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06,520 --> 00:00:09,080 허리케인 샐리는 최근 대서양을 강타한 폭풍 중 2 00:00:09,160 --> 00:00:10,920 가장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3 00:00:11,400 --> 00:00:14,120 허리케인 폴레트가 버뮤다에 상륙했고 4 00:00:14,240 --> 00:00:17,400 러네이, 테디, 비키가 공해상을 돌고 있습니다 5 00:00:20,160 --> 00:00:25,680 원시적이고 파괴적이며 해마다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6 00:00:29,240 --> 00:00:33,280 허리케인은 자연의 엄청난 힘을 보여줘요 7 00:00:33,440 --> 00:00:35,160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 되죠 8 00:00:36,600 --> 00:00:39,040 샐리는 오늘 오전 시속 150km 강풍을 동반하며 9 00:00:39,120 --> 00:00:41,040 허리케인으로 발달했습니다 10 00:00:42,880 --> 00:00:48,280 플로리다 해안에 쌓인 돌 더미와 선박 종은 11 00:00:49,160 --> 00:00:52,120 엄청난 폭풍들이 미국의 과거에 끼친 영향에 대해 12 00:00:52,200 --> 00:00:54,160 무엇을 보여줄까요? 13 00:00:56,080 --> 00:00:57,240 허리케인에 당한 겁니다 14 00:00:57,360 --> 00:00:59,640 허리케인은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재해 중 15 00:00:59,800 --> 00:01:01,280 가장 파괴적입니다 16 00:01:02,160 --> 00:01:03,800 그 허리케인이 없었다면 17 00:01:05,360 --> 00:01:07,280 미국은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일 겁니다 18 00:01:08,520 --> 00:01:11,320 바닷속에 가라앉은 지하철 차량이 19 00:01:11,640 --> 00:01:15,120 앞으로 허리케인에 맞서는 데 어떤 실마리를 줄까요? 20 00:01:16,120 --> 00:01:18,240 해저에서는 엄청난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21 00:01:19,440 --> 00:01:22,320 지하철 차량이 방향이 바뀌거나 22 00:01:22,520 --> 00:01:24,960 이동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도 있었고요 23 00:01:26,080 --> 00:01:28,600 바다가 삼킨 비밀들 24 00:01:28,680 --> 00:01:32,520 "허리케인 종말" 25 00:01:39,360 --> 00:01:41,520 "플로리다주 펜서콜라" 26 00:01:41,600 --> 00:01:44,560 허리케인을 겪으면 정말 비참한 감정이 들어요 27 00:01:45,320 --> 00:01:48,480 하지만 멕시코만 연안에 살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죠 28 00:01:54,560 --> 00:01:59,720 매년 허리케인은 미국의 동부와 남부 해안을 강타합니다 29 00:02:00,280 --> 00:02:02,720 수백 년 전부터 골칫거리였죠 30 00:02:03,360 --> 00:02:09,000 모든 것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역사를 바꾸기도 합니다 31 00:02:09,200 --> 00:02:10,480 "펜서콜라" 32 00:02:11,760 --> 00:02:13,880 "델라 스콧 아이어턴 박사 고고학자" 33 00:02:13,960 --> 00:02:15,840 "웨스트 플로리다 대학교" 34 00:02:16,000 --> 00:02:18,360 이 지역의 만에는 난파선이 많습니다 35 00:02:18,440 --> 00:02:21,240 그중 가장 오래된 걸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죠 36 00:02:24,480 --> 00:02:29,320 '펜서콜라 난파선 조사'는 로저 스미스 박사가 기획한 거예요 37 00:02:29,960 --> 00:02:33,920 로저는 플로리다의 전설적인 해양 고고학자였죠 38 00:02:34,720 --> 00:02:37,080 그분은 펜서콜라만에서 캐낼 게 많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39 00:02:37,800 --> 00:02:39,720 16세기 초에 40 00:02:39,920 --> 00:02:44,280 스페인 탐험가들이 이 지역에서 만과 항구를 찾아 41 00:02:44,400 --> 00:02:45,920 돌아다녔거든요 42 00:02:46,520 --> 00:02:49,200 저와 짐 스파이렉 척 휴슨에게는 언제나 43 00:02:49,440 --> 00:02:52,440 초기 스페인 탐험가들이 남긴 증거들을 찾고자 하는 44 00:02:52,520 --> 00:02:54,400 바람이 있었죠 45 00:02:57,840 --> 00:03:01,040 어부나 새우잡이의 제보를 듣고 잠수해서 들어가 봤더니 46 00:03:01,160 --> 00:03:03,320 쓰레기인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47 00:03:04,760 --> 00:03:08,880 자동차 몸체나 타이어도 있었고 피자 오븐을 발견한 적도 있었죠 48 00:03:10,200 --> 00:03:12,480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어요 49 00:03:12,600 --> 00:03:16,520 다음번엔 반드시 뭔가 대단한 게 나타날 거라 믿으면서 50 00:03:16,600 --> 00:03:17,600 계속 조사를 했죠 51 00:03:19,200 --> 00:03:21,920 역사적, 고고학적으로 그토록 중요한 걸 찾게 될 줄은 52 00:03:22,000 --> 00:03:24,720 꿈에도 몰랐어요 53 00:03:29,600 --> 00:03:32,440 1992년 가을에 어디로 조사를 하러 가서 54 00:03:32,600 --> 00:03:35,200 목표 지점을 정했어요 55 00:03:35,480 --> 00:03:40,240 첫 번째 잠수에서는 새우잡이 배 장비를 발견했고 56 00:03:41,760 --> 00:03:44,960 두 번째 잠수에선 자동차를 찾았죠 폭스바겐 비틀이었을 거예요 57 00:03:45,520 --> 00:03:48,240 세 번째 잠수는 저와 척의 차례여서 58 00:03:48,360 --> 00:03:50,360 장비를 갖추고 물에 들어갔죠 59 00:03:50,480 --> 00:03:52,080 짐은 만약을 위해 배 위에서 대기 중이었고요 60 00:03:54,200 --> 00:03:57,400 바닷속이 너무 어두워서 시야가 4m도 채 안 됐어요 61 00:04:00,040 --> 00:04:03,400 저는 무릎을 꿇고 부표 줄 끝에서 닻을 잡고 있었죠 62 00:04:06,640 --> 00:04:11,080 척이 한 바퀴 돌더니 별것 없어서 몇 미터 더 갔어요 63 00:04:12,440 --> 00:04:14,600 그때는 제 시야를 벗어난 상태였어요 64 00:04:15,520 --> 00:04:17,920 몇 분 뒤에 척이 다시 오더니 65 00:04:18,160 --> 00:04:20,560 절 보면서 이러는 거예요 66 00:04:21,160 --> 00:04:23,960 눈이 휘둥그레졌길래 뭔가 찾았나 보다 했죠 67 00:04:24,400 --> 00:04:29,200 척을 따라갔더니 거대한 돌 더미가 있더군요 68 00:04:31,960 --> 00:04:35,520 여기 펜서콜라에서는 그런 자연 발생 돌이 없거든요 69 00:04:40,640 --> 00:04:43,560 제일 위의 층은 굴 껍데기였어요 70 00:04:44,200 --> 00:04:47,520 오랜 시간 동안 굴이 이 돌 더미에서 살다가 71 00:04:47,600 --> 00:04:49,960 죽었던 거죠 72 00:04:51,560 --> 00:04:54,640 척이 그 윗부분을 움직여 보니 73 00:04:55,120 --> 00:04:57,280 돌 더미가 꽤 깊은 거예요 74 00:04:57,480 --> 00:05:02,360 다양한 크기의 둥그런 강자갈이 쌓여 있었죠 75 00:05:04,840 --> 00:05:06,160 우리는 흥분했어요 76 00:05:06,360 --> 00:05:08,480 이런 돌은 옛날에 배가 바다를 항해할 때 77 00:05:08,640 --> 00:05:12,200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사용됐거든요 78 00:05:14,320 --> 00:05:17,960 돌 더미의 아랫부분까지 내려가 보니 79 00:05:18,320 --> 00:05:21,560 밑에 근사한 목재 구조물이 있었어요 80 00:05:22,160 --> 00:05:24,840 그제서야 확신했죠 난파선을 발견한 거예요 81 00:05:27,520 --> 00:05:29,240 로저한테 전화해서 82 00:05:29,480 --> 00:05:31,560 당장 와서 보라고 했죠 83 00:05:32,880 --> 00:05:35,200 어느 시대의 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84 00:05:35,320 --> 00:05:38,600 역사적으로 중요한 난파선인 건 분명했어요 85 00:05:38,840 --> 00:05:42,520 그래서 펜서콜라만 전체가 아니라 86 00:05:42,680 --> 00:05:45,680 유서 깊고 의미 있어 보이는 이 특정 지점에 집중하기로 했죠 87 00:05:49,840 --> 00:05:52,400 펜서콜라 현지 업체에서 88 00:05:52,600 --> 00:05:56,800 작은 나무 바지선을 기증해 줘서 그 지점에 정박해 놓고 89 00:05:56,880 --> 00:06:00,240 발굴 작업에 사용하기로 했어요 90 00:06:00,720 --> 00:06:04,160 그런데 물이 새고 심지어 가라앉기도 하는 거예요 91 00:06:04,840 --> 00:06:08,240 그래서 작업을 진척시키려면 바지선을 움직여야 했죠 92 00:06:13,480 --> 00:06:15,320 짐, 오늘은 무슨 작업을 하나요? 93 00:06:23,840 --> 00:06:25,560 우리가 발견한 목재 구조물은 94 00:06:25,800 --> 00:06:30,160 따로 떨어진 나뭇조각이 아니었어요 95 00:06:30,280 --> 00:06:33,880 주요 내부 구조의 틀이었죠 96 00:06:35,160 --> 00:06:38,280 그 시점엔 얼마나 오래된 건지는 몰랐어요 97 00:06:38,480 --> 00:06:41,080 그래서 조금 더 옆으로 가보기로 했죠 98 00:06:41,160 --> 00:06:44,120 그랬더니 돛대 아랫부분이 99 00:06:44,360 --> 00:06:48,480 선체에 단단하게 고정돼 있더군요 100 00:06:50,920 --> 00:06:53,760 이 목재 구조물을 발견한 것만도 대단한데 101 00:06:54,760 --> 00:06:58,760 돛대 밑판이 전형적인 16세기 식인 거예요 102 00:07:01,200 --> 00:07:06,480 16세기는 유럽이 본격적으로 북미를 탐험한 시기입니다 103 00:07:06,960 --> 00:07:08,080 순례자들이 도착하기 전이었고 104 00:07:08,160 --> 00:07:10,200 영국인들이 제임스타운에 정착하기도 전이었죠 105 00:07:11,880 --> 00:07:16,680 이 배는 그 시대의 것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온 걸까요? 106 00:07:17,120 --> 00:07:18,800 그리고 누가 타고 있었을까요? 107 00:07:19,200 --> 00:07:21,320 우리는 준설기를 썼는데 108 00:07:21,400 --> 00:07:23,920 심해의 진공청소기 같은 거예요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109 00:07:24,080 --> 00:07:27,240 조심스럽게 유물들을 파냈죠 110 00:07:28,840 --> 00:07:32,160 놀라울 정도로 보존이 잘된 유물들이 발견됐어요 111 00:07:34,760 --> 00:07:40,440 노끈, 밧줄 심지어 가죽 구두 밑창도요 112 00:07:45,480 --> 00:07:48,800 플로리다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113 00:07:49,280 --> 00:07:54,160 그 배에서 발견된 유물들을 관리해 달라는 제안이었죠 114 00:07:54,440 --> 00:07:55,800 "존 브래튼 박사 수석 보존 관리자" 115 00:07:55,880 --> 00:07:56,720 "웨스트 플로리다 대학교" 116 00:07:56,840 --> 00:07:58,480 이 선박의 근원을 알아내기 위해 117 00:07:58,600 --> 00:08:01,400 최대한 많은 단서를 모았어요 118 00:08:03,480 --> 00:08:08,120 매일 새로운 유물이 발견됐는데 상태가 놀라웠어요 119 00:08:09,240 --> 00:08:12,320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자기를 발견했는데 120 00:08:12,400 --> 00:08:16,760 흔히 올리브 병이라고 부르는 거친 토기였죠 121 00:08:18,080 --> 00:08:20,520 그 올리브 병들 때문에 이게 스페인 난파선이라는 122 00:08:20,680 --> 00:08:23,720 확실한 첫 번째 단서를 얻을 수 있었어요 123 00:08:24,600 --> 00:08:28,920 스페인 사람들은 올리브를 이런 큰 병에 담아서 운반했거든요 124 00:08:33,320 --> 00:08:36,040 스페인 사람들은 1565년에 플로리다주 세인트오거스틴에서 125 00:08:36,280 --> 00:08:39,800 처음으로 영구 정착지를 개척합니다 126 00:08:40,680 --> 00:08:43,000 그런데 이 배의 유물들은 그 이전 시점인 127 00:08:43,080 --> 00:08:44,440 1550년대로 추정됐습니다 128 00:08:44,640 --> 00:08:46,720 "가죽 구두 밑창, 돌 포탄 선체 잠금장치, 선체 납 도금" 129 00:08:46,880 --> 00:08:48,120 "납과 철로 만든 포탄 철 방탄복" 130 00:08:48,200 --> 00:08:50,200 이것은 미국 본토에 상륙한 131 00:08:50,480 --> 00:08:53,640 최초의 유럽 정착민들의 유물들일까요? 132 00:08:57,640 --> 00:09:00,480 발굴을 하다 보니 배의 한쪽 면의 133 00:09:00,720 --> 00:09:02,320 선체 구조물이 빠져 있었어요 134 00:09:02,480 --> 00:09:04,000 있어야 할 부분이 없었고 135 00:09:04,160 --> 00:09:09,160 뼈대와 늑재가 부서져 있었죠 136 00:09:11,080 --> 00:09:13,920 수백 개의 작은 못을 발견했어요 137 00:09:14,080 --> 00:09:15,520 선체 외판을 138 00:09:15,600 --> 00:09:18,360 선체 틀에 고정하는 데 사용된 못이 139 00:09:18,480 --> 00:09:21,000 난파 지점에 흩어져 있었고 140 00:09:21,240 --> 00:09:24,040 거의 다 휘어져 있었죠 141 00:09:24,200 --> 00:09:26,120 부러진 것도 많았고요 142 00:09:28,240 --> 00:09:30,520 배가 강한 힘을 받아서 아래위로 요동치다가 143 00:09:30,720 --> 00:09:33,520 결국 갈라져서 부서져 버린 게 분명했어요 144 00:09:39,160 --> 00:09:43,840 이 배를 난파시킨 건 극심한 재해예요 145 00:09:44,680 --> 00:09:46,600 허리케인처럼요 146 00:09:50,040 --> 00:09:54,920 155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하러 온 원정대 중에 147 00:09:55,200 --> 00:09:56,760 멕시코만 연안에서 난파한 건 딱 하나였어요 148 00:09:57,160 --> 00:10:01,960 그래서 모든 단서를 조합해 보니 결론은 하나였죠 149 00:10:02,280 --> 00:10:03,560 아무래도 루나인 것 같았어요 150 00:10:05,480 --> 00:10:08,920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스페인 탐험가 151 00:10:09,200 --> 00:10:13,320 돈 트리스탄 데 루나 아레야노는 1559년 멕시코만 연안에 152 00:10:13,440 --> 00:10:16,840 정착지를 건립했습니다 153 00:10:17,880 --> 00:10:19,880 그런데 고작 2년 후 154 00:10:21,480 --> 00:10:23,600 이 정착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155 00:10:26,680 --> 00:10:31,160 신세계에 온 스페인 정착민들의 기록은 156 00:10:31,520 --> 00:10:34,240 매우 방대하고 대체로 잘 보존돼 있어요 157 00:10:37,080 --> 00:10:38,280 전 어릴 때부터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고 158 00:10:38,360 --> 00:10:39,840 "존 워스 박사, 고고학자 웨스트 플로리다 대학교" 159 00:10:40,000 --> 00:10:41,400 탐험과 발견에 흥분하곤 했어요 160 00:10:41,640 --> 00:10:47,200 그런데 상세한 자료들을 보니까 더욱더 마음에 와닿았죠 161 00:10:50,080 --> 00:10:52,440 루나 원정대는 플로리다에 정착하러 온 162 00:10:52,680 --> 00:10:54,560 스페인 원정대 중에 가장 많은 돈을 들였고 163 00:10:55,200 --> 00:10:58,320 가장 야심적이었어요 164 00:11:00,400 --> 00:11:03,120 펜서콜라에서 루나가 정착한 지역을 찾기 위해 165 00:11:03,240 --> 00:11:05,800 수년간 탐색이 이루어졌죠 166 00:11:06,120 --> 00:11:09,160 우리끼리 농담을 자주 했어요 '루나가 여기 왔었다'라고 새겨진 167 00:11:09,480 --> 00:11:11,760 나무판자라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요 168 00:11:13,080 --> 00:11:16,080 루나는 1559년에 선단을 이끌고 도착했는데 169 00:11:16,160 --> 00:11:18,840 1,500명이 타고 있었어요 170 00:11:19,200 --> 00:11:22,320 군인 500명과 정착민 1,000명이었죠 171 00:11:23,360 --> 00:11:25,400 허리케인이 오고 있다는 걸 루나는 꿈에도 몰랐겠죠 172 00:11:28,400 --> 00:11:32,600 난파된 모습을 보면 해안으로 끌려갔다는 증거예요 173 00:11:32,880 --> 00:11:35,680 트리스탄 데 루나가 174 00:11:35,920 --> 00:11:38,760 스페인 국왕에게 쓴 서한 내용과도 175 00:11:38,840 --> 00:11:39,840 정확히 일치하죠 176 00:11:40,960 --> 00:11:45,520 서한에는 5주쯤 됐을 때 폭풍이 몰아쳤다고 쓰여 있어요 177 00:11:45,640 --> 00:11:46,800 "폭풍" 178 00:11:46,960 --> 00:11:48,320 "9월 19일 밤" 179 00:11:48,480 --> 00:11:51,400 그날 밤 허리케인이 왔고 24시간 동안 180 00:11:51,640 --> 00:11:53,240 사방에서 강풍이 불어왔어요 181 00:11:56,480 --> 00:11:59,720 서한 내용에 따르면 닻이 배에서 떨어져 나갔고 182 00:11:59,960 --> 00:12:01,320 "선원 다수 사망" 183 00:12:01,480 --> 00:12:05,400 해안으로 밀려가서 갈라지고 부서졌다고 쓰여 있어요 184 00:12:05,600 --> 00:12:07,280 "선박 피해 복구 불가" 185 00:12:08,360 --> 00:12:10,920 그런데 이게 루나 원정대의 배가 맞다면 186 00:12:11,120 --> 00:12:12,320 또 다른 의문이 생겨요 187 00:12:13,680 --> 00:12:16,160 그 허리케인으로 루나는 7척의 배를 잃었거든요 188 00:12:18,760 --> 00:12:20,200 나머지는 어디에 있을까요? 189 00:12:25,440 --> 00:12:27,080 "해양 지원 센터" 190 00:12:27,200 --> 00:12:30,440 플로리다주 정부에서 거액의 지원금을 받아서 191 00:12:31,040 --> 00:12:34,800 루나의 선단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 192 00:12:34,920 --> 00:12:37,120 나머지 배들을 찾는 조사를 계속하게 됐어요 193 00:12:38,760 --> 00:12:43,320 그래서 최첨단 자기계를 구입했죠 194 00:12:44,200 --> 00:12:45,280 전 허리케인 아이번 직후에 합류했어요 195 00:12:45,400 --> 00:12:46,960 "그레고리 쿡 박사, 고고학자 웨스트 플로리다 대학교" 196 00:12:47,040 --> 00:12:48,720 웨스트 플로리다 대학교에 온 후 처음 맞은 허리케인이었죠 197 00:12:49,120 --> 00:12:51,600 그전에는 원격 탐사 조사를 했어요 198 00:12:51,760 --> 00:12:54,640 제가 이 팀에서 맡은 전문 분야죠 199 00:12:56,560 --> 00:13:02,160 자기계는 쇠처럼 철을 함유한 금속을 탐지할 수 있어요 200 00:13:02,280 --> 00:13:03,840 그렇게 난파선을 찾아내는 거죠 201 00:13:05,880 --> 00:13:09,040 처음 발견한 배가 이 지점에 있었으니까 202 00:13:09,120 --> 00:13:13,760 새로운 자기계로 그 배 주변을 탐색하는 게 합리적이었죠 203 00:13:15,880 --> 00:13:16,960 우리가 운이 좋았어요 204 00:13:18,000 --> 00:13:19,800 자기계를 사용하면 실제로 물속에 잠수부들이 205 00:13:19,920 --> 00:13:22,280 들어가 봐야 정확히 뭔지 알 수 있어요 206 00:13:22,560 --> 00:13:24,760 원격 탐지로 뭐가 발견되면 207 00:13:25,040 --> 00:13:27,360 물속에 들어가서 직접 봐야 뭔지 알 수 있는 거죠 208 00:13:27,440 --> 00:13:30,200 올리브 병의 파편과 209 00:13:30,320 --> 00:13:32,240 선체의 납 도금을 발견했을 때 210 00:13:32,520 --> 00:13:34,520 비로소 깨달음이 왔죠 211 00:13:37,400 --> 00:13:40,600 올리브 병의 잔해를 여러 개 발견해서 212 00:13:40,920 --> 00:13:43,600 이틀째에 확신이 들었죠 213 00:13:43,800 --> 00:13:46,240 이게 두 번째 루나 배라고요 214 00:13:50,600 --> 00:13:55,760 배 하나가 발견되는 건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215 00:13:55,960 --> 00:13:57,840 가까운 위치에서 두 척이 발견됐다는 건 216 00:13:58,120 --> 00:14:01,040 엄청나게 중요한 발견이었죠 217 00:14:02,520 --> 00:14:09,520 루나 선단이 여기 있다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어요 218 00:14:12,560 --> 00:14:18,000 난파선을 더 찾을 수 있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219 00:14:18,440 --> 00:14:21,960 그들의 정착지가 이 근방이었다는 뜻이기도 했죠 220 00:14:25,440 --> 00:14:27,920 10년 가까이 이 팀은 221 00:14:28,040 --> 00:14:31,120 트리스탄 데 루나의 정착지를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222 00:14:31,400 --> 00:14:33,760 하지만 결실은 없었죠 223 00:14:34,920 --> 00:14:37,200 정착지가 어디였는지 알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가 224 00:14:37,680 --> 00:14:39,840 전혀 없었어요 225 00:14:52,160 --> 00:14:55,840 2015년 가을에 졸업생 하나가 제보를 했는데 226 00:14:56,000 --> 00:14:57,760 최근에 철거한 집터에서 227 00:14:57,840 --> 00:15:01,960 스페인 유물을 발견했다면서 와서 확인해 달라고 했어요 228 00:15:02,280 --> 00:15:04,200 16세기 물건 같다면서요 229 00:15:06,920 --> 00:15:09,880 처음엔 저도 시큰둥했어요 230 00:15:10,000 --> 00:15:11,480 그런 제보는 수도 없이 들어오거든요 231 00:15:11,640 --> 00:15:15,840 그런데 한편으로는 관심이 갔어요 232 00:15:15,960 --> 00:15:18,840 루나가 정착했던 위치라고 우리가 추정한 233 00:15:19,160 --> 00:15:21,400 바로 그 동네였으니까요 234 00:15:22,800 --> 00:15:25,000 확인해 보니 난파선에서 발견한 235 00:15:25,160 --> 00:15:28,400 올리브 병과 동일한 종류더군요 236 00:15:35,160 --> 00:15:39,240 16세기 스페인 난파선을 조사하는 이 팀은 237 00:15:39,600 --> 00:15:42,240 해안에서 발견된 도자기 조각들이 238 00:15:42,360 --> 00:15:46,160 트리스탄 데 루나의 정착지를 발견하는 실마리이길 기대합니다 239 00:15:48,600 --> 00:15:50,800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 연락하고 240 00:15:51,000 --> 00:15:53,320 교수들과 교직원들을 비롯해 241 00:15:53,880 --> 00:15:55,320 가능한 인력을 총동원했어요 242 00:15:55,760 --> 00:15:59,040 5일 동안 강도 높게 현장을 조사해서 243 00:15:59,600 --> 00:16:01,720 수백 개의 올리브 병 조각을 발견했죠 244 00:16:02,600 --> 00:16:05,400 개인적으로 무척 흥분했어요 245 00:16:05,840 --> 00:16:08,520 지금의 미국에 정착하러 온 246 00:16:08,640 --> 00:16:10,640 최초의 원정대를 발견한 걸지도 모르니까요 247 00:16:13,560 --> 00:16:15,440 이곳 주민들이 248 00:16:15,520 --> 00:16:17,880 이 지역의 중요성을 알게 된 후 스스로 별칭을 지었어요 249 00:16:18,000 --> 00:16:19,640 '미국 최초의 동네'라고요 250 00:16:22,680 --> 00:16:25,360 1년 치의 전면적인 삽 테스트를 진행했고 251 00:16:25,520 --> 00:16:30,520 20만 m²가 넘는 구역에서 900개 이상의 삽 테스트를 했어요 252 00:16:30,680 --> 00:16:32,560 "펜서콜라만" 253 00:16:32,760 --> 00:16:35,840 모든 증거를 종합해 봤을 때 16세기 플로리다에서 254 00:16:35,920 --> 00:16:37,440 가장 큰 정착지였다는 게 분명해요 255 00:16:38,080 --> 00:16:42,800 수명이 아주 짧았던 도시를 파내고 있는 셈이에요 256 00:16:43,880 --> 00:16:46,000 정착지의 규모로 봤을 때 257 00:16:46,240 --> 00:16:48,640 스페인 왕실이 신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258 00:16:49,040 --> 00:16:52,480 모든 것을 이 원정대에게 지원해 줬음이 분명합니다 259 00:16:53,480 --> 00:16:58,120 하지만 거대한 규모의 허리케인은 유럽인들에겐 낯선 것이었습니다 260 00:16:59,360 --> 00:17:02,600 허리케인을 맞은 식민지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261 00:17:05,000 --> 00:17:07,280 저는 2001년부터 플로리다에 살았는데 262 00:17:07,360 --> 00:17:09,520 꽤 많은 허리케인을 겪었어요 263 00:17:09,720 --> 00:17:11,080 그러니까 충분히 이해하죠 264 00:17:11,200 --> 00:17:14,640 폭풍을 맞고 초토화됐을 거예요 265 00:17:21,200 --> 00:17:25,640 문서 기록을 보면 한창 건설을 하고 있을 때 266 00:17:25,800 --> 00:17:28,800 허리케인이 닥쳤어요 267 00:17:29,000 --> 00:17:32,920 창고에 식료품을 옮겨놓기도 전이었죠 268 00:17:34,480 --> 00:17:38,760 그러니까 허리케인은 선박뿐만 아니라 269 00:17:39,320 --> 00:17:41,440 그 안에 보관하고 있던 식료품도 휩쓸어 간 거죠 270 00:17:42,720 --> 00:17:45,920 폭풍이 완전히 지나가기까지 24시간이 걸렸어요 271 00:17:47,200 --> 00:17:50,600 루나는 선박들이 초토화된 걸 목격했겠죠 272 00:17:50,720 --> 00:17:54,200 남은 거라고는 파손된 선체와 273 00:17:54,600 --> 00:17:58,840 돛과 보급품, 통과 상자뿐이었죠 274 00:18:00,960 --> 00:18:06,400 루나 원정대는 미대륙 역사의 향방을 바꿀 수도 있었어요 275 00:18:06,760 --> 00:18:10,520 그런데 하루아침에 정착민들은 276 00:18:10,840 --> 00:18:13,200 스페인이 북미에 파견한 277 00:18:13,280 --> 00:18:16,320 가장 야심 차고 풍족한 식민지 원정대에서 278 00:18:16,720 --> 00:18:19,200 굶주린 피난민이 된 거죠 279 00:18:20,080 --> 00:18:23,160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사람들도 있었어요 280 00:18:24,200 --> 00:18:27,960 루나를 포함한 몇몇은 2년 가까이 버텼죠 281 00:18:28,560 --> 00:18:30,560 하지만 결국 정착지는 버려지고 맙니다 282 00:18:32,440 --> 00:18:34,200 그 허리케인이 없었다면 283 00:18:34,600 --> 00:18:37,200 미국은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일 겁니다 284 00:18:38,920 --> 00:18:42,400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죠 285 00:18:42,600 --> 00:18:45,320 영국 정착민들이 제임스타운에 당도한 시점보다 한 세대 전에 286 00:18:45,480 --> 00:18:48,800 스페인 정착민들이 북미 남동부에 287 00:18:49,200 --> 00:18:51,800 굳건한 발판을 쌓았을 거고 288 00:18:52,520 --> 00:18:55,920 그랬다면 북미는 스페인의 것이 됐겠죠 289 00:18:57,320 --> 00:19:01,920 그 대신 영국과 프랑스가 미대륙을 점령하게 됩니다 290 00:19:02,720 --> 00:19:05,840 세인트오거스틴과 같은 플로리다의 스페인 정착지는 291 00:19:06,080 --> 00:19:08,640 결국 영국의 지배하에 놓이게 됩니다 292 00:19:12,480 --> 00:19:17,120 세인트오거스틴은 거주지로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293 00:19:17,240 --> 00:19:18,400 미국 도시이며 294 00:19:19,840 --> 00:19:24,080 도시 건립 이후 수많은 허리케인을 겪었습니다 295 00:19:30,640 --> 00:19:32,880 세인트오거스틴에는 450년 이상 296 00:19:33,200 --> 00:19:36,600 수많은 배가 드나들었어요 297 00:19:37,360 --> 00:19:41,280 하지만 그 입구가 되는 만에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죠 298 00:19:44,800 --> 00:19:47,440 세인트오거스틴에서 수중 고고학자는 일자리가 많아요 299 00:19:47,520 --> 00:19:48,400 "척 마이드, 고고학자" 300 00:19:48,520 --> 00:19:49,800 "세인트오거스틴 등대 및 해양 박물관" 301 00:19:49,880 --> 00:19:51,960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난파선이 침몰한 곳이니까요 302 00:19:52,600 --> 00:19:56,760 많긴 많은데 찾아내는 게 어렵죠 303 00:19:59,440 --> 00:20:02,960 직접 바닷속에 들어가서 난파선을 탐색하는 팀이 있어요 304 00:20:03,440 --> 00:20:06,640 허리케인 시즌이 되면 잠수를 못 하지만요 305 00:20:08,880 --> 00:20:10,480 "샘 터너 박사 해양 고고학자" 306 00:20:10,600 --> 00:20:12,720 현장 탐사 시즌이 끝나갈 무렵이었어요 307 00:20:13,240 --> 00:20:18,000 다들 지쳐 있었죠 탐색 목표물이 적혀 있는 308 00:20:18,200 --> 00:20:23,400 책이 있었는데 그중 한 곳에 가보기로 했어요 309 00:20:23,640 --> 00:20:25,880 독특한 자기장 서명이 감지됐거든요 310 00:20:26,560 --> 00:20:32,440 세인트오거스틴의 잠수 환경은 아주 열악해요 311 00:20:32,680 --> 00:20:34,400 바닷속이 정말 캄캄하거든요 312 00:20:35,080 --> 00:20:40,200 최대한 정확한 위치를 찾은 다음에 탐사를 시작하죠 313 00:20:41,720 --> 00:20:45,000 어떤 지점을 탐사하려고 주위를 치우고 있는데 314 00:20:45,080 --> 00:20:46,960 손끝에 뭐가 잡히는 거예요 315 00:20:50,000 --> 00:20:54,040 돌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졌죠 316 00:20:54,160 --> 00:20:57,560 자연적인 돌이 아니라 결핵이라는 걸 317 00:20:57,800 --> 00:20:59,240 곧바로 알 수 있었어요 318 00:20:59,400 --> 00:21:03,560 철로 된 물체에 녹이 뒤덮인 거요 319 00:21:04,360 --> 00:21:06,200 나무판자가 손에 잡혔죠 320 00:21:06,880 --> 00:21:08,680 그쯤 되니까 제 가슴이 321 00:21:09,840 --> 00:21:10,840 이렇게 뛰더군요 322 00:21:10,960 --> 00:21:13,680 혼자 깊고 어두운 물속에서 깨달았죠 323 00:21:14,200 --> 00:21:16,400 이건 의심의 여지 없이 324 00:21:16,480 --> 00:21:18,880 난파선이라고요 325 00:21:24,080 --> 00:21:26,280 척이 배 위로 돌아와서 그러더군요 326 00:21:26,720 --> 00:21:28,160 '우리 난파선 찾았어' 327 00:21:28,480 --> 00:21:30,440 드디어 난파선을 찾았으니 이제부터 시작인 거예요 328 00:21:30,880 --> 00:21:34,040 그래서 제가 그랬죠 '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!' 329 00:21:34,280 --> 00:21:37,480 현장 탐사 시즌의 완벽한 마무리였죠 330 00:21:39,600 --> 00:21:42,880 고고학자라면 귀가 닳도록 듣는 농담이 있어요 331 00:21:43,000 --> 00:21:45,560 중요한 발견은 항상 마지막 날 한다는 거죠 332 00:21:46,120 --> 00:21:47,320 그해 여름은 그렇게 마무리됐어요 333 00:21:48,360 --> 00:21:52,080 플로리다에서 9월은 허리케인 시즌의 절정입니다 334 00:21:52,520 --> 00:21:54,480 따라서 발굴은 불가능한 시기죠 335 00:21:56,400 --> 00:22:01,200 하지만 고고학자들에게 험난한 날씨는 저주인 동시에 336 00:22:02,000 --> 00:22:03,320 축복입니다 337 00:22:04,360 --> 00:22:07,240 폭풍이 지나간 다음에 338 00:22:07,640 --> 00:22:10,000 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생겼죠 339 00:22:10,160 --> 00:22:11,960 우리는 그런 걸 모니터링 잠수라고 불러요 340 00:22:14,680 --> 00:22:16,640 화창한 아침이었어요 341 00:22:18,040 --> 00:22:20,000 저는 첫 번째 잠수 팀이었는데 342 00:22:20,680 --> 00:22:23,520 조건이 아주 좋았어요 343 00:22:24,240 --> 00:22:26,440 물이 맑았고 앞을 봤더니 344 00:22:26,720 --> 00:22:31,440 푸르고 어두웠는데 정말 아름다운 푸른색이었어요 345 00:22:32,240 --> 00:22:35,760 계속 앞으로 가면서 어둡고 푸른 부분을 바라보는데 346 00:22:37,000 --> 00:22:41,840 뭔가 서서히 보이는 거예요 347 00:22:42,440 --> 00:22:44,720 저건 대포다 싶더군요 348 00:22:45,560 --> 00:22:50,120 그러고는 다시 봤더니 대포 바로 옆에 349 00:22:50,880 --> 00:22:51,840 종이 있는 거예요 350 00:22:54,000 --> 00:22:56,440 제 눈을 의심했죠 351 00:22:56,640 --> 00:23:01,320 생각할 것도 없이 딱 보니까 대포와 종인 거예요 352 00:23:02,440 --> 00:23:03,360 그래서 제가 그랬죠 353 00:23:03,440 --> 00:23:04,640 '저기 좀 봐!' 354 00:23:08,400 --> 00:23:10,800 그래서 헤엄쳐서 가봤더니 355 00:23:12,360 --> 00:23:14,880 완전히 다른 난파선이었어요 356 00:23:15,320 --> 00:23:18,400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발견했어요 357 00:23:18,640 --> 00:23:22,280 샘이 마스크에서 호흡기를 떼더니 358 00:23:22,680 --> 00:23:24,240 가시거리가 3m라는 거예요 359 00:23:24,440 --> 00:23:27,400 그래서 다들 귀가 솔깃했죠 360 00:23:27,640 --> 00:23:31,200 그때까진 난파선을 본 적이 없었거든요 361 00:23:31,400 --> 00:23:35,120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탐사를 하고 있었죠 362 00:23:35,440 --> 00:23:40,120 그런데 샘이 그러는 거예요 '대포 5대랑' 363 00:23:40,200 --> 00:23:45,080 '선박 종이 해저면에 고스란히 있어' 364 00:23:45,200 --> 00:23:48,640 그 말을 듣자마자 농담하나 싶었죠 365 00:23:48,840 --> 00:23:51,200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'그래, 농담이야' 366 00:23:51,440 --> 00:23:53,760 근데 샘의 눈빛을 보니까 농담이 아니더라고요 367 00:23:53,920 --> 00:23:56,200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368 00:23:56,280 --> 00:23:57,960 대포와 종이 있다고 하더군요 369 00:24:00,160 --> 00:24:03,600 제 평생 최고의 잠수였어요 370 00:24:05,920 --> 00:24:09,440 수중 고고학자에게 선박 종은 성배와도 같죠 371 00:24:09,720 --> 00:24:12,520 그것만 있어도 배의 이름과 출항 연도를 알 수 있거든요 372 00:24:16,000 --> 00:24:20,080 그래서 행사를 열어서 사람들을 초대했어요 373 00:24:20,400 --> 00:24:22,680 다과와 음료도 준비하고요 374 00:24:22,920 --> 00:24:28,400 보존 관리자가 종을 닦는 작업에 착수했어요 375 00:24:28,560 --> 00:24:32,120 우리 계획은 성대한 행사에서 376 00:24:32,360 --> 00:24:34,840 난파선의 이름을 발표하는 거였죠 377 00:24:35,640 --> 00:24:39,040 그런데 종을 다 닦았더니 이름이 안 새겨져 있는 거예요 378 00:24:39,240 --> 00:24:40,800 아무것도 없는 종이었어요 379 00:24:42,120 --> 00:24:44,800 그 배의 비밀은 아직 밝혀낼 수 없었어요 380 00:24:45,200 --> 00:24:47,120 정보가 더 필요했죠 381 00:24:48,720 --> 00:24:51,520 고고학은 범죄 현장 수사와도 같아요 382 00:24:51,720 --> 00:24:56,240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해서 나름의 시나리오를 만들죠 383 00:24:56,520 --> 00:25:00,280 오리무중인 사건이죠 수백 년 전 일이니까요 384 00:25:03,800 --> 00:25:08,200 처음부터 분명했던 것 한 가지는 385 00:25:08,400 --> 00:25:11,160 해저에서 발견된 물건과 총의 배열이 386 00:25:11,400 --> 00:25:13,920 범상치 않았다는 거예요 387 00:25:15,520 --> 00:25:18,000 대포는 무기로 사용되니까 388 00:25:18,240 --> 00:25:21,200 나란히 정렬돼 있어야 하고 389 00:25:21,320 --> 00:25:23,560 난파선 외부를 조준하고 있어야 하잖아요 390 00:25:25,560 --> 00:25:29,160 선박 종도 정해진 위치에 있어야 하고요 391 00:25:29,360 --> 00:25:32,080 취사도구도 조리실이나 392 00:25:32,360 --> 00:25:33,880 주방에 있어야 하고요 393 00:25:34,040 --> 00:25:36,520 그런데 상식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였어요 394 00:25:37,520 --> 00:25:39,760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죠 395 00:25:40,600 --> 00:25:44,920 제가 주목한 물건 중 하나는 길고 특이한 396 00:25:45,080 --> 00:25:49,000 원통형의 물체였는데 완전히 납으로만 만들어졌어요 397 00:25:50,440 --> 00:25:54,280 긴 배관 같은 게 달려 있었고요 398 00:25:54,760 --> 00:25:56,200 그건 갑판 펌프였어요 399 00:25:56,840 --> 00:26:00,200 펌프의 핸들을 조작하면 바닷물을 길어 올려서 400 00:26:00,400 --> 00:26:05,040 갑판 청소도 하고 불도 끄는 거죠 401 00:26:05,280 --> 00:26:06,800 그러니까 갑판 펌프는 402 00:26:06,920 --> 00:26:10,400 다양한 목적으로 배에 바닷물을 길어 올리는 거예요 403 00:26:13,440 --> 00:26:16,600 그 물건을 연구실에 가져갔는데 404 00:26:16,720 --> 00:26:19,840 눈썰미가 좋은 팀원이 405 00:26:20,360 --> 00:26:24,840 내려친 자국을 발견했어요 406 00:26:25,960 --> 00:26:30,000 배관에도 잘린 부분이 여러 개 있었고요 407 00:26:32,400 --> 00:26:34,520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깨달았죠 408 00:26:36,600 --> 00:26:41,080 누군가 도끼로 내려쳐서 배에서 떼어낸 거예요 409 00:26:41,480 --> 00:26:43,320 그렇게 값비싼 장비를 410 00:26:43,600 --> 00:26:46,680 왜 일부러 훼손한 걸까요? 411 00:26:48,640 --> 00:26:54,240 논리적인 설명은 위기 상황에서 자구책으로 한 일이란 거예요 412 00:26:54,440 --> 00:26:59,520 펌프가 장착된 선체에서 413 00:26:59,720 --> 00:27:01,040 펌프를 떼어내려 한 거죠 414 00:27:01,920 --> 00:27:07,000 배의 무게를 줄이려고 한 행위임이 분명했어요 415 00:27:08,880 --> 00:27:11,760 좌초한 배를 구하기 위해 416 00:27:12,000 --> 00:27:16,320 무거운 화물을 전부 버렸다면 충분히 납득이 되죠 417 00:27:17,160 --> 00:27:22,160 이 유물들이 증언하고 있는 건 선장과 선원들, 승객들이 418 00:27:22,520 --> 00:27:25,600 배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는 거예요 419 00:27:26,480 --> 00:27:30,360 배가 모래톱에 갈 때까지 떠 있게만 하면 420 00:27:30,520 --> 00:27:33,720 해안에 도착해서 배를 구할 수 있으니까요 421 00:27:35,000 --> 00:27:38,160 선박 종, 대포, 갑판 펌프는 발견했지만 422 00:27:38,520 --> 00:27:41,400 나무판자는 하나만 발견했어요 423 00:27:41,840 --> 00:27:45,040 선체도 없었고 배 구조물의 잔해는 전혀 없었죠 424 00:27:45,320 --> 00:27:48,160 배가 어딘가로 떠내려갔다는 의미일까요? 425 00:27:54,280 --> 00:27:57,160 배의 행방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426 00:27:57,640 --> 00:27:59,880 탐사 팀은 세인트오거스틴 해안에서 발견한 427 00:28:00,080 --> 00:28:04,200 금속 물체들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428 00:28:05,360 --> 00:28:08,360 철로 된 물체가 수백 년간 바닷속에 잠겨 있으면 429 00:28:08,480 --> 00:28:13,040 다양한 화학적 변이를 일으키게 돼요 430 00:28:13,680 --> 00:28:17,800 녹이 덮여서 외피가 형성돼요 431 00:28:18,360 --> 00:28:21,760 두껍게 덮여서 조개가 붙기도 하고 432 00:28:22,000 --> 00:28:24,000 근처의 여러 물체가 한데 붙어서 433 00:28:24,160 --> 00:28:26,440 그 위에 녹이 덮이면서 434 00:28:26,560 --> 00:28:29,320 무정형의 덩어리가 되죠 435 00:28:30,520 --> 00:28:32,480 그 결핵들을 검사해 봤어요 436 00:28:32,920 --> 00:28:35,080 엑스레이를 찍어 봤더니 437 00:28:35,520 --> 00:28:37,520 결핵 내부에 작은 물체들이 있더군요 438 00:28:37,760 --> 00:28:41,440 그때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됐죠 439 00:28:43,840 --> 00:28:48,680 엑스레이를 찍을 때 강도를 높이면 440 00:28:48,880 --> 00:28:51,280 탄산칼슘을 볼 수 있어요 441 00:28:51,800 --> 00:28:56,680 작은 물체들을 수없이 발견했어요 개인 물품, 취사도구 442 00:28:57,080 --> 00:29:01,600 접시, 수저, 구두 버클 동전 같은 거요 443 00:29:01,720 --> 00:29:02,760 상황을 종합해 보니 444 00:29:02,840 --> 00:29:05,240 사람들이 갖고 온 짐이 445 00:29:05,360 --> 00:29:08,760 해저에 가라앉았다는 걸 알게 됐죠 446 00:29:09,480 --> 00:29:11,760 퀸 앤 권총도 발견했어요 447 00:29:11,960 --> 00:29:16,360 배 위에서 던져버리기엔 너무 값비싼 물건이죠 448 00:29:16,520 --> 00:29:19,080 그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건 449 00:29:19,200 --> 00:29:21,640 배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거예요 450 00:29:22,800 --> 00:29:25,080 결론적으로 보면 451 00:29:25,320 --> 00:29:29,200 이 배는 난파가 불가피했고 이곳에 배와 452 00:29:29,320 --> 00:29:31,600 선적된 모든 물건이 묻혔다는 겁니다 453 00:29:33,440 --> 00:29:38,960 고고학자들의 목표는 이야기를 전하는 겁니다 454 00:29:39,760 --> 00:29:43,480 배가 어디서 왔는지와 난파된 시기와 이유를 밝히는 거죠 455 00:29:44,160 --> 00:29:48,920 그래서 아주 작은 단서에서부터 이야기를 짜 맞춰 갔습니다 456 00:29:51,240 --> 00:29:53,240 정말 많은 물품이 있었죠 457 00:29:53,840 --> 00:29:58,320 와인 잔 받침을 발견했는데 1700년대 것으로 추정됐어요 458 00:29:59,040 --> 00:30:01,080 백랍 수저를 발견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였고요 459 00:30:01,360 --> 00:30:04,280 우리가 발견한 모든 물건이 460 00:30:04,520 --> 00:30:08,040 1700년대 후반 것으로 추정됐어요 461 00:30:08,640 --> 00:30:13,040 그렇게 시간대를 좁혀가던 중에 어떤 사건 때문에 462 00:30:13,120 --> 00:30:14,920 더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됐죠 463 00:30:15,000 --> 00:30:16,560 "세인트오거스틴" 464 00:30:16,720 --> 00:30:22,560 1782년 12월, 미국 독립 전쟁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465 00:30:22,880 --> 00:30:26,000 13개 식민지는 영국 왕실에 충성하는 세력에게 466 00:30:26,080 --> 00:30:27,760 더는 안전한 곳이 아니었죠 467 00:30:28,600 --> 00:30:30,200 그래서 그들은 수십 대의 배를 이용해 468 00:30:30,400 --> 00:30:32,120 영국 국왕 조지 3세에게 아직 충성했던 469 00:30:32,200 --> 00:30:34,600 플로리다로 도피했습니다 470 00:30:35,600 --> 00:30:38,320 그들은 세인트오거스틴에 피난처를 마련하고자 했으나 471 00:30:38,440 --> 00:30:41,160 무사히 도착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472 00:30:43,120 --> 00:30:45,360 이 배도 그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었어요 473 00:30:45,640 --> 00:30:48,440 모든 증거가 한 방향을 가리켰거든요 474 00:30:49,160 --> 00:30:52,080 어떤 물건을 찾으면 확증할 수 있을지 475 00:30:52,640 --> 00:30:55,800 내부에서 의견이 오가다가 정말 찾게 됐어요 476 00:30:56,040 --> 00:30:57,440 결정적인 물건을 찾은 거죠 477 00:30:59,800 --> 00:31:01,440 단추 한 개였어요 478 00:31:02,640 --> 00:31:04,640 작은 백랍 단추인데 479 00:31:04,760 --> 00:31:08,280 닦아내고 나서 보니 글자가 새겨져 있었어요 480 00:31:08,600 --> 00:31:14,520 'RP'라는 글자 위에 왕관이 새겨져 있었는데 481 00:31:14,600 --> 00:31:16,160 영국 지지파가 탄 배라는 증거였죠 482 00:31:16,320 --> 00:31:19,560 'RP'는 '영국령'을 의미했는데 483 00:31:19,880 --> 00:31:21,600 영국 육군의 한 부대를 뜻하는 거였어요 484 00:31:21,760 --> 00:31:24,680 조지 왕에게 충성하는 미국인들로 이루어진 부대였죠 485 00:31:27,320 --> 00:31:28,240 결정적인 증거였죠 486 00:31:31,280 --> 00:31:34,000 이 사건에 관련된 서한들과 자료들을 487 00:31:34,120 --> 00:31:37,280 거듭해서 읽어 봤어요 488 00:31:37,400 --> 00:31:40,880 아주 중요한 과정이었죠 489 00:31:42,000 --> 00:31:45,920 엘리자베스 릭턴스타인 존스턴은 조지아주의 영국 지지파였어요 490 00:31:46,280 --> 00:31:49,760 조지아에서 대피해서 세인트오거스틴으로 왔죠 491 00:31:49,920 --> 00:31:53,680 그래서 이 난파 사건들을 직접 목격하고 기록했어요 492 00:31:56,120 --> 00:32:01,880 '16척의 작은 배들이 모래톱 근처에서 사라졌다' 493 00:32:02,080 --> 00:32:05,000 즉 모래톱에서 좌초했다는 거죠 494 00:32:06,480 --> 00:32:09,200 인생의 난관에 봉착해서 495 00:32:09,280 --> 00:32:11,280 새로운 삶을 꾸리고자 했던 사람들의 496 00:32:11,360 --> 00:32:14,320 꿈과 희망이 497 00:32:14,480 --> 00:32:17,040 이 배와 함께 모래톱에 흩뿌려지고 만 거예요 498 00:32:21,440 --> 00:32:23,840 난파한 이유는 확실히 모르지만 499 00:32:23,960 --> 00:32:26,160 이 배들이 난파하기 두 달 전에 500 00:32:26,280 --> 00:32:30,240 허리케인이 있었어요 501 00:32:30,440 --> 00:32:33,360 플로리다에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502 00:32:33,600 --> 00:32:38,320 허리케인은 엄청난 자연재해죠 503 00:32:41,200 --> 00:32:42,920 허리케인이 지나갈 때마다 504 00:32:43,440 --> 00:32:46,400 해협이 변화하고 모래톱이 이동해요 505 00:32:48,040 --> 00:32:50,000 모래톱이 이동하니까 506 00:32:50,160 --> 00:32:52,320 안전한 해협이 어디인지 찾을 수 없었겠죠 507 00:32:53,560 --> 00:32:59,400 그러니까 허리케인 때문에 난파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508 00:32:59,640 --> 00:33:03,000 현실적으로 허리케인 때문에 509 00:33:03,160 --> 00:33:05,000 이 만이 위험해졌던 거죠 510 00:33:07,400 --> 00:33:10,600 과거의 폭풍들이 역사를 바꿨어요 511 00:33:11,880 --> 00:33:13,560 허리케인이 해저에 끼치는 영향은 512 00:33:13,680 --> 00:33:16,560 해안에 끼치는 것만큼이나 큽니다 513 00:33:21,920 --> 00:33:25,280 미국 해안 인근에 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514 00:33:25,680 --> 00:33:27,760 허리케인의 위험 속에 살아갑니다 515 00:33:28,480 --> 00:33:31,280 그런데 거대한 폭풍으로 인한 피해 중 516 00:33:31,840 --> 00:33:34,800 가장 막대한 피해는 폭풍 해일로 인해 발생합니다 517 00:33:35,400 --> 00:33:39,400 폭풍이 해변으로 밀어내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죠 518 00:33:40,280 --> 00:33:44,520 해일은 막대한 피해와 사망자를 낳습니다 519 00:33:44,880 --> 00:33:47,760 전 국민이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에 대해 520 00:33:47,880 --> 00:33:50,520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521 00:33:50,640 --> 00:33:52,080 "레드버드 리프 델라웨어 해안에서 26km 지점" 522 00:33:52,160 --> 00:33:54,520 거대한 폭풍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523 00:33:54,640 --> 00:33:57,600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524 00:33:58,080 --> 00:34:01,160 허리케인 샌디가 오는 걸 발견하고 그냥 손을 놓아버렸어요 525 00:34:01,280 --> 00:34:04,080 해상 작전 책임자한테 전화해서 526 00:34:04,160 --> 00:34:06,160 저도 배에 태워달라고 졸랐죠 527 00:34:06,680 --> 00:34:08,040 "아트 트렘베이니스 박사 지질학자, 해양학자" 528 00:34:08,120 --> 00:34:09,040 "델라웨어 대학교" 529 00:34:09,160 --> 00:34:11,800 저는 해안 지질학자예요 가장 중요한 임무는 530 00:34:12,240 --> 00:34:13,640 폭풍 해일의 움직임을 예측해서 531 00:34:13,800 --> 00:34:16,640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서의 피해를 막는 일이죠 532 00:34:18,280 --> 00:34:20,680 보통 허리케인의 피해를 예측할 단서는 533 00:34:21,000 --> 00:34:23,240 하늘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534 00:34:23,480 --> 00:34:25,920 제가 보기에 그 해답은 바닷속에 있습니다 535 00:34:27,560 --> 00:34:30,800 바닷속과 해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해야만 536 00:34:31,000 --> 00:34:34,600 폭풍 해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있어요 537 00:34:35,040 --> 00:34:36,280 네, 다 됐어요 538 00:34:36,480 --> 00:34:39,640 반드시 대피 명령을 따르셔야 합니다 539 00:34:40,280 --> 00:34:43,120 다들 대피할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 540 00:34:43,400 --> 00:34:45,840 우리는 폭풍이 다가오는 26km 전방으로 541 00:34:46,040 --> 00:34:47,720 향하고 있었어요 542 00:34:48,400 --> 00:34:51,200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죠 543 00:34:51,480 --> 00:34:54,080 폭풍 직전의 해저 사진을 찍고 544 00:34:54,600 --> 00:34:57,440 폭풍이 어떻게 발달하고 변화하는지 파악할 기회였거든요 545 00:34:57,880 --> 00:35:01,520 해저, 바다, 하늘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546 00:35:01,960 --> 00:35:03,800 알아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죠 547 00:35:04,280 --> 00:35:06,720 극히 드문 기회였어요 548 00:35:07,360 --> 00:35:10,120 최적의 장소는 레드버드 리프였죠 549 00:35:12,640 --> 00:35:15,920 이건 해저의 다른 물체와는 다릅니다 550 00:35:16,200 --> 00:35:19,480 인공 암초 중에서도 가장 낯선 축에 속하죠 551 00:35:22,960 --> 00:35:26,440 해저에는 수백 대의 뉴욕시 지하철 차량이 552 00:35:26,560 --> 00:35:27,720 가라앉아 있어요 553 00:35:28,680 --> 00:35:31,280 2.5m만 더 가면 돼요 554 00:35:31,760 --> 00:35:34,160 제게 있어서 레드버드 리프 지역은 555 00:35:34,240 --> 00:35:38,560 허리케인의 속성과 해안 지대에 미치는 영향을 556 00:35:38,720 --> 00:35:40,360 연구할 수 있는 훌륭한 자연 연구실이에요 557 00:35:42,240 --> 00:35:43,720 조금만 더 끌어당겨 주세요 558 00:35:45,880 --> 00:35:48,360 바로 거기예요 모퉁이에 보여요 559 00:35:51,520 --> 00:35:54,480 정말 놀라운 경관이죠 560 00:35:54,840 --> 00:35:57,160 방향과 배열이 제각각인 지하철 차량이 561 00:35:57,240 --> 00:35:59,200 줄줄이 늘어서 있으니까요 562 00:36:01,000 --> 00:36:03,760 가끔 고고학자 동료들에게 이런 농담을 해요 563 00:36:03,960 --> 00:36:07,280 '수백 년 뒤에 이걸 어떻게 해석할까?' 564 00:36:07,480 --> 00:36:11,400 '괴상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생각하겠지?' 565 00:36:20,520 --> 00:36:23,280 "카터 듀발 박사, 해양학자 델라웨어 대학교" 566 00:36:23,400 --> 00:36:26,560 레드버드 리프를 연구한 지 10년이 넘었어요 567 00:36:27,880 --> 00:36:30,560 연구를 진척하려면 폭풍이 필요했어요 568 00:36:31,360 --> 00:36:33,720 허리케인 샌디의 의미는 569 00:36:33,840 --> 00:36:38,560 폭풍이 어떻게 해저를 변형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570 00:36:38,960 --> 00:36:40,280 최초로 줬다는 거예요 571 00:36:40,640 --> 00:36:43,600 여긴 어떤지 볼까요? 괜찮네요 572 00:36:43,800 --> 00:36:46,040 그 지점에서 4일은 머물러야 했지만 573 00:36:46,280 --> 00:36:49,040 하루 만에 모든 걸 해치워야 했죠 574 00:36:49,280 --> 00:36:52,360 지형을 파악하고 장비를 설치한 뒤 575 00:36:52,440 --> 00:36:55,960 허리케인 샌디가 오기 전에 잽싸게 빠져나와야 했어요 576 00:36:58,560 --> 00:37:00,280 오늘 밤부터 해안에 열대 폭풍우 급의 강풍이 577 00:37:00,360 --> 00:37:02,920 몰아칠 예정입니다 578 00:37:06,480 --> 00:37:08,440 마지막으로 한 작업은 579 00:37:08,640 --> 00:37:10,920 기구 틀을 해저에 설치하는 거였어요 580 00:37:11,080 --> 00:37:13,640 폭풍이 오는 동안 파도와 해류를 581 00:37:14,240 --> 00:37:16,360 측정하는 기구였죠 582 00:37:17,160 --> 00:37:19,760 작업을 마치고 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583 00:37:20,040 --> 00:37:22,240 '저 기구를 다시 볼 수 있을까?' 584 00:37:28,760 --> 00:37:30,880 이 폭풍에서 발생한 파도는 585 00:37:31,480 --> 00:37:35,040 360만 km²에 걸친 지역에 피해를 입혔어요 586 00:37:35,560 --> 00:37:39,120 대서양 분지에 큰 피해를 준 엄청난 폭풍이었죠 587 00:37:41,000 --> 00:37:45,000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피해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니 588 00:37:45,200 --> 00:37:46,880 정말 상상을 초월하죠 589 00:37:57,960 --> 00:38:02,320 허리케인 샌디가 지나간 뒤 기구를 수거하러 다시 갔어요 590 00:38:03,200 --> 00:38:06,880 어떤 상황이 돼 있을지 짐작조차 어려웠죠 591 00:38:06,960 --> 00:38:08,400 기구가 남아 있긴 할는지 알 수 없었어요 592 00:38:13,080 --> 00:38:16,680 줄을 감아올리자 점점 올라오는데 593 00:38:16,960 --> 00:38:21,640 금속 물체가 감겨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했죠 594 00:38:24,680 --> 00:38:26,080 고개를 돌려서 아트를 봤더니 595 00:38:26,320 --> 00:38:31,280 기구가 죄다 사라진 줄 알고 짜증을 내면서 한숨을 쉬더군요 596 00:38:35,720 --> 00:38:38,480 지하철 차량의 일부분이 딸려 올라온 거였어요 597 00:38:38,680 --> 00:38:41,160 문틀이나 창틀 같은 거요 598 00:38:42,000 --> 00:38:47,720 파도와 해류가 휘몰아치는 와중에 몸체에서 분리돼서 599 00:38:47,800 --> 00:38:50,040 우리가 내려놓은 줄에 걸린 거죠 600 00:38:50,560 --> 00:38:53,600 계속 줄을 감아올리면서 잡아당겼더니 601 00:38:53,840 --> 00:38:56,960 우리 기구의 틀이 수면 아래로 보였어요 602 00:38:57,080 --> 00:39:01,720 수면 위로 끌어올렸을 때 정말 기뻤죠 603 00:39:03,480 --> 00:39:06,640 기록이 남아 있기만 바랐어요 604 00:39:10,600 --> 00:39:12,680 기록을 점검하기 시작했는데 605 00:39:12,880 --> 00:39:16,680 눈이 휘둥그레졌죠 606 00:39:17,240 --> 00:39:19,600 레드버드 리프 지점에서 607 00:39:19,760 --> 00:39:23,240 16초 간격으로 건물 2.5층 높이의 파도가 측정된 거예요 608 00:39:23,600 --> 00:39:26,640 16초마다 이 거대한 파도가 몰아쳐서 609 00:39:26,920 --> 00:39:31,360 30m 깊이의 해저에 3노트 속도의 해류를 610 00:39:31,520 --> 00:39:33,840 일으킨 거죠 611 00:39:35,080 --> 00:39:39,560 허리케인 샌디가 일으킨 해류는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612 00:39:40,360 --> 00:39:43,640 바로 그 순간에 우리의 전략이 성공했다는 걸 깨달았죠 613 00:39:44,480 --> 00:39:46,760 그런데 그 해류의 위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614 00:39:47,040 --> 00:39:50,800 허리케인의 영향을 해저에서 측정해 봐야 했어요 615 00:39:51,320 --> 00:39:53,480 지형을 파악해서 616 00:39:53,560 --> 00:39:55,360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야 했죠 617 00:40:01,880 --> 00:40:08,560 우리의 조사 장비 중 가장 소중한 건 618 00:40:08,680 --> 00:40:12,480 자동으로 작동하는 조그만 무인 잠수함이에요 619 00:40:12,720 --> 00:40:16,600 임무를 입력한 뒤 시동 버튼을 누르면 620 00:40:16,880 --> 00:40:19,880 혼자 바닷속에 들어가서 621 00:40:20,120 --> 00:40:22,680 신비로운 바닷속 세상을 누비는 거죠 622 00:40:23,520 --> 00:40:25,120 3차원 영상으로 623 00:40:25,240 --> 00:40:27,440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624 00:40:27,560 --> 00:40:32,480 해저를 샅샅이 파악할 수 있어요 625 00:40:36,240 --> 00:40:39,240 레드버드 리프를 구석구석 들여다보면서 626 00:40:39,480 --> 00:40:44,200 허리케인 샌디가 오기 전과 후를 비교했죠 627 00:40:44,280 --> 00:40:46,720 지하철 차량 주변을 좀 봐요 628 00:40:46,840 --> 00:40:49,560 해저면의 모래가 629 00:40:49,720 --> 00:40:51,480 밀리고 침식된 게 보였어요 630 00:40:53,800 --> 00:40:57,640 해저에서 엄청난 일이 631 00:40:57,760 --> 00:40:59,040 일어난 게 분명했어요 632 00:40:59,240 --> 00:41:02,600 난데없이 어떤 지점에서는 지하철 차량이 633 00:41:02,720 --> 00:41:07,520 사라지거나 옆으로 쓰러지거나 부서져 있었거든요 634 00:41:07,880 --> 00:41:10,840 한편 방향이 바뀌거나 635 00:41:11,000 --> 00:41:14,280 이동하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도 있었고요 636 00:41:16,320 --> 00:41:19,960 약 34,000kg에 달하는 지하철 차량이 637 00:41:20,440 --> 00:41:23,960 바닷속에서 해류 때문에 엉망이 된 거예요 638 00:41:24,160 --> 00:41:25,840 해저에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639 00:41:25,960 --> 00:41:29,240 가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640 00:41:36,280 --> 00:41:41,640 인공 암초에서 가장 크고 인상적인 구조물은 641 00:41:41,800 --> 00:41:45,160 예전 미국 해군 전함 아서 래드퍼드예요 642 00:41:46,680 --> 00:41:49,800 해군 구축함이었는데 플로리다 북부에 있는 643 00:41:50,240 --> 00:41:52,760 최대 인공 암초죠 동해안 연안에선 가장 커요 644 00:41:52,960 --> 00:41:54,960 길이는 150m가 넘죠 645 00:41:55,680 --> 00:41:58,800 이 구축함을 탐사해 보니 646 00:41:59,480 --> 00:42:02,040 허리케인 샌디가 역대급의 위력을 미쳤다는 게 647 00:42:02,200 --> 00:42:04,040 분명해졌어요 648 00:42:07,080 --> 00:42:10,840 수심 깊은 곳에 있는 거대한 구조물이에요 649 00:42:12,840 --> 00:42:18,040 허리케인 샌디가 오기 전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죠 650 00:42:19,040 --> 00:42:21,480 허리케인 샌디가 지나간 뒤 탐사를 나가 봤더니 651 00:42:21,760 --> 00:42:25,920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구축함의 중심부 전체가 652 00:42:26,040 --> 00:42:29,160 들어 올려져서 30도 이상 기울어진 거예요 653 00:42:29,560 --> 00:42:32,680 거대한 해군 구축함이 654 00:42:32,800 --> 00:42:36,840 37m 깊이 심해에서 60m 이상 이동했다는 거죠 655 00:42:37,520 --> 00:42:40,120 정말 경악했어요 해저에 그렇게 656 00:42:40,280 --> 00:42:43,920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게 충격적이었죠 657 00:42:44,080 --> 00:42:48,240 그 정도 규모는 난생처음 봤어요 658 00:42:49,760 --> 00:42:51,680 이제 우리는 폭풍이 659 00:42:51,760 --> 00:42:53,800 해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게 됐어요 660 00:42:54,080 --> 00:42:56,200 그런데 그 영향은 쌍방향입니다 661 00:42:57,480 --> 00:43:00,280 폭풍이 육지를 향해 몰려올 때 바닷물의 움직임은 662 00:43:00,440 --> 00:43:02,400 해저의 모양에 영향을 받습니다 663 00:43:02,880 --> 00:43:06,200 이런 기본적인 조건이 폭풍 해일의 양상과 피해 지역을 664 00:43:06,400 --> 00:43:10,920 결정합니다 아주 중요한 정보들이죠 665 00:43:14,680 --> 00:43:18,400 돌이켜보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었어요 666 00:43:18,480 --> 00:43:21,120 수십만 달러어치의 장비들을요 667 00:43:21,520 --> 00:43:22,880 하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면 668 00:43:23,040 --> 00:43:24,760 폭풍으로 인해 해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669 00:43:24,920 --> 00:43:27,600 소중한 정보를 얻지 못했겠죠 670 00:43:28,080 --> 00:43:31,040 이제는 폭풍이 올 때마다 이러한 변화를 관측할 수 있는 671 00:43:31,120 --> 00:43:32,160 기술이 있습니다 672 00:43:34,880 --> 00:43:38,080 이 기술을 폭풍 해일에 적용해서 673 00:43:38,160 --> 00:43:42,560 다음 해일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674 00:43:43,200 --> 00:43:46,520 앞으로도 폭풍은 올 거고 더 강력한 폭풍이 올 겁니다 675 00:43:46,800 --> 00:43:49,360 모든 정보를 동원해서 676 00:43:49,440 --> 00:43:52,560 폭풍 해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677 00:43:53,080 --> 00:43:55,560 역사상 최초로 678 00:43:55,720 --> 00:43:57,320 허리케인이 우리에게 남기는 최악의 피해에 679 00:43:57,520 --> 00:44:00,800 맞서 싸울 무기가 생긴 셈이죠 680 00:44:07,880 --> 00:44:09,880 자막: 박지예