도움'을 어머니한테 들키면 다 소용없게 되는 거잖아 312 00:18:25,187 --> 00:18:26,855 - 엘로이즈가 돌아왔네요 - 얼른 서재로 가서 숨어 313 00:19:16,196 --> 00:19:18,031 '이제 나는 확신에 차서 단언할 수 있다' 314 00:19:18,031 --> 00:19:20,993 '파리는 세상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여인들이 모여 있는 도시다' 315 00:19:22,870 --> 00:19:25,122 '그런 여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니 나한테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' 316 00:19:25,122 --> 00:19:27,416 '그들과 가로수가 줄지어 서 있는 르마레 거리를 거닐고' 317 00:19:27,416 --> 00:19:30,502 '때로는 센강을 따라 자리 잡은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고' 318 00:19:31,336 --> 00:19:33,255 '도시가 고요해지면 단둘이서 밤을 보냈다' 319 00:19:43,265 --> 00:19:44,474 '그렇게 여인과 단둘뿐일 때' 320 00:19:44,474 --> 00:19:48,312 '손가락으로 그녀의 주근깨를 따라 뺨에서 쇄골까지 훑어 내려가거나' 321 00:19:48,312 --> 00:19:51,481 '별빛이 그녀의 살갗을 가로지르며 춤추듯 일렁이는 모습을 보노라면' 322 00:19:52,149 --> 00:19:55,068 '한 사람에게 이리 깊은 친밀감과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거리감을' 323 00:19:55,068 --> 00:19:57,487 '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' 324 00:19:59,031 --> 00:19:59,865 펜 325 00:20:00,532 --> 00:20:02,701 - 그거 읽고 있었어? - 아뇨,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326 00:20:02,701 --> 00:20:04,411 내 일기를 집어 들고서 일부러 안 읽었다는 뜻이야? 327 00:20:04,411 --> 00:20:06,246 읽기는 했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는 거 알아요 328 00:20:06,246 --> 00:20:07,539 당연히 안 되지 329 00:20:07,539 --> 00:20:09,374 뭘 읽었는진 몰라도 남들 보라고 쓴 게 아니니까 330 00:20:14,421 --> 00:20:16,048 - 망할! - 콜린, 손을 다쳤잖아요 331 00:20:16,048 --> 00:20:18,383 - 심각한 거 아니야 - 아니기는요, 그대로 있어 봐요 332 00:20:22,804 --> 00:20:23,680 손 이리 내요 333 00:20:24,431 --> 00:20:25,265 내가 상처 봐줄게요 334 00:20:57,256 --> 00:20:58,298 당신 글 말인데요 335 00:21:00,801 --> 00:21:01,802 정말 잘 썼어요 336 00:21:06,431 --> 00:21:07,891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만 하는 게 낫겠어 337 00:21:11,853 --> 00:21:12,729 오늘 밤에 무도회에 올 거야? 338 00:21:14,106 --> 00:21:17,067 당연히 가야죠 고마웠어요, 오늘 수업해 줘서요 339 00:21:57,399 --> 00:21:58,734 장신구 달아 드릴까요, 마님? 340 00:21:59,401 --> 00:22:01,153 수수하게 하고 가는 게 낫지 않으려나? 341 00:22:02,446 --> 00:22:04,239 우선 보시고 난 다음에 결정하시겠어요? 342 00:22:17,169 --> 00:22:19,713 우리가 옷 고르는 취향은 안 맞는지 몰라도... 343 00:22:23,759 --> 00:22:27,346 레이디 켄트께서 보석 보는 안목은 확실히 남다르셨구먼 344 00:22:41,360 --> 00:22:42,611 마음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어? 345 00:22:43,945 --> 00:22:45,697 아까 낮에 페넬로페가 우리 집에 왔더라 346 00:22:48,950 --> 00:22:50,160 그 일은 미안하다 347 00:22:50,160 --> 00:22:52,954 하지만 너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다 보니까 348 00:22:52,954 --> 00:22:54,998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349 00:22:54,998 --> 00:22:56,083 우리는 그냥 멀어진 거야 350 00:22:57,459 --> 00:22:58,585 그래, 그 말은 전에도 했었지 351 00:22:59,503 --> 00:23:01,505 - 그럼 나도 페넬로페를 멀리할까? - 아니 352 00:23:02,798 --> 00:23:06,176 이젠 오빠뿐일 텐데 페넬로페가 친구를 전부 잃는 걸 바라진 않아 353 00:23:07,969 --> 00:23:09,554 하지만 집으로는 부르지 말아 줄래? 354 00:23:11,598 --> 00:23:12,432 그렇게 할게 355 00:23:18,063 --> 00:23:18,980 걔는 요새 어떻게 지낸대? 356 00:23:20,816 --> 00:23:21,942 - 페넬로페 말이야? - 물론... 357 00:23:22,818 --> 00:23:24,152 내가 시시콜콜한 것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358 00:23:24,152 --> 00:23:26,613 그저 너무 힘들어하거나 의기소침한 상태로 있지는... 359 00:23:27,489 --> 00:23:28,323 않을는지 해서 360 00:23:28,323 --> 00:23:30,325 힘들어하는 것도 아니고 의기소침한 상태도 아니야 361 00:23:32,869 --> 00:23:35,747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번 사교 철에 남편을 얻으려고 노력 중이지 362 00:23:35,747 --> 00:23:37,791 남편을? 페넬로페가 말이야? 363 00:23:39,042 --> 00:23:41,294 내가 알던 페넬로페가 아닌 거 같네 364 00:23:41,294 --> 00:23:42,921 어쩌면 펜도 변했나 보지 365 00:23:42,921 --> 00:23:44,673 혹시나 오빠를 남편감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? 366 00:23:44,673 --> 00:23:46,800 그런 거 아니야, 난 남편감 찾기를 도와주는 것뿐이야 367 00:23:48,552 --> 00:23:49,886 그게 잘하는 일일까? 368 00:23:49,886 --> 00:23:52,013 오빠가 걔를 도와주고 있다는 걸 누가 알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? 369 00:23:52,013 --> 00:23:55,350 근데 나 아니면 누가 도와주겠어? 펜한테는 남자 친척이 전혀 없잖아 370 00:23:55,350 --> 00:23:57,602 그건 그렇지만 오빠 자신이 이미 어엿한 구혼자야 371 00:23:57,602 --> 00:23:59,771 어쩌다 그렇게 됐는진 몰라도 현재로선 최고의 신랑감이지 372 00:23:59,771 --> 00:24:01,982 - 그런데 그게 옳게 보이겠냐고 - 아니, 옳지 않게 보이겠지 373 00:24:01,982 --> 00:24:04,317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한테는 모른 척해야 해 374 00:24:28,425 --> 00:24:30,886 처자들이 인제야 노력이란 걸 하는 모양일세 375 00:24:30,886 --> 00:24:32,304 그러하옵니다, 폐하 376 00:24:34,973 --> 00:24:36,266 좀 과하게 하는 것도 같네만 377 00:24:38,602 --> 00:24:41,897 네가 사교 철에 처음 나갔을 때 저리 낮게 절하면 얼마나 좋았겠니 378 00:24:49,321 --> 00:24:50,238 엘로이즈 379 00:24:50,780 --> 00:24:54,534 올 사교 철에는 너한테 구혼자들을 들이밀 생각 없다는 거 알아 다오 380 00:24:54,534 --> 00:24:58,622 대신 다른 젊은 처자들 몇몇하고도 안면을 터놓는 게 어떨까 싶구나 381 00:24:58,622 --> 00:25:02,000 카우퍼 양하고만 다닐 게 아니라 교제 범위를 더 넓히면 좋잖아 382 00:25:03,251 --> 00:25:04,336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383 00:25:04,336 --> 00:25:05,295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? 384 00:25:05,795 --> 00:25:07,130 브리저튼 양 385 00:25:07,130 --> 00:25:09,007 우리랑 같이 무도회장을 한 바퀴 돌아보시지 않겠어요? 386 00:25:09,716 --> 00:25:11,468 제가 또 한 바퀴 돌아보는 걸 좋아하죠 387 00:25:16,848 --> 00:25:17,682 웬일이라니 388 00:25:18,767 --> 00:25:21,186 어느새 우리 둘만 남았구나 가서 왕비님께 인사 올릴까? 389 00:25:21,811 --> 00:25:23,230 그건 좀 기다렸다 하면 어때요? 390 00:25:23,855 --> 00:25:27,192 레이디 댄버리께서 지난번 다과 때 음악 좋아하는 구혼자가 있다셨죠? 391 00:25:27,192 --> 00:25:28,443 한둘이 아니라고 했던 거 같던데 392 00:25:29,236 --> 00:25:31,863 그중 한 명부터 만나 본 다음에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보죠 393 00:25:34,699 --> 00:25:36,660 안녕하세요, 브리저튼 씨 394 00:25:36,660 --> 00:25:37,827 또 다른 브리저튼 씨도요 395 00:25:38,411 --> 00:25:39,371 숙녀분들! 396 00:25:39,996 --> 00:25:41,790 또 다른 숙녀분들! 397 00:25:44,960 --> 00:25:46,253 아주 무리로 몰려다니며 사냥하네 398 00:25:46,878 --> 00:25:49,923 브리저튼 씨께서 춤추시는 걸 아직 못 본 거 같은데요 399 00:25:50,590 --> 00:25:51,967 어떻게 생각해, 형님? 400 00:25:52,592 --> 00:25:53,802 슬슬 몸 좀 풀어 보시겠어? 401 00:25:54,594 --> 00:25:55,470 그거 좋지 402 00:25:56,388 --> 00:25:57,264 스토웰 양 403 00:25:57,973 --> 00:25:59,349 다음 곡에 나와 함께 춤추겠소? 404 00:26:10,318 --> 00:26:12,487 댕크워스 군, 그리고 핀치 군 405 00:26:12,487 --> 00:26:14,155 안사람들은 어디 두고 이러고들 있나? 406 00:26:14,155 --> 00:26:17,993 전 황홀하기 그지없는 실내 장식을 구경하다 그만 아내를 잃어버렸죠 407 00:26:17,993 --> 00:26:20,370 저는 아내한테 페이스트리가 어딨는지 찾아봐 달라고 했어요 408 00:26:20,954 --> 00:26:22,581 핀치 군, 자네 아내가 페이스트리려니 생각하게 409 00:26:22,581 --> 00:26:26,042 자네가 먹을 것을 음미하는 만큼 아내의 존재를 누렸더라면 410 00:26:26,042 --> 00:26:27,419 지금쯤 벌써 아이가 들어섰겠지 411 00:26:28,128 --> 00:26:30,171 저한테는 프루던스가 봉봉 초콜릿 같아요 412 00:26:30,171 --> 00:26:33,216 은은한 매력을 풍기면서 사람을 마냥 기분 좋게 만들죠 413 00:26:33,216 --> 00:26:35,969 댕크워스 군, 자네는 정말이지... 414 00:26:37,053 --> 00:26:37,887 깜찍하구먼 415 00:26:38,471 --> 00:26:40,015 자네 아내들은 내가 직접 찾아다 주겠네 416 00:26:41,433 --> 00:26:44,144 혹시 누가 이런 얘기 한 적 없소? 장모님께서 사람을 은근히... 417 00:26:44,144 --> 00:26:45,145 겁주시는 것 같다고? 418 00:26:55,947 --> 00:26:56,781 좋은 저녁이에요 419 00:26:59,534 --> 00:27:00,785 손 다친 건 좀 어때요? 420 00:27:01,453 --> 00:27:03,705 네가 잘 처치해 준 덕에 많이 좋아졌어 421 00:27:03,705 --> 00:27:05,540 아까 당신 글 읽은 거 다시 한번 사과할게요 422 00:27:05,540 --> 00:27:07,584 그런데 글재주가 정말 탁월하더군요 423 00:27:07,584 --> 00:27:10,754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작업인데도 당신은 별거 아니라는 듯 해내네요 424 00:27:12,297 --> 00:27:13,715 나중에 당신 글을 더 읽어 보고 싶어요 425 00:27:14,299 --> 00:27:15,258 당신만 허락해 준다면요 426 00:27:17,385 --> 00:27:18,720 그럼 나랑 거래할까? 427 00:27:19,387 --> 00:27:20,847 내 글 더 보여 주는 거 생각해 볼 테니까 428 00:27:21,431 --> 00:27:23,516 넌 오늘 밤 최소한 신사 한 명한테 먼저 대화를 청해 보는 거야 429 00:27:24,017 --> 00:27:24,851 안 될 거 없죠 430 00:27:25,810 --> 00:27:26,853 추천할 사람이라도 있어요? 431 00:27:30,190 --> 00:27:31,441 저기 있는 친구 432 00:27:31,441 --> 00:27:32,442 바실리오 경 말이야 433 00:27:33,109 --> 00:27:34,486 바실리오 경은 자작이잖아요 434 00:27:34,486 --> 00:27:36,946 그리고 넌 페넬로페 페더링턴이지 그걸 잊으면 안 돼 435 00:27:39,449 --> 00:27:40,367 자, 가서 공략해 봐 436 00:27:48,041 --> 00:27:49,209 안녕하시오, 페더링턴 양 437 00:27:49,918 --> 00:27:51,670 바실리오 경이시군요 거기 계신 걸 미처 못 봤네요 438 00:27:51,670 --> 00:27:54,923 괘념치 마시오, 안 그래도 내가 요즘 자중의 미덕을 쌓는 중이라오 439 00:27:54,923 --> 00:27:57,384 그런 미덕을 쌓기에는 우리네 인생이 너무 짧지 않나요? 440 00:28:03,014 --> 00:28:04,974 바실리오 경 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있는지요? 441 00:28:08,395 --> 00:28:09,854 녀석이 너무 일찍 떠나 버렸지 뭐요 442 00:28:09,854 --> 00:28:11,106 용서해 주시오, 실례하겠소 443 00:28:14,526 --> 00:28:15,735 뭐가 어떻게 된 거야? 444 00:28:15,735 --> 00:28:17,320 바실리오 경의 말이 얼마 전에 죽었대요 445 00:28:18,238 --> 00:28:19,781 - 설마, 농담한 거지? - 정말이에요 446 00:28:19,781 --> 00:28:21,116 콜린 447 00:28:21,116 --> 00:28:23,118 내 불찰이야, 그건 미처 몰랐네 448 00:28:24,202 --> 00:28:25,995 주변의 아무도 안 죽은 신사를 찾아봐야겠군 449 00:28:27,664 --> 00:28:29,749 - 같이 따그닥거리며 찾아볼까? - 콜린, 관둬요 450 00:28:36,589 --> 00:28:39,884 있잖아, 내가 겪어 본 결과 지인과 껄끄러운 관계가 될 때는 451 00:28:39,884 --> 00:28:43,263 그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해지는 지름길인 거 같아 452 00:28:44,764 --> 00:28:47,100 페넬로페한테는 그런 방법이 절대로 안 통해 453 00:28:47,684 --> 00:28:49,436 차라리 걔가 유령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지 454 00:28:49,436 --> 00:28:50,895 오늘 페넬로페가 우리 집에 왔거든 455 00:28:50,895 --> 00:28:52,230 너희 집에는 무슨 일로? 456 00:28:53,523 --> 00:28:56,526 페넬로페가 남편감 찾는 걸 콜린 오빠가 도와주고 있나 봐 457 00:28:57,318 --> 00:28:59,237 한때는 나랑 같이 노처녀로 살기로 했던 애인데 458 00:28:59,237 --> 00:29:01,364 너희 오빠한테 안 좋은 소문이 돌 수도 있겠는걸 459 00:29:02,115 --> 00:29:04,117 페넬로페에게는 타격이 더 클 테고 460 00:29:06,953 --> 00:29:09,289 페넬로페가 널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정도까진 아니라고 해도 461 00:29:09,289 --> 00:29:12,083 너를 대하는 마음이 전이랑 달라진 건 확실해 462 00:29:12,083 --> 00:29:14,127 그러니까 너도 마음 고쳐먹는 게 낫지 않을까? 463 00:29:15,003 --> 00:29:16,755 그렇지, 네 말이 백번 옳아 464 00:29:16,755 --> 00:29:17,797 엘로이즈 465 00:29:17,797 --> 00:29:21,050 혹시 당신한테 왕비님의 감탄을 자아낼 특별한 재능이 있을까요? 466 00:29:21,050 --> 00:29:22,218 재능요? 전혀 없어요 467 00:29:23,011 --> 00:29:25,346 엉뚱한 때 엉뚱한 말 하는 것도 재능으로 쳐준다면 몰라도요 468 00:29:25,930 --> 00:29:28,349 한번은 프랑스어 선생님께 '아주 좋아요' 한다는 걸 469 00:29:28,349 --> 00:29:29,934 '윈 슈에트'라고 해버린 적도 있죠 470 00:29:29,934 --> 00:29:31,519 올빼미라고 했다고요? 어쩌면 좋아 471 00:29:32,228 --> 00:29:35,523 보퍼트 선생님 말이야? 그분이 원래 털이 덥수룩하긴 하잖아 472 00:29:35,523 --> 00:29:38,234 안타깝지만 올빼미한테는 깃털만 있고 털은 없어서 473 00:29:38,234 --> 00:29:41,237 털 가지고 놀리고 싶었다고 해도 꼴 좋게 실패했을 거랍니다! 474 00:29:42,614 --> 00:29:45,116 그렇다고 내가 재능이 없는 게 선생님들 책임은 아니죠 475 00:29:45,116 --> 00:29:47,327 선생님들이 골칫덩이 학생 되라고 날 가르친 건 아니니까요 476 00:29:47,952 --> 00:29:49,829 우리는 엘로이즈의 재능이 뭔지 알 거 같은데요 477 00:29:49,829 --> 00:29:52,457 누가 아니래요, 좌중을 즐겁게 해 주는 말재주가 독보적이잖아요 478 00:29:52,457 --> 00:29:53,374 계속해 줘요 479 00:30:05,720 --> 00:30:08,389 브리저튼 씨, 춤 솜씨가 뛰어나셔서 깜짝 놀랐어요 480 00:30:08,389 --> 00:30:10,141 스토웰 양, 나야말로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소 481 00:30:12,268 --> 00:30:13,812 이런, 난 이만 실례하겠소 482 00:30:16,064 --> 00:30:18,316 클럽에 한참 손님이 뜸하다 했더니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네요 483 00:30:19,192 --> 00:30:20,610 몬드리치 내외분 484 00:30:21,194 --> 00:30:23,196 사교계에 입성하신 걸 환영하오 485 00:30:24,489 --> 00:30:27,033 링에서 내 목숨을 앗아갈지 모르는 상대들과 숱하게 싸워 봤으나 486 00:30:27,033 --> 00:30:29,619 어째서인지 이곳에 들어서는 게 그보다 한결 더 떨리는군 487 00:30:29,619 --> 00:30:32,956 다들 보는 앞에 나가서 춤추고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니 488 00:30:32,956 --> 00:30:35,917 당신은 주먹이 무기이기라도 하지 난 여기서 꼼짝없이 전사하겠어요 489 00:30:35,917 --> 00:30:37,460 내외가 다 압도적으로 멋지시니 490 00:30:37,460 --> 00:30:38,837 괜스레 기죽을 거 없소 491 00:30:39,420 --> 00:30:41,965 사교계 활동이라는 것이 나름대로 즐거울 수도 있소이다 492 00:30:41,965 --> 00:30:43,675 적대하는 대신 순응하는 것이 그 비결이라오 493 00:30:45,176 --> 00:30:47,679 브리저튼 씨께서는 저 처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듯한데요 494 00:30:47,679 --> 00:30:48,888 구혼하실 생각인가요? 495 00:30:48,888 --> 00:30:50,723 그럴 리가, 모르는 소리 마시오 496 00:30:50,723 --> 00:30:52,308 스토웰 양이 아리따운 건 맞지만서도 497 00:30:52,308 --> 00:30:54,644 나 역시 사교계에 순응해 보고자 딴에는 애쓴 거라고 할 수 있소 498 00:30:54,644 --> 00:30:58,815 하지만 스토웰 양은 그 발버둥을 가벼이 넘기지 않는 것 같은걸요 499 00:31:05,530 --> 00:31:07,490 아무래도 저는 라타피아를 마시러 가야겠네요 500 00:31:07,490 --> 00:31:10,076 브리저튼 씨가 처한 상황을 보니까 더 긴장되어서요 501 00:31:12,120 --> 00:31:15,206 춤 한 번 잘못 추면 느닷없이 구혼자라는 신호를 보낸 게 되는군 502 00:31:16,165 --> 00:31:19,627 우리가 이 사교계 규칙을 전부 숙지하길 바라는 건 무리 아닌가? 503 00:31:19,627 --> 00:31:23,006 태생부터 이 세상에 속한 사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걸 말일세 504 00:31:29,095 --> 00:31:30,722 저쪽에 있는 두 사람을 좀 보게나 505 00:31:30,722 --> 00:31:32,473 드레온 경 부부지 506 00:31:33,224 --> 00:31:36,811 같은 상대와 여러 차례 춤추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거로 간주되지만 507 00:31:36,811 --> 00:31:39,606 저 두 사람은 늘 붙어서 춤을 거르는 법이 없다네 508 00:31:40,189 --> 00:31:42,442 그리고 다음은 싱어 경 부부 509 00:31:42,442 --> 00:31:44,110 규칙을 따져 보자면 510 00:31:44,110 --> 00:31:47,655 이런 무도회에서는 한두 잔 이상 술을 마시는 건 결례로 치지만 511 00:31:47,655 --> 00:31:50,783 저 두 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번 저러신다네 512 00:31:50,783 --> 00:31:55,038 곤드레만드레 취해 버린 다음에 마냥 행복해하시는 걸세 513 00:31:55,663 --> 00:31:57,790 이들이 가진 공통점이 뭔지 알 수 있겠나? 514 00:31:58,791 --> 00:32:00,460 혼인했다는 거야, 자네처럼 말이지 515 00:32:01,461 --> 00:32:04,380 그 규칙들은 다 결혼 시장이 쉬지 않고 굴러가게 하려는 걸세 516 00:32:04,923 --> 00:32:06,883 일단 사교계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해내고 517 00:32:07,467 --> 00:32:10,470 천생연분을 찾아서 맺어지고 나면 518 00:32:11,638 --> 00:32:12,764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네 519 00:32:15,767 --> 00:32:17,936 프란체스카, 우리 딸? 520 00:32:17,936 --> 00:32:20,480 여기 페트리 경이 굉장히 열성적인 음악 애호가이자 521 00:32:20,480 --> 00:32:24,150 사람들 말로는 첼로 연주 실력도 아주 수준급이라는구나 522 00:32:24,150 --> 00:32:26,069 수준급이라니 과분한 칭찬입니다 523 00:32:26,069 --> 00:32:28,655 악기에 대한 사랑은 넘치나 연주 실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오 524 00:32:29,280 --> 00:32:31,449 첼로는 실로 아름다운 소리를 지닌 악기지요 525 00:32:32,033 --> 00:32:32,867 동감이오 526 00:32:33,952 --> 00:32:35,495 그대는 어떠한 종류의 음악을 가장 좋아하시오? 527 00:32:36,120 --> 00:32:38,081 요즘 들어서는 리스의 곡을 자주 즐겨 듣고 있습니다 528 00:32:38,081 --> 00:32:39,791 리스의 피아노 3중주가 무척이나 아름답죠 529 00:32:39,791 --> 00:32:43,795 베토벤의 곡인 '열정' 소나타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가 않고요 530 00:32:43,795 --> 00:32:47,256 그대는 주로 표현력이 풍부한 곡을 즐겨 듣는구려 531 00:32:49,050 --> 00:32:51,552 소문에 따르면 리스가 그 3중주를 작곡하게 된 이유는 532 00:32:51,552 --> 00:32:54,055 루트비히스 양을 연모하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라죠 533 00:32:54,597 --> 00:32:56,307 음악에서 그 감정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소? 534 00:32:56,307 --> 00:32:57,558 날 따라오시오 535 00:32:58,434 --> 00:33:01,646 전 곡의 화성이 진행되는 방식이 다른 무엇보다 좋았답니다 536 00:33:04,899 --> 00:33:07,944 어머니 본래의 행동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시는군요 537 00:33:07,944 --> 00:33:10,571 언제나 한 걸음 떨어져서 자식들을 지켜보는 게 일이죠 538 00:33:10,571 --> 00:33:11,948 레이디 댄버리 539 00:33:12,532 --> 00:33:14,242 지난 사교 철에 엘로이즈가 갈팡질팡하는 걸 보고 나서 540 00:33:14,242 --> 00:33:17,453 셋째 딸아이만큼은 지나치게 밀어붙이지 않으려고 조심 중이죠 541 00:33:17,453 --> 00:33:19,163 그런데 한편으로는 제가 안 밀어붙이면 542 00:33:19,163 --> 00:33:22,250 프란체스카가 그저 적당한 상대랑 타협하듯 덜컥 혼인할까 걱정돼요 543 00:33:22,250 --> 00:33:25,211 그리되면 저 애는 자기 본래의 행동반경 밖으로 안 나오게 되겠죠 544 00:33:26,379 --> 00:33:29,132 그야말로 어찌 풀지 난감한 수수께끼로군요 545 00:33:31,592 --> 00:33:33,886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어쩌면 이게 아닐까요? 546 00:33:33,886 --> 00:33:37,390 프란체스카를 자기 본래의 행동반경에 머물게 놔두는 겁니다 547 00:33:37,390 --> 00:33:38,474 이리 오거라 548 00:33:43,354 --> 00:33:44,230 나랑 같이 가자꾸나 549 00:33:47,567 --> 00:33:51,320 난 이미 아이가 생겼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아이 몫까지 먹어야지 550 00:33:51,320 --> 00:33:54,032 아이가 아니라 뻔뻔함이 생겼나 보네 551 00:33:54,824 --> 00:33:55,950 그만큼 먹었으면 됐다 552 00:33:57,452 --> 00:33:59,037 어째서 신랑들 떼어 놓고 너희끼리 여기 있어? 553 00:33:59,037 --> 00:34:01,205 이 어미가 그 고생을 해서 신랑감들 구해다 바쳤으면 554 00:34:01,205 --> 00:34:03,124 밤에 할 일들 하도록 분위기를 잡아 놔야지 555 00:34:03,124 --> 00:34:04,834 앨비언이랑 저는 여기 오기 전에 했어요 556 00:34:04,834 --> 00:34:06,544 좀 조용히 말하면 안 돼? 557 00:34:07,336 --> 00:34:08,296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558 00:34:15,344 --> 00:34:16,429 넌 어떻게 하고 있냐? 559 00:34:17,638 --> 00:34:18,765 서방님이랑 같이... 560 00:34:20,933 --> 00:34:21,976 일단 시작은 했어요 561 00:34:23,352 --> 00:34:24,353 그런데 전 말이죠 562 00:34:26,147 --> 00:34:27,231 그게 즐겁지가 않단 말이에요 563 00:34:31,319 --> 00:34:35,698 여자가 느끼는 쾌락은 남자보다 뭐랄까... 더 미묘한 면이 있단다 564 00:34:35,698 --> 00:34:37,158 그러니까 남자가... 565 00:34:39,077 --> 00:34:40,453 스스로를 집어넣을 때... 566 00:34:40,453 --> 00:34:41,913 스스로를 집어넣다니요? 567 00:34:43,039 --> 00:34:44,415 스스로를 어디에다 집어넣는데요? 568 00:34:47,627 --> 00:34:50,046 도대체 넌 핀치 군이랑 뭘 하길래 그런 걸 묻냐? 569 00:34:50,046 --> 00:34:51,547 우리는 서로 키스해요 570 00:34:51,547 --> 00:34:53,549 키스하고 나면 그이가 요상한 소리를 내고 571 00:34:53,549 --> 00:34:55,426 그다음엔 바지 갈아입으러 가죠 572 00:34:56,427 --> 00:34:58,429 그럼 바지를 입은 채로 한다는 말이니? 573 00:34:58,429 --> 00:34:59,764 당연한 거 아니야? 574 00:34:59,764 --> 00:35:02,058 어찌하여 제게 이토록 끝없는 시련을 주시나이까? 575 00:35:11,484 --> 00:35:14,987 저 발칙한 것들이 나만 보면 앙큼을 떠는데 더는 못 봐주겠군 576 00:35:15,530 --> 00:35:18,324 이제 아주 신물이 날 지경이야 그만 자리를 뜨는 게 낫겠네 577 00:35:18,324 --> 00:35:19,867 폐하, 그 전에 한 말씀 올리지요 578 00:35:19,867 --> 00:35:22,954 혹시 후실에 걸려 있는 제라르의 그림을 보셨던가요? 579 00:35:23,538 --> 00:35:26,040 폐하께서 그 작품을 보시고 나면 아마도, 글쎄요 580 00:35:27,041 --> 00:35:28,584 제법 탁월하다 하실 듯합니다만 581 00:35:31,587 --> 00:35:32,797 왕비님께서 떠나시는데요 582 00:35:32,797 --> 00:35:34,590 우리한테는 말도 한마디 안 건네셨잖아요 583 00:35:34,590 --> 00:35:37,718 인제야 게걸스럽게 보일 걱정 없이 속 편하게 초콜릿 먹어도 되겠네요 584 00:35:37,718 --> 00:35:38,803 전 실례합니다, 여러분 585 00:35:38,803 --> 00:35:41,347 하지만 왕비님께 우리 재능을 보여 드릴 기회도 없었잖아요 586 00:35:41,347 --> 00:35:43,641 이왕 이렇게 된 거 재밌는 소문 아는 사람 없나요? 587 00:35:46,978 --> 00:35:49,105 지금 당장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588 00:36:01,576 --> 00:36:02,910 안녕하세요, 레밍턴 경 589 00:36:02,910 --> 00:36:06,205 페더링턴 양 참으로 아름다운 저녁이 아니오? 590 00:36:06,831 --> 00:36:07,832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591 00:36:08,416 --> 00:36:10,710 왕비님께서 올해의 다이아몬드를 여태껏 택하지 않으시는 바람에 592 00:36:10,710 --> 00:36:14,672 페넬로페 양과 같은 젊은 처자들이 다소 김이 샜다는 얘기를 들었소만 593 00:36:14,672 --> 00:36:16,924 전 원래 떠도는 소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라서요 594 00:36:16,924 --> 00:36:19,260 정말이지 그대가 나보다는 심지가 훨씬 굳은 사람이구려 595 00:36:19,260 --> 00:36:21,137 난 외려 소문이라면 귀가 솔깃하다오 596 00:36:21,637 --> 00:36:24,640 호들갑이 지나치다 싶기도 하지만 휘슬다운 소식지가 나오는 날이면 597 00:36:24,640 --> 00:36:27,810 문가에 앉아 이제나저제나 하다가 소식지가 도착하는 즉시 읽는다오 598 00:36:27,810 --> 00:36:31,314 정말로 그러세요? 실은 저 역시도 휘슬다운 소식지를 즐겨 읽거든요 599 00:36:31,314 --> 00:36:33,983 레이디 카터의 가정부에 대한 글 그대도 읽어 보았소? 600 00:36:33,983 --> 00:36:36,277 글쎄, 레이디 호턴이 그 가정부를 가로채는 바람에 601 00:36:36,277 --> 00:36:38,821 레이디 카터가 오늘 밤 무도회의 초청객 명단에서 빠지게 됐단 거요 602 00:36:44,285 --> 00:36:46,245 - 반가웠습니다, 레밍턴 경 - 경, 가시죠 603 00:36:53,127 --> 00:36:53,961 콜린 604 00:36:54,545 --> 00:36:56,505 레밍턴 경이 내일 날 만나러 우리 집으로 방문하겠대요 605 00:36:56,505 --> 00:36:57,840 그거 정말 잘됐다 606 00:36:57,840 --> 00:36:59,550 레밍턴 경이 마음에 들어? 607 00:37:01,135 --> 00:37:03,930 경과 대화하는 게 즐거웠어요 아주 많이요 608 00:37:05,097 --> 00:37:06,557 분명 레밍턴 경도 그랬을 거야 609 00:37:07,934 --> 00:37:10,895 페더링턴 양이 저분 도움을 받다니 참으로 꼴사나운 일이 아닙니까? 610 00:37:10,895 --> 00:37:12,939 그저 한심하다고 할 수밖에요 611 00:37:12,939 --> 00:37:16,317 그 마음 씀씀이야 자상하지만서도 도가 지나친 게 아닐까 싶습니다 612 00:37:16,859 --> 00:37:18,152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지... 613 00:37:19,779 --> 00:37:20,780 사교계에서 끝났다고 봐야죠 614 00:37:20,780 --> 00:37:22,782 끼어들어 미안하오만 무슨 이야기를 속삭이는 거요? 615 00:37:23,366 --> 00:37:24,951 브리저튼 씨 우리로서는 이해 못 할 일입니다 616 00:37:24,951 --> 00:37:27,745 어째서 브리저튼 씨처럼 뭐 하나 부족할 게 없는 신랑감이 617 00:37:27,745 --> 00:37:30,289 저런 노처녀가 남편 찾는 걸 나서서 도와주는지 말입니다 618 00:37:30,289 --> 00:37:33,626 그것도 하필이면 성공할 가망이 지극히 희박한 처자를 택해서요 619 00:37:35,878 --> 00:37:37,421 처지가 딱해서 봐줄 수가 없네요 620 00:37:43,344 --> 00:37:44,345 펜, 잠깐만 있어 봐! 621 00:37:47,473 --> 00:37:50,434 레이디 휘슬다운이 오늘 일을 뭐라고 쓸지 궁금해 죽겠네요 622 00:37:50,434 --> 00:37:53,145 다음 소식지의 가장 중요한 기삿거리가 될 게 확실하네요 623 00:37:58,776 --> 00:37:59,652 엘로이즈! 624 00:37:59,652 --> 00:38:01,279 내가 페넬로페를 돕는다는 거 누구한테 얘기한 거야? 625 00:38:01,279 --> 00:38:03,447 그게 말이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... 626 00:38:03,447 --> 00:38:04,490 그러니까 말했다는 거네? 627 00:38:04,991 --> 00:38:07,660 - 실은 크레시다한테 털어놨어 - 걔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? 628 00:38:07,660 --> 00:38:09,954 네가 왜 페넬로페랑 소원해지고 크레시다 같은 애랑 친구가 됐는지 629 00:38:09,954 --> 00:38:11,455 난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 630 00:38:11,455 --> 00:38:14,625 페넬로페가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저렇게까지 수모를 당해야 하는데? 631 00:38:53,539 --> 00:38:55,207 보기 드물게 훌륭한 솜씨로구나 632 00:38:55,207 --> 00:38:58,294 폐하, 용서하십시오, 잠시 쉬려고 무도회장에서 나와 있었사옵니다 633 00:38:58,294 --> 00:39:00,338 연주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겠지 634 00:39:00,338 --> 00:39:02,631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연주한 게 아니라 635 00:39:03,341 --> 00:39:04,842 자신의 기쁨을 위해서 한 거야 636 00:39:06,427 --> 00:39:07,261 브라바! 637 00:39:11,223 --> 00:39:13,768 '반짝이는구나' 누군가는 이리 표현할 것이야 638 00:39:34,330 --> 00:39:36,123 우리 마님 639 00:39:36,665 --> 00:39:38,834 윌, 이 방에는 뭐 하러 왔어요? 640 00:39:38,834 --> 00:39:41,170 당신은 당신 침실에서 자야 하지 않나요? 641 00:39:41,170 --> 00:39:42,797 자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구려 642 00:39:43,798 --> 00:39:45,091 적어도 아직은 말이오 643 00:39:45,091 --> 00:39:47,218 만일 자고 싶다고 해도 이 방에서 잘 것이오 644 00:39:47,843 --> 00:39:50,096 아름다운 내 아내 곁에서 함께 645 00:39:50,096 --> 00:39:52,306 썰렁하고 쓸쓸한 침실에서 나 홀로 잠들기는 싫소 646 00:39:52,306 --> 00:39:54,934 미시즈 카나가 하는 말 들었잖아요 이 저택에선 그래야 한대요 647 00:39:54,934 --> 00:39:56,769 - 한 침실에서 잘 수는 없... - 잘 수 있소 648 00:39:56,769 --> 00:40:00,523 뭐든 우리 내키는 대로 하면 되오 이제는 이것이 우리의 삶이니까 649 00:40:00,523 --> 00:40:03,192 우리는 결혼한 귀족 부부란 말이오 650 00:40:03,192 --> 00:40:04,777 우리 아들이 귀족인 거죠 651 00:40:04,777 --> 00:40:06,654 우리 가족 전체가 귀족이 된 거요 652 00:40:09,573 --> 00:40:10,533 난 지금... 653 00:40:12,076 --> 00:40:13,911 어쩐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에요 654 00:40:13,911 --> 00:40:15,496 내가 행여 무슨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655 00:40:15,496 --> 00:40:17,456 이 모든 것들을 다 빼앗길까 봐요 656 00:40:17,456 --> 00:40:19,208 우리에게 유리한 것들을 이용하며 살아오긴 했지만 657 00:40:19,208 --> 00:40:21,669 여태껏 손에 넣은 것들은 전부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거잖아요 658 00:40:21,669 --> 00:40:22,753 그런데... 659 00:40:23,546 --> 00:40:25,214 자꾸만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요 660 00:40:26,382 --> 00:40:28,676 - 이걸 위해선 어떤 노력을 했죠? - 아무것도 안 했소 661 00:40:28,676 --> 00:40:32,346 세상 다른 모든 자작과 백작, 남작들과 다를 바 없이 662 00:40:32,346 --> 00:40:35,057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공으로 얻은 것이오 663 00:40:35,057 --> 00:40:38,561 어쨌거나 우리 것이 되었으니 마음껏 누려 봅시다 664 00:40:38,561 --> 00:40:42,231 더는 누구의 눈치도 살필 것 없이 더는 각자의 침실에서 잘 것 없이 665 00:40:42,231 --> 00:40:44,525 더는 레이디 켄트가 입던 고리짝 옷들도 없이요 666 00:40:44,525 --> 00:40:46,569 레이디 켄트가 입던 옷들은 벗어 버리시오 667 00:40:47,278 --> 00:40:48,195 알았어요 668 00:40:48,195 --> 00:40:50,364 지금 걸친 옷도 벗어 버리고 669 00:40:54,785 --> 00:40:55,744 하지만... 670 00:40:57,037 --> 00:40:58,706 패물들은 다 가지고 있을 거예요 671 00:40:58,706 --> 00:40:59,999 그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지 672 00:41:20,603 --> 00:41:22,730 달빛을 받고 있다 보면 673 00:41:22,730 --> 00:41:26,567 사람들은 밤엔 마음을 놔도 된다고 착각하기가 십상입니다 674 00:41:29,487 --> 00:41:33,240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페더링턴가의 자매 두 사람 모두 675 00:41:33,240 --> 00:41:37,077 지난밤 일찌감치 남들 눈을 피해 남편들과 자리를 떴을 테죠 676 00:41:38,787 --> 00:41:40,789 그러나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니 677 00:41:40,789 --> 00:41:42,791 밤이 어두운 장막을 드리운 다음에도 678 00:41:42,791 --> 00:41:46,420 내내 우리 모두를 주시하고 있는 눈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679 00:41:46,420 --> 00:41:48,005 좋은 저녁입니다, 레이디 댄버리 680 00:41:48,005 --> 00:41:49,089 마님께 온 서신이 있습니다 681 00:41:52,593 --> 00:41:53,511 고맙네 682 00:41:57,640 --> 00:41:59,433 쉬고 계시는 중에 송구스럽습니다 683 00:42:01,101 --> 00:42:02,937 가서 미시즈 월시에게 일러 주게나 684 00:42:02,937 --> 00:42:05,189 곧 손님이 한 명 도착할 거라고 말일세 685 00:42:11,695 --> 00:42:14,114 우리도 알다시피 어느 젊은 여인 하나는 686 00:42:14,114 --> 00:42:16,242 자신의 계획이 언제까지나 어둠 속에 가려진 채로 687 00:42:16,242 --> 00:42:18,953 세상에 알려지지 않기를 간절하게 바랐을 겁니다 688 00:42:18,953 --> 00:42:21,539 페넬로페 페더링턴은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689 00:42:21,539 --> 00:42:23,958 남편감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 나머지 690 00:42:23,958 --> 00:42:27,586 콜린 브리저튼 씨에게 도움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691 00:42:28,963 --> 00:42:31,298 페더링턴 양이 남편감을 찾을 가망이 692 00:42:31,298 --> 00:42:34,260 극히 희박하다는 건 우리도 이미 알고 있었으나 693 00:42:34,885 --> 00:42:36,887 최근에 불거진 이 불미스러운 일로 말미암아 694 00:42:36,887 --> 00:42:40,683 그나마 있던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져 버리게 생겼군요 695 00:42:42,017 --> 00:42:43,978 엘로이즈, 여기 있었구나 696 00:42:46,063 --> 00:42:47,648 설마 이렇게 되길 바란 거였니? 697 00:42:49,191 --> 00:42:50,609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698 00:42:50,609 --> 00:42:52,861 어떤 사람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을 퍼트리면 699 00:42:52,861 --> 00:42:55,322 휘슬다운 소식지에 실린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700 00:42:55,322 --> 00:42:56,865 설마 소식지에 실리라고 소문낸 거야? 701 00:42:56,865 --> 00:42:59,785 그래서 내가 너한테 은밀하게 한 이야기를 다 떠들고 다닌 거였어? 702 00:42:59,785 --> 00:43:02,079 아니면 남들한테 못된 짓 안 하면 좀이 쑤셔서? 703 00:43:03,330 --> 00:43:05,207 난 네가 한 얘기 떠들고 다닌 적 없어 704 00:43:05,791 --> 00:43:09,378 근데 리빙스턴 양이 근처에서 듣고 여기저기 말 옮기는 걸 보긴 했지 705 00:43:09,378 --> 00:43:12,423 애초에 네가 페넬로페 얘기할 때 부주의했던 게 문제야 706 00:43:13,340 --> 00:43:15,759 네가 예전 친구와의 의리를 지킬 마음이 더 확고했더라면 707 00:43:15,759 --> 00:43:17,636 처음부터 그 얘기를 입에 담을 생각도 안 했겠지 708 00:43:19,972 --> 00:43:22,391 내가 못된 짓 하는 버릇 걱정해 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709 00:43:22,891 --> 00:43:25,227 거울에다 네 모습부터 비춰 보는 게 어때? 710 00:43:26,270 --> 00:43:27,646 날 뜯어보기 전에 말이야 711 00:43:39,742 --> 00:43:40,868 이 소식지 봤니? 712 00:43:42,703 --> 00:43:44,079 여기 쓰인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 다오 713 00:43:44,079 --> 00:43:45,331 그런 말은 못 해요 714 00:43:45,331 --> 00:43:47,249 이를 어쩐다니, 페넬로페 715 00:43:48,250 --> 00:43:50,252 사람이 어찌 그리 앞뒤 분간을 못 해? 716 00:43:50,252 --> 00:43:53,714 우리 집안이 그동안 사람들 눈총에 얼마나 많이 시달려 왔는데 717 00:43:53,714 --> 00:43:55,341 또 이따위 소동을 벌여? 718 00:43:56,967 --> 00:43:58,177 제가 어리석게도 도와달라고... 719 00:43:58,177 --> 00:44:01,430 아니, 진짜로 어리석은 건 이거야 상황 판단도 제대로 못 하고서 720 00:44:01,430 --> 00:44:03,849 네 처지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을 넘본 거 721 00:44:03,849 --> 00:44:07,811 네가 그런 드레스들을 사들이길래 기분 전환이나 하려나 보다 싶었지 722 00:44:07,811 --> 00:44:09,938 사교 철에 나오는 게 벌써 세 번째인데 723 00:44:09,938 --> 00:44:13,192 아직도 남편을 구할 수 있으리라 믿고 그러는 줄은 상상도 못 했다 724 00:44:25,245 --> 00:44:27,831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삶이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725 00:44:27,831 --> 00:44:31,919 알고 보면 남자는 도움이 되기보단 사고 치고 다닐 때가 훨씬 많거든 726 00:44:55,442 --> 00:44:57,611 이 필자는 놀라지 않을 겁니다 727 00:44:57,611 --> 00:45:02,074 페더링턴 양이 자신에게 익숙한 그림자 속으로 되돌아가 버린 다음 728 00:45:02,074 --> 00:45:03,784 영영 그곳에 머물고 싶어 한대도요 729 00:45:08,706 --> 00:45:09,581 아가씨 730 00:45:10,791 --> 00:45:11,917 손님께서 찾아오셨어요 731 00:45:24,930 --> 00:45:26,140 여기는 무슨 일로 왔어요? 732 00:45:32,938 --> 00:45:34,314 네 시녀한테 몇 푼 주고 둘이 있게 해 달랬어 733 00:45:35,941 --> 00:45:37,317 네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어 734 00:45:38,736 --> 00:45:41,238 - 휘슬다운 소식지 읽었나 보군요 - 그런 걸 쓰다니 몰인정한 여자야 735 00:45:41,238 --> 00:45:43,449 세간의 화젯거리를 알리는 게 그 여자가 하는 일이니까요 736 00:45:43,449 --> 00:45:45,451 그 얘기를 안 짚고 넘어가면 다들 이상하게 여겼을걸요 737 00:45:46,660 --> 00:45:48,370 사실 따지고 보면 다 내가 자초한 일이죠 738 00:45:49,496 --> 00:45:53,000 한심하고 어리석다 못해서 사랑을 찾을지 모른다고 믿었으니 739 00:45:53,000 --> 00:45:54,334 그런 말 하지 마 740 00:45:55,419 --> 00:45:58,756 어쩌면 그림자 속으로 돌아가는 게 차라리 최선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741 00:45:58,756 --> 00:46:00,716 사람의 마음이란 게 아주 가느다란 빛줄기만 비쳐도 742 00:46:00,716 --> 00:46:03,761 그에 의지해 위태롭기 짝이 없는 감정이 싹을 틔우는 법이니까요 743 00:46:03,761 --> 00:46:04,678 희망 말입니다 744 00:46:05,429 --> 00:46:07,306 그리고 그 희망이 꺾여 버린 여자는 745 00:46:07,306 --> 00:46:10,350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습니다 746 00:46:12,019 --> 00:46:12,853 콜린 747 00:46:14,938 --> 00:46:16,148 당신한테 부탁 한 가지 해도 될까요? 748 00:46:17,357 --> 00:46:18,192 물론이지 749 00:46:20,903 --> 00:46:21,737 나한테... 750 00:46:24,615 --> 00:46:25,699 키스해 줄 수 있어요? 751 00:46:29,119 --> 00:46:31,079 - 페넬로페, 그건... - 아무 의미 없는 키스일 테고 752 00:46:31,079 --> 00:46:33,832 키스했다고 해서 절대 당신에게 다른 걸 바라지도 않을 거예요 753 00:46:33,832 --> 00:46:35,626 이제 혼인하긴 글렀는데 여태 키스 한 번 못 받아 봤어요 754 00:46:35,626 --> 00:46:37,461 어쩌면 영영 못 받을지도 모르죠 755 00:46:37,461 --> 00:46:39,129 난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... 756 00:46:39,129 --> 00:46:42,424 - 내일 죽다니 그럴 일은 없어 - 행여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757 00:46:42,424 --> 00:46:43,467 죽은 사람이 어떻게 억울해 758 00:46:43,467 --> 00:46:46,220 평생 키스 한 번 못 받아 본 채로 죽고 싶지는 않단 말이에요 759 00:46:49,640 --> 00:46:50,474 제발 부탁할게요 760 00:46:53,894 --> 00:46:54,895 콜린 761 00:47:49,908 --> 00:47:50,909 정말 고마워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