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 00:00:16,808 --> 00:00:18,227 "단테 알리기에리의 '신곡'" 2 00:00:18,310 --> 00:00:19,311 "1권 지옥편" 3 00:00:23,023 --> 00:00:24,858 휴! 화창한 아침이구나, 딸 4 00:00:24,942 --> 00:00:25,817 - 아버지 - 그래 5 00:00:25,901 --> 00:00:27,194 일어나셨네요! 6 00:00:27,277 --> 00:00:28,654 옷도 차려입으시고 7 00:00:28,737 --> 00:00:30,447 혈색도 돌아왔어요 8 00:00:30,531 --> 00:00:33,075 그러게 말이야 완전히 회복된 것 같다 9 00:00:33,158 --> 00:00:37,329 알고 보니 며칠만 쉬면 될 상태였고 지금은 다 나았어 10 00:00:37,412 --> 00:00:41,208 근데 이번에 아프면서 중요한 걸 깨달았단다 11 00:00:41,291 --> 00:00:42,918 - 뭔데요? - 내가 죽을 거란 거 12 00:00:43,001 --> 00:00:44,795 - 뭐라고요? - 아니, 울지 마라 13 00:00:44,878 --> 00:00:48,215 단순한 사실이잖니 난 살날이 얼마 안 남았어 14 00:00:48,298 --> 00:00:51,218 인생은 덧없고 짧은 목숨은... 15 00:00:52,010 --> 00:00:53,011 훅하면 끝인 거지 16 00:00:53,929 --> 00:00:55,264 난 눈 깜짝할 새에 떠날 테니 17 00:00:55,347 --> 00:00:57,933 그 말인즉슨 서류 작업이 쌓였단 거다 18 00:00:59,351 --> 00:01:00,352 서류 작업요? 19 00:01:00,435 --> 00:01:02,729 그래, 상황이 시급해 20 00:01:02,813 --> 00:01:05,357 전 재산을 정리해야 한다 21 00:01:05,440 --> 00:01:08,360 유언장을 수정하고 내 행위를 공증하고 22 00:01:08,443 --> 00:01:10,696 모아 둔 수필을 복사 담당자한테 보내고 23 00:01:10,779 --> 00:01:13,532 물론 뉴잉글랜드의 가장 수준 높은 기관에 24 00:01:13,615 --> 00:01:16,034 상당히 큰돈도 기부할 거야 25 00:01:16,118 --> 00:01:17,870 에밀리, 시간이 가고 있어 26 00:01:17,953 --> 00:01:22,499 세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애머스트라는 마을에서 27 00:01:22,583 --> 00:01:24,293 입지를 굳혀야 해 28 00:01:25,419 --> 00:01:26,837 난 한 달 안에 죽을지 몰라도 29 00:01:26,920 --> 00:01:31,133 에드워드 디킨슨이란 이름은 절대 잊히지 않을 거다 30 00:01:34,261 --> 00:01:39,391 알겠어요, 아버지 회복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31 00:01:40,517 --> 00:01:42,269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32 00:01:42,352 --> 00:01:45,898 그럼 빨리 끝내자 주요 기부금 몇 개를 정리해야 해 33 00:01:46,690 --> 00:01:50,736 아버지와 오빠의 불화 얘기예요 34 00:01:50,819 --> 00:01:51,945 무슨 불화? 35 00:01:52,029 --> 00:01:55,032 오빠가 술에 취해서 어떻게 그런 끔찍한 폭언을 했고 36 00:01:55,115 --> 00:01:57,034 아버지 심장이 멈췄는지 말이에요 37 00:01:57,117 --> 00:01:58,243 그거 38 00:01:58,327 --> 00:02:02,414 솔직히, 아버지가 오빠와 다시는 말하기 싫다면 이해하겠지만 39 00:02:03,540 --> 00:02:08,753 진심으로 간청할게요 오빠를 용서해주세요 40 00:02:10,714 --> 00:02:12,341 이런, 호들갑이구나 41 00:02:12,841 --> 00:02:15,427 네 오빠한테 조금도 화나지 않았다 42 00:02:16,178 --> 00:02:17,387 - 정말요? - 그래 43 00:02:17,971 --> 00:02:20,516 죽다 살아나며 배운 게 있다면 44 00:02:20,599 --> 00:02:23,852 외아들에게 불만을 품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거다 45 00:02:23,936 --> 00:02:25,646 아버지 정말 화나셨을 줄 알았어요 46 00:02:25,729 --> 00:02:28,732 에밀리, 녀석은 요즘 분명 마음이 복잡한 게다 47 00:02:28,815 --> 00:02:30,400 그걸로 책잡고 싶진 않아 48 00:02:30,484 --> 00:02:32,986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지 49 00:02:33,070 --> 00:02:36,615 그 일로 녀석이 한동안 말문을 닫으면 그러라고 해라 50 00:02:37,574 --> 00:02:39,701 그렇다고 유언장에서 빼 버리진 않을 거니까 51 00:02:39,785 --> 00:02:44,414 아버지, 정말 잘됐네요 덕분에 제가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52 00:02:44,498 --> 00:02:49,211 이제 평화롭겠어요 마침내 우리 집안에 평화가 오다니 53 00:02:54,341 --> 00:02:56,260 "디킨슨" 54 00:02:56,343 --> 00:02:58,345 "영혼은 붕대를 감는 순간이 있다" 55 00:03:06,937 --> 00:03:10,065 - 주름 장식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- 이건 상복이잖니 56 00:03:10,148 --> 00:03:13,777 알죠, 다른 여자들은 죽은 남편 하나만 애도하지만 57 00:03:13,861 --> 00:03:17,072 난 만나지도 못한 수많은 남편을 애도하고 있어요 58 00:03:17,155 --> 00:03:19,366 그러니 드레스를 더 꾸며야겠어요 59 00:03:19,950 --> 00:03:24,037 내 생각에 주름 장식은 '비통함'과는 거리가 멀어 60 00:03:24,121 --> 00:03:26,999 정말요? 가슴을 좀 더 드러내면 도움이 될까요? 61 00:03:27,666 --> 00:03:29,918 비니 안녕하세요, 베티 62 00:03:30,002 --> 00:03:31,920 좋은 소식이야 아버지는 오빠한테 화 안 나셨어 63 00:03:32,421 --> 00:03:35,340 - 디킨슨 집안싸움은 끝이야 - 야호! 64 00:03:35,424 --> 00:03:40,053 근데 진짜 전쟁은 한창이니 언니 도움이 필요해 65 00:03:40,137 --> 00:03:41,263 무슨 도움? 66 00:03:41,346 --> 00:03:43,098 오늘 밤에 자선 재봉회를 열 거야 67 00:03:43,182 --> 00:03:46,226 이름만 이렇게 바꿨어 '애머스트 여성 자선 협회' 68 00:03:46,310 --> 00:03:48,145 군인에게 보낼 붕대를 만들 거야 69 00:03:48,228 --> 00:03:51,273 멋지다, 비니 네 몫을 하네 70 00:03:51,356 --> 00:03:54,735 그래, 언니도 바느질 솜씨를 발휘할 시간이야 71 00:03:55,360 --> 00:03:57,654 실은 오늘 밤에 시를 쓸 계획이었어 72 00:03:57,738 --> 00:03:59,907 머릿속에 시상이 가득해 73 00:03:59,990 --> 00:04:03,493 집안이 어수선한 바람에 하나도 쓰질 못했거든 74 00:04:03,577 --> 00:04:06,663 드디어 오늘 밤엔 평화롭게 앉을 수 있겠어 75 00:04:06,747 --> 00:04:07,998 거참 안됐네 76 00:04:08,081 --> 00:04:09,583 지금 상황에 평화란 없어 77 00:04:09,666 --> 00:04:10,667 이 나라는 전쟁 중이고 78 00:04:10,751 --> 00:04:12,878 내 전 남자 친구들이 죽어가니 도와줘야 해 79 00:04:12,961 --> 00:04:13,962 바느질은 하지도 못하는데 80 00:04:14,046 --> 00:04:16,507 맞아, 정말 못 하지 81 00:04:18,800 --> 00:04:20,636 그래, 웃을 필요 없어 82 00:04:20,719 --> 00:04:23,680 각자 잘하는 게 있고 전 바느질을 못 할 뿐이에요 83 00:04:23,764 --> 00:04:26,391 그래서 베티가 오늘 밤에 함께하기로 했어 84 00:04:26,475 --> 00:04:30,145 애머스트 최고의 재봉사가 감는 붕대와 군인에게 유용할 물품을 85 00:04:30,229 --> 00:04:31,980 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쳐줄 거야 86 00:04:32,064 --> 00:04:35,150 - 언니까지도 말이야 - 그래, 근데 오래는 못 있어 87 00:04:35,234 --> 00:04:38,195 기억해, 나는... 미안 88 00:04:38,278 --> 00:04:42,574 집에 손님이 와서 좀 피곤해서 그래 89 00:04:42,658 --> 00:04:43,909 어젯밤에 못 잤거든 90 00:04:43,992 --> 00:04:46,620 그 손님이 밤새 못 자게 하더라고 91 00:04:46,703 --> 00:04:48,539 - 누군데요? - 코 골아요? 92 00:04:49,122 --> 00:04:53,252 아니, 말을 해 인생 기록하는 걸 돕고 있어 93 00:04:53,335 --> 00:04:57,631 정말 대단한 여성이고 비범한 삶을 살아왔지만 94 00:04:57,714 --> 00:05:00,634 읽고 쓸 줄 몰라서 내가 받아 적고 있어 95 00:05:00,717 --> 00:05:03,428 3일 밤 내내 계속했는데 96 00:05:03,512 --> 00:05:05,472 멈추질 않아 97 00:05:05,556 --> 00:05:08,433 이야기가 꼬리를 무니 거의 따라잡을 수가 없달까 98 00:05:08,517 --> 00:05:11,687 놀랍네요, 베티 누군가를 돕는 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99 00:05:11,770 --> 00:05:15,691 - 실감 나게 잘 써 줘요 - 그래, 쓸 땐 헨리 걱정은 안 되더라 100 00:05:16,316 --> 00:05:17,818 아직 소식 없어요? 101 00:05:18,402 --> 00:05:21,113 어머나 헨리가 어떻게 된 거예요? 102 00:05:21,697 --> 00:05:22,948 우리도 몰라 103 00:05:23,031 --> 00:05:25,409 한 달 넘도록 편지를 못 받았어 104 00:05:25,993 --> 00:05:29,288 - 여전히 애정이 있긴 해요? - 비니, 말조심해 105 00:05:30,163 --> 00:05:34,126 저기요, 베티 그 마음 정말 이해해요 106 00:05:34,209 --> 00:05:36,962 사랑했던 사람이나 파티에서 한 번 끈적했던 사람을 107 00:05:37,045 --> 00:05:39,339 잃는다는 게 어떤지 알아요 108 00:05:39,423 --> 00:05:41,175 헨리는 안 죽었어요 109 00:05:41,675 --> 00:05:45,012 어딘가에 있고 곧 베티에게 편지 쓸 거예요 110 00:05:45,888 --> 00:05:48,390 헬렌을 위해서라도 꼭 그러길 바라 111 00:05:48,473 --> 00:05:52,227 헨리는 잘 있어요, 베티 난 희망을 버리지 않을 거예요 112 00:05:54,229 --> 00:05:55,647 고맙다, 에밀리 113 00:05:56,356 --> 00:05:59,109 덕분에, 음... 도움이 됐어 114 00:05:59,902 --> 00:06:01,361 그걸로 충분해 115 00:06:01,445 --> 00:06:02,905 - 도울 방법을 찾아 봐요 - 좋았어 116 00:06:02,988 --> 00:06:05,908 오늘 밤, 바느질하는 애머스트 여인들과 함께할 모양이네 117 00:06:05,991 --> 00:06:08,911 비니, 베티 덕분에 열의가 생겼어요 118 00:06:08,994 --> 00:06:10,871 우리 모두 동참해요 119 00:06:10,954 --> 00:06:13,498 각자 자기 역할을 하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120 00:06:13,582 --> 00:06:16,710 사랑과 친절로 이 나라를 가득 채울 수 있어요 121 00:06:16,793 --> 00:06:20,464 저것이 애를 안아보지도 못하게 해 122 00:06:20,547 --> 00:06:22,508 그래, 난 이만 가보는 게 좋겠다 123 00:06:22,591 --> 00:06:24,968 이따 봐요 골무 하나 더 꼭 챙겨오고요 124 00:06:25,052 --> 00:06:27,471 자기가 대체 뭐라도 되는 줄 안다니? 125 00:06:27,554 --> 00:06:28,722 이게 다 무슨 소리요? 126 00:06:28,805 --> 00:06:31,016 여보 침대에서 나왔네요 127 00:06:31,099 --> 00:06:32,601 그래요 몸이 좀 괜찮기에 128 00:06:32,684 --> 00:06:34,603 잠깐 내려와서 유언장을 수정하자 싶었소 129 00:06:34,686 --> 00:06:36,813 수한테는 한 푼도 남기지 말아요 130 00:06:36,897 --> 00:06:39,691 - 걔가 어쨌기에? - 손자를 안지도 못하게 해요 131 00:06:40,442 --> 00:06:43,153 그 애한테 살아있는 할머니라곤 나 하나야 132 00:06:43,237 --> 00:06:44,530 존경심은 밥 말아 먹었다니? 133 00:06:44,613 --> 00:06:47,783 내가 있으니 손자도 태어날 수 있었던 거잖아요 134 00:06:47,866 --> 00:06:50,118 엄밀히 따지면 애를 낳은 건 수잖아요? 135 00:06:50,202 --> 00:06:53,413 설마요, 걔는 그저 누워서 힘준 게 다예요 136 00:06:53,497 --> 00:06:57,709 그사이에 난 유서 깊은 노크로스 산파 기술로 137 00:06:57,793 --> 00:07:02,422 애 머리를 빼냈는데 이게 고맙다는 태도야? 138 00:07:02,506 --> 00:07:04,049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해 139 00:07:04,132 --> 00:07:06,552 있잖아요 실은 저는 항상 수가 싫었어요 140 00:07:06,635 --> 00:07:09,096 에밀리, 좀 도와다오 141 00:07:09,179 --> 00:07:10,806 제가 어떻게요? 142 00:07:10,889 --> 00:07:12,683 걔는 네 말만 듣잖니 143 00:07:12,766 --> 00:07:15,018 방금 특별히 너만 찾더라 144 00:07:15,102 --> 00:07:17,229 '에밀리만 들어올 수 있어요' 이러더라니까 145 00:07:17,312 --> 00:07:19,565 가서 똑바로 처신하라고 해 146 00:07:20,774 --> 00:07:23,527 네, 근데 2층에 올라가서 머리 식히려던 참이었어요 147 00:07:23,610 --> 00:07:25,654 에밀리 머리 식힐 때가 아니다 148 00:07:25,737 --> 00:07:28,407 가족이 와해하는 판국이니 얼른 손쓰지 않으면 149 00:07:28,490 --> 00:07:30,826 저 애는 조부모를 영원히 모르는 채 살게 될걸 150 00:07:30,909 --> 00:07:32,452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151 00:07:32,536 --> 00:07:35,247 태어난 지 고작 일주일 됐잖소 인내심을 가져요 152 00:07:35,330 --> 00:07:38,166 인내심이라뇨? 그럼 애 다 클 때까지 기다려요? 153 00:07:38,250 --> 00:07:40,586 - 그러든지 - 유대감은 즉시 형성돼요 154 00:07:41,295 --> 00:07:43,172 손자에게 내 체취를 알려주고 싶다고요 155 00:07:43,255 --> 00:07:46,550 여보, 아직 손자를 보지도 못했잖아요 156 00:07:46,633 --> 00:07:50,179 굳이 안 봐도 됩니다 녀석이 우리 가문 대를 이을 테니 157 00:07:50,262 --> 00:07:52,014 그걸로 됐어요 158 00:07:52,097 --> 00:07:55,142 그나저나 다시 유언장 작업을 해야 하는데 159 00:07:55,225 --> 00:07:57,311 이렇게 히스테리 부리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160 00:07:57,394 --> 00:07:59,771 그러니 제발 자리 좀 비워주겠소? 161 00:07:59,855 --> 00:08:02,149 에밀리가 수와 얘기하겠다면 바로 갈게요 162 00:08:05,611 --> 00:08:07,112 알겠어요 163 00:08:07,196 --> 00:08:09,990 그래요, 제가... 해볼게요 164 00:08:11,366 --> 00:08:13,535 언니, 오늘 밤 자선 재봉회 잊지 마 165 00:08:13,619 --> 00:08:15,829 에밀리, 우리 가족은 너한테 달렸어 166 00:08:15,913 --> 00:08:17,164 그래, 에밀리 제발 가렴 167 00:08:17,247 --> 00:08:18,373 에밀리, 어떻게 좀 해봐 168 00:08:18,457 --> 00:08:21,877 다들 걱정 마세요 에밀리 디킨슨이 도와드릴게요 169 00:08:28,884 --> 00:08:31,929 '정말이니, 수?' 170 00:08:32,011 --> 00:08:33,972 '두 사람이야?' 171 00:08:39,311 --> 00:08:40,562 저리 가세요 172 00:08:42,397 --> 00:08:43,482 수, 나야 173 00:08:44,274 --> 00:08:47,694 에밀리? 어서 들어와 174 00:08:52,574 --> 00:08:55,661 이리 와 여기 네 자리 있어 175 00:08:58,163 --> 00:09:00,874 아기가 방금 젖 먹고 잠들었어 176 00:09:02,459 --> 00:09:03,836 안아 볼래? 177 00:09:05,629 --> 00:09:08,715 내가? 됐어 음... 떨어트릴지도 몰라 178 00:09:08,799 --> 00:09:09,800 그래 179 00:09:10,634 --> 00:09:14,763 넌 애한테 손도 안 대고 네 엄마는 애를 놔주질 않네 180 00:09:15,889 --> 00:09:18,100 응, 그 얘기 말인데... 181 00:09:18,183 --> 00:09:21,645 잠깐, 어머니 때문에 온 거야? 182 00:09:22,896 --> 00:09:23,939 그럴지도 183 00:09:25,190 --> 00:09:28,151 -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줄래? - 네 엄마 알잖아 184 00:09:28,235 --> 00:09:30,320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아기한테 185 00:09:30,404 --> 00:09:31,947 직접 젖을 물리실걸 186 00:09:35,158 --> 00:09:39,872 어머니가 여기 계시면 계속 타박만 하고 187 00:09:39,955 --> 00:09:44,668 날 쥐고 흔들면서 원치 않는 잔소리만 하셔 188 00:09:46,336 --> 00:09:47,337 뭐랄까... 189 00:09:48,797 --> 00:09:50,799 내 영역을 좀 존중해 주면 좋겠어 190 00:09:52,467 --> 00:09:55,053 그래 네 마음 정말 이해하는데 191 00:09:55,137 --> 00:10:00,017 엄마가 첫 손주와 유대감을 갖길 간절히 원하셔 192 00:10:00,100 --> 00:10:04,146 조금만 봐주면 안 될까? 부탁이야 193 00:10:09,067 --> 00:10:11,445 내가 먼저 얘랑 더 붙어 있을 거야 194 00:10:13,238 --> 00:10:15,866 이 녀석은 금방 디킨슨 사람이 될걸 195 00:10:16,742 --> 00:10:17,743 일단... 196 00:10:19,244 --> 00:10:21,163 지금은 길버트로 있게 해줘 197 00:10:23,707 --> 00:10:25,834 그래, 꼬맹이 길버트 좀 보자 198 00:10:35,844 --> 00:10:37,513 뭐라고 말 좀 해봐 199 00:10:38,722 --> 00:10:40,265 얘가 네 목소리를 알면 좋겠어 200 00:10:42,392 --> 00:10:43,727 안녕, 아가야 201 00:10:45,187 --> 00:10:46,855 에밀리 이모야 202 00:10:50,484 --> 00:10:53,862 에밀리 이모는 골무처럼 마차를 모는 남자를 알지 203 00:10:55,280 --> 00:10:57,991 종일 발뒤꿈치로 운전대를 돌려 204 00:10:59,535 --> 00:11:00,744 그 사람 이름은... 205 00:11:02,162 --> 00:11:03,413 답을 아니? 206 00:11:04,873 --> 00:11:07,251 - 어서 맞춰 봐 - 맞춰 봐, 아가 207 00:11:09,044 --> 00:11:13,298 좋아, 알려 줄게 그 사람 이름은 호박벌이야 208 00:11:18,762 --> 00:11:20,973 우리가 함께 키울 아기를 상상해봐 209 00:11:21,890 --> 00:11:23,100 그럼 천재가 될 거야 210 00:11:23,851 --> 00:11:26,270 영재 211 00:11:28,981 --> 00:11:30,357 수, 그럴 순 없어 212 00:11:33,235 --> 00:11:34,570 안 될까? 213 00:11:35,112 --> 00:11:39,783 아니면... 그냥 네가 원치 않는 거야? 214 00:11:43,537 --> 00:11:44,872 오빠는 어디 있어? 215 00:11:45,747 --> 00:11:47,124 조지랑 나갔어 216 00:11:47,916 --> 00:11:51,962 퍼퍼스 연못에 뛰어들러 갔어 집에서 만든 위스키에 취했지 217 00:11:52,045 --> 00:11:54,548 연못? 지금 추운데 아직 정오도 안 됐잖아 218 00:11:55,299 --> 00:11:57,217 네 오빠는 애 같아 219 00:11:57,968 --> 00:12:01,221 저녁 먹으러 오지도 않을걸 항상 늦게까지 나돌아 220 00:12:02,181 --> 00:12:04,933 에밀리, 네가 와라 221 00:12:05,893 --> 00:12:10,981 난롯가에서 아기랑 같이 간단하게 먹으면 되겠다 222 00:12:12,274 --> 00:12:13,525 좋을 것 같지 않아? 223 00:12:16,612 --> 00:12:17,613 안 돼 224 00:12:18,322 --> 00:12:19,364 어째서? 225 00:12:22,492 --> 00:12:26,246 오늘 밤 자선 재봉회에 가겠다고 라비니아랑 약속했거든 226 00:12:28,290 --> 00:12:30,542 군인들이 쓸 붕대를 만든대 227 00:12:31,376 --> 00:12:32,628 에잇 228 00:12:35,172 --> 00:12:36,882 왜 넌 항상 그런 식이니? 229 00:12:38,300 --> 00:12:39,301 뭐가? 230 00:12:41,053 --> 00:12:42,930 나보다 가족이 우선이야? 231 00:12:44,264 --> 00:12:45,974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, 수 232 00:12:46,058 --> 00:12:47,434 난 누구도 우선시하지 않아 233 00:12:49,353 --> 00:12:50,979 그게 문제인가 보다 234 00:12:51,939 --> 00:12:56,735 가끔은 날 우선으로 생각해줬으면 하거든 235 00:12:59,196 --> 00:13:05,786 난 언제, 어디서나 누구보다도 널 우선시할 거야 236 00:13:08,330 --> 00:13:11,667 우리 가족은 와해하기 일보 직전이야 237 00:13:11,750 --> 00:13:14,795 난 그저 모두 괜찮기를 바랄 뿐이지 238 00:13:14,878 --> 00:13:16,463 어떻게든 도우려는 거고 수, 나는... 239 00:13:16,547 --> 00:13:19,132 네가 날 도울 방법은 아주 많아 240 00:13:23,387 --> 00:13:26,390 실은 이따 자선 재봉회에 가고 싶지도 않아 241 00:13:26,473 --> 00:13:30,477 시를 쓰고 싶은데 삶이 자꾸 발목을 잡아 242 00:13:30,561 --> 00:13:33,730 그래, 인생은 그렇게 엉망진창이지 243 00:13:37,860 --> 00:13:40,445 널 위해 쓰고 싶은 시가 있어 244 00:13:42,614 --> 00:13:43,907 알았어, 에밀리 245 00:13:44,825 --> 00:13:45,868 근데... 246 00:13:45,951 --> 00:13:49,329 네 시보다 나한테 더 필요한 게 있으면? 247 00:13:51,248 --> 00:13:55,210 지금 당장 그저 네가 필요하다면? 248 00:14:01,300 --> 00:14:03,886 애보개 대령이요 249 00:14:03,969 --> 00:14:07,222 - 봐봐, 도와주러 왔네 - 그래 250 00:14:07,306 --> 00:14:10,559 '공짜로 부려먹기'엔 '입양된 사촌'만 한 게 없으니까요 251 00:14:49,973 --> 00:14:53,101 솔기를 팽팽하게 당겨서 252 00:14:53,977 --> 00:14:56,188 거친 가장자리를 포개는 거 잊지 마 253 00:14:57,606 --> 00:14:59,942 잘한다, 아바이아 254 00:15:00,901 --> 00:15:02,569 잘하시네요, 디킨슨 부인 255 00:15:02,653 --> 00:15:05,572 군인들이 그 베갯잇을 고마워할 거예요 256 00:15:05,656 --> 00:15:06,657 고마워 257 00:15:06,740 --> 00:15:09,743 근데 이건 군인 말고 내 손자 거야 258 00:15:10,327 --> 00:15:13,080 언젠가는 직접 줄 수 있다면 좋겠구나 259 00:15:13,580 --> 00:15:16,792 - 엄마, 제가 노력했잖아요? - 노력이 부족했지 260 00:15:16,875 --> 00:15:20,379 수가 아줌마를 애랑 못 있게 하나 봐 261 00:15:20,462 --> 00:15:23,590 자선 재봉회에서 소문 듣는 맛에 산다니까 262 00:15:23,674 --> 00:15:27,052 내가 하나밖에 없는 손자 안아보려고 뭘 줄지 아니? 263 00:15:27,135 --> 00:15:29,596 녀석한테 '할머니'란 말을 들으려고 말이야 264 00:15:30,138 --> 00:15:31,390 '할미'라고 할 수도 있겠네 265 00:15:31,473 --> 00:15:35,936 - '지지'나 '쿠키'일 수도 있고 - 아직 아기 이름도 안 지었잖아요 266 00:15:36,019 --> 00:15:39,147 어쨌든 이름 지어주면 손자가 날 쿠키라고 불러야 할걸? 267 00:15:39,231 --> 00:15:40,607 - 그게 더 젊어 뵈잖아 - 맞아요 268 00:15:40,691 --> 00:15:45,195 아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인이 베트남으로 간 게 믿기지 않아 269 00:15:45,279 --> 00:15:48,115 - 난 벌써 편지 받았어 - 어머나, 뭐래? 270 00:15:48,198 --> 00:15:51,076 한 사이공 레스토랑에 메이플 시럽을 가져가서 271 00:15:51,159 --> 00:15:53,287 사람들한테 만두에 뿌려보게 했대 272 00:15:53,370 --> 00:15:56,081 '뉴잉글랜드 아시아 퓨전 요리'라고 하면서 말이야 273 00:15:56,582 --> 00:15:57,916 개망신당했다더라 274 00:15:58,000 --> 00:16:00,961 언니, 뭐 해? 좋은 모슬린을 망치고 있잖아 275 00:16:01,044 --> 00:16:04,089 미안, 실이 좀 꼬였네 276 00:16:04,173 --> 00:16:06,008 돕고 싶다고 한 줄 알았는데 277 00:16:06,091 --> 00:16:09,386 그래, 그걸로 상처 감쌀 군인은 없겠다 278 00:16:09,469 --> 00:16:11,221 거봐, 바느질 못 한다니까 279 00:16:11,305 --> 00:16:13,390 그럼 실밥 뜯고 다시 해봐 280 00:16:13,473 --> 00:16:15,100 좋은 모슬린을 아깝게 버릴 순 없잖니 281 00:16:16,310 --> 00:16:18,312 내가 거미라면 좋겠네 282 00:16:18,395 --> 00:16:19,646 뭐라고? 283 00:16:21,064 --> 00:16:23,192 거미는 밤에 바느질한다 284 00:16:23,275 --> 00:16:25,194 불빛도 하나 없이 285 00:16:25,277 --> 00:16:27,487 새하얀 아치 위에서 286 00:16:28,655 --> 00:16:29,865 정말 시적이다 287 00:16:29,948 --> 00:16:31,283 그럼, 시니까 288 00:16:32,492 --> 00:16:33,911 바느질이나 계속해, 언니 289 00:16:33,994 --> 00:16:36,705 솜씨 좋다, 비니 290 00:16:36,788 --> 00:16:40,042 그 천은 어디서 났니? 광택이 정말 좋다 291 00:16:40,125 --> 00:16:42,544 붕대 만들려고 낡은 드레스를 찢었어요 292 00:16:43,253 --> 00:16:47,007 구혼자에게 잘 보이려고 이 드레스 입었던 게 진짜였나 싶네요 293 00:16:47,090 --> 00:16:48,884 이제 남자에게 가까이 갈 방법이라곤 294 00:16:48,967 --> 00:16:52,638 그 사람이 이 비단 조각으로 피 흘리는 다리를 묶는 것뿐이에요 295 00:16:53,764 --> 00:16:55,641 야, 너무 비관적이다 296 00:16:55,724 --> 00:16:58,602 개인적으로, 전쟁이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어 297 00:16:58,685 --> 00:17:00,437 끝이 없는 것 같아 298 00:17:00,521 --> 00:17:05,108 그러게요, 미국은... 고작 100년 전에 건국됐는데 299 00:17:05,192 --> 00:17:07,653 벌써 망하는 걸까요? 300 00:17:07,736 --> 00:17:11,365 분위기 좀 띄워도 될까? 차 더 마실 사람? 301 00:17:11,990 --> 00:17:14,284 차라고? 더 마시고 싶은 줄 몰랐네 302 00:17:14,367 --> 00:17:16,411 얘들아, 가서 차 좀 내와 303 00:17:17,079 --> 00:17:18,997 아뇨, 제 말은 '그 차'요 304 00:17:19,080 --> 00:17:20,958 추잡한 소문 말이죠 305 00:17:21,040 --> 00:17:24,670 내가 말해줄게, 전쟁터에서 군인 3명이 전사할 때마다 306 00:17:24,752 --> 00:17:26,255 5명은 질병으로 사망한대 307 00:17:26,839 --> 00:17:30,175 그 5명은 전부 아내, 여자 친구랑 308 00:17:30,259 --> 00:17:32,845 여전히 잊지 못하는 전 여자 친구가 있었어 309 00:17:32,928 --> 00:17:35,848 다들 당시엔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지 310 00:17:35,931 --> 00:17:37,808 십과 조지프 라이먼 얘기네 311 00:17:37,891 --> 00:17:40,394 조지프 라이먼은 남군으로 싸우다 전사했잖아 312 00:17:41,228 --> 00:17:43,480 - 다들 아직 대화할 마음 없어? - 그게 정말이야? 313 00:17:44,064 --> 00:17:45,399 아야! 바늘은 왜 이리 날카롭지? 314 00:17:45,482 --> 00:17:48,819 에밀리, 바느질이 힘들면 뜨개질을 해 315 00:17:48,902 --> 00:17:51,697 전통적인 여성 수공예품은 제 분야가 아니에요 316 00:17:51,780 --> 00:17:53,532 에밀리 다들 자기 몫을 해야지 317 00:17:53,615 --> 00:17:54,825 그래, 도와야지 318 00:17:54,908 --> 00:17:56,410 도우려고 하잖아! 319 00:17:56,493 --> 00:17:58,036 종일 노력하고 있는데 320 00:17:58,120 --> 00:18:00,706 나아지는 게 전혀 없는 것 같아 321 00:18:00,789 --> 00:18:02,833 어차피 진짜 상처는 치유할 수 없어 322 00:18:02,916 --> 00:18:04,918 그게 무슨 말이니? 323 00:18:05,002 --> 00:18:08,505 사람 마음속에 있는 상처요 324 00:18:09,715 --> 00:18:13,427 폭력, 증오와 영혼이 겪는 고통 325 00:18:13,510 --> 00:18:15,637 제가 치유하고 싶은 건 바로 그거예요 326 00:18:16,471 --> 00:18:17,556 제 시로요 327 00:18:18,182 --> 00:18:21,476 - 행운을 빈다 - 뭔데? 시가 중요치 않다는 거야? 328 00:18:22,144 --> 00:18:26,523 문제 나갑니다, 미국에서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시인은? 329 00:18:26,607 --> 00:18:29,026 - 월트 휘트먼 - 정답 330 00:18:29,109 --> 00:18:31,403 그럼 월트 휘트먼이 요즘 뭘 할까? 331 00:18:32,154 --> 00:18:34,990 야전 병원에서 빌어먹을 간호사야 332 00:18:35,991 --> 00:18:39,870 월트 휘트먼조차도 당장은 자기 말이 중요치 않단 걸 아는 거지 333 00:18:39,953 --> 00:18:42,206 중요한 건 행동이야 334 00:18:42,289 --> 00:18:45,667 현장에서 동료들을 돕기 위해 하는 일 말이야 335 00:18:46,210 --> 00:18:47,669 글쎄, 내 의견을 달라 336 00:18:48,670 --> 00:18:50,923 우리는 드럼 비트에 시를 실어 337 00:18:51,465 --> 00:18:55,385 남편과 내가 에이브러햄 링컨의 지휘하에 338 00:18:55,469 --> 00:18:58,805 운영하는 연방 신문이지 339 00:18:58,889 --> 00:19:01,475 알아, 네 남편 대통령 만났잖아 340 00:19:01,558 --> 00:19:04,311 대통령이 우리한테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는 거랬어 341 00:19:04,394 --> 00:19:08,398 군인들도 드럼 비트를 좋아해 임종하는 순간에도 읽는다더라 342 00:19:08,482 --> 00:19:10,400 봤지? 시는 죽어가는 사람에게 위안을 줄 수 있어 343 00:19:10,484 --> 00:19:13,320 원하는 게 그거 하나야?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거? 344 00:19:13,403 --> 00:19:17,032 안됐지만, 우리는 사람을 불편하게 해야 할걸 345 00:19:17,115 --> 00:19:19,576 거리로 데모하러 나서야 해 346 00:19:19,660 --> 00:19:22,704 여성도 투표권을 가질 자격이 있어 헌법이 여성 권리 행사권을 347 00:19:22,788 --> 00:19:25,415 똑바로 명시하도록 요구해야지 348 00:19:25,499 --> 00:19:29,753 내가 이런 말을 한 건 남편한텐 비밀이다 349 00:19:29,837 --> 00:19:32,422 그런 얘기는 내 거실 밖에서 하렴 350 00:19:32,506 --> 00:19:34,007 시는 도움이 될 거야 351 00:19:34,633 --> 00:19:36,218 적어도 그럴 수 있길 바라 352 00:19:37,261 --> 00:19:39,179 그게 아니라면 내 삶이 거의 무의미하잖아 353 00:19:39,263 --> 00:19:40,681 에밀리 말이 옳아 354 00:19:40,764 --> 00:19:41,974 베티, 얘기해봐요 355 00:19:47,312 --> 00:19:49,147 헨리는 작가잖니 356 00:19:49,231 --> 00:19:54,444 가족보다 글을 우선시해서 그이를 원망했어 357 00:19:54,528 --> 00:19:57,406 사실이 그랬어 글 때문에 가족 사이가 갈라졌지 358 00:19:59,199 --> 00:20:00,242 근데 나중엔... 359 00:20:01,702 --> 00:20:04,162 헨리의 글이 우리를 다시 하나로 만들었어 360 00:20:06,498 --> 00:20:11,211 그이가 헬렌한테 썼던 그 편지들이... 361 00:20:13,589 --> 00:20:15,674 헬렌에게 유일한 희망의 원천이 됐지 362 00:20:17,885 --> 00:20:19,261 세상에, 헬렌이 363 00:20:19,344 --> 00:20:21,805 이제 편지를 못 받으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364 00:20:49,124 --> 00:20:50,167 그러니... 365 00:20:51,710 --> 00:20:55,714 그래, 난 글쓰기의 힘을 믿어 366 00:20:58,467 --> 00:21:00,552 때론 그게 우리에겐 전부야 367 00:21:01,178 --> 00:21:04,014 맞아요 정말 그래요, 베티 368 00:21:04,097 --> 00:21:06,433 제가 잘하는 건 글쓰기죠 369 00:21:07,601 --> 00:21:11,104 바느질이나 뜨개질 못 하고 갓난아기 못 안으면 어때서요? 370 00:21:11,188 --> 00:21:14,942 엉망진창인 가족 화해 못 시키면 그게 무슨 대수인데요? 371 00:21:15,526 --> 00:21:22,366 내가 세상에 가장 보탬이 될 방법은 홀로 갇혀서 시를 쓰는 거예요 372 00:21:23,033 --> 00:21:25,619 근데 그렇게 한다면 네 시가 무슨 소용이겠니? 373 00:21:27,788 --> 00:21:28,789 뭐라고요? 374 00:21:28,872 --> 00:21:30,624 네가 세상의 혼란을 감당 못 한다면 375 00:21:30,707 --> 00:21:34,044 다른 사람이 뭐 하러 네 말을 들어야 할까? 376 00:21:36,129 --> 00:21:39,466 진짜 인생을 차단한 글쓰기는 377 00:21:41,385 --> 00:21:43,178 죽은 거나 다름없어 378 00:21:50,102 --> 00:21:52,062 그럼 다시 바느질이나 해야겠네 379 00:21:52,145 --> 00:21:55,774 수백 명의 좋은 신랑감이 전장에서 다리를 잃고 있으니까... 380 00:21:55,858 --> 00:21:56,859 뭐... 381 00:21:56,942 --> 00:21:58,569 내 다리! 382 00:21:58,652 --> 00:22:00,529 - 들어갑니다, 부상자가 있어요 - 오빠? 383 00:22:00,612 --> 00:22:02,197 - 이게 웬 소란이야? - 괜찮아? 384 00:22:02,281 --> 00:22:03,991 - 나쁜 놈한테 당했어요! - 어떻게 된 거야? 385 00:22:04,074 --> 00:22:07,202 술집에서 작은 싸움이 벌어졌는데 깨진 술병이 날아다녔거든 386 00:22:07,286 --> 00:22:10,664 - 거기에 오스틴이 다리를 다쳤어 - 맙소사, 피 나잖아 387 00:22:10,747 --> 00:22:12,791 내 아들이 다쳤어! 388 00:22:12,875 --> 00:22:13,959 붕대 가져오세요! 389 00:22:14,042 --> 00:22:15,627 이건 군인 건데 390 00:22:15,711 --> 00:22:17,462 - 오빠, 앉아 - 제인 391 00:22:17,546 --> 00:22:20,048 - 앉아 - 제인은 어디 있어? 392 00:22:20,132 --> 00:22:23,093 - 제인! - 얼마나 마신 거야? 393 00:22:23,177 --> 00:22:25,137 내 슬픔을 달래기엔 아직 턱도 없어 394 00:22:25,971 --> 00:22:28,557 - 오빠, 좋은 소식이 있어 - 안 돼요 395 00:22:28,640 --> 00:22:29,808 - 좋은 소식? - 그래 396 00:22:29,892 --> 00:22:32,227 배가 방향을 돌렸어? 제인이 돌아오는 거야? 397 00:22:32,311 --> 00:22:35,022 - 아니, 쉿, 들어봐 - 안 돼요! 디킨슨 부인... 398 00:22:35,105 --> 00:22:37,357 - 아버지가 오빠를 용서하셨어 - 허? 399 00:22:38,233 --> 00:22:41,403 아버지랑 얘기해봤는데 오빠한테 전혀 화 안 나셨대 400 00:22:41,486 --> 00:22:43,822 - 정말 올바르게 생각하시더라 - 종일 여기 있었어요 401 00:22:43,906 --> 00:22:46,658 오빠가 그런 끔찍한 폭언을 했는데도 402 00:22:46,742 --> 00:22:47,951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셔 403 00:22:48,035 --> 00:22:49,494 그냥 넘어가실 거래 404 00:22:49,578 --> 00:22:51,246 우와 405 00:22:52,039 --> 00:22:54,333 생각보다 더 고약한 늙은이네 406 00:22:55,417 --> 00:22:57,503 오빠, 어떻게 그런 말을 해? 407 00:22:58,378 --> 00:23:01,798 늘 그래왔듯이 내 감정을 부정하려고만 하잖아 408 00:23:01,882 --> 00:23:06,178 아버지는 당연히 우리 사이에 아무 문제 없다고 하고 싶겠지 409 00:23:06,261 --> 00:23:08,222 문제는 자기한테 있으니까 410 00:23:08,931 --> 00:23:11,391 뭐라고 생각하든 내가 알 바 아니야 411 00:23:11,475 --> 00:23:13,685 이 집구석이랑 진짜 연 끊을 거야! 412 00:23:13,769 --> 00:23:15,979 - 비켜, 내 아들이 아프다잖아 - 안 돼요 413 00:23:16,063 --> 00:23:18,690 디킨슨 부인 그건 군인들이 쓸... 414 00:23:19,316 --> 00:23:21,068 불쌍한 녀석 415 00:23:21,151 --> 00:23:23,153 엄마가 간호해줄게 416 00:23:23,237 --> 00:23:24,988 괜찮아, 엄마가 있잖니 417 00:23:25,072 --> 00:23:26,490 이게 연 끊는 거냐? 418 00:23:26,573 --> 00:23:29,076 - 제인 - 에밀리, 물 좀 갖다줘, 도와주렴 419 00:23:30,953 --> 00:23:32,162 제인 420 00:23:48,762 --> 00:23:49,763 들어오세요 421 00:23:51,515 --> 00:23:53,809 에밀리, 들어가도 될까? 422 00:23:53,892 --> 00:23:57,271 조지, 들어오면... 그래, 벌써 들어왔네 423 00:23:57,354 --> 00:23:59,439 휴, 소란 피워서 미안해 424 00:24:00,190 --> 00:24:04,361 - 이렇게 난리 피울 생각은 아니었어 - 조지, 늦은 밤인데 무슨 일이야? 425 00:24:05,737 --> 00:24:09,199 그게... 주고 싶은 게 있어서 426 00:24:12,160 --> 00:24:13,161 '디 애틀랜틱'? 427 00:24:13,245 --> 00:24:15,622 여기 네가 좋아할 만한 기사가 있어 428 00:24:15,706 --> 00:24:19,001 '젊은 기고가에게 보내는 편지' 젊은 시인을 위한 조언이야 429 00:24:19,084 --> 00:24:20,878 토머스 웬트워스 히긴슨이 썼지 430 00:24:23,088 --> 00:24:24,548 폐지론자 히긴슨? 431 00:24:24,631 --> 00:24:27,092 그래, 이 사람 정말 대단해 432 00:24:27,176 --> 00:24:30,470 존 브라운의 봉기를 지원한 비밀 6인조였단 거 알아? 433 00:24:30,554 --> 00:24:33,599 지금은 남부로 내려가서 전쟁을 치르고 있어 434 00:24:34,224 --> 00:24:37,144 연방군의 최초 흑인 병사 연대를 이끌고 있대 435 00:24:38,437 --> 00:24:39,813 오느라 고생했죠? 436 00:24:39,897 --> 00:24:41,064 진짜 멀더라고요 437 00:24:41,857 --> 00:24:43,317 그래도 도착했네요 438 00:24:44,818 --> 00:24:46,069 그게 중요한 거죠 439 00:24:47,654 --> 00:24:50,699 히긴슨은 전투의 열기 속에서도 440 00:24:50,782 --> 00:24:53,285 여전히 시에 신경 쓸 시간을 찾는 거지 441 00:24:53,368 --> 00:24:56,997 이건 정말... 인상적이야 442 00:24:57,080 --> 00:24:58,123 멋지다 443 00:24:58,207 --> 00:25:00,250 꼭 읽어볼게 고마워, 조지 444 00:25:01,001 --> 00:25:02,836 그냥... 편하게 읽어봐 445 00:25:03,795 --> 00:25:05,964 너에게 조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446 00:25:06,048 --> 00:25:08,175 넌 수준이 전혀 다르잖아 447 00:25:08,800 --> 00:25:11,178 그렇게... 말해줘서 고마워 448 00:25:11,803 --> 00:25:14,723 난 언제나 너의 열렬한 팬이었잖아 449 00:25:19,019 --> 00:25:21,563 내 시가 중요하지 않단 생각에 시달렸던 것 같아 450 00:25:21,647 --> 00:25:23,232 뭐? 말도 안 돼 451 00:25:24,942 --> 00:25:29,238 세상과 우리 가족에게 벌어진 일들을 보니... 452 00:25:31,073 --> 00:25:33,659 어쩌면 내가 그만 쓰는 게 모두에게 더 나을 것 같더라 453 00:25:33,742 --> 00:25:35,827 시 쓰기는 네가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이야 454 00:25:35,911 --> 00:25:36,745 정말 그럴까? 455 00:25:38,080 --> 00:25:41,917 진짜 도움이 될 일에 힘써야 할지도 몰라 456 00:25:42,000 --> 00:25:43,961 내가 아는 건 이것뿐이야 457 00:25:44,044 --> 00:25:47,714 내가 너랑 네 시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? 458 00:25:47,798 --> 00:25:48,799 그럼? 459 00:25:49,341 --> 00:25:51,051 네 시를 선택할 거야 460 00:25:54,012 --> 00:25:57,140 좋아, 이토록 설레는 말은 처음이야 461 00:26:01,103 --> 00:26:03,146 - 조지, 무슨 짓이야? - 나는... 이런 462 00:26:04,064 --> 00:26:05,941 전쟁이 계속되고 이런저런 상황이라... 463 00:26:06,024 --> 00:26:07,609 조지, 안 돼 464 00:26:09,570 --> 00:26:13,240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465 00:26:16,952 --> 00:26:18,495 세상에, 인생은 참 복잡하지? 466 00:26:19,621 --> 00:26:21,206 "월간 디 애틀랜틱" 467 00:26:37,556 --> 00:26:40,309 베티가 왔네 요망한 것 468 00:26:40,392 --> 00:26:45,272 소저너 그 옷 정말 예뻐요 469 00:26:45,355 --> 00:26:47,983 이 드레스를 입으면 내가 여자란 걸 알겠지 470 00:26:48,066 --> 00:26:51,445 당연하죠, 그 위대한 소저너 트루스란 걸 알아볼 거예요 471 00:26:51,528 --> 00:26:55,324 폐지론자, 전도사이자 투표권 투사... 472 00:26:55,407 --> 00:26:57,284 그리고 싱글로 유명하지 473 00:26:58,118 --> 00:27:00,913 잠깐, 깃펜은 어디 있어? 이 재주 많은 계집애야 474 00:27:00,996 --> 00:27:02,414 작업해야지 475 00:27:02,497 --> 00:27:08,086 회고록을 계속 쓰고 싶지만 너무 피곤해요 476 00:27:08,170 --> 00:27:14,426 베티, 내가 백인을 고소해서 이긴 첫 흑인 여성이 되려면 477 00:27:14,510 --> 00:27:18,263 하룻밤 더 새면서, 내 무용담이 펼쳐질 다음 장을 써줘야 해 478 00:27:19,139 --> 00:27:20,933 네, 알겠어요 479 00:27:22,559 --> 00:27:24,394 - 맞네요 - 내 말이 480 00:27:24,478 --> 00:27:27,564 계속 싸워야 해요 포기할 순 없죠 481 00:27:27,648 --> 00:27:29,274 - 헨리가 종종 그렇게 말했어요 - 맞아 482 00:27:29,358 --> 00:27:32,694 난 죽지 않을 테니까 아니, 별똥별처럼 귀가할 거야 483 00:27:32,778 --> 00:27:35,072 내 에너지로 밤을 밝히는 걸 지켜보도록 해 484 00:27:35,155 --> 00:27:36,907 내가 60살이란 게 믿어져? 485 00:27:36,990 --> 00:27:40,077 정확한 생년월일을 모르잖아요 486 00:27:40,160 --> 00:27:43,497 베티, 내가 대략 66살인데 여전히 봐줄 만해 487 00:27:45,207 --> 00:27:46,708 어디까지 했었지? 488 00:27:46,792 --> 00:27:50,629 그 인간들이 소저너의 5살 아들을 489 00:27:50,712 --> 00:27:52,756 앨라배마 농장주에게 불법으로 팔았어요 490 00:27:52,840 --> 00:27:56,134 백인은 악마야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491 00:28:01,640 --> 00:28:06,895 진짜 인생을 차단한 글쓰기는 죽은 거나 다름없어 492 00:28:31,879 --> 00:28:33,297 '히긴슨 씨' 493 00:28:34,006 --> 00:28:37,634 '너무 바쁘시겠지만 제 시를 봐 주실 수 있을까요?' 494 00:29:26,350 --> 00:29:28,352 자막: 박희원